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업계 종사자들에게는 지루한 얘기 조금만 할게요. 십 만년 전에 웹 2.0 시절이 있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 일본,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서비스들이 등장하며 닷컴 이후 나름의 광풍이 불었었죠.
거품 논란도 있었지만 그런 양적인 성장이 있었기에 그 결과로(양이 질을 만듭니다) 현재와 같은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의 서비스가 존재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국내 상황은 단지 서적이나 세미나 광풍만 불었을 뿐, 참신한 서비스는커녕 해외에서 등장한 다양한 서비스들 중 90% 이상이 국내에서는 아예 등장조차 못했거나 또는 나왔다가 이내 사라져버렸죠. 업계 종사자들이라면 너무나 잘 아는 슬픈 과거입니다. 그리고 그런 과거가 현재 모바일 서비스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고 있죠.
그런 웹 2.0 시절에 등장한 용어 중 하나가 정부 2.0(Government 2.0)입니다. 전자정부(e-Government)가 정부의 디지털화라면, 정부 2.0은 (웹 2.0의 중요한 특징이기도 한) 상호작용과 개방이 주된 특징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해 정부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국민과 직접적으로 상호작용을 하고, 또한 정부가 플랫폼이 되어 자신의 자원과 기능을 API로 제공함으로써 각종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죠. 물론 그 외에도 여러 특정이 있습니다만 여기에서는 간략하게 두 가지만 언급해 보았습니다.
정부 2.0에 대해서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마다 다 다른데 하나의 다이어그램을 소개하니 참고하세요.
이러한 정부 2.0의 개념은 다음과 같은 국민의 욕구를 전제로 깔고 있습니다. 하단의 내용은 제가 정리한 개념이라서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1. 국민은 정부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 지 알고 싶어한다. -> 투명성/신뢰성의 문제
2. 국민은 정부와 소통하고 싶어한다. -> 의사소통의 문제
3. 국민은 정부의 서비스를 발전시키는데 기여하고 싶어한다. -> 협업의 문제 (요즘 유행하는 말로 콜라보레이션 ^^)
1번에 해당하는 국민 욕구의 달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의 투명성이 필요합니다. 현 정부가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건, 무엇보다 투명성 부족이 큰 원인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2번에 해당하는 국민 욕구인 의사소통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투명성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의사소통을 해봐야 욕만 먹을 뿐입니다. 투명성이 있어야 신뢰가 생깁니다. 투명하지도 않고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의사소통은 불가한 것입니다. 또한 3번의 국민 욕구이자 성숙된 정부 2.0의 개념인, 정부와의 협업을 통해 서비스를 발전시킨다는 것에는 아예 이를 수가 없게 되는 것이죠.
현재 한국의 상황이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정부 2.0이 전세계적인 트렌드이다 보니 한국 정부도 뭔가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글을 보시는 대부분의 분들이 잘 모르시겠지만 공유자원포털이라는 명칭의 Data.go.kr 사이트가 있습니다.
해당 사이트는 미국 정부의 Data.gov 사이트를 모델로 한 것인데요. Data.gov 사이트는 오픈 정부(Open Government)라는 철학 하에 2009년 5월 미국 정부의 CIO인 Vivek Kundra에 의해 시작됐습니다. Data.gov 사이트를 통해 정부가 가진 각종 자원을 공개함으로써, 일반 국민이나 기업이 응용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초기에 47개의 데이터셋으로 시작하여 현재 40만개가 넘는 데이터셋을 제공하고 있으며, 1천 개 이상의 앱이 존재합니다. 인기 있는 데이터셋은 조회 수가 15만건이 넘기도 합니다. 제가 정기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사이트인데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한국 정부도 Data.gov와 유사한 Data.go.kr 사이트를 오픈하고 얼마 전 제1회 공공정보 매쉬업 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저는 정부가 그런 대회를 하는 지도 몰랐는데, 지난 11월에 대회 주관기관인 한국정보화진흥원에 스마트TV 강의를 하러 갔다가 알았습니다.
그 후 친하게 지내는 황재선님께 팀을 만들어 응모를 해보자고 했더니, 황재선님이 재빨리 기획을 해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었고 지난 주에 결국 대상(행정안전부장관상)을 받았네요.
관련기사: 똑똑한 농부 `스마트파머', 매쉬업대회 행안부장관상 차지
저는 동기부여와 문서 수정, 기획서에 포함될 몇 가지 핵심을 짚어준 거 밖에는 없습니다. 프로젝트 리더는 황재선님인데, 개발자 출신이면서 기획도 잘하고 비즈니스 감각도 있는 동생입니다.
10년 전 제가 마이크로소프트 기술을 다루던 시절에 Microsoft MVP로 만나서 이후 삼성전자에서 잠시 같이 일하고 소프트뱅크에서 2년 정도 일한 후 각자의 일을 가고 있지만 종종 만나고 있습니다. 현재 황재선님은 LG전자에서 모바일 서비스/플랫폼 관련 일을 하면서 LG전자의 부흥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황재선님에 대한 칭찬은 이 정도로 마치고.
비록 함께 수상을 했지만 안타까운 마음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홍보 부족으로 업계 사람들조차 그런 사이트가 있는지도 모를 뿐만 아니라(일반인은 더 하겠죠), 설사 안다고 하더라도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야 정부 2.0이 연구분야 중 하나이니까 공유자원포털 사이트와 대회에도 관심을 가졌지만 일반 국민들은 어떻겠습니까?
