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26일

한국 소셜커머스의 빛과 그림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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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글을 써요. 새해가 되자마자 감기몸살이 심해서 거의 2주 정도 모든 스케쥴을 취소하고 쉬었답니다. 목이 너무 아프고 기침이 심한데 약을 아무리 먹고 자도자도 잘 낫지를 않더군요. 여러분, 건강 조심하세요~

각설하고.
제가 지난 8월 ZDNET에 소셜커머스 관련 칼럼을 쓴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새해가 되었으니 한번 정리해볼게요.

작년 한해 국내에서 소셜커머스(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그루폰 모델 밖에는…) 분야가 크게 주목을 받았습니다. 작년의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그루폰 모델의 엄청난 성장 & 비즈니스 모델의 다양성 부족’으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작년 국내 시장 규모는 하단의 차트를 보시죠. 소셜커머스 메타 사이트인 쿠폰모아로부터 제공받는 데이터입니다(전태연님, 감사 드립니다). 쿠폰모아측에서 100개 이상의 사이트들의 데이터를 XML로 받아서 시스템적으로 자동 취합한 통계이기 때문에 나름 신뢰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작년 8월부터 12월까지 100여개 사이트의 거래액만 합한 것인데, 이를 보면 작년 시장 규모는 최소 700억원 이상임을 알 수 있습니다(8월 이전의 거래액과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사이트에서 발생한 거래액을 생각해보면 최소한 그 이상입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가 아닐 수 없습니다.

8월에는 20억원 규모에 불과했는데 11월까지 매월 거의 두 배씩 성장을 하다가, 12월은 300억원을 넘었습니다. 작년 12월을 기준으로 시장이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고 가정을 할지라도, 2011년 시장 규모는 최소 3천 7백억원을 넘게 됩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시장이 더욱 더 성장을 할 테니, 지금으로는 2011년 시장 규모가 5천억원이 될지 어쩌면 1조가 넘을지 아무도 정확히 예측하긴 힘든 상황입니다.

그루폰 모델(반값 할인 공동구매)이 워낙 소비자들에게 주는 혜택이 막강하다 보니 수많은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엄청나게 빠른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난 11월에 글을 쓴 이후의 주요 업계 동향과 그에 대한 제 의견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저만의 해석이 많으니 감안해서 봐주세요.

그루폰 본사의 딜즈온 인수 해프닝

그루폰의 딜즈온 인수가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관련기사). 해당 인수 건에 대해서는 지난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작년 하반기에 그루폰은 국내 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했습니다. 국내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었기에 빨리 국내에 진출해 자리를 잡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인수하려는 상위 업체와 인수 조건에 대한 견해 차이로 딜이 지연되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루폰은 국내의 여러 업체들과 접촉을 했고(저한테도 업계 동향을 문의하는 연락이 왔었습니다), 딜즈온은 그루폰이 접촉한 여러 회사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한국 시장이 전세계에서 최고로 빨리 성장하면서 업체간 격차가 급격히 벌어졌고, 결국 그루폰은 어떤 업체도 인수를 하지 못하게 됩니다. 상위 업체를 인수하자니 인수 조건이 안 맞고, 하위 업체를 인수하자니 경쟁에 밀릴 것 같아서, 어떤 결정도 못한 것이죠.

향후 그루폰 본사가 한국 시장에서 성공을 하려면 엄청난 금액을 쏟아 부어 사업을 개시하거나 또는 상당히 비싼 가격에 상위 업체를 인수하는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몇 년 안에 우리는 이베이의 지마켓 인수와 같은 빅 딜을 만나게 될는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그루폰 본사에게 버림 당하고 경쟁에서도 뒤쳐진 딜즈온은 한동안 하루에 100개의 쿠폰도 못 팔 정도로 바닥을 달리다가 지금은(1월 26일 현재) 개편을 한다며 서비스를 닫은 상태입니다(물론 문 닫은 지 10일이 훨씬 넘었습니다).


티켓몬스터의 데일리픽 인수

지난 1월 5일, 업계 1위인 티켓몬스터가 맛집에 특화 시켜 알차게 사업을 하고 있는 데일리픽 인수를 발표했습니다(관련기사). 제가 지난 주에 티몬 사무실에 방문해보니 이미 사무실에서 사이 좋게 일하고 있더군요. ^^

이번 인수를 두고 머니게임이니 뭐니 말들이 많지만, 인수합병은 업계 재편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고도의 경영기술 중 하나입니다. 티몬은 적절한 시기에 이를 잘 활용했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합병은 할 때보다도 하고 나서가 더 중요하니만큼, 이후 어떤 시너지를 낼 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어쨌든 적절한 시점에 타업체들과의 격차를 더 크게 벌리는 좋은 결정이었다고 봅니다.

그루폰 사업 모델의 성공 포인트와 업계 동향

하단의 내용은 제가 이론적인 연구뿐만 아니라 실제로 여러 사이트에서 무려 250여개 이상의 쿠폰을 구매하고 이용해본 경험에 따른 것입니다.

