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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단의 글은 야근을 은근히 강요하는 일부 회사에 국한된 내용이니, 야근으로 인한 고통의 경험이 없는 분들은 읽지 않으시는 걸 추천합니다. 또한 성공 목표를 향해 모든 리소스를 총동원해서 달리는 벤처기업에는 해당되지 않는 내용입니다.
일단, 공감대 형성을 위해 몇 개의 관련 글을 먼저 읽어보시지요. 제가 트위터를 통해 소개했던 글이라서 트위터의 팔로워분들 중 일부는 보셨을 거 같습니다만.
1. 농협정보시스템에 근무했던 한 개발자의 글 (OKJSP)
2. 위의 내용이 기사화된 것 (연합뉴스)
3. 현재 홍콩 금융권에서 일하는 전직 개발자의 글 (데브피아)
마지막 글의 내용 중 야근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요. 정확한 지적입니다. 상시화된 야근은 그저 인건비 절감을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두 명이 한 달간 할 일을 한 명에게 시킴으로써 한 명 분의 인건비를 절감하는 것이죠.
물론 모든 야근이 나쁜 건 아닙니다. 프로젝트의 중요한 마일스톤이나 데드라인으로 인해 하루나 이틀, 길어야 1~2주간에 걸친 야근, 일명 스프린팅(sprinting)은 좋은 효과를 가져다 주기도 합니다.
월요일 오전에 신제품 발표를 하기 위해 전 팀원이 주말에 나와서 일하는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명확한 목표 달성을 위해 야근을 하며 야식을 함께 먹고, 그렇게 버닝한 주말이 지난 후 월요일 오전에 모든 상황이 성공적으로 종료가 되면, 그 팀은 함께 고생했던 기억과 성공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팀 문화에 심오한 변화가 생기고 팀워크가 상당히 증진됩니다.
그런데 이런 스프린팅이 긍정적 효과를 만들어 내려면, 야근이 아주 예외적인 것이며 정기적으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스프린팅이 아닌 장기간에 걸친 야근, 상시화된 야근에 대해 살펴보죠.
(구글에서 이미지를 찾으니 제 글과 딱 맞는 이미지가 있네요.
야근 = Dawn Of The Dead. 유명한 좀비 영화의 패러디죠. ㅎㅎ)
야근 = Dawn Of The Dead. 유명한 좀비 영화의 패러디죠. ㅎㅎ)
언젠가 아는 개발자 K씨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개발자 K씨는 평일에 5~6시간 야근을 하고 토요일이나 일요일 중 하루 정상 근무를 함으로써 일주일에 평균 80시간을 일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의 회사가 그를 착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가 말했죠.
“그래도 우리 회사의 급여는 다른 회사보다 높다고요!”
제가 말했습니다. “월급을 두 배로 받습니까? 당신은 근로계약상 약정한 40시간의 두 배인 80시간을 일하니까요.”
물론 그렇게 일했다고 해서 두 배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야근을 시키는 회사가 돈을 더 줄 리가 없지요.
그렇다고 회사가 근로계약서에 “당신의 급여는 주당 80시간을 조건으로 지불하는 것입니다.”라고 적어 놓는 것도 아닙니다. 그럴 용기가 없는 걸까요? 아니면 작정하고 기만을 하는 걸까요? 주당 40시간을 조건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해 놓고서 80시간을 강요한다면 그건 일종의 사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회사와 개인간 근로계약의 가장 근본적인 부분에서 신뢰를 깨는 행위인 것입니다.
그러니 상시적인 야근을 강요하는 회사에서 일하신다면 빨리 이직을 하시길 바랍니다. 단지 근무시간뿐만 아니라 또 어떤 신뢰를 깨버릴 지 알 수 없고, 결국 언제나 희생을 당하는 건 개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상시화된 야근은 사실, 개인 뿐만 아니라 회사 또한 대가를 치르게 만듭니다. 단기적으로는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비용을 지불하게 되죠.
1. 품질의 저하
과도한 일 중독과 누적된 피로로 인하여 지식근로자의 정신적 역량이 심각하게 감소되기 시작합니다. 마치 ‘졸음운전’을 하는 운전자처럼 자신의 업무를 하게 되죠. 결국 작업과 제품의 품질에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제품 품질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업체들의 이면을 보면, 직원들이 과도한 초과근무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2. 낭비되는 시간
야근이 상시화되면 직원들은 정상 근무시간 중에 일을 끝내도 어차피 일찍 퇴근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야근을 감안해서 작업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합니다. “어차피 야근할 텐데, 그때 하지.”라는 생각으로 정상 근무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않게 됩니다. 또한 동료가 야근할 것을 알기 때문에 정상 근무시간에 서로가 서로를 난잡하게 방해하며 일합니다(특히 ‘회의’가 뛰어난 방해 도구로 활용됩니다).