성숙된 정부 2.0에서 이런 국민과의 협업이 궁극적인 가치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전에 먼저 정책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려는 엄청난 노력(천지가 개벽할만한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국민과의 의사소통이 제대로 가능할 겁니다.
앞서 말했듯이 투명성/신뢰성이 확보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정부가 뭘하든 국민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수상을 한 입장에서 쓴 소리를 하게 돼 송구스러운 마음도 있습니다만, 원래 성격이 직설적이라서 어쩔 수가 없네요.
'제대로 구현된' 정부 2.0은 민주주의를 더욱 더 발전시켜 줄 것으로 믿습니다. 그 자체로는 참 좋은 개념입니다. 다만 현 정부는 일의 선후와 경중과 완급을 고려하고, 무엇보다 먼저 정부 2.0을 구현할 자격을 획득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고, 그것이 안 되면 뭘 하든 안될 것입니다.
류한석의 피플웨어 (peopleware.kr)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피플웨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다.
2011년 12월 15일
2011년 11월 7일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 블로그나 칼럼을 예전부터 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저는 개발자 출신(사회 생활을 SI로 시작한)으로서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해 많은 애증을 갖고 있습니다.
10년전 벤처기업의 CTO로 일했던 때, 삼성전자 시절, 소프트뱅크 시절 등을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업계 풍토에 대한 글을 썼었죠.
일부만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시간이 없는 분은 링크는 그냥 스킵하세요).
관련 글:
초과근무(야근, 휴일근무)의 폐해 (2010.04.08)
SW개발자의 희생을 요구하는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2009.07.21)
기술관리자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다룬다 (2008.05.30)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미취업자의 대안 직업이 아니다 (2006.11.18)
일중독자들과 나쁜 프로젝트 매니저 (2004.12.09)
그런데 얼마 전 중기청의 의뢰를 받아 소프트웨어(특히 SI) 업계에서 일하는 분들의 의견을 취합하여 이슈를 정리하고 개선책을 제안하는 리포트 작성을 맡게 됐습니다.
사실은 제가 건강이 좀 안 좋아서 이런 종류의 하드코어한 일은 맡지 않아야 하지만, 그래도 그간 해온 말이 있고 업계의 문제점들이 조금이라도 개선되길 바라는 스스로의 마음을 외면할 수 없어 맡게 됐습니다.
그래서 보고서 작성 전에 업계의 다양한 도메인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만나서 얘기를 들으려고 합니다.
- 분류: SI업체, 일반 소프트웨어 업체
- 기업규모: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 직급: CEO, 임원, 매니저급, 개발자
이미 열분 가까이 인터뷰를 마쳤는데 더 많은 분들의 보이스가 반영됐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를 해주신 분들께 감사 드려요~)
주로 '갑을병정'의 계약 관계에서 ‘을병정’에 해당하는 기업에 계신 CEO나 임원분들이 경영의 애로사항과 업계에 대한 생각을 드러내주시면 좋습니다. ^^
참여의사를 밝혀주시면 편하신 시간에 편하신 곳으로 제가 방문해서 커피숍 등에서 30분 정도 구두로 인터뷰를 진행할 것이고요. 실명은 공개되지 않으니까 마음 편하게 참여해 주시면 됩니다. 인터뷰를 통해 현재의 애로사항, 개선방향, 정책 제언 등의 얘기를 듣습니다.
원하시는 시간에 최대한 맞춰 볼 테니 업계 개선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hanseokryu@지메일로 전화번호와 함께 연락주세요. 그럼 제가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제가 본문에 마감이라고 쓰기 전까지는 유효합니다만, 다른 루트로도 계속 섭외가 이뤄지고 있으니 빨리 연락을 주시면 좋아요.
만나서 뜻깊은 대화를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추가 글: (마감) 인터뷰 대상자 모집 완료하였습니다. 도와주신 분, 인터뷰 해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개별적으로 Thank You Letter 올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10년전 벤처기업의 CTO로 일했던 때, 삼성전자 시절, 소프트뱅크 시절 등을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업계 풍토에 대한 글을 썼었죠.
일부만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시간이 없는 분은 링크는 그냥 스킵하세요).
관련 글:
초과근무(야근, 휴일근무)의 폐해 (2010.04.08)
SW개발자의 희생을 요구하는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2009.07.21)
기술관리자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다룬다 (2008.05.30)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미취업자의 대안 직업이 아니다 (2006.11.18)
일중독자들과 나쁜 프로젝트 매니저 (2004.12.09)
그런데 얼마 전 중기청의 의뢰를 받아 소프트웨어(특히 SI) 업계에서 일하는 분들의 의견을 취합하여 이슈를 정리하고 개선책을 제안하는 리포트 작성을 맡게 됐습니다.
사실은 제가 건강이 좀 안 좋아서 이런 종류의 하드코어한 일은 맡지 않아야 하지만, 그래도 그간 해온 말이 있고 업계의 문제점들이 조금이라도 개선되길 바라는 스스로의 마음을 외면할 수 없어 맡게 됐습니다.
그래서 보고서 작성 전에 업계의 다양한 도메인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만나서 얘기를 들으려고 합니다.
