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31일

컴퓨터 없는 삶, 그리고 아듀 2010년~



위의 영상은 1940년 영화 Waterloo Bridge(국내명 '애수')의 한 장면입니다. 사랑하는 이와의 멋진 왈츠 신에서 흐르는 Farewell Waltz(올드랭사인)이 인상적이어서, 연말이 오면 항상 생각이 나네요.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씁니다. 11월달에 집의 PC에 장착된 SSD가 갑자기 맛이 갔어요(SSD 쓰시는 분들 조심하세요. 알고 보니 하드보다 SSD가 더 맛 가는 일이 많고 기기 안정성이 떨어지네요). 수리해서 쓰기에는 급한 일들이 있어 노트북으로 꼭 필요한 업무만 하고 시급하지 않은 온라인 접속은 모두 끊고 지냈습니다. 그냥 한번 그래 보고 싶어서요.

그랬더니 놀라운 일이 일어 났습니다. 삶이 더 행복해졌어요!

제가 TV는 원래 안보고요(오랫동안 TV 중독으로 살다가 수년 전에 TV 고장을 계기로 버렸어요. 저는 TV 안보는 시간만큼 삶이 연장되었다고 생각해요. ㅎㅎ). 그런데다 꼭 필요한 업무 외에는 인터넷 접속을 거의 안 하고 지내보니, 삶이 아날로그적으로 많이 풍요로워지더군요.

사실 집의 데톱 PC 장비가 워낙 좋아서(PC에 27인치 모니터 1대(2560x1440)와 24인치 모니터 2대를 연결해 놓았고, CPU는 쿼드코어에 램은 8GB, 하드는 총 30TB -> 하드에는 제가 20년 동안 모은 자료가 들어있어요), 자꾸 뭔가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노트북은 느리고 화면도 작고 불편하다 보니까 뭘 하든 하기가 싫더라고요.

그러나 보니 컴퓨터와 인터넷을 일찍 셧다운하고, 당연히 그전보다 잠을 일찍 자게 되고, 그에 따라 건강도 좋아지고, 책도 훨씬 많이 읽게 되고, 사색할 시간도 더 많아지고, 정말 불편한 점이 거의 없더라고요. 1년 중 제일 바쁠 때 PC가 고장 나서 열 받았었는데, 결과적으로 제게 축복이었어요(불행을 행복으로 승화하는 이 긍정적 자세~).

얼마 전부터 PC를 수리해서 쓰고 있는데, 앞으로도 자발적인 PC 셧다운제를 실시하려고 해요.

여러분도 건강이 안 좋고 정신적/시간적 여유가 없으시면, 저처럼 PC가 고장 나길 바래보세요. 용기 있고 돈 많으시면 뽀개셔도 되고요. ㅎㅎ

하여튼 그런 이유로 접속이 뜸했습니다. 각설하고.


* * *

벌써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오네요. 2010년은 저한테 아주 중요한 해였습니다. 작년에 직장 생활을 완전히 때려치우고 류한석 2.0으로 살기 위해 기반을 닦은 한 해였거든요. 언제나처럼 게을러서 원하는 만큼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스스로에게 C+ 정도는 줄 수 있을 거 같아요(양심상 B는 못 주겠어요).

이제는 더 이상, 존경하지 못하는 직장상사 만나서 연기하며 지내지 말고, 단지 먹고 살기 위해서 일하지 말고, 스스로가 매일매일 즐겁고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일이 아니면 하지 말자는 결심을 하나씩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뭔가 사회를 변혁시킬만한 대단한 일을 이루거나 커다란 명예 또는 금전적 성취를 하지는 못할 지라도, 남은 인생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려고 합니다. 그러다보면 최소한 이 사회에 피해는 안 주고, 나아가서는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주제 파악이고, 어떻게 보면 신이 제게 부여한 선천적 본성을 깨닫고 그것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죠. 저는 제가 남 못지 않게 돈과 명예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 이상으로 사랑하는 게 바로 자유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런 제 자신을 인정하니 삶이 정말 다르게 다가옵니다. 새로운 삶을 시작했고, 일단 첫 단추는 잘 채운 거 같습니다. 앞으로도 잘 해내가야 할 텐데, 이 사회가 워낙 독하다 보니(한국 사회 너무 독해요!) 제가 원하는 대로 살도록 절 내버려 둘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어느 순간 다시 회사에 들어가거나 또는 행방불명될 지도..)

하여튼 이 강력한 사회에서 저의 내추럴한 본성대로 자유롭게 사는 것도 대단한 성취라는 프라이드로 2011년을 맞이하려고 합니다. 혹시 능력 부족으로 좌절 또는 타협하게 되면 블로그에 솔직히 고백할게요.

여러분 각자 다 개성이 다르고 삶의 목표가 다르시겠지만, 어쨌든 자신의 본질과 심연이 원하는 길을 따라서 즐겁게 사시길 기원합니다~

2010년 11월 1일

국내 소셜 커머스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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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ZDNET 칼럼] 한국 시장에도 소셜 커머스가 몰려온다
2. 소셜 커머스 사이트 목록과 칼럼 후기
3. 그루폰 유사 사이트들의 3대 리스크
4. 국내 소셜 커머스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한다
지난달 초에 글을 쓴 이후 한 달이 채 안되어 또 글을 씁니다. 이 업계는 어찌된 일인지 한 달 사이에 다른 업계의 일 년에 해당하는 일들이 생기네요.

그래서 이번 글의 제목은 지난 글을 살짝 비틀어서 정했습니다. ^^

미국 그루폰의 딜즈온 인수

지난 10월 19일, 딜즈온이 그루폰 본사에 의해 인수되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루폰이 신규 발행 주식의 80%를 50억원에 매입하는 조건인데, 실적에 따라 한번 더 투자를 해서 총 100억원을 투자한다고 하네요. 신규 발행 주식을 인수하는 방식이라서 기존 지분은 창업자들이 계속 갖고 있는 형태인데, 경영권도 창업자들이 계속 갖는다고 합니다.

사실 지난 ZDNET 칼럼 기고 후에 그루폰 본사에서 제게 연락이 왔었고(제 글을 번역해서 읽어봤다고 합니다), 이후에 몇몇 업체와 접촉을 하고 인수 제안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결국 딜즈온을 인수한다는 소식을 듣고서 좀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딜즈온은 티켓몬스터와 거의 비슷하게 지난 5월에 서비스를 개시한 업체인데, 5월 사업 개시면 거의 1세대 업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딜즈온은 그간 쿠폰의 질, 지역 확장 등 중요한 사업 실행력에 있어서 그다지 인상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인수가 된 건 창업자의 글로벌 감각(CEO가 코넬대 출신)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이번 인수에는 그루폰 본사의 절박감이 큰 몫을 했다고 봅니다. 한국 시장에서 빨리 어떤 업체든 인수해야만 하는 절박감 말입니다. 그루폰 사업 모델이 무척이나 구현이 쉽다 보니 지금 전세계적으로 어느 나라든 수많은 유사 서비스가 창궐하면서 정말 난리도 아닙니다. 중국은 예전에 300개가 넘어서 이제는 셀 수도 없고, 한국도 100여개 가량 됩니다(이젠 카운트 자체가 무의미).

그루폰이 진출도 하기 전에 이미 여러 나라에 유사 서비스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다 보니, 그루폰은 시장이 더 커지지 전에 재빨리 해당 국가의 업체를 인수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는 유럽에서 시티딜을 인수했고, 8월에는 일본에서 쿠팟을 인수했습니다. 중국에서도 곧 인수를 한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기에 전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 시장을 빨리 찜 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었을 겁니다.

한국 시장의 내년 시장 규모를 대략 3천억원 규모(올해 5백억원 정도)로 보고 있는데 최소한 그 정도인 거 같습니다. 역시 우리 나라는 “안 하면 아예 안 하지, 하면 확실하게 하는 나라”입니다. 도 아니면 모. All or Nothing. 유행의 바람이 불면 끝장나는 나라. ㅠㅠ

트위터, 페이스북 본사도 한국 시장의 성장세가 전세계 최고 수준이고 그 쓰임새도 독특해서 주목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루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5년간 한국 유저들이 신생 서비스에 무척이나 굶주렸기에 봇물 터지듯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쨌든 그런 상황에서 빨리 인수를 해야하긴 하는데, 업체들의 몸값은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원하는 업체와 딜은 잘 안 되고, 결국 딜즈온이 낙점된 거 같습니다. 그런데 경영진이 계속 유지된다니 딜즈온이 그간 보여준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 같고, 일반 소비자들에게 그루폰의 브랜드가 어떤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저는 이제 한국에서 그루폰 코리아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그저 개인 블로그에 쓰는 글입니다만, 그루폰 코리아측에 왠지 죄송합니다).

제가 추측하건대, 이 시장에서 결국 (그것이 어떤 업체든) 토종 기업이 1위를 할 것으로 보이네요.

위메이크프라이스(위메프) 돌풍

제가 지난 글에서 소개했던 위메프는 버스 등을 이용한 티저 광고와 첫 쿠폰으로 에버랜드 자유이용권을 판매하면서 후발주자임에도 순식간에 높은 인지도를 달성했습니다. 자본금이 50억원 규모라서 그런지 시작부터 남다르더군요.

특히 에버랜드 자유이용권 판매 소식은 트위터, 페이스북 뿐만 아니라 포털의 카페, 블로그 등을 통해서도 입소문을 타면서 무려 10만장을 매진시켰습니다. 위메프의 가장 큰 공과라고 한다면, 그 동안 일부 얼리아답터들만 이용하던 수준에 머물렀던 그루폰 서비스 모델을 일반인들에게 전파했다는데 있다고 봅니다.

오픈 며칠 뒤에는 T.G.I. 프라이데이스 쿠폰 10만장을 완판했고, 이후 롯데월드 자유이용권을 1만장을 완판하기도 했죠(제가 0시 15분에 확인했을때 이미 매진). 이런 식의 프랜차이즈나 대기업 상품을 판매하는 전략은 이용자들을 끌어 모으는데 있어 탁월하고(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상품이니까요) 이슈를 만들어 내지만, 단점도 있죠.

일종의 미끼상품이기에 마진이 없거나 박할 뿐만 아니라(때로는 마이너스로), 소싱의 한계로 인해 1년 365일 그런 상품으로 채울 수는 없다는 겁니다. 그루폰 모델에서 중요한 건 지역 업소를 프로모션 하는 것이고 결국 그것을 통해 높은 마진을 달성하는 게 핵심입니다.

이 사업 모델은 사실상 '광고 사업'인데 대기업이 뭐가 아쉬워서 수수료를 많이 주겠습니까? 광고에 목마른 지역 업소가 많은 수수료를 줄 수 있는 진짜 고객입니다. 그렇기에 사업적 관점에서 지역 업소의 쿠폰을 파는 게 돈이 될 뿐만 아니라, 그래야만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되죠.

이 사업 모델에서 대기업 쿠폰 위주로 팔아서는 1등하기 힘들고 오히려 틈새 정도만 차지하게 될 겁니다. 물론 가끔 파는 건 새로운 소비자들을 불러 모으고 이슈를 만들 수 있어 꽤 도움이 되겠지만요.

위메프의 경우 대기업 상품 사이 사이에 지역 업소 쿠폰을 파는데, 대부분의 지역 업소 쿠폰 판매 실적이 몇 백장 정도에 불과하더군요. 후발주자치고는 준수하지만 딱히 탁월한 수준은 아닙니다. 물론 아직 서비스를 개시한 지 채 한 달이 안 되었고, 최근에는 시간 단위로 쿠폰을 나누어 홍보를 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기에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특히 지역 확장을 어떻게 해나갈 지가 궁금하군요.

참고로, 서비스 오픈 초기에 CGV 영화예매권, 스타벅스, 배스킨 라빈스, 파리바게트 등의 프랜차이즈 또는 대기업 쿠폰을 팔아 이슈를 만들었던 헬로디씨의 경우 결국 지금은 지역 업소 쿠폰을 주로 팔고 있습니다.

그런 이슈 만들기가 사업 초기의 모객에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결국 지역 업소로 다시 승부를 해야 하는 겁니다. 위메프도 결국 비슷한 길을 갈 거라고 봅니다.

신세계의 해피바이러스(happybuyrus.shinsegae.com) 등장


지난 10월 25일, 유통업계의 강자 신세계가 그루폰 유사 서비스인 ‘해피바이러스’를 개시했습니다. 첫 쿠폰으로 63시티 빅3 이용권을 판매했는데 1만3천장을 완판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달에는 그루폰이 했던 것처럼 갭 쿠폰을 팔 예정이고, 또한 보노보노 식사권도 판매한다고 하는군요. 당연히 순식간에 매진되겠죠.

신세계의 경우 후발주자임에도 모든 언론이 기사화를 해주고, 신세계몰을 통해 적극 프로모션을 하고(위의 그림 참고), 신세계 계열사가 취급하는 서비스 상품을 소싱하여 판매함으로써, 대기업의 장점을 잘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터파크의 하프타임이 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신세계는 워낙 유통에 정통하고(이 사업의 핵심 역량이 유통이죠) 또한 삼성의 악착같은 DNA를 갖고 있기에 다른 대기업과 달리 어느 정도의 성과는 낼 거 같습니다.

다만 굳이 대기업이 벤처들이 열심히 뛰고 있는 이런 신생 분야까지 진출을 해야만 하는 건지(이 대목에서 이마트 피자와 SSM의 느낌), 그리고 기왕 진출을 할 거면 적절한 업체라도 인수하는 성의를 보였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밌는 점은 메뉴판닷컴의 바이러스와 (해피 빼고) 명칭과 폰트가 일치하고 로고의 색상만 다릅니다. 모종의 관계가 있는 듯. 하지만 보도자료 등 어디에도 제휴 내용은 없네요.)

그런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만, 밝은 면을 보면 신세계의 진출은 이런 서비스를 모르고 있던 (신세계몰을 이용하는) 여성 고객을 대거 이 시장으로 유입시키는 효과도 있습니다. 이용자의 확대라는 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하여튼 해피바이러스가 어느 정도의 성과는 내겠지만, 지금처럼 신세계몰 내에 입점해 있는 형태로는… 글쎄요. 그런 형태로 지역을 확장하고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면서 발전해나가기에는 한계가 있을 거 같습니다. 신세계의 저력과 대기업으로서의 한계(대기업 다녀보신 분이라면 아는 그것)가 결합되어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지켜보도록 하죠.

다크호스로 부상한 지금샵(g-old.co.kr)

제가 지난 글에서 언급한 주목할만한 업체에 포함되지 않은 업체입니다. 9월에 서비스를 시작했으니 개시 한 달도 안 된 업체라서 별로 할 말이 없었죠. 부산에 본사가 있고, 도메인이 좀 이상하고(g-old라니? 지'금'이라는 뜻이겠죠. 아마).

그런데 서비스 개시 두 달도 안된 지금 꽤 뛰어난 실행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비스 지역은 현재 서울, 부산, 울산, 대구, 경기로서 티켓몬스터 다음으로 많은 지역을 커버하고 있고요. 서비스 상품의 질도 꽤 좋은 편입니다.

제가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업체들 중에서 쿠팡은 아직 새로운 컨셉을 찾지 못했거나 또는 실행하지 못하는 듯하여 점차 경쟁에서 멀어져 가는 분위기이고, 데일리픽은 요식업에 특화된 업체로서 일정 부분의 포지션을 차지하며 잘 지낼 거 같지만 1등 업체가 되기는 힘들 거 같고요.

인터파크, 웅진씽크빅, 싸이더스HQ, 메뉴판닷컴 등은 딱히 차별화된 모습이나 남다른 실행력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이 시장은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만큼 결론도 빨리 날 겁니다.
빨리 소비자들을 사로 잡지 못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이 몇 배로 더 힘들어 질 겁니다.
지금 못 하면 나중엔 더 못 할 겁니다.

결론적으로 현 시점에서 제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업체는 티켓몬스터, 지금샵 정도입니다. 티켓몬스터의 경쟁 상대가 딱히 없었는데(잠재적 경쟁자만 있었을 뿐), 지금샵이 다크호스로 급부상 중이네요. 더불어 위메프, 신세계의 경우에는 지역 업소 쿠폰을 다루는 점에 있어 얼마나 남다른 실행력을 보여줄 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전 이 사업에서 자본력보다 실행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업체에 대한 모든 의견은 그저 제 개인의 소견일 뿐이니 참고만 하세요.

다른 소셜 커머스 사례: 롯데, GS샵 등의 행보

롯데는 아직 그루폰 유사 서비스에 진출을 하지는 않았습니다만, 나름 소셜 커머스에 있어서 독특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 롯데닷컴이 ‘쇼핑 위드 미’라는 이벤트를 했는데, 사람들이 모여 쇼핑 그룹을 만든 후에 총 구매금액과 구성원 수에 따라서 포인트를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주 금요일까지 진행되었기에 결과를 아직 논하기는 이르고요.

