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11일

주례 후기와 칼릴 지브란의 시

첫 주례 무사히 마쳤습니다. 좀 떨렸어요. 하지만 결혼식에서 주례는 주례사를 마치자마자 잊혀지는 존재.

주례사 마치고 사진 찍을 때까지 병풍처럼 배경으로 서 있는 게 더 힘들더군요.

주례사에서 인연과 사람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한 후, 마지막을 다음과 같은 칼릴 지브란의 시로 마무리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입니다.

누군가와 오래 함께 하기 위해서는, 열정보다는 상대의 본질에 대한 이해와 존경심이 더 중요한 거 같습니다. 제가 그런 말할 자격은 없습니다만, 적어도 지향하고는 있어요.

여러분도 시를 느껴보세요. 칼릴 지브란을 좋아하시는 분들과 공감하고 싶네요.

결혼 - 칼릴 지브란

함께 있으되
그대들 사이에 공간이 있도록 하십시오.
그래서 하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도록 하십시오.

서로 사랑하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마십시오.
그보다는 사랑이 그대들 두 영혼의 기슭 사이에서 출렁이는 바다가 되게 하십시오.

함께 노래하고 춤을 추며 즐거워하되
서로가 혼자 있게 하십시오.
마치 현악기의 두 줄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각각의 줄들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서로 가슴을 주되
가슴 속에 묶어 두지는 마십시오.
오직 커다란 생명의 손길만이 당신들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습니다.

함께 서 있으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마십시오.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서는 자랄 수 없습니다.

2010년 9월 10일

첫 결혼식 주례를 서다

아직 한 것은 아니고 내일(토) 합니다. 내일도 비가 온다니 비 오는 날의 결혼식이 되겠네요.

제 나이 41세. 뭐, 주례를 서기에 좀 어린 나이이기는 하죠. 하지만 인터넷에서 보니 30대 후반에 첫 주례를 서신 분도 있더군요. 전 그래도 40대이니까요.

그런데 주례를 맡은 저나 이 얘기를 듣는 여러분이나 황당할 수 밖에 없는 건, 제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이라는 겁니다!

결혼 트라우마가 있어서 아직 결혼을 못했어요. 앞으로도 딱히 예정은 없고요. 할 가능성이 절반, 안 할 가능성이 절반 그렇네요. 결혼 한다고 해도 공개적인 결혼식은 안 할 예정이고요. 그런 제가 주례를 맡게 되었으니, 오죽하면, 어떤 사연이 있길래 그렇게 된 것일까요?

그 사연은 신랑되는 이(이하 J)와의 인연 때문인데, 10년 전인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 갑니다. 당시 저는 모기업의 CTO를 맡고 있었고, 그때는 커뮤니티 운영 등 개발자로도 활발한 대외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동생과 같이 학교를 다녔던 J는 IT 업계에서 일을 하고 싶어 했고, 동생한테 저를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하여 제가 만나게 되었습니다.

당시 J는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어서, 대학을 중퇴할지 말지 그리고 장사를 할까? IT쪽으로 취업을 할까? 등의 고민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장사를 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판단을 했던 거 같고요.

저를 만나서 물어 보더군요. “제가 어떻게 하면 개발자가 될 수 있을까요?”

지금은 당시보다 더 상황이 안 좋아졌지만, 당시에도 한국 현실에서 개발자 직종은 별로 추천할만한 건 아니었습니다. 상위 10% 내에 들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거나 그게 아니면 학력, 과거 경력, 태도, 소셜스킬 등 뭐라도 남다른 게 있을 때 그나마 커리어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게 개발자 직종입니다. 물론 다른 직종도 마찬가지겠지만, 개발자 직종은 일반적으로 입문이 쉬운 반면 생명이 짧아서, 오래 생존하고 출세하려면 남들과의 차별성이 특히 중요합니다.

