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 만나 친하게 지내고 있는 김지현 본부장이 얼마 전 시간 관리 서적을 출간했다며 보내주었습니다. Daum에서 모바일을 맡고 있는 김지현 본부장(이하 김지현님)과는 여러 사연이 많은데, 여기에서 다 밝힐 수는 없고요. ㅎㅎ
안 지 10년이 넘었고 그간 쭉 지켜보았는데 참 대단한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똑똑하면서도 성실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다 소셜 스킬도 뛰어납니다. 이런, 이게 말이 됩니까? 어떻게 그런 장점들을 한꺼번에 다 갖고 있을 수 있는지요?
회사에서 인정을 받고 있으면서 개인적인 활동도 아주 활발하죠. 대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40여권 이상의 책을 쓰기도 했고요(이 말 한마디면 캐릭터 설명 끝납니다).
하여튼 그런 김지현님이 시간 관리 서적을 출간했다니 관심을 갖고서 읽어 보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취업을 앞둔 학생들, 그리고 신입사원들에게 추천하고 싶네요. 그런데 제목이 “시간 관리”인데 제가 볼 때는 “직장인을 위한 업무기술”이라고 지었으면 더 좋았을 거 같습니다.
전 이 책이 단지 시간 관리라기 보다는, 업무를 잘 하는 법으로 읽혔기 때문입니다. 물론 업무를 잘 하면 시간이 절약되죠. 그런 내용이 담겨있는 책입니다.
인상적인 내용을 제가 재해석하여 적어보겠습니다.
1. 업무 요청의 기술: 최고의 소셜 스킬
지식근로자의 업무는 대부분 협업으로 이루어지죠. 업무를 요청하고 또 요청 받습니다. 바로 그러한 관리를 잘 하는 게 시간 절약의 핵심입니다. 무엇보다 요청한 일에 대한 피드백을 철저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1주일 전에 부탁한 일이 잘 진행되는 지 3~4일 전에 가볍게 중간 확인을 합니다.
김지현님은 이렇게 한다고 합니다. “엊그제 부탁 드렸던 업무를 진행하시면서 제가 드려야 할 도움이나 혹시 기간을 좀 더 드려야 하는지 확인해 주십시오.”
그리고 이틀 전에는 이렇게 얘기한다고 합니다. “일전에 부탁 드린 업무에 도움을 주시고 계셔서 감사합니다. 모레쯤 결과물을 보내 주시면 그것을 참고로 최종본이 훌륭하게 정리가 될 거 같아요. 잘 부탁 드릴게요.” 마감 일정을 재확인하는 것이죠.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도록 정중하게 리마인드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업무를 하면서 이러한 식의 나이스한 요청을 받아본 적이 있습니까? 저는 18년동안 직장 생활하면서 한번도 없었습니다. 이것은 시간 관리 이전에 최고의 소셜 스킬입니다.
제 프로젝트 관리 강의 내용 중에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팀원들에게 업무를 위임한 후 중간 확인을 할 때 최악의 질문은 “저번에 맡긴 일 어떻게 되가? 이번 주에 되는 거지?”이고, 최고의 질문은 “업무를 하면서 혹시 애로사항이 있거나 제가 도와줄 일이 있나요?”입니다.
바로 그것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입니다. 사람들이란 안타깝게도, 자신이 대우받기를 바라는 그대로 타인에게 하지 않습니다. 바로 그것에 성공의 비밀이 있습니다. 어렵지만 그렇게 한다면 엄청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죠. Daum에 입사한 지 몇 년도 안 되어 임원으로 승진한 김지현님의 업무 노하우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요?
이 부분만 가슴으로 이해하고 실천해도 책 값은 뽑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내용도 있습니다. 업무를 요청할 때, 왜 이 업무를 요청하는 지에 대한 사유와 적임자임을 공감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한다고 합니다.
