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6일

벤처기업 대상의 “스마트폰 플랫폼과 모바일 웹/앱” 특강 관련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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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뿐만 아니라 메일을 주신 분들도 많고.. 하여튼 신청하신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고민 좀 했어요. (대기자인데 결제를 한 일부 분들은 제가 온오프믹스에 남긴 댓글 참고하세요.)

좌석이 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원래 제가 잡은 이번 특강의 컨셉이 소수를 위한 자리여서 다 초대하지 못함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추가 좌석을 마련하기는 했는데, 너무 좌석이 적어서 마음이 좀 그렇네요. 일단, 추가로 오실 수 있는 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silverriver, 노랑여우, Tannoy (한 분이 못 오신다고 해서 명단 교체했습니다. 나머지 분들, 글 마저 보세요~)

세 분을 선정함에 있어서, 제가 관여했던 소프트뱅크 리트머스 프로그램, 한국콘텐츠진흥원 뉴미디어 창업스쿨, 그 외 저와 안면이 있는 분들은 일부러 제외했습니다. 해당 분들을 위해서는 제가 추가로 자리를 마련하는 게 맞을 거 같습니다. 원래 딱 한번만 하려고 했는데 제가 마음이 약해서 안되겠네요.

이번에 신청을 했으나 좌석 부족으로 오지 못하시는 분들을 위해 5/6(목) 오후(예정)에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이번과 같은 컨셉으로는 더 이상 하지 않을 겁니다. 마지막입니다.

제가 어쩔 수 없이 마련할 다음 특강은 이번에 신청하셨던 분들만 참석 가능하며 다른 분들은 추가로 신청 받지 않겠습니다. 나름, 한정판입니다. ^^

저도 제 생업이 있는지라 더 이상의 응대에 한계가 있음을 양해해 주세요.

장소 확보 때문에 그러니, 5/6 특강에 참석하실 분은 (번거로우시겠지만) 간단히 댓글 남겨주세요. 단, 기존에 신청하셨던 분들에 한합니다. 장소 관계로 불가피하게 일자가 변경될 수 있고요. 정식 안내는 이번 주말쯤 하겠습니다.

위클리경향의 “아이폰 한 방에 IT 코리아 휘청” 기사

2주 전에 정용인 기자께서 사무실로 찾아와서 2시간 정도 얘기를 나누었는데 기사화가 되었고, 기사에 덧글이 많이 달렸네요.

[커버스토리] 아이폰 한 방에 ‘IT 코리아’ 휘청

트위터에서도 많은 분들이 기사에 대한 얘기를 했네요(트위터의 관련 글들).

해당 기사에 대해 좀 부언할 게 있는데요. 제 인터뷰 내용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코멘트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제가 말한 부분 중 편집 과정에서 내용이 사실과 다르게 바뀌었거나 불분명하게 표기된 부분에 대해서만 얘기하죠.

1. “’국민이 원하지 않으니 없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써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이다.”라는 부분이 있는데, 제가 원래 했던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민이 원하지 않으니 없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이용해보기 전에는 필요성을 알 수 없다. 맛있는 것도 먹어본 사람이 찾는 것이다.”

2. 기사에 ‘모바일 웹’이라고 쓰여진 부분은 ‘모바일 인터넷’이 보다 정확한 표현입니다. 그래야 모바일 웹/앱이 다 포함되니까요. 저는 모바일 인터넷이라고 말했는데, 다른 분과 용어를 통일하다 보니까 그렇게 표기가 된 거 같습니다.

그래도 제가 개발자 출신인데 해당 부분, 지적하고 싶습니다.

3. “잡스는 애플은 애플만이 통제해야 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운영체제는 그래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철학이다."라는 부분에 대해 전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잡스는 단일 업체에 의해 플랫폼이 강력히 통제되어야 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 잡스는 PC 초창기 시절부터 시행착오를 통해 그것을 배웠다. 잡스는 플랫폼이 그래야만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해야 큰 돈을 벌 수 있다. 빌게이츠가 그랬듯이 말이다.”

당연히 잡스는 돈 벌기 위해 사업하는 겁니다.

4. 제가 다음과 같은 말을 했군요. 저도 읽어보고 놀란 말. ㅎㅎ 제가 미리 준비하고 한 말이 아니라, 질문에 대해 이런 저런 제 생각을 말하다가 나온 얘기죠. 어쨌든, 평소의 생각인 건 사실입니다.

