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1일

한국 소셜커머스의 빛과 그림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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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을 쓴 이후로 한달 조금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처럼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

이번 글에서는 제가 실제로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면서 아주 만족스러웠던 경험과 아주 불만족스러웠던 경험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몇 가지 이슈를 먼저 정리해보도록 하죠.

그루폰코리아의 사업 개시

드디어 오리지날 그루폰이 한국에서 사업을 개시합니다. 그루폰코리아 사이트를 방문해보세요. 3/14부터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공지되어 있습니다. (추가글: 3/14 현재, 오픈 되었습니다!)

그런데 페이지 하단의 상호명을 보면 명칭이 그룹온이고 대표자가 세 명이나 되네요. 그루폰코리아의 동향에 대해서는 하단의 기사들과 그루폰코리아의 블로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루폰코리아, 지역 업체 인수하며 전국망 구축 나서
윤신근 그루폰코리아 대표 "자신없다면 진출하지 않았을 것"
그루폰코리아 블로그

현재 그루폰코리아의 사무실이 대치동 유니온스틸빌딩 10층인데요. 제가 모회사에서 4년동안 일했던 바로 그 사무실입니다. 재미있는 인연이네요. ^^

각설하고. 그루폰이 다른 국가에서는 주로 기존 업체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출을 했는데, 한국에서는 사실상 직접 회사를 설립해 사업을 개시합니다. 작년 하반기에 그루폰 본사의 국내 상위권 업체들에 대한 인수 노력이 모두 실패하면서, 고심 끝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루폰 본사에서 그루폰코리아에 수백억 원의 실탄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한국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다 전략적으로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루폰은 작년에 7억 6천만 달러(약 8천 5백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그 중 해외 매출이 2억 8천만 달러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상 작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열린 한국의 작년 시장 규모가 약 7백억원 정도입니다. 올해는 적어도 3~4천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죠.

한국 시장은 전세계에서 가장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놀라운 시장입니다. 또한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입니다. 그러니 작년 하반기의 인수 실패가 그루폰 본사에게 있어 얼마나 뼈아픈 일이었겠습니까? 그래서 그루폰코리아에 대해 본사의 푸시가 아주 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저는 그루폰코리아의 사업 개시와 관련해 다음의 세가지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 국내에서도 과연 본사처럼 100% 환불정책(Groupon Promise)을 시행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둘째, 친구 추천시 과연 본사처럼 10달러의 인센티브를 지원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셋째, 본사처럼 모바일 환경을 제대로 지원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첫번째로, 현재 그루폰 본사는 고객이 불만족하여 연락을 하면 환불을 해줍니다. 엄청난 고객만족 정책이죠.

이런 정책을 통해 고객의 입장에서는 "만일 서비스가 불만족스러우면 그루폰이 환불해줄 거야"라는 상당한 신뢰감을 갖고서 쿠폰을 이용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또한 신뢰 사회에서나 가능한 선진국스러운 정책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그루폰 본사와 '동일한 수준의' 고객만족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업체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제가 파악한 바로는 없는데 혹시라도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최근 티몬이 TMON Promise라는 정책을 공지하기는 했지만, 그루폰 본사가 불만 시 환불을 보장하는데 반해서 티몬은 '연락하면 해결해드리겠다'는 애매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거 같습니다.

과연 그루폰코리아가 본사 수준의 고객만족 정책을 시행할까요? 곧 밝혀질 겁니다.

(추가글: 3/14 현재, 본사와 마찬가지로 100% 환불 정책을 시행하는 것으로 공지되었습니다.)

두번째로, 그루폰 본사는 이용자가 추천한 친구가 72시간 내에 첫 상품을 구매하면 10달러의 캐시를 이용자에게 지급합니다. 해당 캐시는 그루폰에서 상품 구매시 현금처럼 이용할 수 있고요. 이것은 그루폰이 입소문을 만드는 중요한 기능인데, 그루폰이 그나마 소셜커머스로 인정받은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국내 소셜커머스 사이트들의 경우 티몬, 쿠팡 등이 추천한 친구의 첫 구매시 2천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는 정도이고, 대다수의 사이트들은 아예 이런 기능이 없습니다. 과연 그루폰코리아는 얼마만큼의 인센티브를 지원할까요?