업체 코멘트 전에 잠시, 이해를 돕기 위해 그루폰 사업 모델에 대한 제 설명을 들어보세요. 해당 모델은 상품의 질, 고객서비스, 지역 확장, 이들 세가지 요소의 밸런스가 중요합니다(제가 정리한 요소들입니다).

첫째, 상품의 질이 높아야 구매를 많이 유발할 수 있고 그래야 고객 불만도 적게 들어옵니다. 무엇보다도 근본적으로 중요한 요소입니다.

둘째, 문의나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에 대해 신속하고 질 좋은 고객서비스를 제공해야 고객 만족 및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셋째, 지역 확장을 해야만 매출액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한 지역에서 하나의 상품만 파는 형태이기에 (소매업체의 고객 수용 용량의 한계로 인해) 한번에 팔 수 있는 쿠폰 수량에 제한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1월 26일 기준, 17개 지역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는 티몬이 올해 예상 매출액 2천억원을 밝히면서 지역을 50개로 확장하겠다고 한 것은 그루폰 모델이 지역 확장 없이는 매출액 증대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매출액 증대와 시장 장악을 위해서는 지역 확장이 중요합니다.

결국, 티몬은 이 세가지 요소의 밸런스가 다른 업체들보다도 상대적으로 좋기 때문에 1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업체들에 대한 견해를 밝힐 때 이 세가지 요소의 밸런스에 대해 종종 언급할 테니 기억해주세요.

위메프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루에 대개 다섯 개의 상품을 판매하는 형태였죠. 상품이 다섯 개이니만큼 공산품, 서비스상품들을 섞어서 팔았습니다.

해당 모습은 그루폰 + 원어데이 형태로 볼 수 있겠습니다. 지역으로 쪼개기보다는 나름의 차별성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생각되었으나, 결국 1월 25일에 위메프는 사이트를 개편하여 지역 확장을 개시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너무 한꺼번에 확장을 했네요. 전략상 좋지 못합니다. 지역 확장 전에 적절한 시간차를 두고 홍보를 하고 충분한 모객을 해나가면서 한두 개씩 야금야금 ‘가랑비에 옷 젖듯’하는 게 좋았을 텐데요.

갑자기 지역을 여러 개 확장해버리면 부작용이 생깁니다. 고객이 분산되면서 한 지역에서의 구매 건수가 하락하는 겁니다. 그래서 하루에 한 지역에서 판매되는 쿠폰 수가 적어지고, 그러면 하루가 아니라 여러 날에 걸쳐 하나의 상품을 팔게 되고, 그러면 이용자들은 상품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게 됩니다.

그루폰 모델은 이용자에게 하루에 하나의 상품을 소개함으로써 그 하나의 상품에 집중하게 만들어 충동구매를 최대한 유발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데 상품이 동시에 여러 개 보이거나(예전의 위메프 방식처럼 말이죠) 하루가 아니라 여러 날에 걸쳐서 팔면(오늘 위메프를 보니 몇 개 지역에서 어제 상품을 계속 팔고 있네요), 쇼핑을 유발하는 효과가 별로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이용자들의 쇼핑 심리와 관계가 있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자세히 설명해보죠.

또한 그루폰 모델은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 쿠폰을 팔아서는 수수료를 많이 챙길 수 없습니다. 스스로 충분히 광고를 할 수 있는 대기업이 수수료를 많이 줄리 만무하죠(오히려 돈을 달라고 하는 데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광고 니즈가 높은 지역 소매업체(즉 자영업소)의 쿠폰을 팔아서 많은 수수료를 챙겨야 하는데, 바로 이 부분에서 위메프는 실력을 아직 증명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기존에 지역 소매업체의 쿠폰 판매실적들을 보면 평범한 수준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에 갑자기 지역을 대폭 확장한 것을 보니, "이것이 최선인가?"하는 생각이 드네요.

쿠팡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하여 얼마 전부터 지역을 대폭 확장했습니다. 그런데 그 후부터 상품의 질 및 고객서비스에 있어서 엄청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 전에는 어느 정도 유지되던 밸런스가 깨진 것이죠.

실제로 제가 쿠팡에서 구매한 소매업체들이 연달아 세 곳이나 아예 전화를 받지 않더군요(예약 필수인데 전화를 안 받으면 어떡합니까?). 알고 보니 일부러 전화를 안 받은 것입니다.

도저히 전화를 안 받아서 쿠팡측에 문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20일이 넘도록 환불이 된다 안 된다 아무런 연락을 못 받았습니다. 고객서비스 문제는 티몬도 발생하고 있는데(예전보다 꽤 심해졌습니다), 제 경험상 상위권 업체들 중에서 쿠팡이 가장 심했습니다.