류 소장은 "설령 삼성전자나 네이버가 망한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이 망하는 것으로 착각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고급 인력을 독점하고 있는 포털이 망한다면 그 사람들이 회사를 나와 다양한 벤처로 흩어질 수도 있으니 오히려 한국의 IT는 지금보다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해하지 마시기를. 삼성전자, NHN(네이버) 망하길 바라는 거 아닙니다. 결코 쉽게 망할 수 있는 회사들 아닙니다. 정말 대단한 경쟁력을 갖고 있고, 뛰어난 사람들이 포진한 회사들이 아닙니까? 자신들이 어떻게 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회사들입니다.

그러니까 그런 뛰어난 회사들 망할 거 국민들까지 걱정할 필요 없다는 겁니다. 대기업들에게 불리한 정책을 만들어선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보호할 필요도 없다는 겁니다.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대기업을 보호하면 결국, 소비자들의 혜택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경쟁력까지 약화되어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에 좋을 게 없다는 뜻입니다.

아이폰이 인기 있으니까, 정말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마구마구 분발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지금은 아이폰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지만, 만일 언젠가 아이폰이 독점하는 상황이 오면(가정입니다) 또 다른 도전자가 변화를 일으켜야 하는 겁니다. 그런 선순환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니 작금의 상황을 몇몇 기업들간의 경쟁으로 치부하기 보다는,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올바른 경쟁 문화를 조성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도 이제 그럴 때가 되지 않았나요? 이런 기회, 정말 흔치 않잖아요.

2010년 4월 22일

벤처기업만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플랫폼과 모바일 웹/앱” 특강을 합니다


먼저, 배경을 설명할게요.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전자신문사, 비즈델리, K모바일, 산업교육연구소, 데브멘토 등의 전문기관이 주최하는 여러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하고, 여러 대기업들(이름을 여기에서 밝힐 수는 없지만요)에서 임원 대상의 특강이나 컨설팅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8비트 컴퓨터부터 16비트/32비트 컴퓨터, 그리고 닷컴 및 웹 2.0 시절을 걸쳐 현재의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쌓은 지식과 경험이 나름의 경쟁력이고, 근 20년 가까이 사회 생활을 하다보니 이제는 비교적 자유롭게 먹고 살고 있는 편입니다.

또한 여러 프로젝트에서의 기술적 경험과 대기업, 중소기업, 외국계 기업을 다닌 경력, 프리랜서 경력, 그리고 벤처기업 창업 및 최근의 준공무원 생활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의 다양한 조직 문화의 경험, 그리고 지난 3년간 벤처인큐베이팅 업무를 하면서 만난 여러 창업자 및 사업들의 흥망성쇠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통해 '특유의 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저의 경우 제가 잘 할 수 있는 부분과 못 하는(또는 하기 싫은) 부분도 명확히 알고 있어 그것이 저의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것을 잘 아는 전, 제가 잘 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 중이며 이번 일은 그것의 일환입니다.

각설하고.

작년말부터 생각하던 것인데 이제야 실행을 하네요. 제가 가진 스마트폰 산업에 대한 생각을 오로지 벤처기업에게만 전달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비용 관계로 컨퍼런스에 참석하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컨설팅을 의뢰하기도 힘든 벤처기업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내용들이 있습니다. 강의에는 오직 저만의 콘텐츠와 요점이 담겨 있습니다.

강의주제: 스마트폰 플랫폼과 모바일 웹/앱
- 스마트폰 플랫폼의 현황 및 전망
- 모바일 웹의 현황 및 전망
- 모바일 앱의 현황 및 전망
- 성공하는 서비스 vs. 실패하는 서비스
- 킬러앱
- 벤처의 경험과 교훈
- 질문/답변 및 토론

일시: 2010년 4월 28일(수) 오후 1시반~5시반
장소: 선릉역 근처 인텔빌딩 8층 CSLAC 교육실 (자세한 위치와 약도): 대치동 포스코빌딩과 동부금융빌딩 사잇길 50m 패밀리 마트 우회전 30m 좌측(동부금융빌딩의 바로 뒤) - 주차 불가하며, 꼭 해야 할 경우 개인 부담으로 포스코 빌딩에 주차하세요.

* 장소 섭외에 도움을 주신 트란소노 이정규 사장님, 장소를 혼쾌히 제공해주신 CSLAC 채문석 이사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강사: 류한석 (프로필)
참가비: 1만원
참석인원: 10명 내외

신청: 온오프믹스 이벤트 페이지

참석 가능자: 오로지 벤처기업 CEO/임원만 참석 가능합니다. 죄송하지만, 의사결정권이 없는 직원은 참석할 수 없습니다. 예비 창업자의 경우 뭐든지 스스로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을 지참하면 참석 가능합니다. 대기업 임직원은 참석할 수 없습니다. 신원 확인합니다.