(추가글: 3/14 현재, 1만원의 캐시를 지급하는 것으로 밝혀 졌습니다. 해당 링크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로그인을 해야 합니다.)

세번째로, 모바일 지원 문제입니다. 그루폰의 스마트폰 앱은 해외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앱스토어에서 거의 항상 무료 앱 순위 Top 25 내에 들고 있고 이용자들의 평도 아주 좋습니다. 또한 소매업체가 쿠폰 처리시 사용하는 Groupon Merchants 앱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참고: Groupon 앱, Groupon Merchants 앱

이런 그루폰의 스마트폰 앱들이 국내에서도 그대로 이용 가능할까요? 오픈 시점부터 바로 이용 가능하거나, 아님 조만간 가능할 것입니다. 이 점은 몹시 중요합니다.

현재 국내 상위권 업체들 중에서 스마트폰 앱을 제대로 제공하는 업체는 전무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루폰 사업 모델은 모바일에 아주 적합함에도 불구하고, "어찌 이렇게 모바일을 홀대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들 지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긴 PC웹사이트 운영도 벅찬 상황이니 이해는 갑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티몬 서버가 죽어 있군요. ㅠㅠ)

스마트폰에서 상품 조회, 결제, 쿠폰 이용 등의 모든 고객 행동을 지원하는 건 몹시 중요한 일입니다. 향후에는 PC에서 결제되는 비중보다 모바일 기기에서 결제되는 비중이 더 커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모바일 커머스의 원년이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국내 업체들이 모바일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루폰코리아의 행보를 주목해야 합니다. 모바일에서 앞서 감으로써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추가글: 3월 중으로 아이폰/안드로이드폰 앱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안내되어 있습니다.)

그루폰코리아는 늦게 출발하지만,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티몬/데일리픽, 위메프, 쿠팡에 이은 4위 사업자 정도의 자리는 충분히 차지할 거 같습니다. 나아가서 쿠팡과 위메프도 위협할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현재 잡음이 많은 티몬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그 모든 것은 그루폰코리아의 '사업 실행력'에 달려 있습니다. 그루폰코리아가 얼마나 사업을 잘 해나갈지 함께 지켜보도록 하죠. ^^

소셜커머스 사업자들에 대한 소비자 불만 폭증

지난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작년 하반기부터 국내 소셜커머스(라고는 하지만 그루폰 모델에 국한된) 시장이 급격하게 커졌습니다. 특히 작년 8월부터 11월까지는 시장이 매월 두 배씩 성장할 정도였죠.

그런데 시장이 급격히 커지기 시작한 작년 8월 이후 판매된 쿠폰들의 유효기간 종료일이 계속 다가오면서 문제가 증폭되기 시작합니다. (업체별로 차이는 있습니다만, 쿠폰의 유효기간은 대개 3개월입니다. 경우에 따라 2개월 이내인 경우도 있고, 4개월 이상인 경우도 있습니다.)

소셜커머스 사업자들이 쿠폰을 팔고 수익이 늘어날 때는 좋았겠지만, 쿠폰의 유효기간 종료일이 다가오고 막판에 쿠폰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업소에 몰리면서 고객서비스 문제가 크게 불거지기 시작합니다. 시장이 성장한 만큼의 댓가를 치르게 된 것이죠.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자 환불 거부, 부실한 서비스 제공, 영세 사업자의 부도, 사기 위험 등을 경고하는 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최근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환불 규정에 대한 직권조사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소비자 피해가 커지면서 대표적인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인 KBS1의 소비자고발(2월 18일 방송), MBC의 불만제로(3월 2일 방송)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방송을 한 바 있습니다. 방송을 못 보신 분들은 찾아서 보세요.


