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26일

SI업계의 갑을병정, 그 죽음의 순환고리

한국 SI업계의 고질적인 하청 병폐들과 착취에 가까운 근무 형태는 이미 오랜 전부터 그 악명이 자자합니다. 그런 관계로 관련 내용이 주기적으로 이슈가 되곤 합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는 SI업계에서 ‘을’이 ‘병’에게 보낸 메일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한번 읽어보세요. 글쓴이가 댓글에서 밝혔듯이, 갑은 고객사고 을은 빅3(삼성 SDS, LG CNS, SK C&C) 중 3위 업체인 S*입니다. 여러 댓글 중에, 월화수목금금금은 왠지 쉴 거 같은 느낌이 있으니 월화수목월월월로 표현하자는 글이 눈에 띄네요.

개발자가 과도한 야근으로 인해 건강을 해친 사례는 정말 많습니다.

관련 글: 초과근무(야근, 휴일근무)의 폐해

한국이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건, 우리 업계 사람들이라면 익히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일반인들은 IT 강국이라는 판타지로 인해 그다지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스마트폰 붐이 일면서 “왜 우리는 이런 거 못 만드냐?”라며, 소프트웨어 경쟁력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죠.

그래서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소프트웨어 경쟁력, 그 중에서도 특히 애플리케이션보다는 플랫폼, 솔루션 등 시장을 창출하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경쟁력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이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없는 이유에는 사실 기술적인 요인보다는 문화적인 요인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상명하복식의 조직 문화, 빨리빨리 문화, 맨땅에 헤딩하기 문화 등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특성이 소프트웨어 산업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오랜 시간 동안 연구개발 및 투자를 해야 하고 창의적인 근무 환경이 요구되는 성격의 소프트웨어들은 우리 사회의 특성상 거의 개발이 불가능했던 것이죠. 이건 개별 기업의 경쟁력 문제라기 보다는, 또한 소프트웨어 산업만의 문제라기 보다는, 우리 사회의 많은 분야에서 지식 근로자들이 처한 현실적 한계입니다.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은 완전히 ‘멘탈(mental) 작업’이 아닙니까? 그러다 보니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우리 사회의 조직 문화와는 맞지가 않았던 겁니다.

어쨌든 시장의 한계, 문화적 한계로 인해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SI업이 위주가 되어 버렸는데.. 그렇듯 가뜩이나 일반적인 조직 문화도 소프트웨어 개발과 맞지가 않는데, 거기에다 경쟁력도 없는 대기업 계열 SI업체들이 SI업을 지배하고 있으면서 중소기업들을 쥐어짜고 있으니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이중삼중으로 고통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제가 2007년 ZDNET에 SI업계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3년이나 세월이 흘렀지만 별반 나아진 게 없네요. 제가 주장한 내용은 좀 급진적이지만 지금도 유효하니 한번 보세요.

IT 업계 빅3의 빛과 그림자

글 말미에 “어떤 혁신적인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점점 더 산송장이 되어갈 것이다.”라는 표현을 썼는데 지난 3년 동안 계속 산송장화(영어로 좀비화)가 진행되었던 거 같습니다.

최근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TV 등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면서 관련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콘테스트가 많이 열렸던 시절은 PC 초창기 말고는 없었죠.

앱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빨리 만들 수 있어서 인프라, 플랫폼, 솔루션 등의 분야에 비해서는 개발이 많이 수월한 편입니다. 우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입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전하기 힘듭니다. 기초도 필요하고 응용도 필요하고, 즉 다양성이 필요합니다. 좀 더 밑바닥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경쟁력이 있어야 합니다. (하단 그림 참고: 클릭하면 확대됨)


위 그림에 대한 오해가 없도록 부연하자면, 그나마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는 경쟁을 할만한 여지가 있지만 그 외에는 경쟁력 자체를 따질 수조차 없다는 뜻입니다. 그간의 성공사례도 없고요. 그리고 앞으로도 성공사례가 나오기 힘든데, 그 이유에는 개별 기업의 경쟁력 부족 탓도 있겠습니다만 보다 근본적으로 업계의 구조적 문제가 작용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특히 현재와 같이 개발자들이 착취 내지는 학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기존 인력이 고급 기술자로 성장하기도 힘들뿐만 아니라 신규 인력의 유입에도 아주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이미 개발자라는 게 상당한 기피 직종이 되어 버렸으니까요.

