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31일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느낌일 때


제가 아끼는 사람이 답답한 환경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더군요. 사실, 도시인들은 삶 속에서 각종 이슈가 많고, 처리할 일도 많고, 항상 쫓기듯이 바쁘고, 마음에 상처받는 일도 많으니까 각종 스트레스가 쌓일 수 밖에 없죠. 도시의 스피드를 사람이 따라가기는 힘드니까요.

모든 사람이 자기자신 돌보기에도 급급하니 만일 부모, 형제, 배우자(또는 사랑하는 이) 등 가족까지 돌봐야 하는 상황이라면 얼마나 피곤하겠어요. 그런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참 많죠.

우리가 어떤 환경으로 인해 괴로울 때 우리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 중 하나.

환경을 바꾸든가, 아니면 자기자신을 바꾸는 것.

그렇지만 많은 경우 환경은 바꿀 수 없어요. 특히 부모형제는 바꿀 수 없죠.

* * *

J는 삶에서 어떤 애착을 갖고 있는 무엇이 있니? 소중하게 생각하는 무엇이 있니?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니? 인생을 걸고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니?

만일 그런 것이 없다면, 주변 환경에 휘둘릴 수 밖에 없지.

망망대해에 배가 하나 떠있어. 도착하고자 하는 곳이 없다면 아무리 노를 저어도 표류일 뿐.

그래. 표류자.

하지만 모든 사람이 뚜렷한 인생의 목표를 가질 수는 없지. 그럴 경우의 대안도 있어.

그것은 Live for today. 즉 바로 지금을 즐기고 행복하게 사는 것.

바꿀 수 없는 환경 때문에 고민하지 말고(아님 정말 환경을 바꾸든가!), 난 네가 미래를 위해 헌신을 하든가, 아님 지금의 순간순간을 행복하게 살든가 하면 좋겠어.

행복은 마음 속에 있는 것. (아, 알면서도 실천이 힘든 바로 그 진실 말이야)

Learn from yesterday,
Live for today,
Hope for tomorrow.


PS: 내가 중학생 때부터 가장 좋아하는 올디스 Don Gibson의 Sea of Heartbreak. 상심의 바다. 경쾌한 멜로디에 시적인 가사. 언젠가 은퇴를 하면, 바닷가에 Sea of Heartbreak라는 이름의 카페를 열어서 상심한 사람들이 쉬어 갈 수 있도록 할거야.

2009년 1월 30일

오바마의 새로운 블랙베리 스마트폰

미국 NSA가 보안을 검증한 폰인데 가격이 무려 3천3백 달러네요. 어떻게든 블랙베리를 쓰고 싶어하는 오바마를 위해 특별히 마련된 폰이죠. 하단은 CNN에서 방송된 뉴스입니다.



블랙베리의 제조사인 RIM은 오바마의 이런 무료 광고 효과가 엄청나서 행복해하고 있답니다.

언제나 버블이 필요한 IT산업. 버블을 통해 성장한 IT산업.
이제 IT산업의 새로운 버블(?)은 스마트폰입니다. 마침 ZDNET에 이런 기사가 올라왔네요.

관련뉴스: [ZDNET] 스마트폰, 거대 PC업체들의 공격 시작됐다

에이서, 델 등 대형 PC제조업체들이 스마트폰 출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렴한 미니노트북, 즉 넷북의 원조인 Eee PC의 제조사 아수스(Asus)도 얼마 전 Eee Phone의 출시를 언급한 바 있는데, 곧이어 주요 플레이어들은 이 경쟁에 다 뛰어들 거 같습니다.

금광은 분명히 있고, 그것을 누가 차지하는가만 남은 것이죠.