소셜커머스 피해 사례에 대한 기사 또한 무척이나 많은데 그 중 하나만 소개해보겠습니다(다른 기사들도 검색해보세요!).

소셜커머스 반값쿠폰 "쓰기 힘드네"

저 또한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명백한 피해를 입어 티몬, 위메프, 쿠팡을 소비자원과 공정위에 신고한 상태입니다.

티몬의 경우 상품 판매 시 고지한 조건이 변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환불을 거부했고, 위메프와 쿠팡의 경우 예약필수인 상품인데 업소가 며칠이나 일부러 전화를 계속 안 받아 도저히 방문을 할 수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환불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소액이니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습니다만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고, 또한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게 업계 전반적으로도 바람직하다는 생각에 피해 신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쿠팡의 경우 예약필수인 업소가 며칠 동안이나 계속 전화를 안 받아서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았고(전화를 안 받아서 조금 뒤 다시 하면 통화 중, 또 다시 하면 안 받고..) 그것에 대해 메일, 게시판, 1:1 문의 등 모든 컨택 방법을 통해 몇 번이고 글을 남겨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거진 한달 만에 환불이 안 된다는 연락이 오더군요. 아주 상투적인 내용과 함께 말이죠. 제가 경험한 최악의 고객서비스였습니다. 쿠팡의 경우 상품 이용 후 만족한 적이 거의 없는데다 고객서비스에도 너무 실망하여 더 이상 상품조차 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황당한 사실은, KBS1의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에서 쿠팡의 업체 실명이 나오면서 마치 고객서비스를 아주 잘하고 있는 업체인 것처럼 소개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과연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광고주이기 때문인가요? 인맥 때문인가요?) 이번 일을 통해 KBS1의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에 몹시 실망했습니다.

소비자 불만의 폭증은 업계 공통의 문제입니다. 특히 현재 상위권 업체들이 TV 광고나 마케팅에 엄청난 돈을 쓰고 있는데요. 그런데 돈을 쓰기 보다는, 불거진 소비자 불만 문제들을 어떻게든 시급히 해결해야 업계가 공멸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고객만족에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며 피해를 보신 분들은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구 한국소비자보호원)이 함께 운영하는 1372 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해 피해 사례를 상담해보시기 바랍니다.

소셜커머스가 소매업체 입장에서 이익일까? 아닐까?

단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는 건 아닙니다. 소매업체의 피해 사례에 대한 애기들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소셜커머스 `속빈 강정` 되나
소셜커머스 성공담? "소설 같은 이야기"

그루폰 사업 모델은 참 재미있습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쿠폰을 잘 구입하면 상당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고, 잘못 구입하면 시간 낭비이자 돈 낭비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매업체의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제 생각에는 쿠폰 판매에 적합한 소매업체가 있고 적합하지 않은 소매업체가 있다고 봅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면, 지금까지 소셜커머스 이용 경험 중 상당히 만족하여 제값이라도 꼭 다시 방문하겠다고 생각한 업소가 5~10% 정도 됩니다(이들 업소를 편의상 A급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을 차지하는 약 80% 업소는 '그럭저럭 이용할 만 했지만 굳이 일부러 찾아올 정도는 아니다'라는 느낌이었습니다(이들 업소를 편의상 B/C급이라고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10%에 해당하는 업소들은 최악에 가까웠습니다(이들 업소를 편의상 D급이라고 하겠습니다). 업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습니다만, 반값조차 아까운 상품의 질과 고객 응대의 질을 보인 곳들이 D급입니다.

냉정하게 얘기하여, 그루폰 사업 모델은 정말 괜찮은 A급 업소를 위한 것입니다. A급 업소들이야말로 이용한 소비자들의 칭찬과 재방문 의사가 넘쳐납니다.