2.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1위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합니다
그래야 회사에서 기억됩니다. 회사가 맡겨준다기 보다는 여러분이 어떻게든 1위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저 또한 과연 그것을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뒤돌아보게 만드네요. (숙연)
3. 업무의 질과 속도 관리 기술
업무의 질과 속도는 비례합니다. 그러므로 업무 중요도(회사 기여율)이 높은 일에는 좀 더 많은 시간을 배분하고 중요도가 떨어지는 일에는 시간과 열정을 줄여서 안배하는 게 중요합니다. 즉, 중요도가 낮은 업무의 경우에는 완성도를 다소 희생하더라도 제 시간에 일을 완수해야 하는 것입니다.
시간과 완성도의 딜레마를 효율적으로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김지현님의 견해입니다. 여기에서 핵심은 업무 중요도를 개인적인 기호가 아니라, 회사 기여도에 따라 최대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아무 일이나 열심히 하는 직장인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4. 회의 참여의 기술
회의 참여를 요청하는 연락을 할 때 “회의에 왜 당신이 필요하고 어떤 역할을 해주길 원하는 지에 대한 설명”을 포함한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참석자에 따라 내용이 다르므로 다 다르게 기입한다고 하는데, 조금의 시간을 들임으로써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는 내용이라고 봅니다.
저라도 회의 주최자가 그런 성의를 보이고 저를 필요로 한다면 기쁘게 참석하겠습니다. 제가 대기업 직장인으로 일해본 경험에 따르면, 제게 참석을 요청하더라도 사실상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회의가 80% 정도는 되었습니다(그걸 파악한 후로는 제가 꼭 있어야 되는 회의 말고는 철저히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대기업에서는 회의 참석만 잘 관리해도 엄청난 시간이 절약됩니다.
김지현님 스스로 비생산적인 회의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올바른 회의 문화를 위해 본인이 먼저 실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 적어도 월 50장이 넘은 명함을 소비해야 합니다
50장의 명함을 썼다는 건 50장의 명함을 받았다는 걸 뜻하죠. 지식근로자들에게는 사람을 통해 줄일 수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자신의 능력과 시간이 유한하기에, 업무 아웃소싱을 위해서 그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알고 있는 게 아주 중요한 경쟁력이 됩니다. 여러분은 얼마나 명함을 사용하고 있고, 또 그 데이터를 얼마나 잘 관리하고 있는지요?
전 주고 받는 명함이 참 많은데(한 달에 백장은 넘는 듯), 도통 관리를 안 해서 별 도움이 안됩니다. 반성되는 점인데, 제가 직접 하긴 힘들 거 같고 비서를 통해서 해야 할 거 같네요.
6. 업무 요청 받기의 기술
앞서 얘기한 게 업무를 요청하는 기술이라면, 이번에는 업무를 요청 받는 기술입니다. 업무 요청을 받을 때는 반드시 업무의 목적, 구체적 산출물, 마감시간, 가용 가능한 자원, 이해관계자들의 내역을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 부분, 제 경험과 유사해서 특히 공감했습니다.
저의 경우 (상명하복의 조직에서 일할 때조차도) 직속 임원이 제게 업무를 맡기면, 그 업무의 배경을 어떻게든 파악했습니다. 그게 해당 임원이 스스로 창출한 건지, 그 위의 임원이 시킨 일인지, 아님 사장님이 시킨 일인지, 정말 원하는 결과물이 무언지, 그걸 위해 제가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무엇인지를 반드시 확인한 후 일을 했습니다.
그래야 업무를 요청한 사람을 확실히 만족시킬 수가 있습니다. 명확하지 않은 내용은 업무 개시 전에 어떻게든 분명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아니면 요청자의 기대와 다른 결과물을 만들 게 되고, 결국 실컷 고생하고도 좋은 소리 못 듣게 됩니다.
7. 업무 우선순위 관리의 기술
사소한 일을 가장 먼저 해야 합니다. 저 또한 많은 공감한 내용입니다. 직위가 상승할수록 본인의 TO DO 목록이 엄청나게 늘어납니다. 이때 사소한 일, 빨리 끝낼 수 있는 일을 먼저 해야 합니다. 그런 일을 빨리 TO DO 목록에서 제거하여 부담도 덜고, 더 중요한 일에 충분히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그런데 막상 일을 하다 보면, 어려운 일 & 중요한 일에 먼저 시간을 쏟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선수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하세요.