어떤 게임이 벌어질 지 흥미진진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딱히 하는 게 없죠. 자칫하면 주요 국가들 중에서 가장 늦게 스마트폰이 보급될 지도 모릅니다. 한국 업체와 개발자들도 스마트폰에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관련 글: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과 개발자들에 읍소하는 기업들)

2009년 1월 28일

스마트폰과 이통사/제조사의 딜레마

지난 주에 '2009 스마트폰 빅뱅 세미나'에서 발표를 했습니다. 참석자가 많아서 그런지 평상시보다 많은 분들께서 메일을 주셨네요.

참고: [K모바일] 스마트폰 시장은 번성할까?

제가 세미나에서 SKT, KTF 같은 이통사는 ISP처럼 그저 네트워크만 담당하고 소프트웨어나 콘텐츠에 대해서는 뭘 하든 하지 않는 것이 업계와 소비자를 위한 일이라고 좀 과격하게 말씀을 드렸죠(뭘 하든 안 된다는 것은 이미 검증이 끝났다고 봐요).

그리고 삼성, LG와 같은 제조사에 대해서는 이제 화이트박스폰(윈도폰, 구글폰 같은) 열심히 만들고 플랫폼이나 소프트웨어, 콘텐츠에 대해서는 미련을 버리는 게 좋을 거 같다고 했죠.

제가 삼성전자에 있을 때 수천억을 쏟아 부어도 모든 소프트웨어 프로젝트가 다 실패하는 것을 수년간 보았습니다. 작년 4분기 삼성전자가 엄청난 적자를 냈잖아요. 이런 상황을 대비하여 좀 더 소프트웨어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그간 많은 노력을 했지만, 다 실패를 했죠. 식스시그마를 맹신하는 제조업체 마인드로는 소프트웨어를 가질 수 없었던 겁니다.

통신 업체와 제조 업체는 소프트웨어 마인드를 한번도 가져 본 적이 없고 기업문화도 그것에 맞지 않는데, 아무리 갖고 싶다고 해도 어떻게 가질 수 있겠어요?

저는 확신을 갖고 드리는 말씀이지만 듣는 업체 입장에서는 열 받은 얘기일 수 밖에요. (죄송해요. 악감정은 없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확신이 드는 걸 어떡해요.)

그랬더니 그럼 어떻게 하느냐고 이통사와 제조사 관계자 분들이 물으시길래, 벤처기업에 투자를 하고 M&A를 하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투자를 하든, M&A를 하든 해당 기업의 문화를 존중하고 경영에는 최소한으로 간섭을 해야합니다.

하지만 이통사와 제조사가 소프트웨어 업체에 투자를 하거나 M&A를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소프트웨어 업체에 대해 가치 판단을 할 역량이 부족하니까요. 누군가 제안을 할 수는 있겠죠. 그러면 또 다른 누군가가 이렇게 딴지를 겁니다.

“우리가 사람이 없어? 아님 돈이 없어? 직원들 시켜서 만들자구!”

그런데 대기업 직원이 지시를 받아서 만든 솔루션과 벤처기업이 영혼을 불살라서 만든 솔루션이 어떻게 같을까요?

스스로 구현할 수도 없고, M&A도 못하는 상황.

그것이 바로 한국의 이통사와 제조사가 빠져 있는 딜레마입니다. 그 틈새를 비집고서 성공적인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웹, 애플리케이션 벤처기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PS: 2주 만에 블로그에 컴백했습니다. 컴백 기념 음악은 Coldplay의 Fix you. 마음을 정화시키는 노래입니다.

2009년 1월 14일

블로그에 글을 쓰고 싶지 않을 때

그것은 바로, 스스로 자기검열이 될 때입니다.

제 경우 구독자 수가 많은 편이고,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하여 업계에 노출이 되어 있고, 다양한 분야에 대해 글을 쓰고 있고, 블로그를 개설한 지 3년이 넘었고, 포스트 글도 1천 개가 넘고, 그런 이유로 검색엔진을 통해 들어오는 사람도 많은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제 논조나 캐릭터를 맘에 들어 하지 않은 사람도 생길 수 밖에 없죠(충분히 그럴 수 있죠. 저도 다른 사람에게 그런데요).