- 분류: SI업체, 일반 소프트웨어 업체
- 기업규모: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 직급: CEO, 임원, 매니저급, 개발자
이미 열분 가까이 인터뷰를 마쳤는데 더 많은 분들의 보이스가 반영됐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를 해주신 분들께 감사 드려요~)
주로 '갑을병정'의 계약 관계에서 ‘을병정’에 해당하는 기업에 계신 CEO나 임원분들이 경영의 애로사항과 업계에 대한 생각을 드러내주시면 좋습니다. ^^
참여의사를 밝혀주시면 편하신 시간에 편하신 곳으로 제가 방문해서 커피숍 등에서 30분 정도 구두로 인터뷰를 진행할 것이고요. 실명은 공개되지 않으니까 마음 편하게 참여해 주시면 됩니다. 인터뷰를 통해 현재의 애로사항, 개선방향, 정책 제언 등의 얘기를 듣습니다.
원하시는 시간에 최대한 맞춰 볼 테니 업계 개선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hanseokryu@지메일로 전화번호와 함께 연락주세요. 그럼 제가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제가 본문에 마감이라고 쓰기 전까지는 유효합니다만, 다른 루트로도 계속 섭외가 이뤄지고 있으니 빨리 연락을 주시면 좋아요.
만나서 뜻깊은 대화를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추가 글: (마감) 인터뷰 대상자 모집 완료하였습니다. 도와주신 분, 인터뷰 해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개별적으로 Thank You Letter 올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2011년 10월 6일
떠나간 스티브 잡스, 애플의 과거와 미래
슬픈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1976년에 애플을 창업한 후 Apple I라는 8비트 PC를 선보였고, 이후 대중적인 Apple ][를 출시하며 사실상 개인용 컴퓨터 산업을 만들어낸 장본이라고 할 수 있는 잡스옹이 돌아가셨네요(그는 이처럼 시작과 끝을 IT업계와 함께 하며 임팩트를 준 사람입니다).
암에 걸린 사람이 눈에 띌 정도로 앙상한 몸을 보이면 죽음이 가까웠다는 신호일까요(얼마 전 최동원 투수도 그랬죠).
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탁월한 전략가이자 냉철한 비즈니스맨이자 존 레논의 ‘Imagine’을 좋아했던 몽상가 잡스. Apple ][를 통해 실리콘밸리의 스타로 부상하고 나스닥에 입성하면서 크게 성공했지만, 무지 독특한 성격과 그 자신이 기획한 매킨토시 사업의 부진으로 인해 애플에서 쫓겨나게 되고, 절치부심 끝에 다시 돌아와서 지난 10년간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연달아 성공시켰다는 건 다들 아는 스토리일 겁니다.
그런 뻔한 얘기보다는 제 개인적 감상과 관점을 얘기하고 싶네요. 현재의 애플을 존재케 한 Apple ][에 대한 감상은 제가 작년에 썼던 글이 있으니 다시 링크해보겠습니다.
관련 글: MSX와 Apple ][의 추억
젊은 사람들이나 IT 업계에서 오래 일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잘 모르겠지만, 잡스는 개인용 컴퓨터를 대중화시킨 장본인입니다. 애플의 초창기 제품인 Apple ][는 정말 엄청나게 매력적인 제품이었고 8비트 PC 시장을 제패하며 10년 이상을 현역에서 활동한 컴퓨터였습니다.
Apple ][가 아니었다면 과연 현재와 같은 개인용 컴퓨터 산업이 생겼을까?라는 의문도 품어볼 만 합니다. 왜냐하면 애플의 성공에 자극을 받아 IBM이 PC를 만들게 됐고,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는 당시 애플의 소프트웨어 협력업체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빌 게이츠는 나중에 맥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하면서 얻는 정보로 윈도우를 만들게 되죠.
잡스는 개인용 컴퓨터 산업을 만든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고, 빌 게이츠는 소프트웨어 산업을 만든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잡스 이전에도 개인용 컴퓨터가 있었고 빌 게이츠 이전에도 소프트웨어가 있었지만, 두 사람은 제품의 제 값을 받아내 ‘산업화’한 공로가 큽니다.
두 사람 모두 IT에 대한 대단한 통찰력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탁월한 전략가이자 비즈니스맨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봅니다. 그들 아니고서는 해내지 못했을 거 같습니다. 그런 두 거인 중 한 명이 우리 곁을 떠나갔네요.
현재의 잡스가 아닌 과거의 잡스가 어땠는가 하는 건 매킨토시의 탄생 스토리를 주제로 한 ‘미래를 만든 Geeks’라는 책에 상세히 나옵니다. 이 책에 대한 감상을 적은 글이 있으니 잡스를 추억하며 다시 한번 읽어보세요. 1984년 매킨토시 출시 때의 발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잡스표 프레젠테이션의 시초라고 할 수 있죠(마지막 부분, 청중들의 열광과 잡스의 미소에 새삼 울컥).
관련 글: 매킨토시의 탄생 비화, “미래를 만든 Geeks”
제가 좋아하는 혁명가, 체 게바라의 명언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 항상 불가능에 대한 꿈을 가지자.”
이 명언에 딱 들어맞는 사람이 바로 잡스가 아닐까 합니다. 냉정한 비즈니스맨이면서도 남들이 다 비웃을 때 미래에 도전한 사람이 그이기 때문입니다. MS의 CEO 스티브 발머는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한다고 하자 “컴퓨터도 제대로 못 만드는 회사가 이제 휴대폰을 만든다고 합니다. 하하”라며 비웃기도 했죠(당시의 맥에 대한 시장 분위기는 지금과 달랐거든요). 이후의 상황은 여러분이 아는 그대로입니다.