거기에다 J의 전공은 전산은커녕 이공계도 아니었습니다. 물론 개발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식도 경험도 없는 상태였죠. 그래서 “대충 직업을 구하려고 하는 거면 다른 일 하는 게 낫다. 이 직종은 업계가 독해서 스스로 잘 관리하지 못하면 돈을 못 벌고 몸도 망가지고, 별 생각 없이 일하다간 40세 넘으면 아주 곤란해질 수도 있다.”라고 말해주었죠.

제 얘기를 다 들은 후에도 나름의 의지를 피력하더군요. 그래서 도와주려는 마음 일부, 니가 할 수 있겠어?라는 마음 일부, 또 리트머스 테스트에 통과하길 바라는 마음 일부를 가지고서 당시 만났던 장소 근처에 있는 반디앤루디스 서점에 데려갔습니다. 서점에서 OS, 웹프로그래밍, 오피스 등 관련 서적 네 권을 사주면서 만일 한달 내에 이 책들의 내용을 모두 독파한다면 그때 가서 다음 스텝을 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그런 식의 도움 내지는 시도를 한 사람들이 많은데, 대부분 그 다음 단계로 진입을 하지 못했습니다. 한달 내에 책 네 권을 독파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개발 관련 책이라서 내용을 정독해야 하고 페이지도 상당하니까요.

책은 사주었지만 거의 기대는 하지 않고서 잊고 있었는데, 정말 한달 뒤에 연락이 왔습니다. 공부를 다했다고요. 깜짝 놀랐습니다.

만나서 몇 가지 확인을 해보았는데 완전 초보치고는 이해력이 뛰어나다고 판단을 했고, 특히 그 의지를 높이 사서(의지가 강한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든 드라이브하죠), 제가 CTO로 있던 회사에 말단 신입으로 고용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학 절대 포기하지 말고 끝마치라고 조언을 해주었죠. 가진 게 몸뚱어리 밖에 없는 사람이 이 독한 한국사회에서 기회에 대한 차별을 받지 않으려면 학력, 경력 등을 잘 관리해서 몸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게 당시의 제 지론이었습니다. (그런 차별이 없는 사회가 좋은 사회겠죠. 그런데 어떻게 된 게 10년이 지났는데 이 사회는 점점 더 독해만 지고 있네요.)

어쨌든 제 말이 통한 것인지 J는 이후 2년 넘게 회사와 학교를 병행하였고 결국 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아주 힘들었을 겁니다. 그런데 포기할뻔한 학교에 다시 복학해서 만난 사람이 바로 이번에 결혼하는 신부 S입니다. 인연은 인연인 것이죠.

J와는 일한 지 얼마 안되어 제가 회사를 옮겼고, 그 후 함께 일한 적은 없습니다. 함께 있었던 시기에도 저는 주로 팀장들과 일을 해서, 사원인 J와 직접적으로 협업을 한 기억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저와 일한 대부분의 직원들이 그렇듯이 저의 직설적인 표현으로 인해 J 또한 마음의 상처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제가 불과 4~5년전까지만해도 지금보다 훨씬 성격이 안 좋았거든요. 제 기준으로(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주관적인 기준이었을 뿐이에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들면 심하게 몰아붙이고 그랬던 거 같아요.

그런데 인생의 가치관을 바꿀만한 몇 가지 계기가 있었고 그로 인해 과거를 절절하게 반성하게 됐고, 지금은 거의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제가 주장하는 모든 내용은 제가 겪은 것이고 반성의 경험을 반영한 것들이죠.

하여튼 저와의 짧은 직장 생활 이후 J는 몇 번의 이직을 거쳐(중간에 회사 잘못 옮겨서 엄청 고생을 하기도 했고요), 지금은 NHN에서 포털 부문의 개발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NHN에서 20여명만 뽑은 우수사원상을 받기도 했다는 군요. 책임감과 의지가 무척 강한 친구입니다. 다만 일에 너무 몰입함으로써 마음의 여유, 건강 등을 해치기 쉬운 타입인데 나이 먹으면서 나아지고 있는 거 같아서 다행입니다.