상대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건대, 제 글에 동의하지 않으면 토론을 하거나 또는 그냥 넘길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타인에 대한 예의나 배려가 전혀 없는 피드백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번이면 그런가보다 하겠는데 지속적으로 그러는 사람도 있죠. 인간이니까 당연히 기분이 상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라고 생각하며 넘어갑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글을 쓰려고 하면, 자기검열이 되는 겁니다.

“아, 이런 글을 쓰면 또 뭐라고 할까? 무슨 문제가 생길까? 또 어떤 무배려인간의 피드백을 받을까?”

그런 생각이 들며, 상상력에 제한을 받고 글을 마음대로 못 쓰게 되는 겁니다.

그렇지만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제 자신 뿐.

제 마음의 수양이 부족하군요. 마음 수양을 마칠 때까지 당분간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겠습니다. 일주일이 될 수도 있고, 일년이 될 수도 있겠네요.

그때까지 여러분, 아디오스.

2009년 1월 9일

기술(技術)보다는 덕(德), 덕보다는 시리(時利)

제가 5년 전에 ZDNET에 썼던 글을 어떤 블로거가 게시해 놓았더군요. 제가 쓴 글이지만 5년 만에 보니 좀 생소하네요. 그리고 속상하네요.

그때 안다고 생각한 것이, 충분히 아는 것이 아니었네요. 그렇다면, 지금 안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렇겠죠? 스스로에게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깨우치고 실천하고 성취할 때까지 끝까지 가볼 것을 다짐해 봅니다.

그런 다짐조차 없어지면, 그때 저는 산송장이 된 것이죠.

기술(技術)보다는 덕(德), 덕보다는 시리(時利)

예전에는 알고 있었으나, 지금은 연락이 안 되는 지인이 한 명 있다. 그는 한때 유명 대기업의 고참 엔지니어였는데, 똑똑하고 샤프했으며 문제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어필하는 능력도 있어서 회사에서 꽤 인정을 받고 있었다. 그는 자기가 맡은 바 책임을 언제나 잘 해내었고, 프레젠테이션 능력도 탁월한 전문가였다.

그런 그에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타인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프로젝트의 핵심적인 인물이었던 그는, 프로젝트 진행 중에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 또는 미비한 점에 대해 관련된 부서 또는 동료, 부하 직원들에게 신랄한 지적을 하기 일쑤였다. 물론 그의 주장은 합리적이고 이치에 맞기는 했다. 어차피 업무적인 이해관계에 기반하여 지적을 하는 것이기에, 똑똑한 그의 주장이 틀릴 리 만무했다.

그리고 그런 지적을 받은 사람들도 그의 합리적이고 똑똑한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설사 마음속으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의 주장을 반박할 논거가 없기에 그냥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주변 사람들 모두 그의 기술적 능력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와 함께 일하는 것은 왠지 꺼렸다. 그와 함께 일할 때의 불편한 감정, 아무도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회사에서 승승장구 하는 듯이 보였고, 언젠가 필자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회사 사람들이 너무 직업의식이 없어. 전문적인 지식도 부족하고, 일도 너무 멍청하게 하는 거 같아. 내가 최대한 성과를 내면 100은 자신 있는데, 사람들에게 발목이 잡혀 50밖에 못한 단 말이야."

그런 말을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모바일 관련 사업을 한다며 회사를 그만 두었다. 그의 사업은 초기에는 그럭저럭 잘되는 것처럼 보였다. 아이템도 훌륭했으며, 멋진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어느 정도의 자금도 유치했으며, 무엇보다도 그는 정말 개인적으로는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한지 1년 정도 지났을 때 그는 필자에게 이런 어려움을 토로하였다.

"나는 밤새워 일을 하는 데, 부하 직원들이 너무 일을 안 해. 그리고 거래 기업들도 부도덕한 요구를 많이 하고, 나는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데 그쪽은 그렇지 않고.."