애플의 최근 10년간 새로운 서비스와 디바이스에 대한 도전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제가 기존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자료 중 일부입니다(어제 발표된 아이폰4S는 빠져 있으며, 클릭하면 그림이 확대됩니다).
서비스와 디바이스를 번갈아 가면서 소비자를 락인(lock-in)하는 전략이 아주 뛰어납니다. 애플의 성공은 행운이 아닙니다. 가히 10년간에 걸친 교묘하면서도 치밀한 전략의 결과가 현재의 애플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점은 스마트 디바이스(또는 N스크린) 생태계의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잡스가 타계했다는 점입니다. 하단의 그림을 보시면 이제 아이TV만 남았는데, 아이TV만 출시되면 완전한 스마트 디바이스 생태계의 완성이 이루어지거든요(현재의 애플TV는 단순한 셋톱박스이고, 진정한 스마트TV인 아이TV가 내년이나 후년쯤 출시된다는 루머가 있습니다).
이 그림이 완성되면 소비자들은 완전한 N스크린의 사용자경험을 누리고 애플은 강력한 락인효과를 통해 상당히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 결국 난세를 통일하지 못하고 미완성인 채로 잡스는 떠나갔습니다.
어제 애플의 신제품 발표에서 보셨듯이, 잡스의 공백이 생각보다 큰 느낌입니다. 지금이 아이폰4S 발표할 때입니까?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는 엄청난 스피드로 다양한 제품들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데, 아이폰4 이후 16개월만에 이런 정도의 아이폰 신제품을 출시하다니 말이죠. (물론 여전히 잘 팔리고 인기가 있을 것입니다. 애플은 엄청난 수의 지지자들을 갖고 있으니까요.)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애플과 안드로이드 진영은 기술적 격차가 상당히 컸는데 이제는 오히려 애플이 뒤쳐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적어도 디바이스에서는 말이죠. 물론 소프트웨어나 UX에서는 여전히 애플이 우위를 갖고 있습니다만.
어제의 발표는 애플로서는 꽤 실망스러운 신제품 발표였습니다(단, Siri 기술은 대단하더군요. Agent UI의 상용화라니!). 앞으로 애플의 미래는 어떨까요? 지난 10년간 애플이 구축한 생태계가 상당히 탄탄한 관계로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을 거라고 봅니다. 그렇지만 애플이 지배하는 시장이 수십수백년 가는 건 아니고, 고객도 언젠가는 등을 돌릴 수 있습니다(노키아와 닌텐도를 보세요).
현재의 모습으로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미래 전략의 수립과 실행력이라는 측면에서 애플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건 사실입니다. 애플은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통한 전직원의 아이디어 발산과 잡스의 통찰력을 통한 아이디어의 튜닝 및 집중적인 실행이 가장 큰 장점인데(앞서 링크한 관련 글 참고), 이제 애플에도 모든 대기업이 그런 것처럼 관료주의와 사내정치가 퍼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잡스가 컴백하기 전인 1990년대에 애플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잡스가 끝까지 지키려 한 애플의 조직문화(잡스는 애플이 30년째 벤처 문화를 지키고 있다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했죠)가 다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군요. (참고로, 빌 게이츠가 떠난 MS는 관료주의와 사내정치가 판을 치고 있고 전 그게 MS의 부진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잡스는 애플을 아주 독보적이고 위대한 기업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런 애플의 DNA가 변질되지 않고 유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잡스는 제게 있어 어릴 시절(중학생때)의 아이돌이었습니다(Geek의 아이돌은 남달라요).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빌며 잡스가 그리도 좋아했던 노래, Imagine을 함께 감상해요(뮤직비디오인데 노래는 조금 늦게 나와요).
1976년에 애플을 창업한 후 Apple I라는 8비트 PC를 선보였고, 이후 대중적인 Apple ][를 출시하며 사실상 개인용 컴퓨터 산업을 만들어낸 장본이라고 할 수 있는 잡스옹이 돌아가셨네요(그는 이처럼 시작과 끝을 IT업계와 함께 하며 임팩트를 준 사람입니다).
암에 걸린 사람이 눈에 띌 정도로 앙상한 몸을 보이면 죽음이 가까웠다는 신호일까요(얼마 전 최동원 투수도 그랬죠).
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탁월한 전략가이자 냉철한 비즈니스맨이자 존 레논의 ‘Imagine’을 좋아했던 몽상가 잡스. Apple ][를 통해 실리콘밸리의 스타로 부상하고 나스닥에 입성하면서 크게 성공했지만, 무지 독특한 성격과 그 자신이 기획한 매킨토시 사업의 부진으로 인해 애플에서 쫓겨나게 되고, 절치부심 끝에 다시 돌아와서 지난 10년간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연달아 성공시켰다는 건 다들 아는 스토리일 겁니다.
그런 뻔한 얘기보다는 제 개인적 감상과 관점을 얘기하고 싶네요. 현재의 애플을 존재케 한 Apple ][에 대한 감상은 제가 작년에 썼던 글이 있으니 다시 링크해보겠습니다.
관련 글: MSX와 Apple ][의 추억
젊은 사람들이나 IT 업계에서 오래 일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잘 모르겠지만, 잡스는 개인용 컴퓨터를 대중화시킨 장본인입니다. 애플의 초창기 제품인 Apple ][는 정말 엄청나게 매력적인 제품이었고 8비트 PC 시장을 제패하며 10년 이상을 현역에서 활동한 컴퓨터였습니다.