어찌됐건 IT 전공자도 아니고 어떤 IT 교육기관도 다니지 않고서 오로지 독학으로, 즉 스트리트 파이터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고 집안을 책임져온 J가 대견합니다. 헝그리정신의 표본. 그리고 현재의 모습보다 앞으로의 모습이 더 기대되는 친구입니다.

그런 J가 어려운 시절에 만난 인연인 S와 8년간의 연애 끝에 이번에 결혼을 하는 겁니다. 평소에 저와 J는 자주 연락을 하는 사이는 아닌데, 갑자기 연락을 해서는 주례를 서달라고 부탁해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다고 J 결혼식의 주례를 맡아줄 분들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저보다 훌륭한 분들이 주변에 있고, 부탁하면 흔쾌히 해주실 텐데 왜 하필이면 제게 부탁을 하는 건지.

몇 번 사양을 했는데 J와 S를 만나서 그들의 의지를 확인한 후 어쩔 수 없이 맡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아, 왜 맡았을까? 내가 미쳤지.."하는 마음)

제 생각에는 (신념이 강한 사람들이 항상 그렇듯이) J는 결혼식을 자기 인생의 중요한 마일스톤으로 생각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오래 전부터 제게 주례를 부탁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하네요.

아, 그래도 사람이 살다 보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는 건데, 굳이 초심을 그대로 실행하는 걸 보면 J의 스타일을 알 수 있어요. 그런 J의 스타일이 지금의 J를 만든 거겠죠.

사람의 마음만큼 간사한 것도 없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결국 잘되면 자신이 잘나서 잘됐다고 생각하는 게 인지상정인데, 굳이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내서 저를 주례로 세우는 걸 보면 J는 참 독특한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저라는 사람의 캐릭터를 잘 알면서, 결혼식 주례와 같은 어려운 부탁을 맡겨 제게 부담을 주는 J에게 조금 불만을 표하고 싶기도 합니다.

결혼도 안 한 사람이 타인의 결혼식 주례를 서며 갖게 될 미묘한 느낌을 J는 이해할까요? 거기에다 저처럼 감정이 예민한 성격의 사람이라면요?

사실 제가 수 천명 앞에서 강의를 하거나 생방송을 할 때도 전혀 떨리지 않는 사람인데, 요 며칠은 잠이 안 오더군요. 내일 주례 전에 우황청심환이라도 먹어야 할 듯.

아, 이 결혼식이 빨리 끝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마치 제가 결혼하는 심정. 그런 부담감으로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혼인서약, 성혼선언문에 주례사까지 나름 신경 쓸 게 많네요. 하여튼 첫 주례를 무사히 마쳤으면 좋겠어요.

끝으로,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을 극복하고 결혼하는 멋진 커플 J와 S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부디 이 세상이 우리를 고단하게 할 지라도 언제까지나 서로를 지지하는 소울메이트로 남아주세요. 공개적으로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링크를 알려 드립니다.

J와 S의 결혼

제가 보내는 축가는, 존경심과 부러움과 축하의 마음을 담아 Elvis Presley의 Hawaiian Wedding Song(가사).

2010년 9월 1일

김지현님의 시간 관리 기술: 12가지 요약

사회에서 만나 친하게 지내고 있는 김지현 본부장이 얼마 전 시간 관리 서적을 출간했다며 보내주었습니다. Daum에서 모바일을 맡고 있는 김지현 본부장(이하 김지현님)과는 여러 사연이 많은데, 여기에서 다 밝힐 수는 없고요. ㅎㅎ

안 지 10년이 넘었고 그간 쭉 지켜보았는데 참 대단한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똑똑하면서도 성실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다 소셜 스킬도 뛰어납니다. 이런, 이게 말이 됩니까? 어떻게 그런 장점들을 한꺼번에 다 갖고 있을 수 있는지요?