반면에 B/C급 업소들의 경우, 쿠폰 판매 후 좋은 입소문과 재방문을 기대하겠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쿠폰 고객들 응대하느라 실컷 고생만하고 별다른 이득을 보지 못하는 것이죠. 이 경우 소셜커머스 사업자들만 이득을 봅니다(어떤 경우에든 수수료를 챙기니까요!). 소비자들은 그냥저냥 이용한 수준이라서 딱히 만족도 불만도 아닌 경험을 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D급 업소들은 쿠폰 판매를 함으로써 보다 빨리 폐업하게 됩니다. 정말 도대체 왜 장사를 하는 건지, 또 무슨 생각으로 쿠폰 판매를 한 것인지 심히 의문이 들 정도로 상품의 질도 나쁘고 고객 응대도 나쁜 업소들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그루폰 모델은 A급 업소에게는 좋은 입소문을 통해 더욱 장사를 잘 되게 해주고, B/C급 업소에게는 그다지 도움을 주지 못하며, D급 업소들에게는 나쁜 입소문을 통해 폐업을 앞당기게 해줍니다.

오해가 없도록 부연하자면, 제가 A급 업소라고 표현한 것은 기존에 장사가 무척 잘되고 있는 이미 검증된 업소만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그런 업소일 수도 있습니다만, 신생 업소일 수도 있습니다. 아직 소비자들에게 검증은 되지 않았지만, 상품의 질과 고객 응대가 뛰어나 잠재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업소들을 포괄적으로 뜻합니다.

자, 소매업체를 운영하시는 분들 잘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의 업소는 잠재적으로 A급입니까? 상품의 질과 고객 응대에 있어 정말 자신이 있으십니까? 그렇다면 소셜커머스 사업자를 통해 쿠폰 판매를 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하지만 상품이나 고객 응대에 자신이 없으시다면 쿠폰 판매 하시는 거 재고하시길 바래요. 자칫하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소셜커머스 사업자들의 배만 불리고, 결과적으로 쿠폰 유효기간 동안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실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소셜커머스 사업자들의 과장된 영업에 현혹되지 마시고 자신의 상품과 고객 응대의 질이 정말 입소문을 만들 만큼 자신이 있는지 꼭 신중히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최고의 쿠폰 경험

이번에는 제 개인적인 경험을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A급 업소는 분명히 존재하기에 제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소셜커머스의 긍정적인 가능성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마진이 없거나 오히려 손해를 봄에도 불구하고, 좋은 상품과 친절한 고객 응대를 해주신 업소의 사장님과 종업원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여담입니다만, 제가 블로그를 운영한 지난 6년간 단 한번도 음식 얘기는 올린 적이 없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오늘 처음으로 음식 얘기가 등장합니다. ㅎㅎ

아래의 내용은 철저하게 제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어떤 종업원이 서빙을 했는지, 쿠폰 유효기간 중 언제 방문했는지, 어떤 음식을 주문했는지 등에 따라 각자의 경험이 다를 수 있으니 참고만 하세요.

맛있는 디저트: 분당의 하니브라운
정말 맛있는 우유빙수와 허니자몽을 먹었습니다. 제가 디저트를 좋아하기에 특히나 마음에 들었던 업소입니다. 다만, 모든 메뉴의 원래 정상가 자체가 살짝 비싼 느낌이 있습니다.

여길 이용하지 않았더라면 하니자몽이란 존재 자체를 몰랐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후에 다른 업소에서 허니자몽을 먹었는데 그건 정말 별로더군요. 허니자몽이라는 간단한 음식조차도 업소마다 상당한 편차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쿠폰 이용 후에 제값 주고 먹으려고 재방문했던 대표적인 업소 중 하나입니다.

쾌활한 이자카야: 강남역의 텟펜
이자카야의 분위기라는 게 원래 좀 업되어 있는 느낌입니다만, 여기는 특히나 아주아주 활기찬 분위기입니다. 종업원들이 정말 친절합니다. 친절한 측면에서는 최고입니다. 사실 음식 맛은 최상급이라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전 언제나 이자카야는 오뎅 맛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오뎅을 추가로 주문해 먹었는데 그냥 평범하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기차고 친절한 분위기가 좋아서 언젠가 우울할 때 다시 한번 방문할 예정입니다.