유의사항(필독):
1. 강사는 저 혼자입니다. 3시간 강의하고, 1시간 질문/답변 및 토론입니다.
2. 본 특강의 목적은 사업을 성공할 방향으로 정조준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여주는데 있습니다. 제 강의 듣는다고 성공하는 거 절대 아닙니다. 사업의 핵심 성공요인은 '실행력(Execution)'인데 그걸 제가 갖게 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3. 경청할 자세가 되어있지 않은 분, 그냥 한번 무슨 말 하는지 보자는 생각으로 올 분은 신청하지 마십시오. 저보다 많이 알고 훨씬 뛰어난 분들은 전혀 참석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4. 지금이 중요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하는 분, 사업 실패의 경험이 있는 분, 신규 사업을 찾는 분, 사업에 적합한 실행력을 갖춘 분들을 환영합니다.
5. 현재 저는 대기업에서 임원 대상의 강의 시 일반적으로 시간당 1백만 원 내외의 강사료를 받고 있으나, 이번 특강은 가난한 벤처기업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것입니다. 대기업에 계신 분들은 참석하실 수 없으며, 필요하실 경우 따로 연락을 주십시오.
6. 한 회사에서 가능한 한 1명만 참석해 주십시오. 최대 2명을 초과하여 참석할 수 없습니다.
7. 본 스마트폰 특강은 이번 1회만 할 것이며 현재로서는 다시 할 계획이 없습니다.
8. 월요일까지 참가비 결제가 되지 않은 분은 제가 등록자에서 임의 삭제하겠습니다.

PS1: 등록을 오픈하자마자 바로 자리가 다 차버렸습니다. 등록 오픈 전에 메일 주신 분들께도 메일 드렸는데, 대부분 등록을 못 하신 거 같네요. 이에, 정말 필요하신 분들을 위해 추가로 3명의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다만, 자리가 몹시 부족한 관계로 이번에는 선착순이 아니라 무작위로 선정하겠습니다.

참가를 원하시는 분은 본 포스트에 덧글로 닉네임, 하시는 일, 참가하려는 이유를 적어 주십시오. 월요일 밤에 선정된 3명의 명단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마감했음. 하단 참고)

P2: 특강과 관련해서 추가로 글을 게시하였으니 참고하세요.

2010년 4월 21일

MSX와 Apple ][의 추억

(1983년에 창간된 월간 컴퓨터학습 창간호 표지: 그림 출처)

지난 4월 10일에 강의 때문에 대전에 갔었습니다. 요즘 강의 청탁이 종종 있는데, 이번에는 청중이 좀 특별했죠. 전국에서 모인 180여명의 중고등학생이었으니까요.

특허청이 지원하는 ‘IP 영재기업인 프로그램’이라는 게 있습니다. 올 초에 학생들을 선발하여 현재 1기 교육이 진행 중이고요. 주로 방학과 주말, 온라인을 활용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으로 압니다.

프로그램의 이름이 왠지 거창한데, 핵심 목적은 아이들한테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발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줌으로써 아이들이 직접 특허를 출원하도록 하는 것이죠. 중고등학생 때 자신의 이름으로 특허를 가진다니 꽤 멋진 일입니다.

카이스트와 포스텍이 각각 절반의 학생들을 맡아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번에 1박 2일의 연합 캠프가 대전에서 있었습니다. 거기에서 스마트폰을 주제로 강의를 한 것이죠.

그런데 중고등학생들이라고는 해도, 학교에서 단 1명씩 추천을 받은 후 심사 과정을 통해 5:1의 경쟁을 뚫고서 합격한 학생들이니 그리 만만한 청중은 아니죠. (무서버라~)

담당자 분께서 자기소개를 스토리텔링 형태로 해달라고 하셔서, 어떤 얘기를 할까 고민하다가 “내가 어떻게 컴퓨터를 하게 됐고, 어떻게 기뻤고, 어떻게 좌절했고,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해 말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과거 자료를 찾아 보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자료들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중1때부터 컴퓨터에 미쳐서 고3때까지도 공부 안하고, 프로그래밍해서 돈 벌고 잡지에 원고 쓰고 그랬거든요. 당시에 월간지 ‘컴퓨터학습’에서 만든 PC클럽의 후배들이랑 단행본을 함께 집필한 적이 있는데 그 책에 대해 아직도 얘기하시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그림에 저자 명단이 나와 있는데요(그림을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당시에 저는 성을 ‘유’로 표기했었습니다). 함께 책을 썼던 후배들 중에서 여러분이 알만한 사람을 꼽는다면, 김국현(현 MS 부장), 김학규(현 IMC 게임즈 사장) 정도겠네요. 똑똑한 동생들이라서 지금도 다들 잘 나가고 있죠.