그리고 직원들은 도저히 개인적인 볼일(예컨대 지인을 만나거나, 물건을 사거나, 병원에 가거나 등등)을 볼 시간이 없기 때문에 정상 근무시간에 몰래 개인적인 볼일을 보기 시작합니다.
3. 직원들의 탈진과 이직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한 직원들은 이직을 결심하게 됩니다. 그래서 더 나은 직장으로 이직을 할 수 있는 유능한 직원들부터 회사 탈출을 시작합니다. 업무에 숙달된 유능한 직원의 이직은 회사에 큰 손실입니다. 그런데 그 이상으로 나쁜 소식이 있습니다. 모든 역량을 완전히 소진한 상태에서 이직을 안하고 회사에 그냥 남기로 한 좀비 직원들 말입니다.
좀비 직원들은 더 이상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가 없는 상태인데, 자신의 남은 역량이 없다는 사실을 감추면서 생존하기 위한 시도를 합니다(바로 동료를 먹어 치우는 것이죠). 그런데 연구에 따르면 좀비 직원들 중 상당수는 과거에 스타 직원이었다는군요.
* * *
경영진이 만든 ‘야근을 강요하는 음습한 분위기’, 경영진에 대한 충성심으로 ‘직원들을 좀비로 만드는 관리자’로 인해 회사는 점차 살아있는 시체들로 가득 차게 되고, 회사는 서서히 서서히 어둠의 세계로 변해갑니다.
그런 조직에서 일하시는 분이라면, 조금이라도 빨리 탈출하시기 바랍니다.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되면 삶의 의욕과 건강을 상실하게 되고, 다시는 밝고 희망찼던 과거의 당신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까요. 그래도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있지 않습니까? 늙고 병들고 머리가 굳으면 어떤 선택도 존재하지 않는답니다.
부디, 어둠의 세계에서 탈출하시길 바래요.
댓글 22개:
어둠의 세계에서 빠져나오면 기아와 난민의 헬게이트가 열리는 것이 문제 아닐까요.. 저도 일주일에 80시간 까지는 몇 주 아니었지만, 주당 70시간 정도의 야근 하며 6년 정도 살았는데, 사실 나와봐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 시간에 자기 꿈을 찾는 것도 어렵고.. 전 결국 연봉의 1/3 정도를 깎이더라도 덜 일하는 자리를 찾았지만, 막상 와보니 그게 또 다르더라구요...
저는 이제 갓신입인데요
신입이라 그런지 눈치가 보이고
아무래도 사수허락을 받아야하니
퇴근이 어렵네요ㅠ
80%가 퇴근해도 남은 20%가 있지않냐..며 기다리라고하시니-_ㅠ
여기 좀비였던 사람 하나 손 듭니다... ㅠ.ㅠ
> 좀비 직원들 중 상당수는 과거에 스타 직원이었다는군요.
이 말씀도 저한테 딱 들어맞는군요. ㅠ.ㅠ
지금은 전혀 다른 직종으로 전환해서 근근히 먹고 삽니다만 야근은 안합니다. 야근 안하니까 정말로 살 맛 나지요. 남는 시간을 자기계발에 쓰지 않고 술로 지새는 동료들을 보면 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
국내 IT 바닥에서 '야근을 강요하는 음습한 분위기'가 없는 조직을 찾기가 힘드네요. 탈출할 곳이 없다는... 우울한 현실입니다.
동의합니다. 법에서 주당 근로시간을 규제하고 있고 사용자가 미이행시 벌칙(2년이하 or 1천만원 이하)을 적용하고 1.5배의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도록 하는 등... 제도야 되어 있지만 문제는 개인적 판단에 의해 거부, 불이익등을 받는게 문제입니다. 조직, 사용자 앞에서는 개별 노동자는 약할뿐... 안습...
잘읽었습니다.
저는 분위기라는 것도 무시못하겠더라구요.
모두가 다하니깐 어쩔 수 없이 남아있던적이
많았습니다. 얼른 후진적인 야근문화가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초과근무를 강제하는 주요 전략 중 하나가 일부러 실행 불가능한 일정을 잡고 일정이 계획보다 늦어졌다고 강제로 시키는 것이죠. 하지만 매번 그러면 과제 몇 번 하고나면 다 눈치채죠. 뻔한 거짓말인지 알면서도 이상하게도 일정이 늦어졌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초과근무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올라웍스 김준환 드림
"조엘 온 소프트웨어" 내용이 생각나는데, 아마도 주옥같은 다른내용도 많았지만 시간외근무를 하면 안되는 이유에서 쾌공감했던 기억이
저.. 조심스럽게 질문 한가지만 합니다.. 포스팅 된 내용이랑 전혀 관계 없다고 할 수 없는 질문이라 댓글로 남기기로 했습니다.
