2006년 11월 11일

야후 코리아의 이율배반, 그리고 통찰력 부족

이율배반(二律背反)의 사전적 정의는 "서로 모순되어 양립할 수 없는 두 개의 명제"입니다. 하단의 기사를 보고 이율배반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관련기사: [매일경제] 포털 빅3는 굳어가는데 '야후는 뭐하나?'

답답하군요. 기사를 보니 야후 코리아는 역시, 운이 없어 추락한 것이 아니네요. 그리고 기사의 덧글을 보면, 야후가 이미 실망스런 브랜드로 굳혀져서 인지 “망하는 회사들은 다 이유가 있다”는 등 부정적인 내용이 많네요.

참고로, 지난 7월 자료에 따르면 야후 코리아의 시장점유율은 6.1%입니다. 1월의 7.1%에서 더 떨어졌습니다.

1. 먼저, 야후 성사장의 말은 이율배반적입니다.

기사 중에 이런 말이 있군요.

성 사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야후의 당면 과제는 매출과 수익에 연연하지 않고 고객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는 서비스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시장에 내놓는 것"이라며 조만간 야후! 본사가 인수한 바 있는 플리커(flickr.com)를 한국화시켜 들여오겠다고 밝혔다.

고객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고객들은 당연히 호응할 것입니다. 그리고 포탈 업체는 서비스가 고객들에게 인기를 끌면 그것이 곧바로 매출과 직결됩니다. 주수입원이 광고이기 때문입니다.

즉, 고객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주는 서비스 = 고객들의 호응 = 매출 상승인 것입니다. 포탈의 비즈니스 메커니즘을 스스로 부정하는 말을 해서는 곤란합니다.

그러면 매출을 떠나서, 야후가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주는 서비스를 딱히 내놓은 것이 있는가 하면 그다지 생각나는 것이 없습니다.

야후 본사에서 인수한 플리커를 들여오겠다는 말도 나오는데, 그것은 본사에서 인수한 서비스를 그냥 가져오는 것 아닙니까? 그것이 과연, 고객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는 서비스를 “끊임없이 연구한 결과”인지도 궁금합니다.

2. 이번에 언급할 부분은, 이율배반까지도 못 되는 말장난입니다.

성 사장은 "최근에 피플링 서비스가 폐쇄됐다는 잘못된 소식이 전달돼 아쉽다. 피플링 서비스는 블로그 서비스의 기능으로 합쳐지는 것으로 따로 운영됐던 브랜드 사이트가 없어지는 것뿐 그 기능은 블로그 서비스에서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바로 서비스가 없어진 것이 아닙니까? 인기가 없으니까 해당 서비스의 일부 기능을 블로그에 포함시키고 해당 서비스는 폐쇄한 것이지요.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인데, 인정할 부분은 인정해야 하겠습니다.

3. 마지막으로 언급할 것은, 미디어에 대한 통찰력 부족입니다.

하단의 내용을 보시죠.

성 사장은 "포털은 야후는 물론이고 국내 포털 어디나 그럴만한 역량을 갖추지 않았다"는 말로 운을 뗐다. (중략) 그는 "언론이란 자체적으로 논설 기능이 있어야 하지만 포털 가운데 논설을 하고 싶은 곳도, 논설을 할 수 있는 곳도 없다"며 포털의 언론사 편입 문제에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물론 포탈, 언론과 관련해서는 법적인 문제가 있어 상당히 민감합니다. 그것은 고려해야죠.

하지만 “포털이 언론이 될만한 역량을 맞추지 않았다”는 말은, 야후 코리아의 추락 원인을 제가 완전히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논설 기능이 있어야만 언론이고 미디어라면, 정말 구시대적 미디어관입니다.

논설은 이제 자격 있는 사람만 쓰는 시대가 아닙니다. 포탈 사용자들 중에는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겨례 수준의 논설을 쓸만한 사람들이 아주 많고 이미 블로그 등을 통해 쓰고 있습니다.