또한 최근 롯데닷컴은 페이스북도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단의 그림은 롯데닷컴의 초기 화면에서 페이스북 페이지를 소개하는 것이고, 화장품 관련 팬 페이지의 주소는 http://www.facebook.com/lottebeauty입니다.


GS샵의 경우에도 지난달에 고객이 팀을 만들어 구매를 하면 구매금액을 합산해서 적립금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했는데요.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이벤트 정보를 공유해서 팀을 만드는 경우도 많았고, 일주일간의 이벤트 기간 동안 972개 팀이 만들어졌는데, 1인당 평균 1만원씩의 적립금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렇듯 작은 성공사례들이 막 나오고 있는 추세입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소셜 커머스라고 하면 거의 기존의 블로그 공동구매나 그루폰 유사 서비스 밖에는 눈에 띄지 않았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를 제대로 활용하는 사례들이 등장할 기세네요.

앞으로 다른 유통 업체들도 분명히 소셜 커머스에 어떤 식으로든 참여를 할 것이고 곧 포털 다음, SK컴즈 등도 소셜 커머스 시장에 들어온다고 하니 또 한차례 이 분야에 변화가 올 것입니다. 돈 버는 분야는 변화도 빠릅니다.

내년에는 모바일 커머스가 제대로 터지겠죠. 역시 커머스는 Real Business~

시간나면 또 글 올리겠습니다.

2010년 10월 15일

베스트 직업 1위, 소프트웨어 아키텍트!

물론 미국 얘기입니다. CNN Money가 꼽은 베스트 직업 1위에 소프트웨어 아키텍트가 선정됐습니다.

원문: BEST JOBS IN AMERICA: 1. Software Architect

제가 어제 트위터에 남겼던 소식입니다만, 방금 글로벌 소프트웨어 아키텍트 협회인 IASA에서 메일이 왔기에 블로그에도 남겨 봅니다(제가 IASA의 한국 챕터 President였습니다).

건축 분야의 아키텍트가 건축물을 제작하기 위한 블루프린트(청사진)를 만든다면, 소프트웨어 아키텍트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블루프린트를 만듭니다. 설계도면 없이 만들어지는 건축물을 상상할 수 없듯이, 소프트웨어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아직 국내는 인식이 척박해서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에 아예 아키텍트가 없거나 무늬만 아키텍트(지식과 경험이 부족하거나 또는 적절한 권한과 책임이 주어지지 않거나)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이 소프트웨어 강국인 것은 소프트웨어 업계의 최고급 기술자인 아키텍트에 대한 대우가 좋고 전망도 좋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지만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봅니다. 해외에서 아키텍트들을 만나보면, 많은 아키텍트들이 자기 방이 있고 조직에서도 예우를 받고 있더군요. 또한 모임을 하면 대부분 40대 이상이고 50,60대 분들도 많습니다.

개발자들이 지향할 수 있는 커리어패스 중 하나로 아키텍트라는 좋은 직종이 있는 게 참 중요하다고 봅니다. 롤 모델 중 하나로서 자신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국내 업계의 현실은... @#$%^#$%^#$ (이거 글자 깨진 거 아니고요, 뻔한 얘기 또 쓰기 싫어서 생략합니다)

끝으로, IASA로부터 받은 메일을 게재하니 참고하세요.

Architects Are Number 1!

Congratulations to Iasa members, and practicing architects everywhere!

In their November issue, CNN Money Magazine rated "Software Architect" as the number 1 job in America. The article said the job offers great pay, satisfying work, and big growth opportunities, forecasting a 34% 10-year growth.

As the only association in the world offering professional certification and skills/capability development in the field of IT Architecture, the Iasa community celebrates the acknowledgment.

"This global recognition marks a great win for us as we move towards professionalization of IT Architecture," said Paul Preiss, CEO and founder of Iasa. "In the next 5 years, we expect to see Information Architect, Business Architect and Infrastructure Architect rated in the list as well."

Quality of life ratings
Personal satisfaction: B
Job security: B
Future growth: A
Benefit to society: C
Low stress: C
Flexibility: A

We truly are in the right place for our time.

Cheers,

The Iasa Global team

2010년 10월 5일

국내 소셜 커머스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한다

이전 글:
1. [ZDNET 칼럼] 한국 시장에도 소셜 커머스가 몰려온다
2. 소셜 커머스 사이트 목록과 칼럼 후기
3. 그루폰 유사 사이트들의 3대 리스크
글 제목에 소셜 커머스라고 썼습니다만, 사실 국내의 상황은 “그루폰(또는 그룹폰) 유사 서비스”라고 하는 게 보다 맞을 거 같습니다. 또한 소셜성도 많이 부족하고요.

올해 3월 첫 번째 사이트가 등장한 이후, 5월부터 경쟁이 격화되기 시작했는데요.

이용자들의 욕구가 워낙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이고 수익이 즉각적으로 생기는 사업이다 보니, (본격적인 경쟁 이후) 6개월차에 접어드는 지금 이미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되어가는 모습입니다. 모든 게 빠릅니다.

각 업체들의 매출 현황, 이용자들의 호응, 그리고 제가 여기저기에서 40개에 이르는 쿠폰을 직접 구매하고 이용해본 경험을 종합하여 판단한 결과, 현 시점에서 주목할만한 사이트로 다음의 3개를 A그룹으로 꼽고자 합니다.

* 유의사항: 하단의 내용은 개인 블로그에 게재한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티켓몬스터(ticketmonster.co.kr)

현 시점에서 의심할 여지없는 1위 사이트입니다. 이 글을 쓰는 현재 강남, 강북, 분당, 일산, 부산의 5개 지역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곧 대구에서도 개시할 예정입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쿠폰이 매진되고 있으며 일매출액 1~2억에 이르고 있습니다. 2위 업체와 5~10배에 이르는 매출액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티켓몬스터가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업체들에 비해 우월한 지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로, 탁월한 소싱 능력과 발 빠른 지역 확장을 꼽을 수 있습니다(이 사업은 역시 실행력이죠!). 그런데 제가 꼽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AS력입니다.

이 대목에서 쿠폰을 구매하시려는 분들께 강조하고 싶은 건 무조건 싸다고 구매하시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제가 지난 글에서 이미 밝힌 내용인데, 초기 고지된 내용과 달리 쿠폰 고객을 차별한다던가, 예약을 안 받는다던가, 추가 주문을 강요한다던가 하는 일이 분명히 생기고 있고, 심지어는 업체가 문을 닫거나 주인이 바뀌는 일도 생기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런 문제 발생 시에 소셜 커머스 업체가 제대로 대응을 하는 게 몹시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티켓몬스터는 문제 업소 발생 시 업소와의 교섭력, 불만 발생시 적립금 제공, 미이용 고객에게는 환불을 하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고 그런 점에서 이용자들의 신뢰를 얻었습니다. 물론 그래도 여전히 불만을 갖는 고객은 있겠지만 다른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했다는 뜻입니다.

티켓몬스터는 지난 9월에 해외 및 국내 VC로부터 33억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마케팅을 위한 실탄도 확보한 상황입니다(관련 기사). 그래서 최근 4천 5백만원의 상금을 건 공격적인 이벤트도 하고 있죠.

여러 면에서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티켓몬스터이지만 취약점은 있습니다. 일단 상표권 분쟁으로 인해 사이트명을 변경해야 하는 형편이고(브랜드가 바뀐다는 건 치명적이죠), 최근 대기업 및 코스닥 상장사가 본격적으로 이 사업에 뛰어듦으로써 경쟁의 우위를 지키기 위해 더욱 분발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건 아닙니다만, 서비스의 기능적인 차별성이 부족하고 모바일적인 면이 취약한 부분도 있습니다.

쿠팡(coupang.com)

뒤늦게 서비스를 개시한 업체이기는 합니다만, 요식업보다는 다양한 문화 상품을 위주로 소개하고 있어 주목할 만 합니다. 특히 이 업체가 가진 컨셉, 즉 “단지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싸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쿠폰 구매를 하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하도록 해주고 싶다(문화 전도사의 역할)”는 생각은 이 업체가 분명한 사업 철학이 있음을 알게 해줍니다.

론칭 상품으로 'DJ DOC와 함께하는 파티'를 판매하여 시작부터 주목을 받았죠. 또한 창업자들이 하버드 MBA 동문 및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딸인 탓인지, 서비스 오픈도 하기 전에 조선일보에 소개되고 해외 VC로부터 20억을 투자받는 괴력을 발휘하기도 했습니다(관련 기사).

그런데 컨셉은 좋습니다만, 매일매일 다양한 문화 상품을 소개한다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고 또한 많은 사람들이 그런 문화 상품에 열광하는 것도 아니기에 초기의 컨셉을 유지하면서 성공하는 게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도 최근에는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걸 실감하면서 전략을 튜닝하고 있을 겁니다(이미 했을 지도).

데일리픽(dailypick.co.kr)

NHN에 인수된 윙버스 출신이 만든 업체로서 요식업에 특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목할 만 합니다. 윙버스와의 관계 덕분에 윙버스 사이트에 배너가 게재되어 있기도 합니다(링크 확인).

윙버스 사업을 하면서 얻은 맛집에 대한 경험과 관계가 소싱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좋은 상품을 올리고 있어 매진도 많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먹는 거에 관심이 많은 이용자라면 뿌리치기 힘든 사이트입니다.

그런 점에서 장점이 있고 차별화가 되어 있기는 한데, AS력에 있어서는 의문이 듭니다. 아무리 소싱을 잘한다고 해도 이용자 평판이 나쁜 업소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시정 조치 내지는 환불 등의 액션을 취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방관하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데일리픽에서 구매한 쿠폰이 있는데 안 좋은 경험하느니 아예 가질 말까 고민하는 곳도 있을 정도입니다. 데일리픽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보려고 합니다.

이상과 같이 티켓몬스터는 종합적인 측면에서, 쿠팡은 문화 상품 측면에서, 데일리픽은 맛집 측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현 시점에서 주시하는 업체는 이 세 곳이며, 그 외 B그룹으로 위폰, 딜즈온, 쇼킹온, 키위, 슈가딜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해당 업체들의 경우 나름 괜찮기는 한데, 딱히 강점을 가진 부분이 보이지는 않기 때문에 B그룹으로 묶었습니다(관계자 분들께 왠지 송구스런 마음입니다).

(참고로, 초기에 프랜차이즈 쿠폰을 판매하여 돌풍을 일으킨 헬로디씨의 경우 남다른 점이 있기는 한데 최근에는 다른 사이트들과 흡사해진 모습입니다. 좀 더 지켜본 후 별도로 언급하겠습니다.)

모든 사업이 그렇겠습니다만,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려면 뭐 하나라도 잘 하는 게 중요합니다. 제가 A그룹으로 꼽은 업체들은 나름의 차별성이 있습니다. B그룹은 딱히 차별성은 없습니다만, 괜찮게 해나가고 있습니다.

그 외의 업체들은 앞으로 이 사업을 계속 지속할 것이지, 그러려면 어떤 경쟁력이 필요한 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미 사업을 하다가 중단하거나, 아니면 준비하다가 아예 개시도 못하는 업체들도 생겨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아주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니만큼(티켓몬스터의 경우 4개월간 매출액이 50억), 교통정리도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국내 소셜 커머스는 다음 단계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이젠 대기업, 코스닥 상장사, 청년재벌 등이 이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더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주목할만한 업체로 다음의 4개를 꼽을 수 있습니다.

웅진씽크빅의 패밀리CEO(familyceo.com)

국내 최대 출판기업인 웅진씽크빅은 패밀리CEO라는 사내 벤처를 통해 그루폰 유사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입니다. 웅진씽크빅이 10억원의 자금을 투자하여 먼저 경기북부(일산), 강남의 2개 지역에서 서비스를 개시했습니다.

그런데 패밀리CEO(가정주부를 뜻함)의 경우 주타켓층이 주부입니다. 이 부분에서 좀 의문입니다. 그루폰이나 티켓몬스터의 이용자 통계를 살펴보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고객층이 '싱글 여성'들입니다.

자신에 대해 투자하고 삶을 즐기는 싱글 여성이 이 시장의 주고객인데, 주부를 타켓으로 하여 주부가 관심을 가질만한 상품(예컨대 아동 대상의 전시회 등)을 계속 소싱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주부들에게는 주방용품, 식재료 등을 파는 게 더 파워풀하죠.

주부를 타켓으로 하면서 현재와 같은 유형의 상품을 파는 전략은 차별성이 있을 지는 몰라도 이슈를 만들긴 쉽지 않을 거 같습니다.

싸이더스HQ의 위시쿠폰(wishcoupon.com)

코스닥 상장사인 iHQ(대표 정훈탁)의 자회사인 싸이더스HQ는 전지현, 한예슬, 장혁, 재범 등이 소속된 유명 연예 매니지먼트사입니다. 싸이더스HQ가 투자하여 10월 15일에 오픈하는 서비스가 위시쿠폰입니다.

벤처 CEO인 레인디의 김현진 대표가 함께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과연 서비스 오픈 이후에 어떤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가 되는군요.

네오플 창업자 허민 대표의 위메이크프라이스(wemakeprice.com)

네오플은 던전앤파이터라는 온라인게임으로 유명하죠. 네오플은 지난 2008년 국내 게임업체간의 인수합병 금액으로는 최고가인 3,800억원에 넥슨에 인수됐습니다. 창업자인 허민 대표는 지분을 모두 팔고 네이플을 떠났죠. 허민 대표는 네오플 매각을 통해 2천억 이상을 번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바로 그 허민 대표가 설립투자자로 참여한 업체인 나무인터넷의 첫 서비스가 위메이크프라이스입니다. 네오플의 슬로건이 “We make wonders!”입니다(지금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군요). 그런데 이번에는 “We make price. 오직 목마른 것은, Wonder일 뿐!”이라는 슬로건을 사용하고 있군요(창업자의 일관된 철학이 느껴져 재밌습니다).

대표는 다른 사람이 맡았지만(물론 네오플 출신), 주요 경영진들이 허민 대표의 지인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허민 대표가 885억원에 인수한 대치동 미래에셋타워에 사무실을 열었는데, 벤처답지 않게 상당한 근무 환경을 자랑하고 있습니다(사무실 사진).

10월 8일 서비스 개시인데 첫 번째 상품으로 에버랜드 자유이용권을 아주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할 것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오픈일 자정에 서버가 다운되지 않을까 싶네요. ㅎㅎ

네이플의 던전앤파이터 퍼블리싱을 삼성전자의 DSC(지금 MSC의 전신이자, 제가 4년간 있었던 조직입니다)가 맡았었는데, 그런 삼성과의 좋은 관계가 이번 에버랜드 소싱에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입니다(이 부분은 단지 제 추측입니다). (추가 글: 제보에 따르면 제 추측이 맞다고 하네요.)

메뉴판닷컴의 바이러스(buyrus.co.kr)

해외의 유명 서비스인 옐프(Yelp)와 그나마 흡사한 국내의 메뉴판닷컴도 드디어 지난 달에 바이러스라는 이름의 사이트를 오픈했습니다.

기존 메뉴판닷컴의 메뉴에 포함시키고 배너 광고를 게재하는 등의 지원 사격을 통해 오픈 초기부터 종종 매진을 기록하는 등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쿠폰 서비스를 오랫동안 한 업체이고 프리미엄 카드 서비스라는 유료 멤버십 카드 사업도 하고 있어, 일단 사업 실행에 있어서는 상당히 유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제가 프리미엄 카드를 이용해 보았는데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모바일웹 사이트(m.buyrus.co.kr)도 제공하고 있는데, 바이러스측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전체 구매자의 20%가 모바일을 통해 구매하고 있다고 하네요.

바이러스의 경우 아무래도 요식업에 강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런 점에서 데일리픽과 흡사한 포지션을 갖고 있고요. 바이러스는 기존 업소들과의 관계 및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강점이 있으므로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 지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상과 같이 티켓몬스터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시장에 대기업, 코스닥 상장사, 청년재벌(?), 기존 기업 등이 뛰어듦으로써 새로운 방향으로 시장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시장과 관련하여..

어떤 이는 이 시장을 거품으로 치부하면서 쉽게 꺼질 수 있다며 비판적인 시각을 피력하는데, 저는 그것에 동의하지 않습니다(제대로 이용해보고서 판단하시길!)

마땅한 홍보 채널이 없는 지역 업소들 입장에서는 이 새로운 광고 모델(이 사업은 상거래를 가장한 광고 모델이죠)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에버랜드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지역 업소들만 참여하는 건 아니지만 주로 지역 업소들을 타겟으로 하는 비즈니스입니다.)