그리고 그는 사업 개시 2년을 막 넘겼을 때 사업을 정리하였으며, 지금은 잠수 중이라서 소식을 알 수 없다. 여기에서 그의 실명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의 이야기를 이렇게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마지막으로 그를 만났을 때 칼럼의 소재로서 동의를 구하였고 그가 필자에게 그것을 허락하였기 때문이다. 그가 어떤 아이템의 사업을 했고, 그때의 시장 상황이 어땠고, 자금에 어떤 문제가 있었고, 부하 직원이나 거래 업체가 어떤 부도덕한 행위를 했는가? 하는 것은 이 이야기의 본질이 아니다.

옛 성현의 말씀에 "기술(技術)보다는 덕(德), 덕보다는 시리(時利)"라는 명언이 있다. 어렸을 때 필자가 아버지로부터 가끔 들었던 이 말은, 사회생활을 5년 넘게 하면서까지도 머리 속으로는 알면서도 가슴으로는 잘 와 닿지 않았다. 하지만 사회생활 10년이 된 지금에 와서는, 그 말을 가슴을 베이듯이 느끼고 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과거에 필자 또한 위에 언급한 지인과 경우는 좀 다르지만 본질적으로는 동일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내가 많이 알고 있고 내 의견이 옳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곧 타인은 나보다 적게 알고 타인의 의견은 틀렸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갖게 한다. 하지만 그건 바람직한 일이 아니며, 무엇을 성취하는데 있어 커다란 장애가 된다. 인간이란 마법과도 같은 능력이 있어서,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평가하고 있는 지에 대해 인지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알 수 없는 법이지만, 마음의 느낌을 갖는 것이다.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주장하면서도 남을 폄하하지 않는 것. 그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또한 사회적 지위가 상승할수록 그 대상은 점점 넓어지고 그 파장도 더 커지고, 덕이 있게 행동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다. 마지막으로 그를 만났을 때 이런 종류의 얘기를 하며, 비슷한 공감대를 형성했던 기억이 난다. 그 또한 뼈저린 경험을 통하여 무엇이 문제인지 어느 정도 느끼고 있었다. 진정으로 똑똑한 사람은 자신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유사한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는다.

'덕(德)'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려운 단어이다. 그리고 디지털 시대에 덕에 대해서 얘기한다는 것이 어쩌면 구닥다리같이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언제나 아쉬워하는 바로 그것이다. 덕은 현명함이며, 포용력이며, 타인에 대한 깊은 배려이며, 세상 만물의 돌아가는 이치를 깨닫고 있는 것이다.

'시리(時利)'는 우리가 흔히 타이밍(timing)이라고 얘기하는 것인데, 그 외에도 운, 기회, 운명 등 여러 가지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시리는 개인적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덕이 있는 사람에게는, 어느 순간에 분명히 그 혜택이 돌아간다.

가끔 덕이 없는 사람이 성공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다. 진정한 성공이란 5년, 10년, 그 이상을 가는 것으로서, 주변 사람들 또는 공공의 신뢰와 인정 하에 존재하는 것이다. 덕이 없는 사람의 성공은 대부분 통속적인 것으로서, 주변사람들의 신뢰와 존경심을 유발하지 못하며 또한 오래갈 수도 없다. 금전적 가치, 사회적 지위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세상이기는 하지만, 사람들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의 신뢰와 존경심은 언제까지나 금전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또한 그래서도 안 될 것이다.

필자가 덕이 많아서 이러한 얘기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아니 오히려 형편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제 무엇이 더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깨닫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필자는 기술과 능력의 향상을 위해 꾸준히 정진할 것이고 언젠가 어느 위치에 도달하는 것이 분명히 가능할 것이라고 믿지만, 과연 스스로 덕이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

이 세상에서 누군가 성공해야 한다면, 지식과 능력을 갖춘 사람보다는 덕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그 사람의 성공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세상이 좀 더 아름답고 풍요로워진다. 진정한 리더십이 아쉬운 이 시대에, 덕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출현하기를 기원해 본다. 하늘은 덕이 있는 사람을 도울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 모두는 우리의 무지를 깨닫게 해준다." - 영국 시인 T.S. 엘리엇 @

2009년 1월 7일

우리의 소프트웨어 기술자 등급제도

델마당에서 레퍼러가 많이 잡혀서 살펴보니 어떤 분이 제 글을 링크해 놓았더군요.

