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7일

카카오톡의 무료통화? 모바일 인터넷전화!

어제 오전에 KBS 1라디오에서 생방송으로 10분 정도 카카오톡 관련 얘기를 나누었는데요. 이번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논란은 업계나 소비자 모두에게 아주 중요한 이슈이므로 블로그를 통해서도 생각을 밝혀보려고 합니다.

Q. 이통사들은 카카오톡의 보이스톡이 무료통화라고 주장하는 반면에, 카카오톡 측에서는 절대 전화나 무료통화가 아니며 모바일채팅에 음성을 더한 음성채팅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어떤 주장이 맞습니까?

정확히 말하면 둘 다 틀린 주장이죠. 일단, mVoIP(Mobile Voice over Internet Protocol)는 그 용어 그대로 모바일 인터넷전화(=인터넷 기반의 음성통화)라고 할 수 있으며 무료통화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이는 음성통신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대신 데이터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통화를 하는 것이고, 사용자는 데이터통신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만 합니다. 당연히 무료가 아니죠.

또한 카카오톡의 주장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카카오톡이 사실상 문자메시지의 대체제 역할을 했듯이, 보이스톡도 음성통화의 대체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큽니다(물론 현재 공개된 보이스톡 품질로는 힘들 거 같습니다만).

현재는 보이스톡을 통해 일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 수는 없지만 향후에는 그게 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그런데 이게 아주 큰 의미는 없는 게 스마트폰 이용자 대부분이 카카오톡을 이용하고 있으니까요). 분명히 보이스톡은 모바일 인터넷전화의 일종이고 다들 그렇게 받아 들이고 있는데, 자꾸 음성채팅이라고 해서는 곤란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모바일에서는 (메신저가 문자메시지가 됐듯이) 음성채팅이 곧 전화가 되죠. 결국 뉘앙스의 차이일 뿐입니다. 이통사나 카카오톡 모두 솔직하게 속내를 드러내고 올바른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Q. 이제까지 마이피플이나, 라인, 네이트온톡과 같이 다른 모바일 메신저에도 통화 서비스는 있었는데 왜 이번 일에 유독 파장이 큰 건가요?

그것은 1위 사업자로서 카카오톡이 가지는 독특한 위상 때문입니다. 카카오톡은 5천만명에 달하는 사용자(국내 이용자만 3천 5백만명)를 가지고 있고, 실제로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대부분이 매일매일 사용하는 아주 충성도가 높은 킬러앱이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다른 메신저와는 달리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Q. 이통사들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무료통화 서비스가 이뤄질 경우 수익구조가 흔들리게 되기 때문에 이통사 입장에서는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건데요. 실제로 모이통사는 요금 인상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오히려 이용자 입장에선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는 문제인건가요?

현재 이통사들이 적자인 상태도 아니고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인데, 음성통화 매출이 일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서 곧바로 요금 인상을 주장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보입니다. 이통사 입장에서 mVoIP가 선인가 악인가를 떠나서 이는 거스를 수 없는 메가트렌드입니다.

그러므로 이를 어떻게든 받아 들이고, 여타 마케팅 비용을 조정하거나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신규 수익원의 창출을 통해 성장하려고 해야지 그저 손쉽게 요금 인상을 운운해서는 곤란합니다. 이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뿐만 아니라 거시적으로 보면 전체 산업적 차원에 있어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주장입니다.

이제 전세계적으로 이통사들이 손쉽게 돈을 벌던 시절은 끝나가고 있습니다. 이제 이통사들은 초고속인터넷망을 제공하는 ISP(Internet Service Provider)와 다를 바 없습니다. 모바일 ISP가 되는 것이죠. 이게 진실입니다. 그것을 알고 있는 국내 이통사들은 이미 수년전부터 탈통신을 내세우며 여러 가지 신규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이런 흐름이 대세라는 생각으로 더욱 분발해야지, 과거의 손쉬운 사업 방식으로 회귀하려고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Q. 이통사들이 매년 엄청난 비용의 설비투자로 구축한 망을 아무런 대가 없이 카카오톡이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는데요. 망중립성 차원에선 어떻게 봐야 하는 건가요?