Apple ][가 아니었다면 과연 현재와 같은 개인용 컴퓨터 산업이 생겼을까?라는 의문도 품어볼 만 합니다. 왜냐하면 애플의 성공에 자극을 받아 IBM이 PC를 만들게 됐고,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는 당시 애플의 소프트웨어 협력업체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빌 게이츠는 나중에 맥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하면서 얻는 정보로 윈도우를 만들게 되죠.
잡스는 개인용 컴퓨터 산업을 만든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고, 빌 게이츠는 소프트웨어 산업을 만든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잡스 이전에도 개인용 컴퓨터가 있었고 빌 게이츠 이전에도 소프트웨어가 있었지만, 두 사람은 제품의 제 값을 받아내 ‘산업화’한 공로가 큽니다.
두 사람 모두 IT에 대한 대단한 통찰력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탁월한 전략가이자 비즈니스맨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봅니다. 그들 아니고서는 해내지 못했을 거 같습니다. 그런 두 거인 중 한 명이 우리 곁을 떠나갔네요.
현재의 잡스가 아닌 과거의 잡스가 어땠는가 하는 건 매킨토시의 탄생 스토리를 주제로 한 ‘미래를 만든 Geeks’라는 책에 상세히 나옵니다. 이 책에 대한 감상을 적은 글이 있으니 잡스를 추억하며 다시 한번 읽어보세요. 1984년 매킨토시 출시 때의 발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잡스표 프레젠테이션의 시초라고 할 수 있죠(마지막 부분, 청중들의 열광과 잡스의 미소에 새삼 울컥).
관련 글: 매킨토시의 탄생 비화, “미래를 만든 Geeks”
제가 좋아하는 혁명가, 체 게바라의 명언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 항상 불가능에 대한 꿈을 가지자.”
이 명언에 딱 들어맞는 사람이 바로 잡스가 아닐까 합니다. 냉정한 비즈니스맨이면서도 남들이 다 비웃을 때 미래에 도전한 사람이 그이기 때문입니다. MS의 CEO 스티브 발머는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한다고 하자 “컴퓨터도 제대로 못 만드는 회사가 이제 휴대폰을 만든다고 합니다. 하하”라며 비웃기도 했죠(당시의 맥에 대한 시장 분위기는 지금과 달랐거든요). 이후의 상황은 여러분이 아는 그대로입니다.
애플의 최근 10년간 새로운 서비스와 디바이스에 대한 도전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제가 기존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자료 중 일부입니다(어제 발표된 아이폰4S는 빠져 있으며, 클릭하면 그림이 확대됩니다).
서비스와 디바이스를 번갈아 가면서 소비자를 락인(lock-in)하는 전략이 아주 뛰어납니다. 애플의 성공은 행운이 아닙니다. 가히 10년간에 걸친 교묘하면서도 치밀한 전략의 결과가 현재의 애플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점은 스마트 디바이스(또는 N스크린) 생태계의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잡스가 타계했다는 점입니다. 하단의 그림을 보시면 이제 아이TV만 남았는데, 아이TV만 출시되면 완전한 스마트 디바이스 생태계의 완성이 이루어지거든요(현재의 애플TV는 단순한 셋톱박스이고, 진정한 스마트TV인 아이TV가 내년이나 후년쯤 출시된다는 루머가 있습니다).
이 그림이 완성되면 소비자들은 완전한 N스크린의 사용자경험을 누리고 애플은 강력한 락인효과를 통해 상당히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 결국 난세를 통일하지 못하고 미완성인 채로 잡스는 떠나갔습니다.
어제 애플의 신제품 발표에서 보셨듯이, 잡스의 공백이 생각보다 큰 느낌입니다. 지금이 아이폰4S 발표할 때입니까?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는 엄청난 스피드로 다양한 제품들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데, 아이폰4 이후 16개월만에 이런 정도의 아이폰 신제품을 출시하다니 말이죠. (물론 여전히 잘 팔리고 인기가 있을 것입니다. 애플은 엄청난 수의 지지자들을 갖고 있으니까요.)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애플과 안드로이드 진영은 기술적 격차가 상당히 컸는데 이제는 오히려 애플이 뒤쳐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적어도 디바이스에서는 말이죠. 물론 소프트웨어나 UX에서는 여전히 애플이 우위를 갖고 있습니다만.
어제의 발표는 애플로서는 꽤 실망스러운 신제품 발표였습니다(단, Siri 기술은 대단하더군요. Agent UI의 상용화라니!). 앞으로 애플의 미래는 어떨까요? 지난 10년간 애플이 구축한 생태계가 상당히 탄탄한 관계로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을 거라고 봅니다. 그렇지만 애플이 지배하는 시장이 수십수백년 가는 건 아니고, 고객도 언젠가는 등을 돌릴 수 있습니다(노키아와 닌텐도를 보세요).