사례1
사례2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다 연말연시까지 겹쳤는데 고객서비스는 그에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거의 모든 업체들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고객서비스 문제는 다음 포스트에서 다시 언급하겠습니다(한꺼번에 쓰려니 글이 너무 기네요).

인터파크의 하프타임, 신세계의 해피바이러스
역시 대기업의 한계(순발력 부족 + 창의력 부족)와 함께 종합쇼핑몰 내에서 이 사업 모델이 주목 받기 힘들다는 걸 여실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팝업을 띄워서 알리고 초기화면에서 배너로 광고해도 전문 사업자들보다 못한 실적이 나오고 있네요. 종합쇼핑몰 내에 그루폰이 들어있는 형태에서는 서비스가 묻힐 수 밖에 없습니다.

수십만 개의 상품들 속에서 할인 상품 하나라.. 아무리 반값 할인이라고 해도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쇼핑 집중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죠. 거기에다 신세계 해피바이러스는 메뉴판닷컴이 대행하다가 서비스 많이 말아 먹었습니다.

사례

앞으로 뭔가 대단한 변화를 이루지 않고서는 시장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은 존재들로 남을 거 같습니다.

다음의 쇼셜 쇼핑(http://social.shopping.daum.net/main.daum)
포털 다음은 일종의 메타 서비스 및 직접 딜 제안을 받아 올리는 형태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형태죠. 주요 업체들 중에서는 위메프 정도가 참여하고 있고, 나머지는 후발업체들이라서 실적이 초라한 편입니다.

다음이 직접 소개하는 딜의 경우에도 가끔 올라오는 대기업 딜에 사람이 좀 모일 뿐이고, 하여튼 현 모습은 시장에 크게 영향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종합쇼핑몰에서 이 사업이 잘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유(소비자 입장에서 쇼핑 집중력이 떨어짐)가 다음에도 작용하고 있다고 보이네요.

역시 이 사업은 하루에 하나, 충동구매에 집중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샵
제가 지난 글에서 주목할만한 사이트로 꼽았는데요. 현 모습으로는 해당 내용 철회해야 할 거 같네요.

지금샵이 지역 확장에 극단적으로 집착을 하면서 지역은 많이 확장되었지만, 하루에 하나를 팔지 않고 며칠에 걸쳐 팔고 있고(이런 형태 좋지 않다는 거 앞에서 말했죠), 상품의 질도 그전보다 떨어졌습니다. 가장 중요한 서울의 맛집조차 가끔 올라올 정도네요.

지역 확장에 너무 집착하다 보니 다른 부분의 밸런스가 깨진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안타깝지만 지금샵은 현재의 모습이 과거보다 못한 거 같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티몬과의 경쟁에 대한 강박증으로 급격하게 지역 확장을 하면서 문제가 커진 사이트들이 많습니다. 쿠팡, 지금샵이 그렇고, 위메프도 그럴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보입니다. 물론 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지역 확장이 중요합니다만, 그것보다 일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상품의 질과 고객서비스가 아닐까요?

티켓몬스터
티몬의 올해 계획은 관련 기사를 참고하세요. 최근 92억원을 추가로 투자 받고 데일리픽을 인수하면서 여러 모로 가장 유리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상대적으로’ 밸런스가 가장 좋은 업체이기는 합니다만, 시장 자체의 엄청난 성장, 연말연시의 손님 몰림, 사업 확장에 고객서비스가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로 인해 티몬에 대한 고객 불만도 커져가고 있습니다.

일단 무엇보다 티몬 또는 소매업체의 잘못으로 인해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환불 처리가 복잡하고 너무 늦습니다. 문의를 해도 바로 답변을 받기 힘들고요.

사례1
사례2

또한 소매업체 폐업으로 인해 환불하는 사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례3
사례4

실제로 제가 이용자의 한 사람으로서 고객 불만에 대한 접수를 했더니 거의 일주일 만에 연락이 왔고, 다른 건은 2주가 넘었는데 아무런 답변을 못 받았습니다. 그나마 잘한다는 티몬이 이러니 다른 업체들은 어떻겠습니까?

너무나 많은 반값 할인 사이트들로 인해 할인 피로감과 함께 고객 불만이 겹쳐서 해당 서비스들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떨어져나가는 사람들보다는 새롭게 유입되는 신규 이용자들의 숫자가 더 많은 상황이라서, 당분간 시장 성장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이번 글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국내 그루폰 유사 사이트들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소비자로서 똑똑한 소비를 하는 방법, 그리고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 살펴보도록 할게요. 그루폰 모델 뿐만 아니라 좀 더 거시적인 전망도 적어 보겠습니다.

PS: 본문의 '사례' 링크를 클릭했을 때 해당 페이지가 나오지 않는다면, 업체에서 막은 것입니다. 제가 글을 올리는 시점에서는 정상 페이지가 나오는 걸 모두 확인했습니다. 혹시라도 업체에서 페이지를 막을 수도 있으므로 미리 언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