가장 대표적인 게 간단한 이메일 답장 같은 일이죠. 답장을 하기 위해 자료를 준비하는 등의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면, 읽은 메일에는 즉시 답장을 하는 게 최고죠. 다른 사소한 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지현님은 10분 이내에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을 가장 먼저 처리하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8. 시간 지키기 기술
김지현님이 상당히 통찰력 있는 지적을 했는데요. 한국 사람들이 일의 시작 시간보다 끝내는 시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시작은 비록 늦더라도 밤을 새워서라도 끝내는 성실함, 사명감이 크다는 내용입니다. 참으로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므로 효율적 시간 관리를 위해서는 일의 시작을 잘 관리하여야 한다는 내용인데, 자세한 내용은 책을 통해 확인하세요. 사실 제가 개인적으로 미팅, 회의 약속 시간을 잘 지키지 못하는 편이라서 이에 대해서는 말할 자격이 별로 없는 거 같습니다.
제가 반성하는 부분인데, 약속뿐만 아니라 저의 모든 라이프스타일이 그래서(루즈함이 제 스타일) 앞으로도 크게 나아질 거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가 늦어서 저나 타인이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 분발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프로페셔널하잖아요. ^^
생각해보면, 저와 김지현님이 만날 때 제가 항상 늦게 왔던 거 같은데 이 자리를 빌어서 미안하다는 말 전하고요. 앞으로도 계속 미안할 거 같은 불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네요. ㅎㅎ
9. 일 줄이기 기술
김지현님이 주장한 시간 관리의 마지막 단계는, 단지 빠르게 일 처리를 하는 게 아니라 일을 효율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을 중단하는 법에 대한 내용도 언급됩니다.
일을 줄이는 최고의 기술은 역시 “권한위임”이죠. 권한위임을 할 때는 일을 시작할 때 가이드를 주고 일이 끝났을 때에는 학습의 기회를 주는 것으로 마무리를 해야 합니다. 일의 중간에 절대 간섭하고 관여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 부분, 제가 주장하는 내용과 일치해서 기뻤습니다.
일의 중간에 간섭하지 않아야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부하직원이 업무를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그래야 그가 발전하고, 그래야 다음에 제가 또다시 업무를 위임했을 때 보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죠. 역시 김지현님의 시간 관리 기술 중 하이라이트는 권한위임이었던 것입니다.
제 경험에 따르면, 권한위임을 잘 하면 아주 대단하고 방대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혼자서 일을 해봐야 얼마나 하겠습니까? 매일매일 간섭하고 통제해봐야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는 하기도 싫고 받기도 싫습니다.
물론 조직의 상황, 부하직원의 상황에 따라 정도와 방법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권한위임이야말로 훌륭한 리더의 기술이라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
10. 똑똑함 vs. 성실함
김지현님은 결국, 성실함이 똑똑함을 이긴다고 했습니다. 대체로 성실하지 않은 저이지만, 처절한 마음으로 이 내용을 인정합니다. 결국 엉덩이 무거운 사람이 이깁니다.
제가 예전에 포스팅한
“개척자가 되든가, 아님 엉덩이라도 무겁든가”라는 글에 링크된 카툰을 보세요.
어설프게 똑똑하면 잔머리 굴리다 실속도 없고, 끝까지 버티지도 못해서 결국 손해를 보게 됩니다. 어설프게 똑똑한 척 하다가 40세가 넘어서 사라져간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젊을 때는 뭘 하든 할 수 있지만, 40세를 기준으로 그 동안 쌓아놓은 성과와 덕이 없으면 뭘 하든 할 수 없게 됩니다.