현재의 모습으로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미래 전략의 수립과 실행력이라는 측면에서 애플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건 사실입니다. 애플은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통한 전직원의 아이디어 발산과 잡스의 통찰력을 통한 아이디어의 튜닝 및 집중적인 실행이 가장 큰 장점인데(앞서 링크한 관련 글 참고), 이제 애플에도 모든 대기업이 그런 것처럼 관료주의와 사내정치가 퍼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잡스가 컴백하기 전인 1990년대에 애플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잡스가 끝까지 지키려 한 애플의 조직문화(잡스는 애플이 30년째 벤처 문화를 지키고 있다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했죠)가 다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군요. (참고로, 빌 게이츠가 떠난 MS는 관료주의와 사내정치가 판을 치고 있고 전 그게 MS의 부진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잡스는 애플을 아주 독보적이고 위대한 기업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런 애플의 DNA가 변질되지 않고 유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잡스는 제게 있어 어릴 시절(중학생때)의 아이돌이었습니다(Geek의 아이돌은 남달라요).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빌며 잡스가 그리도 좋아했던 노래, Imagine을 함께 감상해요(뮤직비디오인데 노래는 조금 늦게 나와요).
2011년 8월 16일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사건의 의미와 리스크
8월 15일, 모바일 산업 아니 IT 산업 전반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것은 바로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모토로라는 지난 1월에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토로라 모빌리티, 기타 사업을 담당하는 모토로라 솔루션즈로 분리가 된 바 있는데 그 중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구글이 125억 달러에 전격 인수한 것입니다.
관련 뉴스: Google to Acquire Motorola Mobility for $12.5 Billion
국내 뉴스도 쏟아지고 있으니 간단한 소식은 전해 들으셨을 거 같습니다. 제가 제목에 적은 것처럼 이번 인수는 ‘사건’입니다. 특히 세계 수위의 휴대폰 제조사들을 갖고 있는 한국에게 있어서는 엄청난 사건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구글이 플랫폼 경쟁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제조까지 진출함으로써 애플과의 전면전에 뛰어들었다는 걸 뜻합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지금 모바일 플랫폼 빅2 중 하나인데, 그것으로 만족하기는 힘들었나 봅니다. 구글은 욕심쟁이~
애플은 지금까지 하드웨어+소프트웨어+콘텐츠를 절묘하게 결합하는 전략으로 타업체들을 압도해왔고, 강력한 락인(lock-in) 효과와 함께 업계 최고의 고객 충성도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지난 2분기 휴대폰 시장 전체 수익의 66%를 애플이 독식), 전세계 기업 중 시가총액 1위(3천 372억 달러)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인수의 함의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1. 구글은 이제 제조사다. 구글 또한 애플처럼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최적화함으로써 보다 완성도 있는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
2. 최근 안드로이드가 특허 공세에 직면해 있는데 모토로라를 인수함으로써 많은 특허 분쟁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3. 사실상 기존 파트너인 삼성전자, LG전자, HTC 등은 이제 경쟁사가 됐다. 그들에겐 꽤 나쁜 소식이다.
1번은 너무 뻔한 얘기이니 제가 부연할 필요가 없을 거 같고요. 2번 특허 문제에 대해 부연하자면, 모토로라는 세계 최초로 휴대폰을 개발한 업체이고 수많은 휴대폰 관련 특허가 있습니다.
이제 어떤 업체가 구글에게 특허로 시비를 걸어오면 모토로라의 특허를 뒤져 상대 업체가 침해한 부분을 찾아 맞고소하면 됩니다. 여전히 소송이 벌어지겠지만 많은 경우 크로스라이선스로 합의할 수 있을 겁니다. 구글이 당면한 가장 큰 리스크로 특허 침해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한 무기를 확보하게 된 것이죠. 이번 인수가 특허만으로도 꽤 값어치를 할 거라고 보여지네요.
그리고 3번. 국내 업체들에게 있어서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만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봐야 주가, 매출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좋을 게 없으니까요.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이기에 겉과 속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안드로이드의 미래에 대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도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애플의 최대 경쟁자로 부각된 상황에서 큰 충격일 겁니다.
물론 구글이 앞으로도 타업체들이 안드로이드를 쓸 수 있도록 하겠지만, 안드로이드 기기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구글과 긴밀히 협조를 해야 합니다. 구글 서비스 호환성 심사와 안드로이드마켓 탑재도 필요하고요. 그런데 그런 구글이 이제 모토로라와 하나입니다. 함께 하자니 참으로 찜찜한 상황이고 함께 하지 않자니 다른 대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입니다.
이번 인수로 안드로이드의 중립성은 훼손될 수 밖에 없습니다.
삼성에게는 이럴 때를 대비하여 플랜B로 키워온 바다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 너무 힘이 미약합니다. 그렇다고 윈도폰7를 밀자니 윈도폰은 지난 분기에 바다폰보다도 덜 팔렸습니다. 소비자들에게 별로 인기가 없습니다. 최근 망고 버전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글쎄~입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상당한 반사 이익을 얻을 거 같습니다. 윈도모바일의 악몽 그리고 잘 나가는 안드로이드 때문에 그 동안 제조사들이 윈도폰을 왠지 꺼리는 측면이 있었는데 이번 일을 통해 윈도폰 제조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삼성은 당분간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느라 골머리 앓을 거 같습니다. 그나마 삼성은 바다라도 있죠. LG는 이제 어떡하나요? ㅠㅠ
구글은 모바일의 절대 강자인 애플에 대항하기 위해 지난 3~4년간 오픈 전략으로 반대 세력을 규합하여 세를 키운 다음, 이제 구글 스스로 맹주를 자처하며 제대로 본게임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구글-모토로라의 폰이 진짜 안드로이드폰이고 파트너들의 폰은 호환폰이 되는 거죠. 분명히 그런 전략을 갖고서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으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구글에게 있어 이번 모토로라 인수가 장미빛 미래를 보장하는 건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리스크가 있죠.