푸짐한 양: 동교동 한접시 꼼장어
한 접시의 양이 꽤나 많더군요. 정말 2인이 먹어도 충분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도 맛있어서 추가 주문하여 정말 많은 꼼장어를 먹었습니다. 어릴 때 부모님과 포장마차에서 꼼장어를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꼼장어가 먹고 싶을 때 부모님과 함께 한번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샤브샤브와 샐러드바: 일산의 드마루
일산에 자주 가는 편인데 이런 곳이 있었는지 몰랐습니다. 부모님, 여동생, 조카들(유아) 데리고 같이 갔는데요. 가격대비 만족도는 아주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가족들이 다들 맛있게 먹었고요. 식사 후에 조카들과 바로 맞은 편에 있는 호수공원에 갔는데, 조카들이 신나게 뛰어 노는 걸 보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

저렴하고 푸짐한 한우: 고양시 덕양의 한우천국
온 가족이 가서 정말 저렴하고 푸짐하게 한우를 먹었습니다. 결제 시에 쿠폰을 제시하면 되었기에 차별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죠. 구제역으로 인해 유효기간 중간에 포장 불가로 바뀌는 잡음이 있기는 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재방문할 업소로 꼽습니다. 차돌박이를 생애 처음 먹어본 조카들이 이후에 저만 보면 "외삼촌, 차돌박이 언제 먹으러 가요?"라고 묻네요.

저로 인해 부모님, 조카들이 외식 정말 많이 했습니다. 덕분에 저는 최소한 조카들한테는 천사표 외삼촌이 되어 있어요. ㅎㅎ

요트+뷔페: 700 요트클럽
이건 상품의 질과 고객 응대가 대단히 뛰어났다기 보다는(보통 이상이긴 했어요),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했다는 측면에서 소개합니다. 석양이 지는 한강에서 요트 앞머리에 앉아서 세일링을 하는 기분이 참 좋더군요. 요트 이용 후에 고기 뷔페도 괜찮았습니다.

쿠폰 이용의 장점 중 하나는, 쿠폰을 사지 않았으면 알지 못했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쿠폰을 잘 활용하면 삶이 풍부해지죠. 그런 관점에서 만족한 사례이기에 소개합니다.

이외에도 만족했던 경험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이 자리에서 다 소개를 할 수가 없네요. ^^

최악의 쿠폰 경험

좋은 경험도 많았습니다만 최악의 경험을 맛본 경우도 꽤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업소들을 제가 이 자리에서 일일이 소개할 필요는 없을 거 같습니다(어차피 망해갈 테니까요!). 곧바로 떠오르는 딱 두 개의 사례만 소개하죠.

저의 워스트 경험은 강원도에 있는 모 펜션(을 가장한 리조트)였습니다. 작년 말에 혼자서 조용히 책 읽으려고 간 곳인데, 정말 사진과 다른데다 너무너무 추워서 바들바들 떨다가 새벽 5시경에 차 몰고 서울로 돌아와버렸습니다.

펜션에 저녁 무렵 도착했는데 방에 열기가 하나도 없더군요. 그래서 냉기 가득한 방에 보일러 키고 기다렸는데 몇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더군요. 이미 관리실은 문 닫아서 얘기할 곳도 없고, 오죽하면 새벽에 서울까지 편도 3시간 거리를 운전해서 그냥 돌아와 버렸겠습니까?

시간 낭비, 돈 낭비(방값 + 기름값 + 톨비 등)가 얼마나 심했는지 너무 열 받더군요. 서울로 돌아온 다음에 펜션측에 전화해서 항의를 하니까, "여기가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이불 두 개를 덮고 자도 심하게 춥거든요"라며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더군요. 그럼 사전에 경고라도 해주던가요.