지역 업소들의 엄청난 욕구가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즈니스 모델을 평가하려면 그러한 핵심을 봐야지 자잘한 문제점을 보고서 평가절하하면 안 됩니다. 티켓몬스터의 경우 참여하려는 업소들의 문의가 하루에 약 50~100건 이상 있다고 합니다.

또한 이용자들의 관점에서 보면, 50% 이상의 대폭적인 할인 유혹을 뿌리치기가 싶지 않습니다. 반값이라는게 심리적으로 엄청나서 판단 능력이 일부분 마비돼 충동 구매하기 쉽상입니다. (단지 하루만 할인 -> 충동 구매 -> 익일부터는 환불 불가로 이어지는 강력한 메카니즘!)

티켓몬스터는 현재 약 10만명의 회원으로 일매출액 1~2억원을 달성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역이 10개 이상으로 확장되고 회원수가 100만명에 이르면 매출액이 얼마나 될까요?

물론 기존 고객이 떨어져 나가는 수치도 있겠습니다만, 당분간은 이탈하는 회원보다 유입되는 회원이 훨씬 더 많을 것이며 그에 따라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확대될 겁니다.

지역 업소와 이용자의 욕구가 이렇게 단단한데 시장이 무너질 리 만무한 것이죠. 물론 몇 가지 리스크 요인은 존재하는데 그건 제가 이전에 쓴 글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시장이 계속 커나갈 게 확실하고,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도 확실하고, 그에 따라 이용자들의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더 매력적인 쿠폰들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다만 당분간 AS가 미흡한 업체들이 난립할 테니, 이용자 분들께서는 업체의 선택에 필히 신중하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업체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서비스의 기능 개선도 좀 신경 써 달라는 겁니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몇 가지 적어 보겠습니다.

1. 소셜 미디어를 제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셜 커머스라고는 하지만 소셜 미디어를 ‘제대로’ 활용하는 업체는 하나도 없습니다. 트위터 계정 개설하고 이용자들이 알아서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소개한다고 해서 소셜 커머스 아니죠. 시스템적으로 연계된 기능이 있어야죠. 특히 국내의 경우 트위터,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블로그, 카페, 싸이월드도 잘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인센티브 시스템을 강화해야 합니다

그루폰의 경우 추천한 사람이 첫 구매를 하면 10달러를 지불하고, 리빙소셜의 경우 추천한 사람 3명이 구매하면 본인은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등 인센티브 시스템이 잘 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국내 사이트들의 경우 티켓몬스터, 쿠팡, 바이러스 등 일부만이 추천한 사람의 첫 구매 시 2천원을 지불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3. 부가 기능을 확대하고 모바일을 지원해야 합니다

현재 관련 사이트들을 보면 쿠폰 판매, 게시판 말고는 아무런 기능이 없을 정도입니다. 기본적인 검색 기능조차 부실합니다. 오로지 쿠폰 판매에만 포커스가 되어 있죠. 사이트 내에서 좀 더 이용자들이 머무를 수 있는, 즉 이용자들을 락인시킬 수 있는 기능이 부족합니다. 지역 정보, 지역 커뮤니티, 예약, 리뷰 등 이 사업을 도와줄 수 있는 여러 기능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기능적으로 차별화한 업체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 해당 부분에서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 (절대적이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사업에 도움이 될 겁니다. 또한 모바일 웹 또는 스마트폰 앱의 지원도 필요합니다. 다들 SMS만 보내주다 보니 아주 불편합니다.

자신이 구매한 쿠폰 정보를 스마트폰에서 바로 확인하고, 위치를 찾아갈 수 있고, 사진을 찍어 후기를 남기는 등의 기능을 스마트폰에서 바로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두개 업체를 제외하고는 모바일을 아예 지원하지도 않고 있는 형편입니다. 비록 이 사업에서 IT가 핵심은 아니더라도 IT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 업체가 유리한 부분이 있는 건 분명합니다.

워낙 주목 받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보니 해도해도 얘기할 게 많네요. ^^ 내년 상반기가 되면 많은 부분이 달라져 있을 거 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애정을 갖고 지켜보면서 추가 글 게시하겠습니다.

2010년 9월 11일

주례 후기와 칼릴 지브란의 시

첫 주례 무사히 마쳤습니다. 좀 떨렸어요. 하지만 결혼식에서 주례는 주례사를 마치자마자 잊혀지는 존재.

주례사 마치고 사진 찍을 때까지 병풍처럼 배경으로 서 있는 게 더 힘들더군요.

주례사에서 인연과 사람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한 후, 마지막을 다음과 같은 칼릴 지브란의 시로 마무리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입니다.

누군가와 오래 함께 하기 위해서는, 열정보다는 상대의 본질에 대한 이해와 존경심이 더 중요한 거 같습니다. 제가 그런 말할 자격은 없습니다만, 적어도 지향하고는 있어요.

여러분도 시를 느껴보세요. 칼릴 지브란을 좋아하시는 분들과 공감하고 싶네요.

결혼 - 칼릴 지브란

함께 있으되
그대들 사이에 공간이 있도록 하십시오.
그래서 하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도록 하십시오.

서로 사랑하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마십시오.
그보다는 사랑이 그대들 두 영혼의 기슭 사이에서 출렁이는 바다가 되게 하십시오.

함께 노래하고 춤을 추며 즐거워하되
서로가 혼자 있게 하십시오.
마치 현악기의 두 줄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각각의 줄들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서로 가슴을 주되
가슴 속에 묶어 두지는 마십시오.
오직 커다란 생명의 손길만이 당신들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습니다.

함께 서 있으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마십시오.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서는 자랄 수 없습니다.

2010년 9월 10일

첫 결혼식 주례를 서다

아직 한 것은 아니고 내일(토) 합니다. 내일도 비가 온다니 비 오는 날의 결혼식이 되겠네요.

제 나이 41세. 뭐, 주례를 서기에 좀 어린 나이이기는 하죠. 하지만 인터넷에서 보니 30대 후반에 첫 주례를 서신 분도 있더군요. 전 그래도 40대이니까요.

그런데 주례를 맡은 저나 이 얘기를 듣는 여러분이나 황당할 수 밖에 없는 건, 제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이라는 겁니다!

결혼 트라우마가 있어서 아직 결혼을 못했어요. 앞으로도 딱히 예정은 없고요. 할 가능성이 절반, 안 할 가능성이 절반 그렇네요. 결혼 한다고 해도 공개적인 결혼식은 안 할 예정이고요. 그런 제가 주례를 맡게 되었으니, 오죽하면, 어떤 사연이 있길래 그렇게 된 것일까요?

그 사연은 신랑되는 이(이하 J)와의 인연 때문인데, 10년 전인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 갑니다. 당시 저는 모기업의 CTO를 맡고 있었고, 그때는 커뮤니티 운영 등 개발자로도 활발한 대외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동생과 같이 학교를 다녔던 J는 IT 업계에서 일을 하고 싶어 했고, 동생한테 저를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하여 제가 만나게 되었습니다.

당시 J는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어서, 대학을 중퇴할지 말지 그리고 장사를 할까? IT쪽으로 취업을 할까? 등의 고민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장사를 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판단을 했던 거 같고요.

저를 만나서 물어 보더군요. “제가 어떻게 하면 개발자가 될 수 있을까요?”

지금은 당시보다 더 상황이 안 좋아졌지만, 당시에도 한국 현실에서 개발자 직종은 별로 추천할만한 건 아니었습니다. 상위 10% 내에 들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거나 그게 아니면 학력, 과거 경력, 태도, 소셜스킬 등 뭐라도 남다른 게 있을 때 그나마 커리어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게 개발자 직종입니다. 물론 다른 직종도 마찬가지겠지만, 개발자 직종은 일반적으로 입문이 쉬운 반면 생명이 짧아서, 오래 생존하고 출세하려면 남들과의 차별성이 특히 중요합니다.

거기에다 J의 전공은 전산은커녕 이공계도 아니었습니다. 물론 개발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식도 경험도 없는 상태였죠. 그래서 “대충 직업을 구하려고 하는 거면 다른 일 하는 게 낫다. 이 직종은 업계가 독해서 스스로 잘 관리하지 못하면 돈을 못 벌고 몸도 망가지고, 별 생각 없이 일하다간 40세 넘으면 아주 곤란해질 수도 있다.”라고 말해주었죠.

제 얘기를 다 들은 후에도 나름의 의지를 피력하더군요. 그래서 도와주려는 마음 일부, 니가 할 수 있겠어?라는 마음 일부, 또 리트머스 테스트에 통과하길 바라는 마음 일부를 가지고서 당시 만났던 장소 근처에 있는 반디앤루디스 서점에 데려갔습니다. 서점에서 OS, 웹프로그래밍, 오피스 등 관련 서적 네 권을 사주면서 만일 한달 내에 이 책들의 내용을 모두 독파한다면 그때 가서 다음 스텝을 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그런 식의 도움 내지는 시도를 한 사람들이 많은데, 대부분 그 다음 단계로 진입을 하지 못했습니다. 한달 내에 책 네 권을 독파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개발 관련 책이라서 내용을 정독해야 하고 페이지도 상당하니까요.

책은 사주었지만 거의 기대는 하지 않고서 잊고 있었는데, 정말 한달 뒤에 연락이 왔습니다. 공부를 다했다고요. 깜짝 놀랐습니다.

만나서 몇 가지 확인을 해보았는데 완전 초보치고는 이해력이 뛰어나다고 판단을 했고, 특히 그 의지를 높이 사서(의지가 강한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든 드라이브하죠), 제가 CTO로 있던 회사에 말단 신입으로 고용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학 절대 포기하지 말고 끝마치라고 조언을 해주었죠. 가진 게 몸뚱어리 밖에 없는 사람이 이 독한 한국사회에서 기회에 대한 차별을 받지 않으려면 학력, 경력 등을 잘 관리해서 몸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게 당시의 제 지론이었습니다. (그런 차별이 없는 사회가 좋은 사회겠죠. 그런데 어떻게 된 게 10년이 지났는데 이 사회는 점점 더 독해만 지고 있네요.)

어쨌든 제 말이 통한 것인지 J는 이후 2년 넘게 회사와 학교를 병행하였고 결국 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아주 힘들었을 겁니다. 그런데 포기할뻔한 학교에 다시 복학해서 만난 사람이 바로 이번에 결혼하는 신부 S입니다. 인연은 인연인 것이죠.

J와는 일한 지 얼마 안되어 제가 회사를 옮겼고, 그 후 함께 일한 적은 없습니다. 함께 있었던 시기에도 저는 주로 팀장들과 일을 해서, 사원인 J와 직접적으로 협업을 한 기억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저와 일한 대부분의 직원들이 그렇듯이 저의 직설적인 표현으로 인해 J 또한 마음의 상처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제가 불과 4~5년전까지만해도 지금보다 훨씬 성격이 안 좋았거든요. 제 기준으로(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주관적인 기준이었을 뿐이에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들면 심하게 몰아붙이고 그랬던 거 같아요.

그런데 인생의 가치관을 바꿀만한 몇 가지 계기가 있었고 그로 인해 과거를 절절하게 반성하게 됐고, 지금은 거의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제가 주장하는 모든 내용은 제가 겪은 것이고 반성의 경험을 반영한 것들이죠.

하여튼 저와의 짧은 직장 생활 이후 J는 몇 번의 이직을 거쳐(중간에 회사 잘못 옮겨서 엄청 고생을 하기도 했고요), 지금은 NHN에서 포털 부문의 개발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NHN에서 20여명만 뽑은 우수사원상을 받기도 했다는 군요. 책임감과 의지가 무척 강한 친구입니다. 다만 일에 너무 몰입함으로써 마음의 여유, 건강 등을 해치기 쉬운 타입인데 나이 먹으면서 나아지고 있는 거 같아서 다행입니다.

어찌됐건 IT 전공자도 아니고 어떤 IT 교육기관도 다니지 않고서 오로지 독학으로, 즉 스트리트 파이터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고 집안을 책임져온 J가 대견합니다. 헝그리정신의 표본. 그리고 현재의 모습보다 앞으로의 모습이 더 기대되는 친구입니다.

그런 J가 어려운 시절에 만난 인연인 S와 8년간의 연애 끝에 이번에 결혼을 하는 겁니다. 평소에 저와 J는 자주 연락을 하는 사이는 아닌데, 갑자기 연락을 해서는 주례를 서달라고 부탁해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다고 J 결혼식의 주례를 맡아줄 분들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저보다 훌륭한 분들이 주변에 있고, 부탁하면 흔쾌히 해주실 텐데 왜 하필이면 제게 부탁을 하는 건지.

몇 번 사양을 했는데 J와 S를 만나서 그들의 의지를 확인한 후 어쩔 수 없이 맡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아, 왜 맡았을까? 내가 미쳤지.."하는 마음)

제 생각에는 (신념이 강한 사람들이 항상 그렇듯이) J는 결혼식을 자기 인생의 중요한 마일스톤으로 생각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오래 전부터 제게 주례를 부탁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하네요.

아, 그래도 사람이 살다 보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는 건데, 굳이 초심을 그대로 실행하는 걸 보면 J의 스타일을 알 수 있어요. 그런 J의 스타일이 지금의 J를 만든 거겠죠.

사람의 마음만큼 간사한 것도 없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결국 잘되면 자신이 잘나서 잘됐다고 생각하는 게 인지상정인데, 굳이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내서 저를 주례로 세우는 걸 보면 J는 참 독특한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저라는 사람의 캐릭터를 잘 알면서, 결혼식 주례와 같은 어려운 부탁을 맡겨 제게 부담을 주는 J에게 조금 불만을 표하고 싶기도 합니다.

결혼도 안 한 사람이 타인의 결혼식 주례를 서며 갖게 될 미묘한 느낌을 J는 이해할까요? 거기에다 저처럼 감정이 예민한 성격의 사람이라면요?

사실 제가 수 천명 앞에서 강의를 하거나 생방송을 할 때도 전혀 떨리지 않는 사람인데, 요 며칠은 잠이 안 오더군요. 내일 주례 전에 우황청심환이라도 먹어야 할 듯.

아, 이 결혼식이 빨리 끝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마치 제가 결혼하는 심정. 그런 부담감으로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혼인서약, 성혼선언문에 주례사까지 나름 신경 쓸 게 많네요. 하여튼 첫 주례를 무사히 마쳤으면 좋겠어요.

끝으로,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을 극복하고 결혼하는 멋진 커플 J와 S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부디 이 세상이 우리를 고단하게 할 지라도 언제까지나 서로를 지지하는 소울메이트로 남아주세요. 공개적으로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링크를 알려 드립니다.

J와 S의 결혼

제가 보내는 축가는, 존경심과 부러움과 축하의 마음을 담아 Elvis Presley의 Hawaiian Wedding Song(가사).

2010년 9월 1일

김지현님의 시간 관리 기술: 12가지 요약

사회에서 만나 친하게 지내고 있는 김지현 본부장이 얼마 전 시간 관리 서적을 출간했다며 보내주었습니다. Daum에서 모바일을 맡고 있는 김지현 본부장(이하 김지현님)과는 여러 사연이 많은데, 여기에서 다 밝힐 수는 없고요. ㅎㅎ

안 지 10년이 넘었고 그간 쭉 지켜보았는데 참 대단한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똑똑하면서도 성실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다 소셜 스킬도 뛰어납니다. 이런, 이게 말이 됩니까? 어떻게 그런 장점들을 한꺼번에 다 갖고 있을 수 있는지요?

회사에서 인정을 받고 있으면서 개인적인 활동도 아주 활발하죠. 대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40여권 이상의 책을 쓰기도 했고요(이 말 한마디면 캐릭터 설명 끝납니다).

하여튼 그런 김지현님이 시간 관리 서적을 출간했다니 관심을 갖고서 읽어 보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취업을 앞둔 학생들, 그리고 신입사원들에게 추천하고 싶네요. 그런데 제목이 “시간 관리”인데 제가 볼 때는 “직장인을 위한 업무기술”이라고 지었으면 더 좋았을 거 같습니다.

전 이 책이 단지 시간 관리라기 보다는, 업무를 잘 하는 법으로 읽혔기 때문입니다. 물론 업무를 잘 하면 시간이 절약되죠. 그런 내용이 담겨있는 책입니다.

인상적인 내용을 제가 재해석하여 적어보겠습니다.

1. 업무 요청의 기술: 최고의 소셜 스킬

지식근로자의 업무는 대부분 협업으로 이루어지죠. 업무를 요청하고 또 요청 받습니다. 바로 그러한 관리를 잘 하는 게 시간 절약의 핵심입니다. 무엇보다 요청한 일에 대한 피드백을 철저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1주일 전에 부탁한 일이 잘 진행되는 지 3~4일 전에 가볍게 중간 확인을 합니다.

김지현님은 이렇게 한다고 합니다. “엊그제 부탁 드렸던 업무를 진행하시면서 제가 드려야 할 도움이나 혹시 기간을 좀 더 드려야 하는지 확인해 주십시오.”