의심할 여지 없이 MSX는 8비트 컴퓨터의 전설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스키가 함께 표준 규격을 만들었고, 해당 규격에 따라 여러 회사에서 컴퓨터를 출시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대우 IQ 1000/2000라는 기종으로 알려졌죠.

MSX는 나름 컴퓨터 역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사업적으로는 크게 재미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단종된 지 20여 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전세계에서 여러 커뮤니티들이 활동하고 있고, 아직도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저 또한 아직도 MSX 에뮬을 종종 이용하곤 합니다.

MSX보다 더 유명하고 더 성공한 8비트 컴퓨터가 바로 Apple ][입니다. (Apple II라고도 표기하지만 Apple ][로 써야 제 맛이죠. Apple ][ 유저였다면 다들 알 듯.)

당시 클럽 멤버들 중에서 (제 기억에는) 저만 양다리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MSX와 Apple ][를 둘 다 다루었죠(그 후로 쭉 기술 양다리, 문어다리죠. 생존의 비결이랄까요 ㅎㅎ). 고3때 MSX 서적을 출간한 후, 대학 1학년 때는 Apple ][e 서적을 출간했습니다. 그때 잡지에 광고로 나왔던 사진을 어떤 분이 스캐닝해서 올려 놓으셨네요.


앞줄에서 왼쪽 세 번째가 접니다. 1989년 대학 1학년 때의 사진이죠. ㅠㅠ

현재 저자들 중에서 한 명은 경향신문사 기자이고, 한 명은 벤처기업하고, 또 한명은 벤처기업 다니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업계에 있지 않거나, 하는 일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네요.

20~30년이 된 옛날 얘기를 쓰다 보니,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이 참 오랫동안 컴퓨터 시장의 강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혹자는 왜 한국에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안 나오느냐고 하는데, 미국 PC 30년 역사상 딱 둘 뿐입니다. 전세계에서도 둘 뿐이죠. 그 두 사람은 서로를 모방하며 배우며 발전해왔습니다.

빌 게이츠는 그 동안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충분한 성공을 누린 후 은퇴를 했고, 스티브 잡스는 아직도 한이 있어 PC에 뒤이은 ‘모바일 시대의 도래’라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마지막 승부수를 펼치고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전략은 바로 30년간의 경험과 통찰로 만들어진 것이죠. (여우로 치면 구미호 같은 존재랄까요?)


글을 쓰다 보니 8비트 컴퓨터 시절부터 스티브 잡스를 지켜봐 왔던 사람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이번 글과 주제가 다르고, 스크롤의 압박도 있으니, 별도의 글로 올리겠습니다.

2010년 4월 8일

아이폰을 쓰고 싶어도 못 쓰는 사람들

몇몇 언론들이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트위터를 인용해서 이런 기사를 만들었죠.

정용진 부회장, 삼성전자에 `쓴소리'

정용진 부회장의 트위터를 보면, 삼성전자에 다니는 후배가 아이폰이 3년이면 쇠퇴할 것이라고 말하기에 자신이 사용하는 아이폰의 앱들을 보여주었더니 혼란스러워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아마 위의 얘기가 잘 이해 안 되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결론적으로 말해서, 정용진 부회장의 삼성전자 다니는 후배는 아이폰을 한번도 제대로 써본 적이 없는 겁니다.

한국에서 아이폰을 쓰고 싶어도 못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제가 지인들을 통해 파악한 내용입니다. (제가 해당 기업의 모든 부서를 파악한 건 아니고 또 그럴 수도 없어서, 글의 톤을 좀 낮추었습니다.)

1. 삼성그룹의 일부 직원들

삼성전자에서 애사심(?)이 강한 임원이 관리하는 부서의 직원들은 아이폰을 쓸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계열사의 경우에도 그런 분위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계열사인 제일기획의 어떤 부서에서는 직원들이 회사에서 아이폰을 쓸 수가 없다고 하네요. 회의 시 꺼낼 수도 없고요.