힘 없는 제가 지속적으로 이런 이슈를 제기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게 없고 또 달라진 바도 없습니다만, 공감대라도 형성하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SI업계의 갑을병정 관행이 개선된다고 해서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전한다는 보장은 없겠습니다만.. 아무리 양보해도, 최소한, 중소업체에서 일하는 개발자들이 인간적으로 피해를 보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서 우리는 현실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도 1차적으로 개발자들이 각성해야 합니다. 사회의 보호 장치가 없으니 스스로 공부하고 똑똑해지고 챙겨야 합니다. 그리고 성공사례, 실패사례를 널리 공유하여 기업들이 적어도 대놓고 나쁜 짓 못하게 해야 합니다.

각성하고 행동하는 개발자들이 늘어나길 바랍니다. 빨간약을 선택하세요!

2010년 8월 18일

그루폰 유사 사이트들의 3대 리스크

이 글을 읽기 전에 먼저, 이전 글인 “한국 시장에도 소셜 커머스가 몰려온다”에 링크된 ZDNET 칼럼과 본문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포스트 이후로 새롭게 발견된 사이트들이 업데이트되어서 현재 30여개에 달하고 있습니다. 글 올린 지 보름 만에 15개 사이트가 추가 되었네요.


목록 업데이트에는 그루폰 유사 사이트들의 딜을 모아서 한꺼번에 보여주는 다원데이의 이영재님께서 도움을 주셨습니다.

제가 이전 글에서는 주로 긍정적인 부분들을 위주로 얘기하면서 우려되는 부분을 일부 언급했습니다만, 이번 글에서는 우려되는 내용을 위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세가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째, 할인 피로감입니다.

다원데이를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여러 사이트들에서 수많은 할인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루폰 가치의 핵심은 “대폭적인 할인! 그리고 오늘만 가능!”입니다. 그래서 많은 소비자들이 충동구매를 하게 되죠. 이전 글에서 말씀 드렸다시피 몰랐으면 사지 않았을 서비스를, 싸니까 오늘 아니면 안되니까 결제를 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제가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렇게 사업자들이 난립하고 할인 정보들이 쏟아지면 파격적이고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기 힘들어 집니다. 처음 몇 번은 구매하겠지만, 이내 흥미를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할인 정보가 넘치고 넘치니까요!

거기에다 현재까지 등장한 수많은 사이트들을 보면, 모두들 똑같아서 차이점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어째 차별화된 기능 하나를 발견하기가 힘드네요.

이 첫 번째 리스크는 두 번째 리스크와 결합함으로써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둘째, 가격대비 품질 문제입니다.

이건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추가적인 내용 적어보겠습니다. 제가 나름 쇼핑을 좋아해서(쇼핑은 독신들의 주된 취미 생활인 경우가 많죠. ^^), 여러 사이트들에서 직접 20여번 딜을 구매하고 그 중 일부를 이용해 보았습니다만, 결론은...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많은 이용자들이 딜의 품질과 가격 문제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할인가격이니까 망정이지, 정상가격 다 지불하고 이용했으면 후회할 뻔했다”라는 의견이 꽤 있습니다. 제가 이용해본 딜도 거의 그랬고, 몇몇 딜은 불만족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실제로 어떤 업소의 경우 딜 구매 한달 후에 갔더니 그새 가격이 30%나 올라 있었고, 그 가격에 따라 주문해야 했습니다.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제 의견은.. 대개 보통이었고, 일부는 불만족스러웠고, 아직 만족한 적은 없습니다(이건 저의 베타 의견이고, 구매한 딜을 모두 사용해보고서 최종 의견을 전하겠습니다).