과거의 언론관으로 현재의 포탈, 그리고 새롭게 등장하고 있거나 앞으로 등장할 미디어를 판단해서는 곤란합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블로그는 구언론과는 완전히 다르지만 분명히 차세대 미디어 중의 하나입니다. 기존 신문 기자는 앞으로도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기자 이상의 신뢰를 받는 블로거도 등장할 것입니다.

그리고 Digg는 어떤가요? 새로운 사용자 논평 시스템입니다. 미래에는 신문 논설보다 더욱 막강한 파워를 발휘할 수도 있습니다.

유튜브는 어떤가요? 하나의 새로운 방송이 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해 논란이 있습니다만, 저는 꼭 유튜브가 아니더라도 유튜브스러운 서비스들이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힌트를 주며 곧 보다 정교화되어 기존 미디어를 위협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밖에도 숱한 예가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마치 포탈에서 직접 논설을 써야만 언론이라는 주장은 참으로 안타깝군요. 포탈의 비즈니스 방향에 따라 다양한 미디어 서비스가 있을 수 있는데, 단지 기사 중계만 할 수도 있고, 포탈 사용자들의 UCC를 통해 언론화될 수도 있고, 심지어는 기존 기자나 논설 위원을 직접 채용하여 기존 신문과 경쟁할 수도 있겠지요.

포탈 업체의 사장이라면 보다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 * *

까칠한 얘기를 해서 죄송합니다. 저는 무엇이든 변화하지 않는 개체를 보면 답답합니다. '변화'만이 생물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변화를 나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변화가 나쁜 게 아니라 나쁘게 변화하는 것이 나쁜 것입니다.

변화해야죠. 잘 변화해야죠.

변화하지 못하는 업체의 변명을 보고는 몇 마디 까칠하게 남겼습니다.

댓글 11개:

익명 :

야후 관련 소식은 자주 쓰는 편입니다만, 이번 야후 대표 인터뷰는 정말 OTL이더군요. 성사장과 인터뷰 한 적은 없지만 가장 실망스러운 내용이었습니다. 기사에 기사를 쓰는 것이 껄끄러워서 그냥 지나가긴 했습니다만, 저런 식이라면 앞으로도 성사장과의 인터뷰는 요청이 와도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본사 만큼만 하면 좋을텐데...

바비(Bobby) :

To 떡이떡이님/ 피드백 감사합니다.

그래도 언제 직접, 날카로운 인터뷰 한번 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

익명 :

안녕하세요?
barCamp에서 뵌 오승필 입니다.
비밀글이 없지만 류한석님이 필터링하시니까 일종의 비밀글로 알고 안심하고 남깁니다^^;;;
코멘트에 남기기는 좀 길어서요 제 블로그에 남겼습니다.
한번 방문해 주시면 감사하게습니다.
아직 류한석님 블로그의 트래픽을 감당할 내공은 안되니까요 한석님만 와서 보세요 ^^.
좋은 말씀 진심으로 감사드리구요, 꼭 한번 다시 뵈면 좋겠네요.

바비(Bobby) :

To halfmoon님/ 안녕하세요. 기억하고 있습니다. ^^

남겨주신 글 잘 보았습니다. 야후 본사에 계신 것으로 아는데, 비판의 글에 대해 오픈마인드로 받아들여주셔서 고맙습니다. 블로그 종종 방문하겠습니다.

말씀해주신 것처럼, 관심이 없으면 그런 글도 안 남기겠죠. 국내의 경우에 네티앙은 이미 사라졌고 파란, 드림위즈, MSN 코리아 등등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거의 관심이 없습니다. 포탈이 더 있을 지 모르겠는데 아예 사이트명이 바로 떠오르지도 않네요. (생각해보면 분명히 더 있을 듯. -.-)

그런 마이너 포탈들이 무언가 한번이라도 잘 해내면 그때 관심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몇 년간 단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던 거 같습니다.

야후 본사의 노력은 잘 알고 있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야후 코리아가 그 만큼만 해주어도 참 좋을텐데요.

어쨌든 비판은 비판이고 프로선수스러운 경쟁을 기대해 봅니다.