번역작업 중이시라던 톰 디마르코의 'slack' 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_;
올해 초 즈음에 여기서 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식을 접했는데요
톰 디마르코의 팬으로 정말 흥분되는 소식이지만 접할 길이 없어서 애타고 있습니다 ;_;
To 익명님/ 원고는 이미 다 넘어가 있고 최종 작업도 마쳤는데요. 오늘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종이가 없다고 합니다! 종이 품귀 현상이라는데(저도 잘 이해가 안가서..), 곧 종이가 구해지는대로 책이 나올 겁니다. 이번 달은 넘어가지 않을 거에요.
얼마전에 다니는 회사 교육을 받았습니다.
노조있는 회사는 불필요한 분쟁으로 인해 회사를 어렵게 만들 수 있고 회사가 어려워지면 사원 들도 어려워지니까
무노조 경영으로 가는게 좋다는 내용이었지요...
갑자기 씁쓸해 지네요 ㅎㅎ;;;;
개인적으로 삼성에 근무를 할때는 한달에 2번정도 버스를 타고 퇴근한적이 있습니다. 나머진 버스가 안다니는 퇴근 시간이죠. 그땐 뭘해도 힘들었어요..... 지금은 제일을 합니다. 평균 취침시각은 새벽3~4시 입니다. 일의 시간과 강도는 삼성 시절과는 비교가 안될만큼 많습니다. 그래도 지금이 더 행복합니다. 정서적인 여유도 있구요. 대기업이란곳은 대부분 (부서에 따라 틀리지만) 사람을 번아웃 시키는 곳이죠. 김과장이 쓰러져도 다른 김과장이 줄서서 기다리기에...
음... 탈출하는 1인입니다. 어둠속에만 살다보면, 어둠에 익숙해지기 마련입니다. 야근문화는 엄격한 노동법만 지켜진다면 알아서 근절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건 우리나라에서는 요원한 일이라 생각이 듭니다. 대통령마져도 기업 프렌들리라고 외치는 마당이니...
ㅎㅎ..오랜만에 댓글을 다네요~
전 세번째 글에서
"주고 싶은 것이었다면 이미 주었어야 하는 것"
이라는 글이 제일 와 닿네요.
현재야 SI를 하고 있긴 하지만 주로 솔루션이나 컨텐츠사업쪽의 벤처들이 그런 "구라"를 많이 하죠.
줄 거면 주든가..(하다못해 옵션이라도 문서화를 하던가.)
ㅎㅎ..야근이야 자주 하니 이젠 만성이라 별로 느끼질 못하지만 최근 들어온 프로젝트에서 "을"업체 직원이 우리도 조만간 밤샘하면서 개발해야될꺼 같아요 라고 말하는 걸 보고 "그럼 미리미리 개발이나 좀 해놓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좀 회색주의자 같은 생각일지 몰라도 "사"도 바뀌어야하고 "노"도 바뀌어야 할 문제같습니다.
100% 공감합니다.
슬픈 것은 이 사실을 파악하는데 보통 사람이라면
3년에서 5년이 소요된다는 사실이죠...
잘 읽었습니다
야근을 강요하는 회사, 프로젝트임을 뒤늦게 깨닫고 이탈하면 다음 취업에 문제가 생기기에 어쩔 수 없이 희생당하는게 우리네 개발자입니다.
아시겠지만 3~4회 이상 이직은 왠만한 대기업, 컨설팅회사에서 컷당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관리자 입장에서 참 어려운 부분이 있네요. 함께 고민해 보고 싶어 제 블로그에 글 (http://janghp.tistory.com/477)을 올려 두었습니다.
전 다행이네요.. 6개월만에 알았으니.. 영어공부나 해야겠어요 ㅠㅠ
누구든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거기에 강요가 한 방울이라도 섞이게 되면 그건 그 강요때문에 일을 하게 된다. 자기 일이 아닌데 누가 제대로 하겠는가? 돈 몇 푼 때문에 무덤 파는 것과 진배 없다. 근로자의 시간을 빼앗아 돈을 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것은 악마에게 영혼을 판 댓가일 뿐이다.
거의 날마다 야근아니면 밤샘, 평균 퇴근시간이 밤2~3시, 토요일도 휴일도 근무, 어쩌다 한번 일요일 쉬는게 전무입니다~ 옆에서 보기 너무 안쓰럽지만 어쩔수 없는일인것 같아요.그것이 싫으면 자기 스스로 그만두면 되겠지만 쉽게 그렇게 못하니 답답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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