50% 이상의 할인가격이라니까 혹해서 구매를 하긴 했는데, 막상 이용해보니까 지불한 가격조차 아깝거나 그저 그런 것이죠. 5만원짜리 음식을 2만 5천원에 먹었는데, 2만 5천원도 비싸다는 경험들이 쌓여가는 겁니다. 이것은 실제로 딜에 참여하는 업체들의 원래 서비스 품질과 가격에 문제가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또는 할인된 서비스를 구매했기 때문에 차별 대우를 받아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제가 이전 글에서 설명했다시피 수수료률이 상당하기 때문에, 업체들은 정상가격대비 대략 25~40% 정도의 금액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겁니다. 그런 관계로 아무리 교육을 하고 다짐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자영업자들의 이해부족이나 소탐대실로 인해 (요식업을 예로 들면) 식재료, 음식의 양, 고객 서비스 등에 있어 문제의 소지가 다분합니다. 최근 발생한 사례: 링크

쿠폰좀비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습니다. 어쨌든 고객인데 쿠폰좀비라는 말까지 들어야 하나요?

다시 한번 말하자면, 원래 품질이 별로든가 아니면 차별 대우를 해서 별로든가 둘 중의 하나인데 현재 이 문제가 생각보다 큽니다. 그루폰 유사 사이트들의 입장에서는 매일매일 새로운 딜을 소개해야 하는 부담으로 인해서, 좋은 품질의 딜을 선정하고 업체를 교육하고 관리하는 게 결코 쉽지 않습니다. 아주 피곤하고 어려운 일이죠.

온라인으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그 뒤에서 벌어지는 백엔드 오퍼레이션이 생각 이상으로 복잡한 게 이 사업입니다. 겉모습만 보고서 뛰어든 사업자들은 엄청 고생하게 될 겁니다.

셋째, 사이트 폐쇄 시 소비자 보상 문제입니다.

앞서 설명한 첫째 리스크와 둘째 리스크가 결합함으로써 근미래에 문을 닫는 사이트들이 속출할 겁니다. 현재 분위기로는 준비만 하다 아예 서비스 개시를 못하는 사이트도 생길 거 같고 또한 1년 내에 문 닫는 사이트도 꽤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런데 서비스하던 사이트가 문을 닫을 경우 딜 구매 후 아직 사용을 하지 않은 소비자들은 돈을 떼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전 블로그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그루폰 모델은 소비자가 결제한 총금액을 한꺼번에 업체에게 주지 않습니다. 몇 번에 걸쳐 나누어서 줍니다. 이건 업체 결제를 미룸으로써 AS문제 발생시 협상력을 높이고 또한 딜을 제공한 업체가 문 닫을 경우를 대비하는 정책인데, 만일 그루폰 유사 사이트가 업체에 돈을 다 지불하지 않은 상태에서 망해버리면 난감해집니다.

그럴 경우 소비자는 피해보상을 받을 곳이 없어지게 됩니다. 그루폰 유사 사이트가 정산의 책임을 다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사업을 접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용자 여러분께서는 싸다고 해서 무턱대고 구매하지 마시고 사업자의 신뢰도에 대해 나름 판단을 잘 하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가장 우려되는 부분 위주로 적어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악영향을 크게 발휘하기 전에, 소비자들에게 신뢰받는 사이트가 빨리 걸러지고 또한 인수합병 등을 통해 교통정리가 일어나야 할 것입니다.

이렇듯 걱정되는 요소들은 있습니다만,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혜택과 지역 서비스업자들의 광고적 니즈가 분명하기에, 어떤 커다란 문제가 발생하여 업계가 공멸하지만 않는다면 성공 사례는 분명히 나올 겁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부만 성공할 뿐,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업자들은 실패를 하게 되겠죠.

모든 사업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제 글을 보시고 사업자분들께서는 썩 좋아하지 않으실 거 같습니다만, 말 그대로 리스크이니 참고만 하십시오.

추가적으로 발견되는 내용이나 성공사례, 리스크가 있으면 업데이트하겠습니다. 사업자나 이용자들의 의견이나 제보, 환영합니다.