1. 구글은 제조업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인터넷 기업인 구글과 제조사인 모토로라의 기업 문화가 제대로 융합을 이룰 수 있을까요? 인수합병 후 해당 기업의 경영 실적을 유지하는 것만해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구글이 침체된 모토로라를 구원해서 다시 재기시킬 수 있을까요? 꽤나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모토로라에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이 있습니다. 애플을 보면, 하드웨어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하청업체들을 통해 생산하고 있습니다. 설계, 부품 구매, 품질은 애플이 담당하고 생산은 완전히 아웃소싱을 하는 것이죠. 구글 또한 애플의 방식을 따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그게 또 구글답고요. 모토로라 직원들, 걱정이 많을 거 같습니다.
2. 구글이 모토로라를 다시금 부흥시키고 보다 최적화된 안드로이드 기기를 출시했다고 하더라도, 애플과의 경쟁에 있어 충분한 건 아닙니다. 애플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의 결합뿐만 아니라 아이튠즈 스토어라는 전세계 1위의 유료 디지털 콘텐츠 마켓플레이스를 갖고 있고 많은 나라에서 음원, 비디오, 전자책 등을 유통하고 있습니다.
반면 구글의 경우 최근 전자책, 음원 사업 등을 개시한 상태이긴 하지만 애플에 비해 콘텐츠 사업이 부실합니다. 과연 구글이 애플과의 경쟁에서 필수 요소인 콘텐츠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요?
결론적으로 미래 IT 산업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콘텐츠 사업의 절묘한 결합이라는 과제를 달성하는 게 중요한데, 구글은 이번 모토로라 인수를 통해 한 단계 나아간 거 같습니다. 물론 리스크가 상당한 인수이기는 합니다만, 구글의 이런 적극적인 행보는 존중 받을 만 하다고 봅니다. 또한 인수합병에 엄청나게 인색한 삼성, LG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제 구글은 모토로라를 재기시켜 하드웨어 사업에서 성과를 내야하고, 더불어 애플과의 전면전을 위해 그 동안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콘텐츠 마켓플레이스 사업도 성공시켜야 합니다.
이 어려운 과제를 구글이 풀 수 있을까요? 아마도 다른 기업이라면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했겠지만, 구글이기 때문에 응원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을 거 같습니다. 그런 기업 이미지를 갖추고 있다는 것. 구글의 보이지 않는 큰 자산입니다.
모토로라는 지난 1월에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토로라 모빌리티, 기타 사업을 담당하는 모토로라 솔루션즈로 분리가 된 바 있는데 그 중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구글이 125억 달러에 전격 인수한 것입니다.
관련 뉴스: Google to Acquire Motorola Mobility for $12.5 Billion
국내 뉴스도 쏟아지고 있으니 간단한 소식은 전해 들으셨을 거 같습니다. 제가 제목에 적은 것처럼 이번 인수는 ‘사건’입니다. 특히 세계 수위의 휴대폰 제조사들을 갖고 있는 한국에게 있어서는 엄청난 사건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구글이 플랫폼 경쟁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제조까지 진출함으로써 애플과의 전면전에 뛰어들었다는 걸 뜻합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지금 모바일 플랫폼 빅2 중 하나인데, 그것으로 만족하기는 힘들었나 봅니다. 구글은 욕심쟁이~
애플은 지금까지 하드웨어+소프트웨어+콘텐츠를 절묘하게 결합하는 전략으로 타업체들을 압도해왔고, 강력한 락인(lock-in) 효과와 함께 업계 최고의 고객 충성도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지난 2분기 휴대폰 시장 전체 수익의 66%를 애플이 독식), 전세계 기업 중 시가총액 1위(3천 372억 달러)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인수의 함의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1. 구글은 이제 제조사다. 구글 또한 애플처럼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최적화함으로써 보다 완성도 있는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
2. 최근 안드로이드가 특허 공세에 직면해 있는데 모토로라를 인수함으로써 많은 특허 분쟁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3. 사실상 기존 파트너인 삼성전자, LG전자, HTC 등은 이제 경쟁사가 됐다. 그들에겐 꽤 나쁜 소식이다.
1번은 너무 뻔한 얘기이니 제가 부연할 필요가 없을 거 같고요. 2번 특허 문제에 대해 부연하자면, 모토로라는 세계 최초로 휴대폰을 개발한 업체이고 수많은 휴대폰 관련 특허가 있습니다.
이제 어떤 업체가 구글에게 특허로 시비를 걸어오면 모토로라의 특허를 뒤져 상대 업체가 침해한 부분을 찾아 맞고소하면 됩니다. 여전히 소송이 벌어지겠지만 많은 경우 크로스라이선스로 합의할 수 있을 겁니다. 구글이 당면한 가장 큰 리스크로 특허 침해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한 무기를 확보하게 된 것이죠. 이번 인수가 특허만으로도 꽤 값어치를 할 거라고 보여지네요.
그리고 3번. 국내 업체들에게 있어서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만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봐야 주가, 매출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좋을 게 없으니까요.