그리고 이틀 전에는 이렇게 얘기한다고 합니다. “일전에 부탁 드린 업무에 도움을 주시고 계셔서 감사합니다. 모레쯤 결과물을 보내 주시면 그것을 참고로 최종본이 훌륭하게 정리가 될 거 같아요. 잘 부탁 드릴게요.” 마감 일정을 재확인하는 것이죠.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도록 정중하게 리마인드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업무를 하면서 이러한 식의 나이스한 요청을 받아본 적이 있습니까? 저는 18년동안 직장 생활하면서 한번도 없었습니다. 이것은 시간 관리 이전에 최고의 소셜 스킬입니다.

제 프로젝트 관리 강의 내용 중에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팀원들에게 업무를 위임한 후 중간 확인을 할 때 최악의 질문은 “저번에 맡긴 일 어떻게 되가? 이번 주에 되는 거지?”이고, 최고의 질문은 “업무를 하면서 혹시 애로사항이 있거나 제가 도와줄 일이 있나요?”입니다.

바로 그것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입니다. 사람들이란 안타깝게도, 자신이 대우받기를 바라는 그대로 타인에게 하지 않습니다. 바로 그것에 성공의 비밀이 있습니다. 어렵지만 그렇게 한다면 엄청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죠. Daum에 입사한 지 몇 년도 안 되어 임원으로 승진한 김지현님의 업무 노하우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요?

이 부분만 가슴으로 이해하고 실천해도 책 값은 뽑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내용도 있습니다. 업무를 요청할 때, 왜 이 업무를 요청하는 지에 대한 사유와 적임자임을 공감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한다고 합니다.

2.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1위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합니다

그래야 회사에서 기억됩니다. 회사가 맡겨준다기 보다는 여러분이 어떻게든 1위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저 또한 과연 그것을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뒤돌아보게 만드네요. (숙연)

3. 업무의 질과 속도 관리 기술

업무의 질과 속도는 비례합니다. 그러므로 업무 중요도(회사 기여율)이 높은 일에는 좀 더 많은 시간을 배분하고 중요도가 떨어지는 일에는 시간과 열정을 줄여서 안배하는 게 중요합니다. 즉, 중요도가 낮은 업무의 경우에는 완성도를 다소 희생하더라도 제 시간에 일을 완수해야 하는 것입니다.

시간과 완성도의 딜레마를 효율적으로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김지현님의 견해입니다. 여기에서 핵심은 업무 중요도를 개인적인 기호가 아니라, 회사 기여도에 따라 최대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아무 일이나 열심히 하는 직장인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4. 회의 참여의 기술

회의 참여를 요청하는 연락을 할 때 “회의에 왜 당신이 필요하고 어떤 역할을 해주길 원하는 지에 대한 설명”을 포함한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참석자에 따라 내용이 다르므로 다 다르게 기입한다고 하는데, 조금의 시간을 들임으로써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는 내용이라고 봅니다.

저라도 회의 주최자가 그런 성의를 보이고 저를 필요로 한다면 기쁘게 참석하겠습니다. 제가 대기업 직장인으로 일해본 경험에 따르면, 제게 참석을 요청하더라도 사실상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회의가 80% 정도는 되었습니다(그걸 파악한 후로는 제가 꼭 있어야 되는 회의 말고는 철저히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대기업에서는 회의 참석만 잘 관리해도 엄청난 시간이 절약됩니다.

김지현님 스스로 비생산적인 회의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올바른 회의 문화를 위해 본인이 먼저 실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 적어도 월 50장이 넘은 명함을 소비해야 합니다

50장의 명함을 썼다는 건 50장의 명함을 받았다는 걸 뜻하죠. 지식근로자들에게는 사람을 통해 줄일 수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자신의 능력과 시간이 유한하기에, 업무 아웃소싱을 위해서 그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알고 있는 게 아주 중요한 경쟁력이 됩니다. 여러분은 얼마나 명함을 사용하고 있고, 또 그 데이터를 얼마나 잘 관리하고 있는지요?

전 주고 받는 명함이 참 많은데(한 달에 백장은 넘는 듯), 도통 관리를 안 해서 별 도움이 안됩니다. 반성되는 점인데, 제가 직접 하긴 힘들 거 같고 비서를 통해서 해야 할 거 같네요.

6. 업무 요청 받기의 기술

앞서 얘기한 게 업무를 요청하는 기술이라면, 이번에는 업무를 요청 받는 기술입니다. 업무 요청을 받을 때는 반드시 업무의 목적, 구체적 산출물, 마감시간, 가용 가능한 자원, 이해관계자들의 내역을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 부분, 제 경험과 유사해서 특히 공감했습니다.

저의 경우 (상명하복의 조직에서 일할 때조차도) 직속 임원이 제게 업무를 맡기면, 그 업무의 배경을 어떻게든 파악했습니다. 그게 해당 임원이 스스로 창출한 건지, 그 위의 임원이 시킨 일인지, 아님 사장님이 시킨 일인지, 정말 원하는 결과물이 무언지, 그걸 위해 제가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무엇인지를 반드시 확인한 후 일을 했습니다.

그래야 업무를 요청한 사람을 확실히 만족시킬 수가 있습니다. 명확하지 않은 내용은 업무 개시 전에 어떻게든 분명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아니면 요청자의 기대와 다른 결과물을 만들 게 되고, 결국 실컷 고생하고도 좋은 소리 못 듣게 됩니다.

7. 업무 우선순위 관리의 기술

사소한 일을 가장 먼저 해야 합니다. 저 또한 많은 공감한 내용입니다. 직위가 상승할수록 본인의 TO DO 목록이 엄청나게 늘어납니다. 이때 사소한 일, 빨리 끝낼 수 있는 일을 먼저 해야 합니다. 그런 일을 빨리 TO DO 목록에서 제거하여 부담도 덜고, 더 중요한 일에 충분히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그런데 막상 일을 하다 보면, 어려운 일 & 중요한 일에 먼저 시간을 쏟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선수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하세요.

가장 대표적인 게 간단한 이메일 답장 같은 일이죠. 답장을 하기 위해 자료를 준비하는 등의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면, 읽은 메일에는 즉시 답장을 하는 게 최고죠. 다른 사소한 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지현님은 10분 이내에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을 가장 먼저 처리하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8. 시간 지키기 기술

김지현님이 상당히 통찰력 있는 지적을 했는데요. 한국 사람들이 일의 시작 시간보다 끝내는 시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시작은 비록 늦더라도 밤을 새워서라도 끝내는 성실함, 사명감이 크다는 내용입니다. 참으로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므로 효율적 시간 관리를 위해서는 일의 시작을 잘 관리하여야 한다는 내용인데, 자세한 내용은 책을 통해 확인하세요. 사실 제가 개인적으로 미팅, 회의 약속 시간을 잘 지키지 못하는 편이라서 이에 대해서는 말할 자격이 별로 없는 거 같습니다.

제가 반성하는 부분인데, 약속뿐만 아니라 저의 모든 라이프스타일이 그래서(루즈함이 제 스타일) 앞으로도 크게 나아질 거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가 늦어서 저나 타인이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 분발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프로페셔널하잖아요. ^^

생각해보면, 저와 김지현님이 만날 때 제가 항상 늦게 왔던 거 같은데 이 자리를 빌어서 미안하다는 말 전하고요. 앞으로도 계속 미안할 거 같은 불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네요. ㅎㅎ

9. 일 줄이기 기술

김지현님이 주장한 시간 관리의 마지막 단계는, 단지 빠르게 일 처리를 하는 게 아니라 일을 효율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을 중단하는 법에 대한 내용도 언급됩니다.

일을 줄이는 최고의 기술은 역시 “권한위임”이죠. 권한위임을 할 때는 일을 시작할 때 가이드를 주고 일이 끝났을 때에는 학습의 기회를 주는 것으로 마무리를 해야 합니다. 일의 중간에 절대 간섭하고 관여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 부분, 제가 주장하는 내용과 일치해서 기뻤습니다.

일의 중간에 간섭하지 않아야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부하직원이 업무를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그래야 그가 발전하고, 그래야 다음에 제가 또다시 업무를 위임했을 때 보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죠. 역시 김지현님의 시간 관리 기술 중 하이라이트는 권한위임이었던 것입니다.

제 경험에 따르면, 권한위임을 잘 하면 아주 대단하고 방대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혼자서 일을 해봐야 얼마나 하겠습니까? 매일매일 간섭하고 통제해봐야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는 하기도 싫고 받기도 싫습니다.

물론 조직의 상황, 부하직원의 상황에 따라 정도와 방법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권한위임이야말로 훌륭한 리더의 기술이라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

10. 똑똑함 vs. 성실함

김지현님은 결국, 성실함이 똑똑함을 이긴다고 했습니다. 대체로 성실하지 않은 저이지만, 처절한 마음으로 이 내용을 인정합니다. 결국 엉덩이 무거운 사람이 이깁니다.

제가 예전에 포스팅한 “개척자가 되든가, 아님 엉덩이라도 무겁든가”라는 글에 링크된 카툰을 보세요.

어설프게 똑똑하면 잔머리 굴리다 실속도 없고, 끝까지 버티지도 못해서 결국 손해를 보게 됩니다. 어설프게 똑똑한 척 하다가 40세가 넘어서 사라져간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젊을 때는 뭘 하든 할 수 있지만, 40세를 기준으로 그 동안 쌓아놓은 성과와 덕이 없으면 뭘 하든 할 수 없게 됩니다.

저 또한 오래 전부터 그런 공포에 시달려 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작년에 원래 계획보다 일찍 직장 생활을 마치고, 스스로의 인생을 개척하게 된 게 큰 도움이 된 거 같습니다. 제가 성격이 B급이라서 아직 위태위태합니다만, 잔머리 굴리다 또한 남탓만 하다 사라지는 인간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성실한 분들께 깊은 존경심을 표합니다. 제가 김지현님을 리스펙트하는 가장 큰 부분이 바로 성실함인 거 같습니다.

11. 워커홀릭 vs. 일 즐기기

김지현님이 아주 좋은 정의를 했네요. 일 자체에 몰입하면 워커홀릭이고, 일이 주는 가치에 몰입하면 즐기는 것이라고 말이죠. 이 정의에 따르면 김지현님은 워커홀릭 아닙니다. 스스로 즐겁지 않은 일은 최대한 안 하려는 스타일이거든요.

또 이런 비교를 했습니다. 일을 심각하게 하면 워커홀릭, 웃으면서 일을 하면 즐기는 것. 모든 일을 혼자 하면 워커홀릭, 함께 일을 하면 즐기는 것. 항상 손에서 일이 떠나지 않으면 워커홀릭, 일이 끝난 후에 충분한 여유와 휴식을 취하면 일을 즐기는 것. 일을 하는 동안 주변 사람들이 치를 떨면 워커홀릭, 주변 사람들이 즐거워하면 일을 즐기는 것.

저는 성실한 사람은 존경하지만, 워커홀릭은 싫어합니다. 워커홀릭은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줍니다. 직위가 올라갈수록 더 강력한 피해를 끼치죠. 많은 워커홀릭들이 자신이 그러는 것처럼 부하직원들에게 일에 몰입할 것을 강요합니다. 그들은 부하직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승진을 합니다.

저는 워커홀릭들이 직장의 싸이코패스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긍정적인 요인만 보았을 때) 비록 그들 때문에 회사가 성장하고 경제가 성장한 측면이 일부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사람들이 득세해서는 사람들이 불행해질 뿐입니다. 그게 한국 사회의 현실이 아닌가요?

한국인은 정신적으로 불안한 우등생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일하느라 지칠 때면 한국 사람을 생각하며 위안을 얻어라”라고 했다죠(관련기사).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워커홀릭보다는 일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12. 시간 관리의 최고봉은?

김지현님은 시간 관리의 최고봉이 “현재의 시간이 아닌 미래의 시간을 값지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거 본인이 창작한 말이라면 격언 수준입니다. 미래를 생각해본다면, 내가 지금 얽매여 있는 일은 정말 무가치한 것일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이렇게 생각함으로써, 현실의 바보 같은 일들에서 벗어난 적이 많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작년 9월 1일의 어떤 업무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중요한가요?”

여러분 모두, 미래의 자신을 위해 현재의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이 되시길 바랍니다.

김지현님의 책은 크게 세 파트로 나누어져 있는데 여기까지가 시간 관리에 대한 내용이고, 두 번째 파트는 인터넷 서비스나 툴 등을 이용해서 효율적인 업무를 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인데 해당 부분의 경우 이미 IT에 익숙한 분들께는 큰 감흥이 없을 거 같습니다.

그렇지만 IT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 또한 IT를 잘 알더라도 IT를 업무에 어떻게 적용할 지 모르는 신입사원들에게는 도움이 될 겁니다. 마지막 파트는 마인드맵 툴인 씽크와이즈 사용법인데, 이 부분은 굳이 포함될 필요가 없는 사족이라는 느낌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인사이트가 많은 앞부분의 분량을 좀 더 늘리고, 툴 사용법을 부록으로 빼고, 씽크와이즈 부분은 아예 삭제하거나 아님 보너스로 인터넷에서 볼 수 있게 하면 더 좋았을 거 같습니다.

하여튼, 특히 신입사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서 이번에 입사한 제 동생한테도 보라고 한 권 주었습니다. 신입사원 교육이 필요한 회사라면 단체 구매하고 특강 요청하세요. ㅎㅎ

단순 서평이라기 보다는 김지현님의 생각에 제 생각을 믹스하여 글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김지현님과 여러분께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칩니다.

2010년 8월 26일

SI업계의 갑을병정, 그 죽음의 순환고리

한국 SI업계의 고질적인 하청 병폐들과 착취에 가까운 근무 형태는 이미 오랜 전부터 그 악명이 자자합니다. 그런 관계로 관련 내용이 주기적으로 이슈가 되곤 합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는 SI업계에서 ‘을’이 ‘병’에게 보낸 메일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한번 읽어보세요. 글쓴이가 댓글에서 밝혔듯이, 갑은 고객사고 을은 빅3(삼성 SDS, LG CNS, SK C&C) 중 3위 업체인 S*입니다. 여러 댓글 중에, 월화수목금금금은 왠지 쉴 거 같은 느낌이 있으니 월화수목월월월로 표현하자는 글이 눈에 띄네요.

개발자가 과도한 야근으로 인해 건강을 해친 사례는 정말 많습니다.

관련 글: 초과근무(야근, 휴일근무)의 폐해

한국이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건, 우리 업계 사람들이라면 익히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일반인들은 IT 강국이라는 판타지로 인해 그다지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스마트폰 붐이 일면서 “왜 우리는 이런 거 못 만드냐?”라며, 소프트웨어 경쟁력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죠.

그래서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소프트웨어 경쟁력, 그 중에서도 특히 애플리케이션보다는 플랫폼, 솔루션 등 시장을 창출하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경쟁력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이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없는 이유에는 사실 기술적인 요인보다는 문화적인 요인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상명하복식의 조직 문화, 빨리빨리 문화, 맨땅에 헤딩하기 문화 등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특성이 소프트웨어 산업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오랜 시간 동안 연구개발 및 투자를 해야 하고 창의적인 근무 환경이 요구되는 성격의 소프트웨어들은 우리 사회의 특성상 거의 개발이 불가능했던 것이죠. 이건 개별 기업의 경쟁력 문제라기 보다는, 또한 소프트웨어 산업만의 문제라기 보다는, 우리 사회의 많은 분야에서 지식 근로자들이 처한 현실적 한계입니다.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은 완전히 ‘멘탈(mental) 작업’이 아닙니까? 그러다 보니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우리 사회의 조직 문화와는 맞지가 않았던 겁니다.

어쨌든 시장의 한계, 문화적 한계로 인해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SI업이 위주가 되어 버렸는데.. 그렇듯 가뜩이나 일반적인 조직 문화도 소프트웨어 개발과 맞지가 않는데, 거기에다 경쟁력도 없는 대기업 계열 SI업체들이 SI업을 지배하고 있으면서 중소기업들을 쥐어짜고 있으니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이중삼중으로 고통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제가 2007년 ZDNET에 SI업계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3년이나 세월이 흘렀지만 별반 나아진 게 없네요. 제가 주장한 내용은 좀 급진적이지만 지금도 유효하니 한번 보세요.

IT 업계 빅3의 빛과 그림자

글 말미에 “어떤 혁신적인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점점 더 산송장이 되어갈 것이다.”라는 표현을 썼는데 지난 3년 동안 계속 산송장화(영어로 좀비화)가 진행되었던 거 같습니다.

최근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TV 등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면서 관련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콘테스트가 많이 열렸던 시절은 PC 초창기 말고는 없었죠.