PS: 그루폰이 새로운 형태의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전지역 동일의 하루 하나 쿠폰+광고의 형태인데 엄청난 매출이 발생했습니다. 이건 그루폰이 이미 이용자를 많이 확보하고 있고 워낙 어텐션이 크기때문에 가능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방식으로 완전히 바뀐다기 보다는 종종 병행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어떻게 진화할 지 계속 지켜봐야 할 사이트입니다.

2010년 8월 3일

[ZDNET 칼럼] 한국 시장에도 소셜 커머스가 몰려온다

ZDNET 칼럼 본문 링크

전반적인 배경은 칼럼에 나와 있으니 먼저 칼럼을 읽어보시고요. 결국, 칼럼의 핵심은 한국에서 그루폰(또는 그룹폰) 유사 서비스들이 폭증하고 있다는 것과 서비스 성공 요인에 대한 것입니다. 머지않아 한국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서도 커다란 성공 사례를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칼럼에는 링크가 안되어 있어 여기에 링크를 거니 관련 사이트들을 편하게 방문해보세요. 누락된 것이 있거나 신생 사이트가 있을 경우 알려주시면 제가 업데이트 해놓겠습니다(번호가 서비스 순위를 뜻하는 건 아닙니다).

1. 티켓몬스터(ticketmonster.co.kr)
2. 쿠팡(coupang.com)
3. 데일리픽(dailypick.co.kr)
4. 쇼킹온(showkingon.com)
5. 슈가딜(sugardeal.co.kr)
6. 반토막티켓(bantomak.co.kr)
7. 키위(qiwi.co.kr)
8. 위폰(wipon.co.kr)
9. 딜즈온(dealson.co.kr)
10. 트윗폰(tweetpon.com)
11. 쿠폰(coopon.co.kr)
12. 할인의추억(couponmemory.com)
13. 파티윈(partywin.co.kr)
14. 원데이플레이스(onedayplace.com)
15. 체리데이(cherryday.co.kr)
16. 딜리데이(dillyday.co.kr)
17. 할티쿠(halticoo.com)
18. 쿠펀(koofun.co.kr)
19. 티켓토크(tickettalk.co.kr)
20. 쿠폰(kupon.co.kr)
21. 더쿠폰(thecoupon.co.kr)
22. 텐어클락(tenoclock.co.kr)
23. 더싼(thessan.net)
24. Oh!일산(ohilsan.com)
25. 티폰(tipon.co.kr)
26. 쿠폰매니아(couponmania.co.kr)
27. 럭키챈스(luckychance.co.kr)
28. 원츠유(wantsyou.co.kr)
29. 구핑(guping.co.kr)
30. 더베스트플레이스(bestplace.co.kr)
31. 헬로디씨(hellodc.co.kr)
(참고: 8월 이후 우후죽순처럼 너무 많이 생겨서 업데이트 포기)

잘 나가는 서비스와 못 나가는 서비스의 차이는 명확합니다. 무엇보다 딜의 품질이 좋아야 하고(즉 구매를 참을 수 없는 딜), 단 하루만 팔아야 합니다. 이틀에 걸쳐 파는 사이트도 있는데 그러면 안됩니다. 바로 지금 사야 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용자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면 안 되는 것이죠. 칼럼에 나와 있다시피 충동 구매를 유발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ㅎㅎ 물론 이건 업체 입장에서 드리는 말씀이지, 사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지출이 늘어나는 거죠.)

그리고 구매 성립 인원의 수치가 적으면 안됩니다. 그럼 광고 효과가 없죠. 그런데 일부 서비스들은 딜에 자신이 없으니까 구매 성립 인원의 수치를 아주 적게 설정합니다. 예컨대 20명 정도로 말이죠. 그러면 안되죠. 20명이 사서 구매 성립되면 그게 무슨 광고 효과가 있습니까? 최소 1백명은 넘어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잘 나가는 서비스는 구매 종료 되었을 때 총 구매인원이 수백 명을 넘어서고 때로는 수천 명에 이르기도 합니다. 구매인원의 숫자는 중요합니다. 그 숫자가 충분히 커야 딜을 제공한 업체의 입장에서 충분한 광고 효과를 얻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지 딜의 노출뿐만 아니라 구매한 사람들이 블로그, 카페 등을 통해 방문 후기를 남기는 것도 고려해야 하며, 그 모든 효과는 구매인원과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 제가 티켓몬스터의 신현성 대표를 모컨퍼런스의 발표자로 추천한 적이 있는데(완전 모르는 사이인데 주목할만한 서비스라서 추천을 했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최근 사무실에 방문을 했습니다. (참고로, 저랑 티켓몬스터는 여전히 어떤 이해관계도 없습니다)