[추가 글] 실제로 주요 제조사들이 모두 환영의 뜻을 표했네요(링크). 그런데 링크한 삼성, 소니에릭슨, HTC, LG 사장들의 글을 한번 보세요. 하나 같이 주요 문장이 똑같죠? 다들 그렇게 얘기하기로 입을 맞춘 건가요? 특히 삼성과 HTC 사장의 글은 완전히 동일해요! 마치 받아쓰기한 거 같아요. ㅎㅎ 재밌네요. 해외에서도 제조사들의 반응에 대해 논란이 많습니다.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이기에 겉과 속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안드로이드의 미래에 대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도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애플의 최대 경쟁자로 부각된 상황에서 큰 충격일 겁니다.
물론 구글이 앞으로도 타업체들이 안드로이드를 쓸 수 있도록 하겠지만, 안드로이드 기기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구글과 긴밀히 협조를 해야 합니다. 구글 서비스 호환성 심사와 안드로이드마켓 탑재도 필요하고요. 그런데 그런 구글이 이제 모토로라와 하나입니다. 함께 하자니 참으로 찜찜한 상황이고 함께 하지 않자니 다른 대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입니다.
이번 인수로 안드로이드의 중립성은 훼손될 수 밖에 없습니다.
[추가 글] 물론 그렇지 않을 거라고 현재 구글과 제조사들이 주장하고 있지만 그럼 모토로라는 손만 빨게 할 건가요? 모토로라가 폰 사업을 접으면 모르겠지만 폰 사업을 한다면 경쟁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삼성에게는 이럴 때를 대비하여 플랜B로 키워온 바다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 너무 힘이 미약합니다. 그렇다고 윈도폰7를 밀자니 윈도폰은 지난 분기에 바다폰보다도 덜 팔렸습니다. 소비자들에게 별로 인기가 없습니다. 최근 망고 버전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글쎄~입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상당한 반사 이익을 얻을 거 같습니다. 윈도모바일의 악몽 그리고 잘 나가는 안드로이드 때문에 그 동안 제조사들이 윈도폰을 왠지 꺼리는 측면이 있었는데 이번 일을 통해 윈도폰 제조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삼성은 당분간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느라 골머리 앓을 거 같습니다. 그나마 삼성은 바다라도 있죠. LG는 이제 어떡하나요? ㅠㅠ
구글은 모바일의 절대 강자인 애플에 대항하기 위해 지난 3~4년간 오픈 전략으로 반대 세력을 규합하여 세를 키운 다음, 이제 구글 스스로 맹주를 자처하며 제대로 본게임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구글-모토로라의 폰이 진짜 안드로이드폰이고 파트너들의 폰은 호환폰이 되는 거죠. 분명히 그런 전략을 갖고서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으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제가 작년 1월에 쓴 "구글이 넥서스원을 출시한 진짜 이유는?"이라는 글을 참고로 읽어 보십시오(1년 7개월전 글이니 감안해서 봐 주세요). 구글의 플랫폼 전략을 몇 가지 시나리오로 예측한 글입니다. 물론 넥서스원은 시장에서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것이 플랫폼 통제를 향해가는 하나의 시도라고 본다면 구글의 향후 전략을 예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런데 구글에게 있어 이번 모토로라 인수가 장미빛 미래를 보장하는 건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리스크가 있죠.
1. 구글은 제조업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인터넷 기업인 구글과 제조사인 모토로라의 기업 문화가 제대로 융합을 이룰 수 있을까요? 인수합병 후 해당 기업의 경영 실적을 유지하는 것만해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구글이 침체된 모토로라를 구원해서 다시 재기시킬 수 있을까요? 꽤나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모토로라에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이 있습니다. 애플을 보면, 하드웨어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하청업체들을 통해 생산하고 있습니다. 설계, 부품 구매, 품질은 애플이 담당하고 생산은 완전히 아웃소싱을 하는 것이죠. 구글 또한 애플의 방식을 따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그게 또 구글답고요. 모토로라 직원들, 걱정이 많을 거 같습니다.
2. 구글이 모토로라를 다시금 부흥시키고 보다 최적화된 안드로이드 기기를 출시했다고 하더라도, 애플과의 경쟁에 있어 충분한 건 아닙니다. 애플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의 결합뿐만 아니라 아이튠즈 스토어라는 전세계 1위의 유료 디지털 콘텐츠 마켓플레이스를 갖고 있고 많은 나라에서 음원, 비디오, 전자책 등을 유통하고 있습니다.
반면 구글의 경우 최근 전자책, 음원 사업 등을 개시한 상태이긴 하지만 애플에 비해 콘텐츠 사업이 부실합니다. 과연 구글이 애플과의 경쟁에서 필수 요소인 콘텐츠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요?
결론적으로 미래 IT 산업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콘텐츠 사업의 절묘한 결합이라는 과제를 달성하는 게 중요한데, 구글은 이번 모토로라 인수를 통해 한 단계 나아간 거 같습니다. 물론 리스크가 상당한 인수이기는 합니다만, 구글의 이런 적극적인 행보는 존중 받을 만 하다고 봅니다. 또한 인수합병에 엄청나게 인색한 삼성, LG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제 구글은 모토로라를 재기시켜 하드웨어 사업에서 성과를 내야하고, 더불어 애플과의 전면전을 위해 그 동안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콘텐츠 마켓플레이스 사업도 성공시켜야 합니다.
이 어려운 과제를 구글이 풀 수 있을까요? 아마도 다른 기업이라면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했겠지만, 구글이기 때문에 응원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을 거 같습니다. 그런 기업 이미지를 갖추고 있다는 것. 구글의 보이지 않는 큰 자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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