회사에서 전화를 못 받는데 어떻게 아이폰을 쓰겠어요? 그래서 아이폰 쓰고 싶은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기존 애니콜을 나두고 아이폰을 추가로 사서 회사에서는 애니콜 쓰고 퇴근 후에 몰래 아이폰 쓴다고 합니다.

2. KT 직원들

아이폰을 출시한 KT에서 직원들이 아이폰을 못 쓴다니 좀 아이러니 하죠? 그런데 그 이유가 삼성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KT는 임원들에게는 아이폰을 지급했다고 하고요. 그런데 직원들에게까지 지급하지는 않았다고 하네요.

KT는 원래부터 직원들에게 통신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까 당연히 신규 폰을 살 때 보조금 같은 건 없고요. 그래서 직원들이 아이폰을 쓰려면 제 값 다 내고 사야 한답니다. 그게 부담 되어서 많은 직원들이 선뜻 아이폰을 사지 못하고 있다고 하네요. 직원들을 위해, 회사 경쟁력 향상을 위해, KT에서 좀 결단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요?

3. SK텔레콤, LG텔레콤, LG전자의 일부 직원들

삼성과 마찬가지로 애사심이 강한 일부 임원이 관리하는 부서의 경우 못 쓰는 분위기가 있다고 합니다. 그럴 경우 굳이 쓰려면 추가로 구입해서 회사 밖에서, 퇴근 후에 써야죠.

하여튼 이와 같습니다. 그런데 보시면 아시겠지만, 모두 모바일 산업의 기업들입니다.

애플과 직접 경쟁을 하거나 또는 아이폰을 잘 알아야 하는 주요 회사의 직원들이 아이폰을 못 쓰고 있는 상황이 참 아이러니하지 않습니까?

직원들에게 아이폰 못 쓰게 하는 임원 분들, 아이폰 좀 쓰게 해주세요.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잖아요. 아이폰을 모르는데 어찌 아이폰을 이길 수 있겠어요?

PS: 제가 파악하기로는 쓰고 싶어도 못 쓴다는 사람들이 실제로 많았는데요. 마음대로 쓰고 있다는 의견을 주신 분들도 계신 걸 보니 부서 차이가 큰 거 같습니다. 그에 맞게 글을 업데이트 했습니다.

초과근무(야근, 휴일근무)의 폐해

이 글은 프로젝트 관리에 대해 시리즈로 쓰여진 글입니다.

이전 글: 작업전환(task-switching)의 비용

하단의 글은 야근을 은근히 강요하는 일부 회사에 국한된 내용이니, 야근으로 인한 고통의 경험이 없는 분들은 읽지 않으시는 걸 추천합니다. 또한 성공 목표를 향해 모든 리소스를 총동원해서 달리는 벤처기업에는 해당되지 않는 내용입니다.

일단, 공감대 형성을 위해 몇 개의 관련 글을 먼저 읽어보시지요. 제가 트위터를 통해 소개했던 글이라서 트위터의 팔로워분들 중 일부는 보셨을 거 같습니다만.

1. 농협정보시스템에 근무했던 한 개발자의 글 (OKJSP)
2. 위의 내용이 기사화된 것 (연합뉴스)
3. 현재 홍콩 금융권에서 일하는 전직 개발자의 글 (데브피아)

마지막 글의 내용 중 야근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요. 정확한 지적입니다. 상시화된 야근은 그저 인건비 절감을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두 명이 한 달간 할 일을 한 명에게 시킴으로써 한 명 분의 인건비를 절감하는 것이죠.

물론 모든 야근이 나쁜 건 아닙니다. 프로젝트의 중요한 마일스톤이나 데드라인으로 인해 하루나 이틀, 길어야 1~2주간에 걸친 야근, 일명 스프린팅(sprinting)은 좋은 효과를 가져다 주기도 합니다.

월요일 오전에 신제품 발표를 하기 위해 전 팀원이 주말에 나와서 일하는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명확한 목표 달성을 위해 야근을 하며 야식을 함께 먹고, 그렇게 버닝한 주말이 지난 후 월요일 오전에 모든 상황이 성공적으로 종료가 되면, 그 팀은 함께 고생했던 기억과 성공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팀 문화에 심오한 변화가 생기고 팀워크가 상당히 증진됩니다.

그런데 이런 스프린팅이 긍정적 효과를 만들어 내려면, 야근이 아주 예외적인 것이며 정기적으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스프린팅이 아닌 장기간에 걸친 야근, 상시화된 야근에 대해 살펴보죠.