회사에서 인정을 받고 있으면서 개인적인 활동도 아주 활발하죠. 대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40여권 이상의 책을 쓰기도 했고요(이 말 한마디면 캐릭터 설명 끝납니다).

하여튼 그런 김지현님이 시간 관리 서적을 출간했다니 관심을 갖고서 읽어 보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취업을 앞둔 학생들, 그리고 신입사원들에게 추천하고 싶네요. 그런데 제목이 “시간 관리”인데 제가 볼 때는 “직장인을 위한 업무기술”이라고 지었으면 더 좋았을 거 같습니다.

전 이 책이 단지 시간 관리라기 보다는, 업무를 잘 하는 법으로 읽혔기 때문입니다. 물론 업무를 잘 하면 시간이 절약되죠. 그런 내용이 담겨있는 책입니다.

인상적인 내용을 제가 재해석하여 적어보겠습니다.

1. 업무 요청의 기술: 최고의 소셜 스킬

지식근로자의 업무는 대부분 협업으로 이루어지죠. 업무를 요청하고 또 요청 받습니다. 바로 그러한 관리를 잘 하는 게 시간 절약의 핵심입니다. 무엇보다 요청한 일에 대한 피드백을 철저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1주일 전에 부탁한 일이 잘 진행되는 지 3~4일 전에 가볍게 중간 확인을 합니다.

김지현님은 이렇게 한다고 합니다. “엊그제 부탁 드렸던 업무를 진행하시면서 제가 드려야 할 도움이나 혹시 기간을 좀 더 드려야 하는지 확인해 주십시오.”

그리고 이틀 전에는 이렇게 얘기한다고 합니다. “일전에 부탁 드린 업무에 도움을 주시고 계셔서 감사합니다. 모레쯤 결과물을 보내 주시면 그것을 참고로 최종본이 훌륭하게 정리가 될 거 같아요. 잘 부탁 드릴게요.” 마감 일정을 재확인하는 것이죠.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도록 정중하게 리마인드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업무를 하면서 이러한 식의 나이스한 요청을 받아본 적이 있습니까? 저는 18년동안 직장 생활하면서 한번도 없었습니다. 이것은 시간 관리 이전에 최고의 소셜 스킬입니다.

제 프로젝트 관리 강의 내용 중에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팀원들에게 업무를 위임한 후 중간 확인을 할 때 최악의 질문은 “저번에 맡긴 일 어떻게 되가? 이번 주에 되는 거지?”이고, 최고의 질문은 “업무를 하면서 혹시 애로사항이 있거나 제가 도와줄 일이 있나요?”입니다.

바로 그것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입니다. 사람들이란 안타깝게도, 자신이 대우받기를 바라는 그대로 타인에게 하지 않습니다. 바로 그것에 성공의 비밀이 있습니다. 어렵지만 그렇게 한다면 엄청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죠. Daum에 입사한 지 몇 년도 안 되어 임원으로 승진한 김지현님의 업무 노하우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요?

이 부분만 가슴으로 이해하고 실천해도 책 값은 뽑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내용도 있습니다. 업무를 요청할 때, 왜 이 업무를 요청하는 지에 대한 사유와 적임자임을 공감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한다고 합니다.

2.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1위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합니다

그래야 회사에서 기억됩니다. 회사가 맡겨준다기 보다는 여러분이 어떻게든 1위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저 또한 과연 그것을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뒤돌아보게 만드네요. (숙연)

3. 업무의 질과 속도 관리 기술

업무의 질과 속도는 비례합니다. 그러므로 업무 중요도(회사 기여율)이 높은 일에는 좀 더 많은 시간을 배분하고 중요도가 떨어지는 일에는 시간과 열정을 줄여서 안배하는 게 중요합니다. 즉, 중요도가 낮은 업무의 경우에는 완성도를 다소 희생하더라도 제 시간에 일을 완수해야 하는 것입니다.