[델마당/자유게시판] 기사자격증 없으면 초급개발자랍니다

SW 기술자 등급제도는 참 씁쓸한 제도입니다. 신뢰가 없는 사회이다 보니, 이런 식의 전혀 SW 산업스럽지않은 제도도 만들어지고 그러는군요. 기존의 학력/경력 위주의 등급 산정이 문제가 많았는데 그것을 올바르게 개선하지는 못할망정, 8월 1일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제도는 반드시 국가기술 자격증이 있어야만 SW 기술자 승급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개선이 아니라 개악된 것이죠.

초급까지는 학력과 경력을 인정하지만, 중급/고급/특급은 학력과 경력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국가기술자격증과 SW분야 업무경력만 인정한다고 합니다.

‘행정편의’를 위해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지 심플하게 만든 것이죠.

저도 대학 때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을 취득한 바 있습니다. 당시에 병특을 하려면 국가기술 자격증이 꼭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때 밖에는 아무런 쓸 곳이 없었고 필요한 적도 없었습니다.

공무원 시험 시 가산점 등 국가기술 자격증의 용도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사실상 민간에서는 전혀라고 할 정도로 의미가 없습니다. 그것의 가장 큰 이유는 국가기술 자격증이 SW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실력을 입증하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기 때문일 겁니다.

새로운 SW 기술자 등급제도의 주요사항이 정리된 기사가 있어 링크합니다.

관련기사: [고뉴스] SW취업지망생, ‘자격증’ 취득이 필수

뭔가 막 규칙들이 존재하는데 전혀 합리적으로 보이지가 않네요. 책상에서 만든 어설픈 프로세스와 룰이랄까요. 실제 제대로 된 공청회와 의견 수렴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신뢰가 없는 사회의 결과로 만들어진 이 제도 또한 신뢰하기 힘든 관계로, 최근에는 SW산업협회에 제출하는 경력증명서를 위변조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별다른 대책은 없다고 하네요. 등록되는 개개인의 수많은 경력을 일일히 검증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럴 수 밖에요.

문제가 있으면 본질적인 원인을 해결해야지, 이렇게 땜빵을 하니까 새로운 문제가 생기는 거 아닐까요?

어쨌든 이 제도의 가장 큰 피해자는 과거의 경력을 증명하기 힘든 프리랜서들, 그리고 정부 기준의 증명서 발급이 힘든 외국 기업 경력자들이 아닐까 합니다. 또한 현재 초급 기술자들은 자격증 없이는 절대 승급이 안되니 향후에는 자격증 취득의 오버헤드가 상당 하겠네요. 물론 기존 인력들도 자격증 취득의 부담을 안게 될 것이고요.

근래에 개발자를 4D 업종이라고 하는데(기존의 3D + Dreamless), 가뜩이나 개발자에 입문하지 않으려는 젊은이들에게 자격증 부담까지 주다니..

그렇지만 이것에 동조하는 기업들도 꽤 있어서, 개발자 채용 시에 이 기준으로 경력을 산정하거나 또는 사내 개발자 평가에 이 기준을 반영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삼성SDS, 티맥스소프트, 한글과컴퓨터 등은 자사 개발자들을 일괄 신고할 방침이라고 하네요.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 제도는 한국의 SW산업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욱 폐해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봅니다.

제발 공무원들과 교수들이 책상에서 이런 제도 만들지 말고요.

1. 개발자들과 SW기업인들로 구성된 TFT 만들어 충분한 페이 지불하고 시간 투자해서 1차 결과물 만듭시다. 이런 제도 만들 때 보면 개발자의 의견은 아예 듣지도 않더군요.