저 또한 오래 전부터 그런 공포에 시달려 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작년에 원래 계획보다 일찍 직장 생활을 마치고, 스스로의 인생을 개척하게 된 게 큰 도움이 된 거 같습니다. 제가 성격이 B급이라서 아직 위태위태합니다만, 잔머리 굴리다 또한 남탓만 하다 사라지는 인간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성실한 분들께 깊은 존경심을 표합니다. 제가 김지현님을 리스펙트하는 가장 큰 부분이 바로 성실함인 거 같습니다.
11. 워커홀릭 vs. 일 즐기기
김지현님이 아주 좋은 정의를 했네요. 일 자체에 몰입하면 워커홀릭이고, 일이 주는 가치에 몰입하면 즐기는 것이라고 말이죠. 이 정의에 따르면 김지현님은 워커홀릭 아닙니다. 스스로 즐겁지 않은 일은 최대한 안 하려는 스타일이거든요.
또 이런 비교를 했습니다. 일을 심각하게 하면 워커홀릭, 웃으면서 일을 하면 즐기는 것. 모든 일을 혼자 하면 워커홀릭, 함께 일을 하면 즐기는 것. 항상 손에서 일이 떠나지 않으면 워커홀릭, 일이 끝난 후에 충분한 여유와 휴식을 취하면 일을 즐기는 것. 일을 하는 동안 주변 사람들이 치를 떨면 워커홀릭, 주변 사람들이 즐거워하면 일을 즐기는 것.
저는 성실한 사람은 존경하지만, 워커홀릭은 싫어합니다. 워커홀릭은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줍니다. 직위가 올라갈수록 더 강력한 피해를 끼치죠. 많은 워커홀릭들이 자신이 그러는 것처럼 부하직원들에게 일에 몰입할 것을 강요합니다. 그들은 부하직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승진을 합니다.
저는 워커홀릭들이 직장의 싸이코패스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긍정적인 요인만 보았을 때) 비록 그들 때문에 회사가 성장하고 경제가 성장한 측면이 일부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사람들이 득세해서는 사람들이 불행해질 뿐입니다. 그게 한국 사회의 현실이 아닌가요?
한국인은 정신적으로 불안한 우등생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일하느라 지칠 때면 한국 사람을 생각하며 위안을 얻어라”라고 했다죠(
관련기사).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워커홀릭보다는 일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12. 시간 관리의 최고봉은?
김지현님은 시간 관리의 최고봉이 “현재의 시간이 아닌 미래의 시간을 값지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거 본인이 창작한 말이라면 격언 수준입니다. 미래를 생각해본다면, 내가 지금 얽매여 있는 일은 정말 무가치한 것일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이렇게 생각함으로써, 현실의 바보 같은 일들에서 벗어난 적이 많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작년 9월 1일의 어떤 업무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중요한가요?”
여러분 모두, 미래의 자신을 위해 현재의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이 되시길 바랍니다.
김지현님의 책은 크게 세 파트로 나누어져 있는데 여기까지가 시간 관리에 대한 내용이고, 두 번째 파트는 인터넷 서비스나 툴 등을 이용해서 효율적인 업무를 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인데 해당 부분의 경우 이미 IT에 익숙한 분들께는 큰 감흥이 없을 거 같습니다.
그렇지만 IT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 또한 IT를 잘 알더라도 IT를 업무에 어떻게 적용할 지 모르는 신입사원들에게는 도움이 될 겁니다. 마지막 파트는 마인드맵 툴인 씽크와이즈 사용법인데, 이 부분은 굳이 포함될 필요가 없는 사족이라는 느낌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인사이트가 많은 앞부분의 분량을 좀 더 늘리고, 툴 사용법을 부록으로 빼고, 씽크와이즈 부분은 아예 삭제하거나 아님 보너스로 인터넷에서 볼 수 있게 하면 더 좋았을 거 같습니다.
하여튼, 특히 신입사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서 이번에 입사한 제 동생한테도 보라고 한 권 주었습니다. 신입사원 교육이 필요한 회사라면 단체 구매하고 특강 요청하세요. ㅎㅎ
단순 서평이라기 보다는 김지현님의 생각에 제 생각을 믹스하여 글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김지현님과 여러분께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