앱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빨리 만들 수 있어서 인프라, 플랫폼, 솔루션 등의 분야에 비해서는 개발이 많이 수월한 편입니다. 우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입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전하기 힘듭니다. 기초도 필요하고 응용도 필요하고, 즉 다양성이 필요합니다. 좀 더 밑바닥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경쟁력이 있어야 합니다. (하단 그림 참고: 클릭하면 확대됨)


위 그림에 대한 오해가 없도록 부연하자면, 그나마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는 경쟁을 할만한 여지가 있지만 그 외에는 경쟁력 자체를 따질 수조차 없다는 뜻입니다. 그간의 성공사례도 없고요. 그리고 앞으로도 성공사례가 나오기 힘든데, 그 이유에는 개별 기업의 경쟁력 부족 탓도 있겠습니다만 보다 근본적으로 업계의 구조적 문제가 작용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특히 현재와 같이 개발자들이 착취 내지는 학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기존 인력이 고급 기술자로 성장하기도 힘들뿐만 아니라 신규 인력의 유입에도 아주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이미 개발자라는 게 상당한 기피 직종이 되어 버렸으니까요.

힘 없는 제가 지속적으로 이런 이슈를 제기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게 없고 또 달라진 바도 없습니다만, 공감대라도 형성하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SI업계의 갑을병정 관행이 개선된다고 해서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전한다는 보장은 없겠습니다만.. 아무리 양보해도, 최소한, 중소업체에서 일하는 개발자들이 인간적으로 피해를 보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서 우리는 현실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도 1차적으로 개발자들이 각성해야 합니다. 사회의 보호 장치가 없으니 스스로 공부하고 똑똑해지고 챙겨야 합니다. 그리고 성공사례, 실패사례를 널리 공유하여 기업들이 적어도 대놓고 나쁜 짓 못하게 해야 합니다.

각성하고 행동하는 개발자들이 늘어나길 바랍니다. 빨간약을 선택하세요!

2010년 8월 18일

그루폰 유사 사이트들의 3대 리스크

이 글을 읽기 전에 먼저, 이전 글인 “한국 시장에도 소셜 커머스가 몰려온다”에 링크된 ZDNET 칼럼과 본문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포스트 이후로 새롭게 발견된 사이트들이 업데이트되어서 현재 30여개에 달하고 있습니다. 글 올린 지 보름 만에 15개 사이트가 추가 되었네요.


목록 업데이트에는 그루폰 유사 사이트들의 딜을 모아서 한꺼번에 보여주는 다원데이의 이영재님께서 도움을 주셨습니다.

제가 이전 글에서는 주로 긍정적인 부분들을 위주로 얘기하면서 우려되는 부분을 일부 언급했습니다만, 이번 글에서는 우려되는 내용을 위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세가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째, 할인 피로감입니다.

다원데이를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여러 사이트들에서 수많은 할인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루폰 가치의 핵심은 “대폭적인 할인! 그리고 오늘만 가능!”입니다. 그래서 많은 소비자들이 충동구매를 하게 되죠. 이전 글에서 말씀 드렸다시피 몰랐으면 사지 않았을 서비스를, 싸니까 오늘 아니면 안되니까 결제를 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제가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렇게 사업자들이 난립하고 할인 정보들이 쏟아지면 파격적이고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기 힘들어 집니다. 처음 몇 번은 구매하겠지만, 이내 흥미를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할인 정보가 넘치고 넘치니까요!

거기에다 현재까지 등장한 수많은 사이트들을 보면, 모두들 똑같아서 차이점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어째 차별화된 기능 하나를 발견하기가 힘드네요.

이 첫 번째 리스크는 두 번째 리스크와 결합함으로써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둘째, 가격대비 품질 문제입니다.

이건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추가적인 내용 적어보겠습니다. 제가 나름 쇼핑을 좋아해서(쇼핑은 독신들의 주된 취미 생활인 경우가 많죠. ^^), 여러 사이트들에서 직접 20여번 딜을 구매하고 그 중 일부를 이용해 보았습니다만, 결론은...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많은 이용자들이 딜의 품질과 가격 문제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할인가격이니까 망정이지, 정상가격 다 지불하고 이용했으면 후회할 뻔했다”라는 의견이 꽤 있습니다. 제가 이용해본 딜도 거의 그랬고, 몇몇 딜은 불만족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실제로 어떤 업소의 경우 딜 구매 한달 후에 갔더니 그새 가격이 30%나 올라 있었고, 그 가격에 따라 주문해야 했습니다.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제 의견은.. 대개 보통이었고, 일부는 불만족스러웠고, 아직 만족한 적은 없습니다(이건 저의 베타 의견이고, 구매한 딜을 모두 사용해보고서 최종 의견을 전하겠습니다).

50% 이상의 할인가격이라니까 혹해서 구매를 하긴 했는데, 막상 이용해보니까 지불한 가격조차 아깝거나 그저 그런 것이죠. 5만원짜리 음식을 2만 5천원에 먹었는데, 2만 5천원도 비싸다는 경험들이 쌓여가는 겁니다. 이것은 실제로 딜에 참여하는 업체들의 원래 서비스 품질과 가격에 문제가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또는 할인된 서비스를 구매했기 때문에 차별 대우를 받아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제가 이전 글에서 설명했다시피 수수료률이 상당하기 때문에, 업체들은 정상가격대비 대략 25~40% 정도의 금액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겁니다. 그런 관계로 아무리 교육을 하고 다짐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자영업자들의 이해부족이나 소탐대실로 인해 (요식업을 예로 들면) 식재료, 음식의 양, 고객 서비스 등에 있어 문제의 소지가 다분합니다. 최근 발생한 사례: 링크

쿠폰좀비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습니다. 어쨌든 고객인데 쿠폰좀비라는 말까지 들어야 하나요?

다시 한번 말하자면, 원래 품질이 별로든가 아니면 차별 대우를 해서 별로든가 둘 중의 하나인데 현재 이 문제가 생각보다 큽니다. 그루폰 유사 사이트들의 입장에서는 매일매일 새로운 딜을 소개해야 하는 부담으로 인해서, 좋은 품질의 딜을 선정하고 업체를 교육하고 관리하는 게 결코 쉽지 않습니다. 아주 피곤하고 어려운 일이죠.

온라인으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그 뒤에서 벌어지는 백엔드 오퍼레이션이 생각 이상으로 복잡한 게 이 사업입니다. 겉모습만 보고서 뛰어든 사업자들은 엄청 고생하게 될 겁니다.

셋째, 사이트 폐쇄 시 소비자 보상 문제입니다.

앞서 설명한 첫째 리스크와 둘째 리스크가 결합함으로써 근미래에 문을 닫는 사이트들이 속출할 겁니다. 현재 분위기로는 준비만 하다 아예 서비스 개시를 못하는 사이트도 생길 거 같고 또한 1년 내에 문 닫는 사이트도 꽤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런데 서비스하던 사이트가 문을 닫을 경우 딜 구매 후 아직 사용을 하지 않은 소비자들은 돈을 떼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전 블로그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그루폰 모델은 소비자가 결제한 총금액을 한꺼번에 업체에게 주지 않습니다. 몇 번에 걸쳐 나누어서 줍니다. 이건 업체 결제를 미룸으로써 AS문제 발생시 협상력을 높이고 또한 딜을 제공한 업체가 문 닫을 경우를 대비하는 정책인데, 만일 그루폰 유사 사이트가 업체에 돈을 다 지불하지 않은 상태에서 망해버리면 난감해집니다.

그럴 경우 소비자는 피해보상을 받을 곳이 없어지게 됩니다. 그루폰 유사 사이트가 정산의 책임을 다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사업을 접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용자 여러분께서는 싸다고 해서 무턱대고 구매하지 마시고 사업자의 신뢰도에 대해 나름 판단을 잘 하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가장 우려되는 부분 위주로 적어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악영향을 크게 발휘하기 전에, 소비자들에게 신뢰받는 사이트가 빨리 걸러지고 또한 인수합병 등을 통해 교통정리가 일어나야 할 것입니다.

이렇듯 걱정되는 요소들은 있습니다만,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혜택과 지역 서비스업자들의 광고적 니즈가 분명하기에, 어떤 커다란 문제가 발생하여 업계가 공멸하지만 않는다면 성공 사례는 분명히 나올 겁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부만 성공할 뿐,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업자들은 실패를 하게 되겠죠.

모든 사업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제 글을 보시고 사업자분들께서는 썩 좋아하지 않으실 거 같습니다만, 말 그대로 리스크이니 참고만 하십시오.

추가적으로 발견되는 내용이나 성공사례, 리스크가 있으면 업데이트하겠습니다. 사업자나 이용자들의 의견이나 제보, 환영합니다.

PS: 그루폰이 새로운 형태의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전지역 동일의 하루 하나 쿠폰+광고의 형태인데 엄청난 매출이 발생했습니다. 이건 그루폰이 이미 이용자를 많이 확보하고 있고 워낙 어텐션이 크기때문에 가능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방식으로 완전히 바뀐다기 보다는 종종 병행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어떻게 진화할 지 계속 지켜봐야 할 사이트입니다.

2010년 8월 3일

[ZDNET 칼럼] 한국 시장에도 소셜 커머스가 몰려온다

ZDNET 칼럼 본문 링크

전반적인 배경은 칼럼에 나와 있으니 먼저 칼럼을 읽어보시고요. 결국, 칼럼의 핵심은 한국에서 그루폰(또는 그룹폰) 유사 서비스들이 폭증하고 있다는 것과 서비스 성공 요인에 대한 것입니다. 머지않아 한국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서도 커다란 성공 사례를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칼럼에는 링크가 안되어 있어 여기에 링크를 거니 관련 사이트들을 편하게 방문해보세요. 누락된 것이 있거나 신생 사이트가 있을 경우 알려주시면 제가 업데이트 해놓겠습니다(번호가 서비스 순위를 뜻하는 건 아닙니다).

1. 티켓몬스터(ticketmonster.co.kr)
2. 쿠팡(coupang.com)
3. 데일리픽(dailypick.co.kr)
4. 쇼킹온(showkingon.com)
5. 슈가딜(sugardeal.co.kr)
6. 반토막티켓(bantomak.co.kr)
7. 키위(qiwi.co.kr)
8. 위폰(wipon.co.kr)
9. 딜즈온(dealson.co.kr)
10. 트윗폰(tweetpon.com)
11. 쿠폰(coopon.co.kr)
12. 할인의추억(couponmemory.com)
13. 파티윈(partywin.co.kr)
14. 원데이플레이스(onedayplace.com)
15. 체리데이(cherryday.co.kr)
16. 딜리데이(dillyday.co.kr)
17. 할티쿠(halticoo.com)
18. 쿠펀(koofun.co.kr)
19. 티켓토크(tickettalk.co.kr)
20. 쿠폰(kupon.co.kr)
21. 더쿠폰(thecoupon.co.kr)
22. 텐어클락(tenoclock.co.kr)
23. 더싼(thessan.net)
24. Oh!일산(ohilsan.com)
25. 티폰(tipon.co.kr)
26. 쿠폰매니아(couponmania.co.kr)
27. 럭키챈스(luckychance.co.kr)
28. 원츠유(wantsyou.co.kr)
29. 구핑(guping.co.kr)
30. 더베스트플레이스(bestplace.co.kr)
31. 헬로디씨(hellodc.co.kr)
(참고: 8월 이후 우후죽순처럼 너무 많이 생겨서 업데이트 포기)

잘 나가는 서비스와 못 나가는 서비스의 차이는 명확합니다. 무엇보다 딜의 품질이 좋아야 하고(즉 구매를 참을 수 없는 딜), 단 하루만 팔아야 합니다. 이틀에 걸쳐 파는 사이트도 있는데 그러면 안됩니다. 바로 지금 사야 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용자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면 안 되는 것이죠. 칼럼에 나와 있다시피 충동 구매를 유발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ㅎㅎ 물론 이건 업체 입장에서 드리는 말씀이지, 사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지출이 늘어나는 거죠.)

그리고 구매 성립 인원의 수치가 적으면 안됩니다. 그럼 광고 효과가 없죠. 그런데 일부 서비스들은 딜에 자신이 없으니까 구매 성립 인원의 수치를 아주 적게 설정합니다. 예컨대 20명 정도로 말이죠. 그러면 안되죠. 20명이 사서 구매 성립되면 그게 무슨 광고 효과가 있습니까? 최소 1백명은 넘어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잘 나가는 서비스는 구매 종료 되었을 때 총 구매인원이 수백 명을 넘어서고 때로는 수천 명에 이르기도 합니다. 구매인원의 숫자는 중요합니다. 그 숫자가 충분히 커야 딜을 제공한 업체의 입장에서 충분한 광고 효과를 얻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지 딜의 노출뿐만 아니라 구매한 사람들이 블로그, 카페 등을 통해 방문 후기를 남기는 것도 고려해야 하며, 그 모든 효과는 구매인원과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 제가 티켓몬스터의 신현성 대표를 모컨퍼런스의 발표자로 추천한 적이 있는데(완전 모르는 사이인데 주목할만한 서비스라서 추천을 했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최근 사무실에 방문을 했습니다. (참고로, 저랑 티켓몬스터는 여전히 어떤 이해관계도 없습니다)

그런데 청담동 사무실에 방문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많아야 열명 정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정직원만 무려 30명이 넘더군요. 인턴까지 포함하면 60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5월에 서비스 개시할 무렵 5명이던 인원이 3개월도 안 되어 정직원만 30명이 넘은 겁니다. 자리가 부족해서 인턴들은 토즈에서 일하고 있다고 하네요.

하단은 제가 티켓몬스터 사무실에 방문해서 찍은 사진입니다.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일하는 열기가 아주 대단하더군요. 회의실도 직원들이 다 차지하고 있는 관계로 잠시 사람들 일하는 모습만 보고, 얘기는 근처 커피숍에 가서 나누었습니다.


티켓몬스터의 경우 일매출액 1억원이 넘는 딜도 나오고 있고, 수수료도 (그루폰처럼 50%는 안 되지만) 꽤 받고 있어, 현재의 인원으로도 손익분기점을 그럭저럭 맞출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마케팅에 총력을 쏟기 위해 IR을 해서 최근 VC 투자가 결정되었다고 하는데, VC 이름과 금액을 모두 들었지만 티켓몬스터에서 직접 공개할 때까지 제가 밝히지는 않겠습니다.

아,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존경하는 벤처인이 티켓몬스터에 앤젤투자자로 참여하고 있어서 깜놀했습니다. (아, 입이 근질근질.. ㅎㅎ)

그리고 지면의 한계상 칼럼에는 적지 않았지만, 이런 그루폰류의 서비스 모델에는 또 한가지 큰 장점이 있습니다. 매일매일 딜 매출에 따라 현찰이 들어오는데, 그렇게 결제된 금액을 한꺼번에 업체에게 주지 않고 몇 번에 걸쳐 나누어 줍니다. 당연히 그래야겠죠. 딜을 구매한 이용자는 대개 3~6개월 정도의 유효기간 내에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모든 구매자들이 이용하기 전에 돈을 다 주어버리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극단적인 경우로는 업체가 망할 수도 있잖아요).

그러한 이유로 결제된 금액 전부를 즉시 업체에게 주지 않기 때문에, 현금 흐름에 있어서 상당한 이점이 있습니다. 현금을 쌓아둘 수가 있는 것이죠.

이와 같이 이용자 하나하나가 다 돈을 벌어주고, 마진율이 상당히 높고(그루폰은 50%, 신현성 대표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30~40%는 가능할 것이라고 하더군요.), 더군다나 현금 흐름의 이점도 상당한 것이 이 사업 모델의 장점입니다.

다만 진입 장벽이 낮아 신생 서비스들이 폭주하고 있는데, 제가 칼럼에 썼다시피 브랜드와 AS가 넘사벽을 만들어서 1~2년이면 교통정리가 될 것으로 봅니다. 그러니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잘 활용하여 많은 할인 혜택 보시고, 벤처인의 입장에서는 이 분야에서 분명히 큰 성공사례가 나올 것이니 관련 서비스들의 행보를 잘 지켜보며 사업에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PS1: 물론 이런 류의 서비스들에 대해 카피 서비스라며 비호의적인 업계 시각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도 그런 생각이 전혀 없는 건 아니고요.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에서 성공한 인터넷 서비스들 중에 카피 서비스 아닌 게 과연 몇 개나 있는 지 생각해보면, 그리고 사업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그런 시각 크게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PS2: 후속 글 "그루폰 유사 사이트들의 3대 리스크"도 참고하세요~

2010년 7월 29일

국무총리표창 수상 소식, 아버지와 할아버지에 대한 상념

소식을 전할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가, 어차피 방송에 나올 예정이기에 블로그를 통해 먼저 알려 드리기로 했습니다. 오늘 제가 규제개혁 공로자로 선정되어 국무총리표창을 받았습니다. 기업호민관실에서 IT 분야를 맡아서 스마트폰/공인인증서를 비롯한 여러 규제를 풀기 위해 노력을 해왔는데 그에 대한 포상이었습니다.