소비자들이 이미 3G/LTE 데이터통신 요금을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이를 무임승차라고 얘기할 수 없습니다. 소비자들이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는데 이통사들은 서비스 업체로부터 추가로 비용을 받아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2중부담입니다.
이에 대해 카카오톡은 이용자들이 데이터통신 비용을 내고 있고 카카오톡도 인터넷회선 비용을 내고 있다는 관점에서 3중부담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mVoIP 관련해서 카카오톡이 이동통신망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건 아니므로, 3중부담이라는 주장은 오히려 이통사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말이 아닌가 합니다.
망중립성(Network Neutrality)은 모든 통신사업자들이 모든 콘텐츠를 동일하게 취급해야 하고 어떤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합리적인 이유를 대더라도 차별을 하기 시작하면 인터넷의 본질적 특성인 '비차별, 상호접속, 접근성'이 거대 사업자나 정치적 논리에 의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국내의 경우 이러한 망중립성 원칙에 대해 아직도 정부가 애매모호만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신속히 망중립성 원칙을 확립해서 이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을 없애야 할 것입니다.

Q. 모바일 메신저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왓츠앱은 지금도 여전히 메신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고 있는데 반해 국내업체들은 플랫폼으로까지 확장을 꾀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모바일 메신저의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작은 비슷했으나 왓츠앱은 서비스를 유료로 판매하면서 수익을 내고 있는 반면에, 카카오톡은 마치 모바일에서의 '포털+페이스북'과 같은 방향으로 진화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즉, 메신저와 인터넷전화라는 일종의 미끼 기능을 통해 사용자들을 모으고, 수익을 낼 수 있는 광고, 커머스, 게임 등을 제공함으로써 모바일의 지배자가 되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는 충분히 실현 가능한 전략으로 판단되며, 만일 그것을 달성한다면 현재 네이버가 유선 인터넷에서 올리는 매출 이상을 모바일에서 올릴 수 있을 겁니다.

* * *

카카오톡의 소셜 플랫폼으로서의 진화에 대한 내용을 작년 4월에 쓴 칼럼에서 언급한 바 있는데요. 해당 내용을 업그레이드하여 모바일 플랫폼 비즈니스 서적에 게재한 바 있습니다. 여전히 유효한 내용입니다만, 기대했던 것보다는 진화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네요.

또한 보이스톡을 제가 직접 써보니 저나 상대방 모두 와이파이망을 이용하고 있음에도 음이 씹히거나 잡음이 섞이는 등 그리 통화 품질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자주 이용하는 바이버나 스카이프에 비해서는 아직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정도 품질에도 이렇게 이슈가 되는 걸 보니 역시 카카오톡의 아성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뉴스를 접하셨겠지만, 오늘 LG유플러스가 모바일 인터넷전화를 전면 허용했습니다. 일단,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환영합니다. 그런데 이는 LG유플러스가 특별히 선한 기업이라서 라기보다는 3위 사업자로서 또한 최근 LTE에 올인하고 있는 입장에서의 전략적 선택이라고 보여집니다. (헬지, 헬세권의 악몽을 과연 떨쳐 버릴 수 있을 것인지.. ^^)

이번 보이스톡 사태로 인해 이통사들의 짬짜미(담합)가 우려됐는데 LG유플러스가 전격적으로 허용을 선언함으로써 일단 짬짜미에 대한 우려는 좀 던 거 같습니다. SK텔레콤과 KT도 정부에 대한 로비나 언론플레이보다는 mVoIP라는 메가트렌드를 인정하고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더욱 힘썼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진정한 소비자 편익이고 산업 발전이 아니겠습니까?

이번 보이스톡 사태에 대해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이통사의 투자여력을 위축시킨다며 반대의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는데요. 저는 오히려 경쟁을 통해 더 큰 발전이 이뤄질 거라는 점에서 찬성의 뜻을 밝힙니다. 우리나라 이통사들 이런 일로 적자나거나 망할만큼 만만한 회사들 아니지 않습니까? ^^

여러분도 각자의 의견을 밝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