시간과 완성도의 딜레마를 효율적으로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김지현님의 견해입니다. 여기에서 핵심은 업무 중요도를 개인적인 기호가 아니라, 회사 기여도에 따라 최대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아무 일이나 열심히 하는 직장인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4. 회의 참여의 기술

회의 참여를 요청하는 연락을 할 때 “회의에 왜 당신이 필요하고 어떤 역할을 해주길 원하는 지에 대한 설명”을 포함한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참석자에 따라 내용이 다르므로 다 다르게 기입한다고 하는데, 조금의 시간을 들임으로써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는 내용이라고 봅니다.

저라도 회의 주최자가 그런 성의를 보이고 저를 필요로 한다면 기쁘게 참석하겠습니다. 제가 대기업 직장인으로 일해본 경험에 따르면, 제게 참석을 요청하더라도 사실상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회의가 80% 정도는 되었습니다(그걸 파악한 후로는 제가 꼭 있어야 되는 회의 말고는 철저히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대기업에서는 회의 참석만 잘 관리해도 엄청난 시간이 절약됩니다.

김지현님 스스로 비생산적인 회의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올바른 회의 문화를 위해 본인이 먼저 실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 적어도 월 50장이 넘은 명함을 소비해야 합니다

50장의 명함을 썼다는 건 50장의 명함을 받았다는 걸 뜻하죠. 지식근로자들에게는 사람을 통해 줄일 수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자신의 능력과 시간이 유한하기에, 업무 아웃소싱을 위해서 그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알고 있는 게 아주 중요한 경쟁력이 됩니다. 여러분은 얼마나 명함을 사용하고 있고, 또 그 데이터를 얼마나 잘 관리하고 있는지요?

전 주고 받는 명함이 참 많은데(한 달에 백장은 넘는 듯), 도통 관리를 안 해서 별 도움이 안됩니다. 반성되는 점인데, 제가 직접 하긴 힘들 거 같고 비서를 통해서 해야 할 거 같네요.

6. 업무 요청 받기의 기술

앞서 얘기한 게 업무를 요청하는 기술이라면, 이번에는 업무를 요청 받는 기술입니다. 업무 요청을 받을 때는 반드시 업무의 목적, 구체적 산출물, 마감시간, 가용 가능한 자원, 이해관계자들의 내역을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 부분, 제 경험과 유사해서 특히 공감했습니다.

저의 경우 (상명하복의 조직에서 일할 때조차도) 직속 임원이 제게 업무를 맡기면, 그 업무의 배경을 어떻게든 파악했습니다. 그게 해당 임원이 스스로 창출한 건지, 그 위의 임원이 시킨 일인지, 아님 사장님이 시킨 일인지, 정말 원하는 결과물이 무언지, 그걸 위해 제가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무엇인지를 반드시 확인한 후 일을 했습니다.

그래야 업무를 요청한 사람을 확실히 만족시킬 수가 있습니다. 명확하지 않은 내용은 업무 개시 전에 어떻게든 분명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아니면 요청자의 기대와 다른 결과물을 만들 게 되고, 결국 실컷 고생하고도 좋은 소리 못 듣게 됩니다.

7. 업무 우선순위 관리의 기술

사소한 일을 가장 먼저 해야 합니다. 저 또한 많은 공감한 내용입니다. 직위가 상승할수록 본인의 TO DO 목록이 엄청나게 늘어납니다. 이때 사소한 일, 빨리 끝낼 수 있는 일을 먼저 해야 합니다. 그런 일을 빨리 TO DO 목록에서 제거하여 부담도 덜고, 더 중요한 일에 충분히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그런데 막상 일을 하다 보면, 어려운 일 & 중요한 일에 먼저 시간을 쏟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선수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하세요.