주된 내용을 말씀 드리면, 지난 3월말에 스마트폰에서 30만원 미만의 금액은 공인인증서 없이 결제가 가능하게 됐고요(관련 기사 참고). 당시 해당 규제가 풀려서 스마트폰 앱과 모바일 웹에서 결제가 가능하게 됐었죠. 이 부분은 다들 체감하고 계신 상황입니다.

위의 내용이 발표된 직후에, 좀 더 포괄적으로 규제를 풀기 위해 공인인증서 규제 TFT가 만들어졌고 TFT를 통해 금융위, 인터넷진흥원 등과 지속적인 회의를 거쳐 합의안을 도출하였습니다. TFT 활동의 성과로서 얼마 전에 PC와 스마트폰, 그 외 디바이스에서 공인인증서 이외의 방식으로도 결제가 가능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습니다(관련 기사 참고).

물론 가이드라인이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타협의 산물이니까요. 그리고 후속 조치로 공인인증서 이외의 결제 방식에 대한 기술적인 평가 작업이 필요해서 아직 규제개선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인데요. 조만간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규제가 풀렸다고 해도, 금융위가 적극적으로 해당 내용을 추진해야 하고 또한 금융기관들도 몸을 사리지 않고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야 하므로 시간은 걸릴 겁니다. 저는 공무원도 아니고, 금융기관 종사자도 아니니,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인 거 같습니다. 사용자 편의성과 안전성 간의 밸런스를 맞춘 방식들이 도입되어 스마트폰을 비롯한 새로운 플랫폼에서의 상거래가 활성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여기까지는 배경을 전한 것이고요. 사실, 제가 그리 많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포상을 받게 되어 좀 민망합니다. 누군가 포상을 받아야 하는데 제가 한 일이 타이밍이 맞았던 거 같습니다.

제가 받은 국무총리표창은 하단과 같습니다. 현재 제가 연구소 외에 벤처기업인 레몬컨설팅, 온오프믹스의 이사도 맡고 있는데, 포상 추천이 연구소 만들기 전에 있었던 관계로 레몬컨설팅 이사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4년 전 삼성전자 재직 시절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적이 있는데(한명숙 총리 시절), 이상하게도 국무총리상과 인연이 있나 봅니다. 그런데 당시에도 그랬는데 오늘 역시 상을 받아도 마음이 복잡하네요(당시와는 또 다른 이유로).

공교롭게도 오늘이 정운찬 총리가 사퇴의사를 밝힌 날이죠. 포상 행사는 사전에 계획된 것이라서, 사퇴 기자회견 직후에 포상 행사를 진행 했습니다. 사표 수리 전까지는 공무를 수행하신다는데, 사퇴 의사를 밝힌 후 첫 공식 행사였습니다.

포상자는 총 9분이었는데 다들 공무원, 군인, 협회분들이었고 일반 기업인은 저 혼자였던 거 같습니다. 포상 행사 후에 국무총리실에서 정운찬 총리와 환담 시간을 가졌고요. 대기업, 중소기업의 상생 관련된 얘기들이 주로 오갔습니다.

요즘 시국이 복잡하고, 국무총리실도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상황인지라, 지금 같은 시기에 상을 받게 된 게 기쁘지만은 않습니다. 솔직한 심정입니다.

사실 지난 4월에는, 아버지께서 4.19 혁명 50주년을 맞아 건국포장을 받으신 바 있습니다(관련 기사 참고).

아버지는 경북대 법대에 재학하던 당시, 대구에서 4.19 혁명을 주도하다 옥살이도 하고 그러셨는데, 4.19 혁명 50주년을 맞이하여 국가유공자가 되셨죠. 국가유공자에 대한 혜택이 참 많더군요. 사업 실패로 오랫동안 고생만 하시다 말년에 좋은 선물을 받으신 것이지만, 맘껏 기뻐하기에는 시국이 복잡해서 조용히 있었습니다.


사실 제가 고3때 아버지 사업이 실패해서 가족들 모두 많이 힘들게 지냈습니다. 저는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계속 혼자 살아왔고(잠시 형제들과 함께 산 정도), 아버지와의 관계가 오랫동안 소원했는데 수년 전에 복원해서 지금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단점들을 참 싫어했는데, 아.. 사회생활 하는 제 자신의 모습을 보니 아버지를 참 많이 닮았더군요(그 DNA가 그 DNA). 그래서 어느 순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제가 싫어하던 그 모습들을 말에요.

이 자리를 빌어, 늦었지만 공개적으로 아버지께 축하 드리고 싶네요(제 블로그를 구독하고 계시거든요).

아버지 얘기를 하다 보니, 할아버지 생각이 나네요. 독립운동 하시다 소련(사할린)으로 징용 가셔서 끝끝내 돌아오지 못하셨죠. 그곳에서 국어를 가르치며 문법책인 <조선문전>을 만드셨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2년 전 한글날에 대통령표창을 받으신 바 있습니다(할아버지에 대한 글).

친척들은 제가 할아버지를 닮았다고 하는데 저는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사진밖에는 본 적이 없습니다. 아버지도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죠. 그렇지만 할아버지의 반골 정신이, 아버지께 그리고 제게 이어지고 있는 건 확실한 거 같습니다. (이건 여담인데 얼마전 번역한 책 "슬랙"이 일부 대기업의 인사팀에서 금서가 되었다는 소식도..)

오늘은 새삼 그걸 확인한 날이었습니다. 포상을 받았어도 별로 기쁘지 않았거든요. 아마도 그건 현 시국이 복잡해서 그런 것도 있을 테지만, 무엇보다도 제가 4대강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이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전 자연은 있는 그대로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현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을 반대하는 사람이 현 정부에서 포상을 받는 게 얼마나 기쁘겠습니까?(비록 IT 규제개혁 공로로 받았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이런 복잡한 마음이 들지 않은 사회가 좋은 사회인 거 같습니다. 그런 사회를 위해서, 앞으로도 제가 하고 싶은 일 마음대로 하면서, 벤처들도 도우며, 이 상태로 계속 자유롭게 살아갈 예정입니다. 큰 일은 못하더라도, 최소한 누구 눈치도 안보고 억압받지 않고서 살 겁니다.

끝으로 포상과 관련하여 복잡한 제 감상과는 별개로, 규제개혁 일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기업호민관실의 이민화 호민관님, TFT 활동에 많은 지원을 해주신 규제총괄정책관 김효명 국장님, 기업호민관실 초기부터 여러모로 친절하게 도와주신 윤세명 사무관님, 그리고 TFT에서 고생하신 고려대 김기창 교수님, KISA 강필용 팀장님, 경북대 배대헌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PS: 지금 밖에는 비가 오네요. 지금 분위기에 맞는 Bee Gees의 And The Sun Will Shine을 전하며..

2010년 7월 13일

매킨토시의 탄생 비화, “미래를 만든 Geeks”

이런 책이 국내에서 출간되다니 깜놀했습니다. 책의 주제는 “매킨토시 탄생 스토리”입니다. 아예 책의 제목을 그렇게 붙였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책의 내용은 맥 프로젝트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세세하게 어떤 일들이 있었고, 맥 출시 후의 이야기까지를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거의 야사 수준의 에피소드들도 많이 나옵니다.

이 책의 추천사에서 스티브 워즈니악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경험은 부족했으나 위대한 일을 하려고 했던 이 젊은이들이 오늘날 일상에서 쓰이는 핵심 기술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회상하는 것은 가슴 떨리는 일이다. 그들이 쓴 글과 그림을 보며, 혁신의 규칙이 돈이 아니라 내면의 보상에 의해 이끌어지던 매우 좋았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 책을 보면, 최상의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만들어지는 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비록 맥 프로젝트에 대해서만 나오지만 아이폰 프로젝트 또한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았을 거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잡스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 같은 거 같습니다. 슈퍼 영리해진 게 다를 뿐.

맥 팀원들 (출처- http://www.folklore.org)

이 책은 특히 개발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만일 8비트 PC 시절부터 프로그래밍을 했던 사람이라면 아주 딱 맞습니다. 정겨운 애플II 얘기도 많이 나오고요.

이 책은 최상의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프로젝트 매니저와 경영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만 기술적인 내용이 상당하기에 용어와 스토리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으니 필히 감안하세요.

이 책에는 스티브 잡스에 대한 내용이 아주 많습니다. 그의 독특한(?) 성격을 아주 적나라하게 묘사한 부분들이 많죠. 스티브 워즈니악도 등장하고, 빌 게이츠와 관련된 에피소드도 나옵니다.

몇 가지 흥미로운 부분과 함께 제 의견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981년 2월, 맥 프로젝트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버드 트리블이 잡스의 재능을 정의했다. 현실 왜곡장(reality distortion field, 스타트렉에서 나온 용어). “잡스가 있는 자리에서는 현실이 이리저리 변해. 사실상 누구에게나 거의 무엇이든 납득시킬 수 있어. 잡스가 주위에 없으면 왜곡장이 차츰 사라지지.

또한 잡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면 보통 시시하다고 대꾸해 놓고는 그 아이디어가 정말 마음에 들면 정확히 1주일 후에 돌아와 그 아이디어를 자신이 생각해낸 것처럼 이야기해.”

이 대목만 보면 잡스가 부하직원의 공과를 가로채는 사람인 것처럼 보이지만(아이디어라는 측면에서는 물론 그렇겠지만), 잡스는 그걸 자신의 것으로 만든 후에 발전시킵니다.

그리고 팀원들의 공로를 인정하는 데에도 무척이나 관심이 많아서, 맥 케이스의 안쪽에 팀원들의 이름을 새겨 제품을 양산하기도 했으며(잡스는 팀원들이 예술가이며 예술가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맥 출시 직후 사전 예고 없이 팀원들에게 무상으로 맥을 증정하기도 했습니다. 제품 발표회에서 팀원들을 소개시키는 것 또한 잡스는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맥 케이스 안쪽에 새긴 맥 팀원들의 서명 (출처- http://www.folklore.org)

거의 30년 전의 일입니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런 식으로 직원들의 공로를 인정하는 경영자를 만나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물론 그 당시에도 잡스는 독재자였고 애플에서 가장 성격이 나쁜 사람으로 공인 받고 있었지만, 팀은 놀라울 정도로 수평적으로 운영되었고 잡스 자신이 틀렸을 시에는 순순히 잘못을 시인했고 최상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어떤 대가도 감수했다고 합니다. 그런 잡스이기에 변덕이 심하고 괴팍해도 팀원들 대부분이 잡스를 인정하고 따랐던 것이죠.

맥 팀의 디자이너 수잔 케어가 그린, 잡스 아이콘 (출처- http://www.folklore.org)

저는 최상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 문화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리더가 확고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카리스마를 발휘하면서도, 개개인이 최상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조성한 것이 현재의 애플을 만든 힘이 아닐까요?

얼마전 잡스는 애플이 가장 오래된 벤처이며 여전히 벤처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타기업으로서는 어떻게 흉내를 내기도 힘든 그런 조직 문화입니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속단하지 마시길.

책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일화도 나옵니다. 애플II에 탑재된 애플 소프트 베이직은 바로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것이었습니다. 마이크로스프트는 애플의 잘나가는 써드파티 회사였고, 그로 인해 맥 출시 전부터 맥용 오피스 개발에 많은 지원을 받기도 했죠.

맥을 개발할 당시 애플의 캐시카우는 애플II였는데, 당시 애플은 마이크소프트와 애플 소프트 베이직의 라이선스를 갱신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즈음 맥 팀원인 돈 덴먼이 맥 베이직를 개발했는데 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베이직보다 훨씬 뛰어났다고 합니다. 이때 빌 게이츠의 비즈니스 감각이 빛을 발합니다.

1985년 6월, 빌 게이츠는 애플을 재정적으로 압박했고 그 점을 철저히 이용했는데 그의 무자비한 사업 수완을 잘 보여준 사례다. 빌 게이츠는 돈이 개발한 베이직이 마이크로소프트 베이직보다 앞서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애플 소프트 베이직 계약을 갱신하는데 동의하는 조건으로 애플이 맥 베이직을 포기하기를 요구했다. 그런 다음 게이츠는 맥 베이직을 애플로부터 1달러라는 가격으로 사서 묻어버렸다.

그는 또 애플 소프트 베이직(맥이 애플II를 대체함에 따라 1~2년 안에 쓸모 없어질 터였다) 계약 갱신을 이용해 매킨토시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대한 영구적인 라이선스를 얻어냈다. 이 계약은 1985년 11월 존 스컬리가 추진했는데 애플 역사에서 단일한 건으로 최악의 거래였을 것이다.

애플이 마이크로소프트와의 GUI 소송에서 패소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위의 계약 때문이었습니다. 법원은 애플이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부주의하게 영구적인 라이선스를 준 것으로 판결한 것이죠.

색다른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책의 저자는 1982년 7월 앨런 케이(객체 지향 프로그래밍과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의 선구자)의 세미나를 듣게 되는데, 그때 메모한 내용이 스캔되어 책에 그대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웹에도 텍스트로 소개되어 있으니 한번 보십시오.

Alan Kay's talk at Creative Think seminar, July 20, 1982

사람들이 SNS에서 자신의 아이덴터티를 리얼 아이덴터티가 아니라 환타지 아이텐터티로 가져가는 경향, 그리고 웹 2.0적인 공유의 개념을 이미 30년전에 언급하고 있습니다. 와우, 역시 대단한 앨런 케이입니다.

그리고 앨런 케이는 다음의 명언도 남겼죠.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맥 팀은 엄청난 고생을 하고 결국 맥이 출시됩니다. 맥의 초기 광고를 한번 보시죠. 그 이후의 성과는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맥을 처음으로 소개하는 자리에서의 인상적인 데모를 위해 맥 팀은 여러 준비를 하는데 그 내용 또한 책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저도 비슷한 생각으로 데모를 준비한 적이 여러 번 있기에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1984년 1월, 잡스는 드디어 대중 앞에서 매킨토시 첫 데모를 합니다. 바로 하단의 동영상이 그것입니다. 예전에도 몇 번 보았는데요. 잡스가 왜 가방에서 맥을 꺼내는지, 왜 포켓에서 3.5인치 디스켓을 꺼내는지, 그리고 데모 애플리케이션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고서 보니까 훨씬 감동적이더군요.

여러분도 한번 보시죠. 그리고 책을 읽은 다음에 다시 한번 보십시오. 프로젝트 스토리를 이해한 후에, 정말 행복해하는 잡스의 미소를 음미해 보세요.



이 책에는 정말 좋은 내용들이 많아서 8비트 키드인 저로서는 소름 돋으며 읽은 부분들도 있습니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제품의 개발을 꿈꾸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1983년 12월, 잡스와 전체 맥 팀원들 (출처- http://www.folklore.org)

2010년 6월 8일

아이폰 4의 핵심과 전망

한국 시간으로 오늘 새벽 2시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애플 WWDC에서 드디어 아이폰 4가 발표되었습니다. 새벽에 직접 실황 중계를 보신 분도 계실 거 같습니다.

이미 디자인이 유출되어 깜짝쇼의 위력이 덜하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여전히 매력적인 발표였습니다.

이미 애플 코리아 사이트에 아이폰 4에 대한 내용이 게시되어 있으니 직접 확인하시고, 관련 뉴스와 블로그, 동영상도 살펴보세요.

아이폰 4 공식 사이트
[뉴시스] 아이폰 4G vs 갤럭시S, 같은날 공개 '정면충돌'
[온달왕자 블로그] 삼성 갤럭시S 출시..아이폰4 때문에 김샜다!

언론에서 아이폰 4G라는 표현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치 4G 이동통신을 지원하는 것으로 소비자들이 오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애플이 밝힌 공식 명칭은 아이폰 4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아이폰 4의 몇 가지 핵심 포인트를 적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9.3 mm의 두께 (3GS보다 24% 슬림 해졌음)
2. Retina 디스플레이 장착 (OLED보다 좋다고 하는데 직접 봐야 알겠음)
3. 640x960의 해상도 (경쟁폰들을 능가)
4. HD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500백만 화소의 카메라 및 LED 플래시 장착
5. 전면 카메라가 추가되어 셀카 및 영상통화 가능
6. 멀티태스킹 & 폴더 기능 (폴더는 특히 제가 기다려온 기능!)
7. 전자책(iBook) 기능 (한국에서는 글쎄..)
8. 모바일 광고(iAd) 기능 (이건 개발자의 수익 모델로서 의미가 있음)
9. 배터리 성능 대폭 향상 (음성통화 대비 40%가 향상되었다는데..)
10. 자이로스코프 센서 기능 (섬세한 모션 센싱 가능)


가격은 32GB가 299달러, 16GB가 199달러이고, 6월 24일에 5개국에서 먼저 출시되고 한국도 7월 출시 확정되었습니다. (7월 18일 출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이폰 사지 않고 기다려오신 분들은 바로 다음 달에 지르시면 되겠습니다. ^^ 기존에 3GS 쓰던 사람은 OS를 4.0으로 업데이트함으로써 여러 새로운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데요. 혹시 KT에서 보상 프로그램 같은 게 나오지 않을까 모르겠네요(예를 들어 약정기간 연장하고 아이폰 4를 구입할 수 있게 하는 형태로 말이죠).