(구글에서 이미지를 찾으니 제 글과 딱 맞는 이미지가 있네요.
야근 = Dawn Of The Dead. 유명한 좀비 영화의 패러디죠. ㅎㅎ)

언젠가 아는 개발자 K씨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개발자 K씨는 평일에 5~6시간 야근을 하고 토요일이나 일요일 중 하루 정상 근무를 함으로써 일주일에 평균 80시간을 일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의 회사가 그를 착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가 말했죠.

“그래도 우리 회사의 급여는 다른 회사보다 높다고요!”

제가 말했습니다. “월급을 두 배로 받습니까? 당신은 근로계약상 약정한 40시간의 두 배인 80시간을 일하니까요.”

물론 그렇게 일했다고 해서 두 배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야근을 시키는 회사가 돈을 더 줄 리가 없지요.

그렇다고 회사가 근로계약서에 “당신의 급여는 주당 80시간을 조건으로 지불하는 것입니다.”라고 적어 놓는 것도 아닙니다. 그럴 용기가 없는 걸까요? 아니면 작정하고 기만을 하는 걸까요? 주당 40시간을 조건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해 놓고서 80시간을 강요한다면 그건 일종의 사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회사와 개인간 근로계약의 가장 근본적인 부분에서 신뢰를 깨는 행위인 것입니다.

그러니 상시적인 야근을 강요하는 회사에서 일하신다면 빨리 이직을 하시길 바랍니다. 단지 근무시간뿐만 아니라 또 어떤 신뢰를 깨버릴 지 알 수 없고, 결국 언제나 희생을 당하는 건 개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상시화된 야근은 사실, 개인 뿐만 아니라 회사 또한 대가를 치르게 만듭니다. 단기적으로는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비용을 지불하게 되죠.

1. 품질의 저하

과도한 일 중독과 누적된 피로로 인하여 지식근로자의 정신적 역량이 심각하게 감소되기 시작합니다. 마치 ‘졸음운전’을 하는 운전자처럼 자신의 업무를 하게 되죠. 결국 작업과 제품의 품질에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제품 품질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업체들의 이면을 보면, 직원들이 과도한 초과근무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2. 낭비되는 시간

야근이 상시화되면 직원들은 정상 근무시간 중에 일을 끝내도 어차피 일찍 퇴근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야근을 감안해서 작업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합니다. “어차피 야근할 텐데, 그때 하지.”라는 생각으로 정상 근무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않게 됩니다. 또한 동료가 야근할 것을 알기 때문에 정상 근무시간에 서로가 서로를 난잡하게 방해하며 일합니다(특히 ‘회의’가 뛰어난 방해 도구로 활용됩니다).

그리고 직원들은 도저히 개인적인 볼일(예컨대 지인을 만나거나, 물건을 사거나, 병원에 가거나 등등)을 볼 시간이 없기 때문에 정상 근무시간에 몰래 개인적인 볼일을 보기 시작합니다.

3. 직원들의 탈진과 이직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한 직원들은 이직을 결심하게 됩니다. 그래서 더 나은 직장으로 이직을 할 수 있는 유능한 직원들부터 회사 탈출을 시작합니다. 업무에 숙달된 유능한 직원의 이직은 회사에 큰 손실입니다. 그런데 그 이상으로 나쁜 소식이 있습니다. 모든 역량을 완전히 소진한 상태에서 이직을 안하고 회사에 그냥 남기로 한 좀비 직원들 말입니다.

좀비 직원들은 더 이상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가 없는 상태인데, 자신의 남은 역량이 없다는 사실을 감추면서 생존하기 위한 시도를 합니다(바로 동료를 먹어 치우는 것이죠). 그런데 연구에 따르면 좀비 직원들 중 상당수는 과거에 스타 직원이었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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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이 만든 ‘야근을 강요하는 음습한 분위기’, 경영진에 대한 충성심으로 ‘직원들을 좀비로 만드는 관리자’로 인해 회사는 점차 살아있는 시체들로 가득 차게 되고, 회사는 서서히 서서히 어둠의 세계로 변해갑니다.

그런 조직에서 일하시는 분이라면, 조금이라도 빨리 탈출하시기 바랍니다.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되면 삶의 의욕과 건강을 상실하게 되고, 다시는 밝고 희망찼던 과거의 당신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까요. 그래도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있지 않습니까? 늙고 병들고 머리가 굳으면 어떤 선택도 존재하지 않는답니다.

부디, 어둠의 세계에서 탈출하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