2. 1차 결과물 나오면 공청회 및 토론회 최소 일년 정도 수 차례에 걸쳐 진행하면서 튜닝합시다. 비참한 SW산업 현실입니다만, 그래도 아쉬우나마 한국 상황에 최적화된 제도를 찾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새로운 제도가 최선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올바른 목표로, 올바른 사람에 의해서, 올바른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기에.

2009년 1월 5일

마이크로소프트가 선정한 전세계 아키텍트 90여명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 기술의 전문가에 대해 시상하는 Microsoft MVP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14년 동안 이어온 프로그램인데, 전세계 1억 명에 달하는 IT 엔지니어들 중에서 마이크로소프트 기술(또는 제품) 전문가를 선정하여 시상을 합니다.

한국에서는 2002년에 처음으로 20명 정도의 MVP가 선정되었는데, 저는 그때 .NET 분야에서 최초로 선정이 된 후 매년 재선정되어 지금까지 7년째 MVP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매년 시애틀에서 개최하는 MVP Summit에도 참가를 했죠. (한번도 빠진 적이 없는 거 같네요)

3년 전부터는 솔루션 아키텍트(Solutions Architect) 분야에서 한국 최초로 선정이 되었고 그 후 아키텍트 competency로 유지를 했는데, 안타깝게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작년에 아키텍트 분야를 잠시 없앤 적이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밝힌 이유는, 유일하게 아키텍트 분야만 마이크로소프트 기술/제품과 직접적인 상관이 없어서(아키텍트라는 것이 그럴 수 밖에 없죠) 향후에는 마이크로소프트 기술/제품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분야에 대해서만 선정하겠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그 직후에 커뮤니티와 전문가들로부터 피드백과 원성(?)이 대단해서 올해 1월에 다시 아키텍트 MVP를 부활했습니다. 그리고 본사에서 직접 각 나라별로 아키텍트를 선정하고 본사 담당자가 직접 관리하는 체제로 변경했습니다.

현재 전세계에는 90여명의 아키텍트가 있으며, (쑥스럽습니다만) 한국에서는 제가 유일합니다.

참고: Microsoft MVP (Solutions Architect) 디렉터리

향후에 제가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진행하는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하고 아키텍처 저널에도 기고를 할 예정이기에, 먼저 블로그를 통해 알리게 되었습니다. (의뢰는 계속 받고 있는데 영어가.. ^^)

제가 그간 2년 정도 인터넷 비즈니스에 주로 치중을 했는데, 앞으로는 아키텍처 분야 그리고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분야를 위주로 좀 더 개발자들과 친근한 주제로 만남을 가지려고 합니다. 원래 제 주특기가 그쪽이기도 하고요.

먼저, 1~2월 중에 개발자 대상의 특강과 함께 유망 기술 벤처 소개, 구인/구직을 통합한 이벤트를 한번 가질 예정입니다. 즉 개발자 대상으로 커리어관리 또는 기술트렌드에 관한 특강을 하고, 벤처기업의 대표들이 나와서 회사와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관심 있는 개발자들과 벤처 대표가 그룹 토론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 벤처들에게도 개발자들에게도 모두 이익이 되도록 만들려고 하는 것이죠. 물론 제 희망사항입니다만.

하여튼 저는 제 능력이 좀 부족하더라도 그리고 성과가 당장 나오지 않더라도 계속 이 방향으로 갈 겁니다. 끝까지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인생의 수 많은 실수들을 통해 배웠으니까요.

기획과 준비를 마치는 대로 곧 알려 드리겠습니다. ^^

2009년 1월 1일

2009년이여, 안녕하십니까?


불혹(不惑)의 나이로 맞이하는 2009년은 상당히 색다른 느낌이군요. ^^

하단의 글은 저와 지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으며,
미래는 희망하는 자의 것.

2009년에는 제가 사랑하고, 존경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더욱 명랑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