가장 대표적인 게 간단한 이메일 답장 같은 일이죠. 답장을 하기 위해 자료를 준비하는 등의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면, 읽은 메일에는 즉시 답장을 하는 게 최고죠. 다른 사소한 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지현님은 10분 이내에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을 가장 먼저 처리하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8. 시간 지키기 기술

김지현님이 상당히 통찰력 있는 지적을 했는데요. 한국 사람들이 일의 시작 시간보다 끝내는 시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시작은 비록 늦더라도 밤을 새워서라도 끝내는 성실함, 사명감이 크다는 내용입니다. 참으로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므로 효율적 시간 관리를 위해서는 일의 시작을 잘 관리하여야 한다는 내용인데, 자세한 내용은 책을 통해 확인하세요. 사실 제가 개인적으로 미팅, 회의 약속 시간을 잘 지키지 못하는 편이라서 이에 대해서는 말할 자격이 별로 없는 거 같습니다.

제가 반성하는 부분인데, 약속뿐만 아니라 저의 모든 라이프스타일이 그래서(루즈함이 제 스타일) 앞으로도 크게 나아질 거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가 늦어서 저나 타인이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 분발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프로페셔널하잖아요. ^^

생각해보면, 저와 김지현님이 만날 때 제가 항상 늦게 왔던 거 같은데 이 자리를 빌어서 미안하다는 말 전하고요. 앞으로도 계속 미안할 거 같은 불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네요. ㅎㅎ

9. 일 줄이기 기술

김지현님이 주장한 시간 관리의 마지막 단계는, 단지 빠르게 일 처리를 하는 게 아니라 일을 효율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을 중단하는 법에 대한 내용도 언급됩니다.

일을 줄이는 최고의 기술은 역시 “권한위임”이죠. 권한위임을 할 때는 일을 시작할 때 가이드를 주고 일이 끝났을 때에는 학습의 기회를 주는 것으로 마무리를 해야 합니다. 일의 중간에 절대 간섭하고 관여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 부분, 제가 주장하는 내용과 일치해서 기뻤습니다.

일의 중간에 간섭하지 않아야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부하직원이 업무를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그래야 그가 발전하고, 그래야 다음에 제가 또다시 업무를 위임했을 때 보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죠. 역시 김지현님의 시간 관리 기술 중 하이라이트는 권한위임이었던 것입니다.

제 경험에 따르면, 권한위임을 잘 하면 아주 대단하고 방대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혼자서 일을 해봐야 얼마나 하겠습니까? 매일매일 간섭하고 통제해봐야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는 하기도 싫고 받기도 싫습니다.

물론 조직의 상황, 부하직원의 상황에 따라 정도와 방법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권한위임이야말로 훌륭한 리더의 기술이라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

10. 똑똑함 vs. 성실함

김지현님은 결국, 성실함이 똑똑함을 이긴다고 했습니다. 대체로 성실하지 않은 저이지만, 처절한 마음으로 이 내용을 인정합니다. 결국 엉덩이 무거운 사람이 이깁니다.

제가 예전에 포스팅한 “개척자가 되든가, 아님 엉덩이라도 무겁든가”라는 글에 링크된 카툰을 보세요.

어설프게 똑똑하면 잔머리 굴리다 실속도 없고, 끝까지 버티지도 못해서 결국 손해를 보게 됩니다. 어설프게 똑똑한 척 하다가 40세가 넘어서 사라져간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젊을 때는 뭘 하든 할 수 있지만, 40세를 기준으로 그 동안 쌓아놓은 성과와 덕이 없으면 뭘 하든 할 수 없게 됩니다.

저 또한 오래 전부터 그런 공포에 시달려 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작년에 원래 계획보다 일찍 직장 생활을 마치고, 스스로의 인생을 개척하게 된 게 큰 도움이 된 거 같습니다. 제가 성격이 B급이라서 아직 위태위태합니다만, 잔머리 굴리다 또한 남탓만 하다 사라지는 인간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성실한 분들께 깊은 존경심을 표합니다. 제가 김지현님을 리스펙트하는 가장 큰 부분이 바로 성실함인 거 같습니다.