새로운 기능들 중에서, 무엇보다 아이폰 4끼리는 어떤 설정도 없이 Wi-Fi 하에서 무료로 영상통화가 가능하다는 건 놀라운 점입니다. 이 점에 대해 통신사들이 많이 씁쓸해할 듯. 또한 스카이프도 걱정이 많을 듯.

무료통화, 전자책, 광고 등 이번에 애플이 서비스 범위를 확장한 내용들이 많습니다. 과거 애플은 한정된 분야에서 사업을 하는 업체였는데 이제 공룡이 되어가는 느낌이고, 많은 부분에서 경쟁업체들의 치열한 방어에 직면하리라 예상되네요.

아이폰 4은 디자인이나 하드웨어 성능, 기능에 있어서도 경쟁폰들을 능가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장점은 앱스토어입니다. 스마트폰은 앱을 통해 기능이 사실상 무한대로 확장되며, 그런 의미의 확장성이야말로 스마트폰의 가장 큰 구매 포인트이기 때문입니다.

잡스의 발표에 따르면 앱스토어에는 현재 225,000개의 앱이 있고, 일주일마다 15,000개의 신규 앱이 올라오고, 30개 언어를 지원하고, 95%의 앱이 일주일 내에 승인된다고 하네요.

그 동안 경쟁사들로서는 아이폰 3GS와 경쟁하기에도 벅찼는데, 이제 아이폰 4가 출시됨에 따라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업그레이드된 3GS 8GB 모델을 저가(99달러) 아이폰으로서 가격 경쟁에 투입합니다. 경쟁사들로서는 지금까지보다 더 무서운 미래가 펼쳐지는 겁니다.

그렇다면 과연 국내에서는 아이폰 4가 얼마나 선전을 할까요?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아이폰 4의 디자인, 하드웨어 성능, 기능, 앱을 통한 확장성은 확실히 우월하고, 가격 경쟁력도 경쟁폰에 뒤쳐지지 않습니다. 다만 AS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발목을 잡는 부분이 있고, 또한 경쟁사들의 엄청난 마케팅 공세와 언플이 변수입니다.

결론적으로 아이폰 4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컨텐츠 등 스마트폰의 핵심 성공요인에 있어 아주 유리한 반면에, 불리한 요소는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소비자들의 선택이 저도 궁금한데요. 아이폰 4의 여러 장단점과 변수를 고려해 보았을 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소비자들의 상당한 호응이 있을 것이라는 거에 만원 걸겠습니다. ^^

"아이폰 vs. 안드로이드폰"에 대한 분석 글을 조만간 ZDNET 칼럼으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2010년 5월 25일

인터파크에서 도서 ‘슬랙’ 공동구매를 한답니다.

인터파크 도서의 컴퓨터 분야를 담당하시는 분께서 먼저 연락을 주셨습니다. 하단의 방법으로 구매를 하시면 기본 할인, 적립금 외에 추가로 2천원 할인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1. 인터파크 도서 회원은 아래의 링크에 들어가셔서, 인터파크 도서 계정으로 로그인을 하시면 할인쿠폰이 발급됩니다.

- "Slack" 쿠폰 발급 링크
- 위 링크를 클릭한 후 로그인을 하시면 쿠폰이 자동 발급됩니다. (추가 2,000원 할인쿠폰)
- 이 쿠폰은 해당 도서 구매 시에만 사용가능하며, 사용기간은 6월 13일까지 입니다.

2. 인터파크 도서 검색창에서 "Slack" 또는 "슬랙"을 검색하시거나, 아래의 "Slack" 도서 구매 링크를 통해 장바구니에 담으시고 결제 과정을 진행하시면 됩니다.

- "Slack" 도서 구매 링크

공구를 진행해주신 인터파크 도서의 김진해님께 감사 드립니다.

먼저 구입하신 분들께 제가 왠지 죄송하네요. 이미 구입하신 분들은 먼저 읽으신 것으로 위안을 삼으셨으면 해요. 이번 공구는 인터파크에서 하는 것이고요. 다음번 서적은 제가 미리 기획해서 출간 직후에 공구해볼게요.

2010년 5월 11일

삼성 갤럭시A폰은 과연 옴니아1폰처럼 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갤럭시A폰이 옴니아1폰처럼 될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제 갤럭시A폰의 스펙다운 논란까지 일어났습니다.

관련 글을 찾아보다가 뒤늦게 갤럭시A폰과 관련된 성지순례(?)를 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삼성 공식 블로그에 올라온 하단의 글이었습니다.

갤럭시A에 대한 오해와 진실 (개발자가 바라보는)

안티가 아니었던 사람도 안티로 만드는 글이더군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보았고 댓글도 무려 600개가 넘게 달려 있었습니다. 저 또한 해당 글을 읽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개발자는 자신이 만든 제품이 좋다고 항변할 필요가 없습니다. 결과물 그 자체로, 그리고 이용자의 만족도로 그걸 증명하는 방법 외에는요.

그런데 단순히 개발에 대한 소회를 밝히는 내용도 아니고 엄청난 핫이슈에 대해 이런 수준의 글을 올리다니 무척 놀랐습니다. 그 동안 소통을 거의 하지 않다 보니 소통에 대한 감각이 없는 상태에서, 소통을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와 강박을 최근에 많이 받다 보니 이런 이상한 결과물이 나온 거 같습니다.

글을 보면서 “이 정도로 소통 전략이 부재하구나. 외부 시각을 몰라도 정말 모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정말 최소한의 소통 전략과 철학조차 부재한 겁니다. 삼성 내부인에 대한 인간적인 호감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서라면 그냥 개인이 편하게 쓰는 형식도 괜찮겠지만, 논란이 있는 핫이슈에 대해 이런 식으로 루즈하게 접근을 하는 건 최악의 선택입니다.

더군다나 삼성은 팬보이를 (‘전혀’라고 할 정도로) 가지고 있지 못한 회사입니다. 애플, 구글은 팬보이들이 많고 그들의 상당한 사업적 강점이지요. 충성스럽게 초기 제품을 구매해주고, 좋은 입소문을 내주고, 나쁜 얘기들에 대해 회사 대신 방어까지 해주지요.

그런데 삼성은 팬보이가 없습니다. 그러니 정말 더, 전략적으로 신중하게 친절하게 고객들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리스크 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해당 포스트에 올라온 댓글들 중에 눈에 띄는 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댓글들을 보다가 언어구사의 기발함에 빵 터진 적도 몇 번 있었습니다.

- 우선, 지금이라도 옴니아1, 2 사후지원 다시 시작하고나서 말씀하세요.
- 고생한것도 알겠고 내새끼 같은 제품인 것도 알겠는데 아이폰은 고생 안하고 누워서 자다가 나왔을까요??
- 유저들이 정작 우려하는건 스펙이 아니라 구매후 몇 개월 지나서 쓰레기처럼 버려지는겁니다.
- 햅틱 시리즈 참 가관입니다. 햅틱1 / 햅틱2 / 햅틱찹 / 햅틱팝 / 연아의햅틱 / 햅틱아몰레드 / 햅틱온 / 햅틱빔 / 울트라햅틱 / 햅틱8M. 와~ 이번엔 갤러시A~Z까지 만드시려고요?
- 개발자가 소비자를 가르치려 하는군요.
- 소비자의 욕구는 뒷전이고 자신의 욕구부터 해소하려는 기업의 마인드와 기업의 마인드를 알아서 뒷받침 해주는 임직원

급기야 삼성의 휴대폰 마케팅 전략을 분석한 장문의 댓글까지 올라왔습니다.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 판매 전략을 예상하는 글

올라온 댓글들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삼성을 옹호하는 글은 거의 없었고, 있다고 하여도 “한국의 대표적 기업인 삼성을 믿고서 좀 더 기다려보고 싶다”는 기대 수준의 글이었습니다.

왜 여러 불만/의혹 등에 대한 책임 있는 사람들, 즉 임원들의 적극적인 해명은 없는 건가요?

소통에 대한 강박증으로 인해 사원을 통해서 “여러분이 잘못 알고 계신 거에요. ㅎㅎ”라는 식의 글을 올리면 곤란합니다. 그렇게 하면 불만/의혹이 해결되기는커녕 직원이 몰매 맞고 기업 이미지에 큰 손상만 생길 뿐입니다.

삼성전자를 다녔던 저의 경우에도, 지금까지 이 정도로 비판적인 시각을 담은 글은 올리지 않았는데 이번 사건은 너무나 실망스러워서 이렇게 일부러 글을 쓸 정도이지 않습니까?

부디, 이제라도 삼성이 소통 전략을 제대로 수립하고 실천하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는 SK텔레콤과 함께 아무리 TV광고하고 마케팅에 돈 쓰더라도(일명 더블 에스 전략) 명백한 한계가 있을 겁니다.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경험하면서 많이 스마트해졌으니까요.

2010년 5월 6일

“Slack 슬랙” 이벤트 결과를 발표합니다

아~(짧은 탄성),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축하 메시지를 남겨 주셨습니다. 블로그 댓글 + 트위터 RT 및 신규 팔로잉 모두 포함해서 500여명이 되네요.

트위터에서 RT된 글들

댓글과 RT 해주신 건 모두 읽어 보았고요. 너무 많아서 일일이 답을 못 드려 죄송합니다. 또한 좀 더 많은 수량을 준비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출판사 인사이트가 참 알찬 책들을 출판하고 있습니다만 소규모인지라 더 지원하기는 힘들 거 같습니다. (이 대목에서, 인사이트 같은 출판사가 정말 잘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장님께서 책에 대한 애정과 철학이 참 분명하시거든요.)

각설하고.

블로그 댓글에서 3분, 트위터 RT 및 신규 팔로잉에서 7분을 선정하였습니다. 남겨주신 글을 다 읽어보았습니다만, 글을 보면서 선정하면 마음이 약해질 듯하여 선정은 트위터/블로그 모두 완전 무작위로 하였습니다. 눈 감고 페이지 스크롤해서 마우스 포인터에 딱 걸리는 분을 선정했답니다! 친한 사람이 걸린 경우는 딱 한 번 있었는데 다시 했습니다. (K씨 미안해~)

블로그: 향무, designbloom, 해피씨커
트위터: @kasmir81 @seokjongyu @lantelt @RJhwan @hanlbada @neodisk @oscarplex

(추가 글: 출판사에 명단 전달 완료했습니다. 마감일 5/10까지 아무런 연락을 주지 않은 1분은 다른 분으로 대치했습니다.)

특히, 블로그에 댓글을 적어 주셨는데 선정되지 못한 분들의 경우, 머지않아 제가 직접 쓴 책이 나오는데 그때 3분을 선정해서 사인한 책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고마워서 패자부활전(?) 하는 것이니 너무 실망하지 않으셨으면 싶어요.

그리고 온라인서점에 이번 책에 대한 성실한 리뷰를 남겨주신 분들 중에서 3분을 선정하여 제 책이 나오면 사인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럼, 이번에 선정된 위의 10분은 제 메일(hanseokryu@지메일)로 트위터계정(or 블로그 닉네임)/실명/연락처/주소를 알려주시면 제가 명단을 취합하여 출판사측에 전달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직접 택배로 보내드릴 겁니다. (5월 10일까지 아무런 메일이 없으신 분은 무효로 처리하겠습니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서 책을 받게 되신 걸 축하 드리고요. 꼭 읽으시고, 간단하게라도 온라인서점에 리뷰를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S: 여러분의 호응 덕분에 본 서적이 “컴퓨터와 인터넷” 분야에서 1위를 한 후, “비즈니스와 경제” 분야로 분류되었습니다.

2010년 5월 3일

서적 “Slack 슬랙 : 변화와 재창조를 이끄는 힘” 출간 이벤트

피플웨어의 저자 톰 드마르코의 “Slack 슬랙”이 저와 후배들의 공역으로 드디어 출간되었습니다.

[YES24]
[교보문고]
[인터파크]
[알라딘]
[네이버 책]

초벌 번역을 마친 후에 출판사측과 함께 정말 수개월에 걸쳐 꼼꼼하게 검토를 했으므로 번역의 품질은 좋다고 자부합니다. 택배로 페이퍼가 왔다 갔다 한 것만 몇 번이었는지..

이 책에 대한 소개는 온라인서점에 잘 나와있습니다만, 제가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빨리빨리 문화, 두려움(공포)의 문화를 가진 조직은 직원들에게 여러 형태로 압박을 가하는데 그런 관리 방식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지 몰라도, 점차 많은 것을 잃게 되며 결국 조직을 망치게 됩니다. 좀 더 천천히 일하더라도 제대로 일하자는 것이 본 서적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상당히 논쟁적인 주제이어서 이에 대해 동의하지 않은 관리자, 경영자들도 많을 겁니다. 이 책이 만일 인기를 끌게 되면, 일부 회사에서는 금서(禁書)로 지정되지 않을까 합니다. ㅎㅎ

이 책의 내용에 아무리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빨리빨리/두려움의 문화로 창조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겁니다. 그건 역사가 증명하고 있으니까요.

예컨대, 직원들이 오늘 당장 해야 할 일도 다 못 끝내고 있는데 어떻게 미래를 고민할 수 있으며, “내일까지 당장 최상의 아이디어를 내라고!”라는 식으로 직원들을 윽박지르고 강요함으로써 어떻게 직원들이 창의적일 수 있겠습니까? 직원들을 일년 내내 야근시킴으로써 좀비가 되어 버렸는데 그들이 어떻게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또 그것을 실행시킬 수가 있겠습니까?

톰 드마르코는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인간 중심의 프로젝트 관리와 경영에 대해 집요하게 탐구하고 있는데, 이번 책은 단지 소프트웨어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산업에 해당되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출판사가 IT 전문 출판사라서 그런지 안타깝게도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분류가 되어 있네요. “경영서”로 분류가 될 수 있도록 많이 리뷰 좀 써주세요. 인기가 있으면 그쪽으로 보내 준 답니다.

이 책을 관리자, 경영자들이 많이 읽어서 한국의 조직 문화가 바뀌면 좋겠지만, 언제나처럼 책 한 권이 문화를 바꾸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요. 그렇다고 할 지라도 많은 사람들이 읽어서 조직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자신이 일 할 조직을 올바르게 선택하고, 자신의 관리 철학을 수립하는데 참고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미국과 일본에서의 서평을 확인하세요. 일본판은 상당히 비싸군요. 일본판은 제목이 “유토리(유도리)의 법칙”이랍니다.
amazon.com
amazon.co.jp

[이벤트] 마감되었습니다!

서적 출간에 대한 축하의 의미로, 본 포스트에 닉네임과 함께 댓글을 달아 주시거나 트워터에서 RT 또는 신규로 팔로윙해주신 분들 중 무작위로 10분을 선정하여 책을 택배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기한은 5/5(수) 오후 11시까지이고, 명단을 제가 본 포스트에 PS로 적어 놓겠으니 선정되신 분은 제게 메일로 주소를 알려 주시면 됩니다. 제가 출판사에 명단을 넘기면 출판사에서 책을 보내드릴 겁니다.

책을 받으신 분은 빠른 시일 내에 꼭 읽어보시고, YES24나 인터파크 등의 온라인서점에 리뷰를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은 리뷰를 남겨주신 분은 제가 다음 번 서적 출간 시 우선적으로 책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PS: 이벤트 결과는 이 글을 참고하세요.

2010년 5월 2일

“스마트폰 플랫폼과 모바일 웹/앱” 마지막 특강

이전 글: 특강 소개, 추가 안내

이미 안내해 드린 대로 이번 특강은 첫 특강에 신청하셨으나 좌석 부족으로 참여하지 못한 분만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본 특강은 원래 한번만 하려고 했으나 호응이 커서 부득이하게 추가로 하는 것이며, 이후 같은 컨셉으로 다시 하지는 않을 예정입니다.

일시: 2010년 5월 6일(목) 오후 1시반~5시반
장소: 문래역 근처 에이스하이테크시티 2동 704호 네트빌 (약도)
- 문래역(2호선) 하차시 6번출구 나오면 우측 LG자이 아파트가 있습니다. 이 길 따라서 끝까지 오셔서(약 300미터 정도) 우회전하시고 약 100미터 직진하시면 에이스하이테크 건물이 있습니다. 보시기에 왼쪽이 2동입니다. (문래역에서 걸어서 8~10분 정도 거리)
- 영등포역(1호선) 롯데백화점 쪽으로 나오셔서 길건너 버스정류장에서 160, 260번 타시고 한정거장입니다. 정거장 이름은 영등포등기소/구로세무서 에서 내리시면 바로입니다. 1층에 기업은행 있고 옆문으로 들어오시면 2동입니다.
- 주차 지원 안됩니다.