익명 :

아주 옛날(그러니까 야후코리아가 이정도로 죽쑬줄 긴가민가 했던 시절)에 야후코리아 면접봤다가 떨어진적이 있었는데, 이런 소식을 접할때마다 내가 들어갔으면 좀 나아졌을텐데 하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저 자신을 인터넷 커뮤니티 전문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hfkais :

야후 본사나 야후 재팬의 경우 아직 건재하다고 생각되는데, 오로지 야후 코리아만 죽쑤고 있는 느낌입니다. 야심차게 야후 본사와 같이 사이트 리뉴얼도 했지만 별로 주목받지 못한 것 같고.. 사실상 지금의 야후 코리아는 야후 본사의 서비스들을 '번역'해서 제공하는 회사가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블로그를 블로거베타로 바꾸셨나보네요 :) 저는 아직 미루고 있습니다)

익명 :

확실히.. 경쟁시대에서 발전하지 않는 회사는 변명만 한다고 해서 낳아지는 것은 하나도 없죠.
확실히 야후는 이제 완전히 묻혀 버렸다고 봅니다... 이제 우리나라에선 엠파스를 인수한 SK 커뮤니케이션과 네이버 구글이 가장 영향력이 클것 같네요..
흠.. 제가 초등학교 때만해도 뭐 그래봐야 대략 한 10년 전쯤 이지만요... 야후가 그때는 최고였는데...
아무래도 야후의 가장 큰 실수는 시장차별화를 하지 못하고 너무 옛방식 또 미국적인 방식을 고집한거 같네요.. 꼭 월마트와 까르푸가 우리나라에서 철수 한것 처럼.. 쩝..

바비(Bobby) :

To kabbala님/ 아주 재미있는 상상이고 좋은 상상인 거 같습니다. 자신에 대한 자신감도 좋고요.

하시는 일에서 꼭 승리하세요~

To kais님/ 야후 재팬이 가장 잘하고 있고요. 부동의 1위이니까요. 야후 본사도 변화를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데, 야후 코리아만 좀 그렇죠.

블로거 베타가 얼마전에 한글화 되었습니다. 구블로거보다는 훨씬 낫네요. 물론 태터 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불편하지만요.

바비(Bobby) :

To 환ㅇㅣㅡ☆님/ 저의 경우 네이버와 다음을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경우 (모두 긍정적이지는 않지만) 한국인의 입맛을 가장 잘 알고 있고 가장 잘 맞춰주는 업체로서, 그리고 다음은 한때의 어려움을 점차 극복하고 이런저런 변화의 노력을 하고 있는 업체로서요.

네이트, 싸이월드, 엠파스를 가진 SK는 글쎄요. 싸이월드2에서 판가름이 나겠지만, 성공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봅니다.

구글의 경우 엄청난 임팩트를 주는 결정(예를 들면 네이버나 다음을 인수하는 등의 결정. 물론 쉽지 않겠지만)을 하기 전에는, 단지 현재의 모습으로는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네이버와 다음에 대해 많은 얼리어댑터들이 비난하지만, 그들이 대중들의 눈높이를 가잘 잘 맞추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스카이호크(Skyhawk) :

구글이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 역시 검색엔진은 구글이라고 생각하고 블로거를 사용하며 홈페이지로 구글 개인화페이지를 쓰고 있지만, 구글에서 뭔가를 찾을 땐 이미 네이버 지식인을 한번 거친 다음이죠(웹검색은 정말 안습이지만 지식인 때문에 일단 네이버는 한번 찾아갑니다). 네이버는 지식인 수질관리만 제대로 해 주면 1위 수성은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SK 역시도 갸우뚱이구요. 네이트는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으니-_- 뭐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서비스를 시작하는 게 아니라 괜찮겠다 싶은 거 이것저것 질러대서 덕지덕지 붙여놓은 참이라. SK의 운명은 네이트보다는 오히려 싸이월드에 달려 있지 않을까요.

파란은 거기 블로그가 음악링크하기 좋다는 것 말고는 존재감이 희미.

익명 :

야후가 메일서비스를 시작했을때가 생각나네요. 그때만 해도 @yahoo.com 메일주소를 쓸수가 있다니..... 흥분하면서 가입을 했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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