11. 워커홀릭 vs. 일 즐기기

김지현님이 아주 좋은 정의를 했네요. 일 자체에 몰입하면 워커홀릭이고, 일이 주는 가치에 몰입하면 즐기는 것이라고 말이죠. 이 정의에 따르면 김지현님은 워커홀릭 아닙니다. 스스로 즐겁지 않은 일은 최대한 안 하려는 스타일이거든요.

또 이런 비교를 했습니다. 일을 심각하게 하면 워커홀릭, 웃으면서 일을 하면 즐기는 것. 모든 일을 혼자 하면 워커홀릭, 함께 일을 하면 즐기는 것. 항상 손에서 일이 떠나지 않으면 워커홀릭, 일이 끝난 후에 충분한 여유와 휴식을 취하면 일을 즐기는 것. 일을 하는 동안 주변 사람들이 치를 떨면 워커홀릭, 주변 사람들이 즐거워하면 일을 즐기는 것.

저는 성실한 사람은 존경하지만, 워커홀릭은 싫어합니다. 워커홀릭은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줍니다. 직위가 올라갈수록 더 강력한 피해를 끼치죠. 많은 워커홀릭들이 자신이 그러는 것처럼 부하직원들에게 일에 몰입할 것을 강요합니다. 그들은 부하직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승진을 합니다.

저는 워커홀릭들이 직장의 싸이코패스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긍정적인 요인만 보았을 때) 비록 그들 때문에 회사가 성장하고 경제가 성장한 측면이 일부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사람들이 득세해서는 사람들이 불행해질 뿐입니다. 그게 한국 사회의 현실이 아닌가요?

한국인은 정신적으로 불안한 우등생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일하느라 지칠 때면 한국 사람을 생각하며 위안을 얻어라”라고 했다죠(관련기사).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워커홀릭보다는 일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12. 시간 관리의 최고봉은?

김지현님은 시간 관리의 최고봉이 “현재의 시간이 아닌 미래의 시간을 값지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거 본인이 창작한 말이라면 격언 수준입니다. 미래를 생각해본다면, 내가 지금 얽매여 있는 일은 정말 무가치한 것일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이렇게 생각함으로써, 현실의 바보 같은 일들에서 벗어난 적이 많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작년 9월 1일의 어떤 업무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중요한가요?”

여러분 모두, 미래의 자신을 위해 현재의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이 되시길 바랍니다.

김지현님의 책은 크게 세 파트로 나누어져 있는데 여기까지가 시간 관리에 대한 내용이고, 두 번째 파트는 인터넷 서비스나 툴 등을 이용해서 효율적인 업무를 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인데 해당 부분의 경우 이미 IT에 익숙한 분들께는 큰 감흥이 없을 거 같습니다.

그렇지만 IT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 또한 IT를 잘 알더라도 IT를 업무에 어떻게 적용할 지 모르는 신입사원들에게는 도움이 될 겁니다. 마지막 파트는 마인드맵 툴인 씽크와이즈 사용법인데, 이 부분은 굳이 포함될 필요가 없는 사족이라는 느낌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인사이트가 많은 앞부분의 분량을 좀 더 늘리고, 툴 사용법을 부록으로 빼고, 씽크와이즈 부분은 아예 삭제하거나 아님 보너스로 인터넷에서 볼 수 있게 하면 더 좋았을 거 같습니다.

하여튼, 특히 신입사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서 이번에 입사한 제 동생한테도 보라고 한 권 주었습니다. 신입사원 교육이 필요한 회사라면 단체 구매하고 특강 요청하세요. ㅎㅎ

단순 서평이라기 보다는 김지현님의 생각에 제 생각을 믹스하여 글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김지현님과 여러분께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