* 장소를 협찬해주신 네트빌의 김효제 대표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 특강에 신청하신 인연으로 장소 제공까지 해주셨습니다. ^^)

참가비: 1만원
참석인원: 20명 내외

신청: 온오프믹스 이벤트 페이지

특강 소개의 유의사항 읽어보시고 오세요.

2010년 4월 26일

벤처기업 대상의 “스마트폰 플랫폼과 모바일 웹/앱” 특강 관련 안내

이전 글: 벤처기업만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플랫폼과 모바일 웹/앱” 특강을 합니다

댓글 뿐만 아니라 메일을 주신 분들도 많고.. 하여튼 신청하신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고민 좀 했어요. (대기자인데 결제를 한 일부 분들은 제가 온오프믹스에 남긴 댓글 참고하세요.)

좌석이 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원래 제가 잡은 이번 특강의 컨셉이 소수를 위한 자리여서 다 초대하지 못함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추가 좌석을 마련하기는 했는데, 너무 좌석이 적어서 마음이 좀 그렇네요. 일단, 추가로 오실 수 있는 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silverriver, 노랑여우, Tannoy (한 분이 못 오신다고 해서 명단 교체했습니다. 나머지 분들, 글 마저 보세요~)

세 분을 선정함에 있어서, 제가 관여했던 소프트뱅크 리트머스 프로그램, 한국콘텐츠진흥원 뉴미디어 창업스쿨, 그 외 저와 안면이 있는 분들은 일부러 제외했습니다. 해당 분들을 위해서는 제가 추가로 자리를 마련하는 게 맞을 거 같습니다. 원래 딱 한번만 하려고 했는데 제가 마음이 약해서 안되겠네요.

이번에 신청을 했으나 좌석 부족으로 오지 못하시는 분들을 위해 5/6(목) 오후(예정)에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이번과 같은 컨셉으로는 더 이상 하지 않을 겁니다. 마지막입니다.

제가 어쩔 수 없이 마련할 다음 특강은 이번에 신청하셨던 분들만 참석 가능하며 다른 분들은 추가로 신청 받지 않겠습니다. 나름, 한정판입니다. ^^

저도 제 생업이 있는지라 더 이상의 응대에 한계가 있음을 양해해 주세요.

장소 확보 때문에 그러니, 5/6 특강에 참석하실 분은 (번거로우시겠지만) 간단히 댓글 남겨주세요. 단, 기존에 신청하셨던 분들에 한합니다. 장소 관계로 불가피하게 일자가 변경될 수 있고요. 정식 안내는 이번 주말쯤 하겠습니다.

위클리경향의 “아이폰 한 방에 IT 코리아 휘청” 기사

2주 전에 정용인 기자께서 사무실로 찾아와서 2시간 정도 얘기를 나누었는데 기사화가 되었고, 기사에 덧글이 많이 달렸네요.

[커버스토리] 아이폰 한 방에 ‘IT 코리아’ 휘청

트위터에서도 많은 분들이 기사에 대한 얘기를 했네요(트위터의 관련 글들).

해당 기사에 대해 좀 부언할 게 있는데요. 제 인터뷰 내용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코멘트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제가 말한 부분 중 편집 과정에서 내용이 사실과 다르게 바뀌었거나 불분명하게 표기된 부분에 대해서만 얘기하죠.

1. “’국민이 원하지 않으니 없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써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이다.”라는 부분이 있는데, 제가 원래 했던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민이 원하지 않으니 없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이용해보기 전에는 필요성을 알 수 없다. 맛있는 것도 먹어본 사람이 찾는 것이다.”

2. 기사에 ‘모바일 웹’이라고 쓰여진 부분은 ‘모바일 인터넷’이 보다 정확한 표현입니다. 그래야 모바일 웹/앱이 다 포함되니까요. 저는 모바일 인터넷이라고 말했는데, 다른 분과 용어를 통일하다 보니까 그렇게 표기가 된 거 같습니다.

그래도 제가 개발자 출신인데 해당 부분, 지적하고 싶습니다.

3. “잡스는 애플은 애플만이 통제해야 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운영체제는 그래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철학이다."라는 부분에 대해 전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잡스는 단일 업체에 의해 플랫폼이 강력히 통제되어야 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 잡스는 PC 초창기 시절부터 시행착오를 통해 그것을 배웠다. 잡스는 플랫폼이 그래야만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해야 큰 돈을 벌 수 있다. 빌게이츠가 그랬듯이 말이다.”

당연히 잡스는 돈 벌기 위해 사업하는 겁니다.

4. 제가 다음과 같은 말을 했군요. 저도 읽어보고 놀란 말. ㅎㅎ 제가 미리 준비하고 한 말이 아니라, 질문에 대해 이런 저런 제 생각을 말하다가 나온 얘기죠. 어쨌든, 평소의 생각인 건 사실입니다.

류 소장은 "설령 삼성전자나 네이버가 망한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이 망하는 것으로 착각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고급 인력을 독점하고 있는 포털이 망한다면 그 사람들이 회사를 나와 다양한 벤처로 흩어질 수도 있으니 오히려 한국의 IT는 지금보다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해하지 마시기를. 삼성전자, NHN(네이버) 망하길 바라는 거 아닙니다. 결코 쉽게 망할 수 있는 회사들 아닙니다. 정말 대단한 경쟁력을 갖고 있고, 뛰어난 사람들이 포진한 회사들이 아닙니까? 자신들이 어떻게 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회사들입니다.

그러니까 그런 뛰어난 회사들 망할 거 국민들까지 걱정할 필요 없다는 겁니다. 대기업들에게 불리한 정책을 만들어선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보호할 필요도 없다는 겁니다.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대기업을 보호하면 결국, 소비자들의 혜택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경쟁력까지 약화되어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에 좋을 게 없다는 뜻입니다.

아이폰이 인기 있으니까, 정말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마구마구 분발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지금은 아이폰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지만, 만일 언젠가 아이폰이 독점하는 상황이 오면(가정입니다) 또 다른 도전자가 변화를 일으켜야 하는 겁니다. 그런 선순환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니 작금의 상황을 몇몇 기업들간의 경쟁으로 치부하기 보다는,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올바른 경쟁 문화를 조성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도 이제 그럴 때가 되지 않았나요? 이런 기회, 정말 흔치 않잖아요.

2010년 4월 22일

벤처기업만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플랫폼과 모바일 웹/앱” 특강을 합니다


먼저, 배경을 설명할게요.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전자신문사, 비즈델리, K모바일, 산업교육연구소, 데브멘토 등의 전문기관이 주최하는 여러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하고, 여러 대기업들(이름을 여기에서 밝힐 수는 없지만요)에서 임원 대상의 특강이나 컨설팅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8비트 컴퓨터부터 16비트/32비트 컴퓨터, 그리고 닷컴 및 웹 2.0 시절을 걸쳐 현재의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쌓은 지식과 경험이 나름의 경쟁력이고, 근 20년 가까이 사회 생활을 하다보니 이제는 비교적 자유롭게 먹고 살고 있는 편입니다.

또한 여러 프로젝트에서의 기술적 경험과 대기업, 중소기업, 외국계 기업을 다닌 경력, 프리랜서 경력, 그리고 벤처기업 창업 및 최근의 준공무원 생활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의 다양한 조직 문화의 경험, 그리고 지난 3년간 벤처인큐베이팅 업무를 하면서 만난 여러 창업자 및 사업들의 흥망성쇠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통해 '특유의 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저의 경우 제가 잘 할 수 있는 부분과 못 하는(또는 하기 싫은) 부분도 명확히 알고 있어 그것이 저의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것을 잘 아는 전, 제가 잘 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 중이며 이번 일은 그것의 일환입니다.

각설하고.

작년말부터 생각하던 것인데 이제야 실행을 하네요. 제가 가진 스마트폰 산업에 대한 생각을 오로지 벤처기업에게만 전달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비용 관계로 컨퍼런스에 참석하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컨설팅을 의뢰하기도 힘든 벤처기업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내용들이 있습니다. 강의에는 오직 저만의 콘텐츠와 요점이 담겨 있습니다.

강의주제: 스마트폰 플랫폼과 모바일 웹/앱
- 스마트폰 플랫폼의 현황 및 전망
- 모바일 웹의 현황 및 전망
- 모바일 앱의 현황 및 전망
- 성공하는 서비스 vs. 실패하는 서비스
- 킬러앱
- 벤처의 경험과 교훈
- 질문/답변 및 토론

일시: 2010년 4월 28일(수) 오후 1시반~5시반
장소: 선릉역 근처 인텔빌딩 8층 CSLAC 교육실 (자세한 위치와 약도): 대치동 포스코빌딩과 동부금융빌딩 사잇길 50m 패밀리 마트 우회전 30m 좌측(동부금융빌딩의 바로 뒤) - 주차 불가하며, 꼭 해야 할 경우 개인 부담으로 포스코 빌딩에 주차하세요.

* 장소 섭외에 도움을 주신 트란소노 이정규 사장님, 장소를 혼쾌히 제공해주신 CSLAC 채문석 이사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강사: 류한석 (프로필)
참가비: 1만원
참석인원: 10명 내외

신청: 온오프믹스 이벤트 페이지

참석 가능자: 오로지 벤처기업 CEO/임원만 참석 가능합니다. 죄송하지만, 의사결정권이 없는 직원은 참석할 수 없습니다. 예비 창업자의 경우 뭐든지 스스로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을 지참하면 참석 가능합니다. 대기업 임직원은 참석할 수 없습니다. 신원 확인합니다.

유의사항(필독):
1. 강사는 저 혼자입니다. 3시간 강의하고, 1시간 질문/답변 및 토론입니다.
2. 본 특강의 목적은 사업을 성공할 방향으로 정조준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여주는데 있습니다. 제 강의 듣는다고 성공하는 거 절대 아닙니다. 사업의 핵심 성공요인은 '실행력(Execution)'인데 그걸 제가 갖게 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3. 경청할 자세가 되어있지 않은 분, 그냥 한번 무슨 말 하는지 보자는 생각으로 올 분은 신청하지 마십시오. 저보다 많이 알고 훨씬 뛰어난 분들은 전혀 참석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4. 지금이 중요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하는 분, 사업 실패의 경험이 있는 분, 신규 사업을 찾는 분, 사업에 적합한 실행력을 갖춘 분들을 환영합니다.
5. 현재 저는 대기업에서 임원 대상의 강의 시 일반적으로 시간당 1백만 원 내외의 강사료를 받고 있으나, 이번 특강은 가난한 벤처기업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것입니다. 대기업에 계신 분들은 참석하실 수 없으며, 필요하실 경우 따로 연락을 주십시오.
6. 한 회사에서 가능한 한 1명만 참석해 주십시오. 최대 2명을 초과하여 참석할 수 없습니다.
7. 본 스마트폰 특강은 이번 1회만 할 것이며 현재로서는 다시 할 계획이 없습니다.
8. 월요일까지 참가비 결제가 되지 않은 분은 제가 등록자에서 임의 삭제하겠습니다.

PS1: 등록을 오픈하자마자 바로 자리가 다 차버렸습니다. 등록 오픈 전에 메일 주신 분들께도 메일 드렸는데, 대부분 등록을 못 하신 거 같네요. 이에, 정말 필요하신 분들을 위해 추가로 3명의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다만, 자리가 몹시 부족한 관계로 이번에는 선착순이 아니라 무작위로 선정하겠습니다.

참가를 원하시는 분은 본 포스트에 덧글로 닉네임, 하시는 일, 참가하려는 이유를 적어 주십시오. 월요일 밤에 선정된 3명의 명단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마감했음. 하단 참고)

P2: 특강과 관련해서 추가로 글을 게시하였으니 참고하세요.

2010년 4월 21일

MSX와 Apple ][의 추억

(1983년에 창간된 월간 컴퓨터학습 창간호 표지: 그림 출처)

지난 4월 10일에 강의 때문에 대전에 갔었습니다. 요즘 강의 청탁이 종종 있는데, 이번에는 청중이 좀 특별했죠. 전국에서 모인 180여명의 중고등학생이었으니까요.

특허청이 지원하는 ‘IP 영재기업인 프로그램’이라는 게 있습니다. 올 초에 학생들을 선발하여 현재 1기 교육이 진행 중이고요. 주로 방학과 주말, 온라인을 활용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으로 압니다.

프로그램의 이름이 왠지 거창한데, 핵심 목적은 아이들한테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발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줌으로써 아이들이 직접 특허를 출원하도록 하는 것이죠. 중고등학생 때 자신의 이름으로 특허를 가진다니 꽤 멋진 일입니다.

카이스트와 포스텍이 각각 절반의 학생들을 맡아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번에 1박 2일의 연합 캠프가 대전에서 있었습니다. 거기에서 스마트폰을 주제로 강의를 한 것이죠.

그런데 중고등학생들이라고는 해도, 학교에서 단 1명씩 추천을 받은 후 심사 과정을 통해 5:1의 경쟁을 뚫고서 합격한 학생들이니 그리 만만한 청중은 아니죠. (무서버라~)

담당자 분께서 자기소개를 스토리텔링 형태로 해달라고 하셔서, 어떤 얘기를 할까 고민하다가 “내가 어떻게 컴퓨터를 하게 됐고, 어떻게 기뻤고, 어떻게 좌절했고,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해 말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과거 자료를 찾아 보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자료들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중1때부터 컴퓨터에 미쳐서 고3때까지도 공부 안하고, 프로그래밍해서 돈 벌고 잡지에 원고 쓰고 그랬거든요. 당시에 월간지 ‘컴퓨터학습’에서 만든 PC클럽의 후배들이랑 단행본을 함께 집필한 적이 있는데 그 책에 대해 아직도 얘기하시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그림에 저자 명단이 나와 있는데요(그림을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당시에 저는 성을 ‘유’로 표기했었습니다). 함께 책을 썼던 후배들 중에서 여러분이 알만한 사람을 꼽는다면, 김국현(현 MS 부장), 김학규(현 IMC 게임즈 사장) 정도겠네요. 똑똑한 동생들이라서 지금도 다들 잘 나가고 있죠.

의심할 여지 없이 MSX는 8비트 컴퓨터의 전설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스키가 함께 표준 규격을 만들었고, 해당 규격에 따라 여러 회사에서 컴퓨터를 출시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대우 IQ 1000/2000라는 기종으로 알려졌죠.

MSX는 나름 컴퓨터 역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사업적으로는 크게 재미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단종된 지 20여 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전세계에서 여러 커뮤니티들이 활동하고 있고, 아직도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저 또한 아직도 MSX 에뮬을 종종 이용하곤 합니다.

MSX보다 더 유명하고 더 성공한 8비트 컴퓨터가 바로 Apple ][입니다. (Apple II라고도 표기하지만 Apple ][로 써야 제 맛이죠. Apple ][ 유저였다면 다들 알 듯.)

당시 클럽 멤버들 중에서 (제 기억에는) 저만 양다리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MSX와 Apple ][를 둘 다 다루었죠(그 후로 쭉 기술 양다리, 문어다리죠. 생존의 비결이랄까요 ㅎㅎ). 고3때 MSX 서적을 출간한 후, 대학 1학년 때는 Apple ][e 서적을 출간했습니다. 그때 잡지에 광고로 나왔던 사진을 어떤 분이 스캐닝해서 올려 놓으셨네요.


앞줄에서 왼쪽 세 번째가 접니다. 1989년 대학 1학년 때의 사진이죠. ㅠㅠ

현재 저자들 중에서 한 명은 경향신문사 기자이고, 한 명은 벤처기업하고, 또 한명은 벤처기업 다니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업계에 있지 않거나, 하는 일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네요.

20~30년이 된 옛날 얘기를 쓰다 보니,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이 참 오랫동안 컴퓨터 시장의 강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혹자는 왜 한국에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안 나오느냐고 하는데, 미국 PC 30년 역사상 딱 둘 뿐입니다. 전세계에서도 둘 뿐이죠. 그 두 사람은 서로를 모방하며 배우며 발전해왔습니다.

빌 게이츠는 그 동안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충분한 성공을 누린 후 은퇴를 했고, 스티브 잡스는 아직도 한이 있어 PC에 뒤이은 ‘모바일 시대의 도래’라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마지막 승부수를 펼치고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전략은 바로 30년간의 경험과 통찰로 만들어진 것이죠. (여우로 치면 구미호 같은 존재랄까요?)


글을 쓰다 보니 8비트 컴퓨터 시절부터 스티브 잡스를 지켜봐 왔던 사람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이번 글과 주제가 다르고, 스크롤의 압박도 있으니, 별도의 글로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