전후 사정에 대해 쿠폰을 판매한 사이트에 얘기했더니 무척 미안해 하면서 환불을 해주며 작은 선물을 보내주더군요. 제가 손해 본 기름값과 시간을 배상 받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소셜커머스 사업자 측에서 무척이나 미안해하는걸 보니 마음이 풀리더군요(제가 그리 독하지 못해서요).

소매업체는 영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업자측의 고객서비스가 친절하여 마음을 푼 케이스입니다. 질 나쁜 상품을 소싱한 잘못이 있지만, 그래도 고객서비스에 만족했으므로 해당 사업자의 이름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여기에 하나의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사업자가 아무리 검증을 잘 하더라도 나쁜 상품을 소싱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실수를 할 수도 있죠. 그렇다고 해도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 고객서비스를 신속하고 만족스럽게 제공한다면, 충분히 문제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폭증하는 소비자 불만으로 인해 거의 재난에 가까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그건 불가항력이 아닙니다. 사업자의 의지가 있다면 명백히 극복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위에서 얘기한 사례 외에 정말 명명백백한 최악의 경험을 하나 꼽아 보겠습니다. 바로 하단의 상품입니다.

여의도 한강 공원 빛의 까페 "파반"
상품 소개와 사진을 보면 꽤 그럴듯하지 않습니까? 여담입니다만, 소셜커머스 업체들 정말 사진 잘 찍고 뽀샵 처리 잘 하죠? 이 카페, 외관에서의 느낌과 내부 느낌은 완전히 다릅니다.

여의도에서 사람 만날 일 있을 때 쓰려고 쿠폰 2매를 구매했는데요. 방문해서 커피와 케이크를 주문해서 먹다가 그냥 나왔습니다. 커피는 입만 댔고요. 케이크도 한입 먹고 그냥 나왔습니다.

제 입 정말 고급 아니거든요. 그냥 순수한 서민 입이에요. 커피는 그냥 인스턴트도 잘 먹고, 케이크도 있으면 다 먹어요. 그런데 위 업소의 커피는 (조금 과장하면) 걸레 빤 물 같았어요. 케이크는 슈퍼에서 사먹는 빵보다도 못한 맛이었고요. 오죽하면 저와 동행자 둘 다 거의 먹지 않고 나왔겠습니까? 물론 서비스도 불친절했고요.

너무 맛이 없어서, 1매만 사용하고 남은 1매는 그냥 쿠팡의 낙전수입으로 기부아닌 기부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너무 맛이 없으니 근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용할 마음이 안 생기고, 또한 욕 먹을 까봐 누굴 줄 수도 없으니 어떻게 하겠습니까?

딱 두 개의 사례만 말씀 드렸는데, 이는 제가 경험한 나쁜 경험 중 일부에 불과합니다. 수많은 나쁜 경험들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소셜커머스 세상에는 좋은 경험과 나쁜 경험이 상존하고 있습니다. 즉, 소셜커머스 그 자체는 절대적으로 좋은 것도 아니고 절대적으로 나쁜 것도 아닙니다. 사업자에 따라서, 소매업체에 따라서, 편차가 아주 큽니다.

그렇다면 소셜커머스 시장이 올바르게 성장하고 선순환 메커니즘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소셜커머스 사업자들은 A급 업소들을 잘 선택해 상품을 판매해야 합니다. 소매업체들은 자신의 업소가 소셜커머스에 적합한지 아닌지 잘 판단한 후에 참여를 결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사업자와 소매업체의 평판, 그리고 상품의 조건을 꼼꼼히 살펴본 후에 구매해야 할 것입니다.

원래 이 글은 2편까지만 쓰려고 했는데, 쓸 내용이 너무 많아서 다음 편도 게시하려고 합니다. 소셜커머스 시장에서 발생하는 주된 문제점들, 그리고 소비자로서 현명한 소비를 하는 방법, 앞으로의 시장 전망 등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