그런데 청담동 사무실에 방문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많아야 열명 정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정직원만 무려 30명이 넘더군요. 인턴까지 포함하면 60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5월에 서비스 개시할 무렵 5명이던 인원이 3개월도 안 되어 정직원만 30명이 넘은 겁니다. 자리가 부족해서 인턴들은 토즈에서 일하고 있다고 하네요.

하단은 제가 티켓몬스터 사무실에 방문해서 찍은 사진입니다.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일하는 열기가 아주 대단하더군요. 회의실도 직원들이 다 차지하고 있는 관계로 잠시 사람들 일하는 모습만 보고, 얘기는 근처 커피숍에 가서 나누었습니다.


티켓몬스터의 경우 일매출액 1억원이 넘는 딜도 나오고 있고, 수수료도 (그루폰처럼 50%는 안 되지만) 꽤 받고 있어, 현재의 인원으로도 손익분기점을 그럭저럭 맞출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마케팅에 총력을 쏟기 위해 IR을 해서 최근 VC 투자가 결정되었다고 하는데, VC 이름과 금액을 모두 들었지만 티켓몬스터에서 직접 공개할 때까지 제가 밝히지는 않겠습니다.

아,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존경하는 벤처인이 티켓몬스터에 앤젤투자자로 참여하고 있어서 깜놀했습니다. (아, 입이 근질근질.. ㅎㅎ)

그리고 지면의 한계상 칼럼에는 적지 않았지만, 이런 그루폰류의 서비스 모델에는 또 한가지 큰 장점이 있습니다. 매일매일 딜 매출에 따라 현찰이 들어오는데, 그렇게 결제된 금액을 한꺼번에 업체에게 주지 않고 몇 번에 걸쳐 나누어 줍니다. 당연히 그래야겠죠. 딜을 구매한 이용자는 대개 3~6개월 정도의 유효기간 내에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모든 구매자들이 이용하기 전에 돈을 다 주어버리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극단적인 경우로는 업체가 망할 수도 있잖아요).

그러한 이유로 결제된 금액 전부를 즉시 업체에게 주지 않기 때문에, 현금 흐름에 있어서 상당한 이점이 있습니다. 현금을 쌓아둘 수가 있는 것이죠.

이와 같이 이용자 하나하나가 다 돈을 벌어주고, 마진율이 상당히 높고(그루폰은 50%, 신현성 대표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30~40%는 가능할 것이라고 하더군요.), 더군다나 현금 흐름의 이점도 상당한 것이 이 사업 모델의 장점입니다.

다만 진입 장벽이 낮아 신생 서비스들이 폭주하고 있는데, 제가 칼럼에 썼다시피 브랜드와 AS가 넘사벽을 만들어서 1~2년이면 교통정리가 될 것으로 봅니다. 그러니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잘 활용하여 많은 할인 혜택 보시고, 벤처인의 입장에서는 이 분야에서 분명히 큰 성공사례가 나올 것이니 관련 서비스들의 행보를 잘 지켜보며 사업에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PS1: 물론 이런 류의 서비스들에 대해 카피 서비스라며 비호의적인 업계 시각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도 그런 생각이 전혀 없는 건 아니고요.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에서 성공한 인터넷 서비스들 중에 카피 서비스 아닌 게 과연 몇 개나 있는 지 생각해보면, 그리고 사업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그런 시각 크게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PS2: 후속 글 "그루폰 유사 사이트들의 3대 리스크"도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