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30일

사람을 알고 때를 기다린다

진수가 쓴 정사 <삼국지>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은,

삼국을 이끌어 간 조조, 유비, 손권 모두 훌륭한 사람들이었고 인재를 중시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상대가 훌륭한 인물이라 생각되면 존중하여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옆에 두고 싶어했다. 방식은 다 달랐지만 그러한 철학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관도대전'에서 대패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원소의 경우, 인재를 모으기는 하였으나 그들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기 때문에 애써 인재를 모아도 모두 헛일이었다.

참고로 진수(陳壽, 233~297)는 중국의 역사가로서, 정사 <삼국지(三國志)>를 집필한 사람이다. 대단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대중에게 흔히 알려진 것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이지만, 그것은 흥미 위주로 쓰여진 것으로서 실제 정사와는 다른 부분이 많으며 너무 유비만 미화되어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한 역사의 교훈을 현대에 적용하면 참으로 배울 점이 많다.

사람을 알고 때를 기다린다.

이것이야말로 삼국지의 교훈이다.

언제나 생각한다. 나는 과연 "인재를 옆에두고 사귀며, 하늘의 때를 기다리며 인내할 수 있는가?"

아, 나는 덕이 부족하지만 내 인생의 모든 것을 걸고 그러한 목표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인재없이, 하늘의 뜻이 없이, 그리고 강렬한 열정없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난세의 영웅들의 역동적인 삶을 생각하면, 가슴이 뛰며 그들이 만나고 싶어진다. 어쩌면 마음 속 깊이 사모하고 있는 것이다.

삼국지야말로 내 인생 최고의 책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삼국지 관련 서적만 수십권을 갖고 있는데, 얼마 전 새로운 삼국지 판본을 하나 알게 되었다.

작년에 국내 출간된 책인데, 리동혁이라는 옌볜 출신의 재중동포 작가 쓴 <본 삼국지>이다. 좋다는 평을 보고 이번에 세트 구매를 하였다.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읽어서 난세의 영웅들로부터 다시 한번 깊은 가르침을 받으려고 한다.

그런 생각에 기쁘다. 정말 기쁘다. ^^

한 마리 새가 되어..


나는 생각한다.

후세에는,

머나먼 남태평양에서 이름 모를 새로 태어나리.

2006년 4월 26일

소프트웨어 업계의 아이러니 3가지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를 운영하는 몇몇 사장님께서 내게 하소연하기를..

1. 소프트웨어 프로젝트 관리가 잘 되지않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프로젝트 매니저를 전담하는 사람이 아예 없거나 혹은 명목상 있다 하더라도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PM 기술도 없고, 덕(德)도 없다.

2, 소프트웨어의 설계와 개발이 제대로 되지않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발자들을 리드하여 설계와 개발을 총괄할 소프트웨어 아키텍트가 아예 없다. 한국에서는 명목상으로도 없다.

3. 소프트웨어의 품질 관리가 잘 되지않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말로만 품질 관리를 외칠 뿐 품질에 투자하는 것이 없다. 높은 품질을 원한다면 개발자 대비 적절한 수의 테스트 인력 확보, 개발 라이프 사이클 관점에서 품질 계획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투자도 없고 체계도 없이 높은 품질을 얻으려 욕심을 낼 때, 흔히 취하는 방법은 개발자를 닦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더 나쁜 품질로 보답 받게 된다.

닦달하다’의 사전적 정의: 마구 몰아대어 닦아세움. 윽박질러서 잡도리함.

위의 세가지 문제점 중 하나에 해당하거나 또는 세가지 모두에 해당하는 조직이 많은 실정이다. 그러한 조직은 다음 중 하나의 상태에 해당될 것이다.

첫째 유형,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른다.
둘째 유형, 안다고 하더라도 해결할 역량이 안 된다.
셋째 유형, 안다고 하더라도 해결할 의지가 없다.


자신의 회사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면, 과연 어떤 본질적인 문제가 있으며 어떤 조직 유형에 해당하는지 한번 생각해보자.

2006년 4월 24일

Certification Magazine 2006년 5월호와 NXT의 e-book 솔루션

[보기] Certification Magazine 2006년 5월호

이것은 CertMag.com에서 가입한 회원들에게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무료 e-book 잡지인데, IT 자격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잡지 내용도 읽을만 하거니와 특히 e-book S/W로 사용된 NXTBook Media의 솔루션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플래시로 만들어진 것인데 종이 잡지를 보는 것과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면서, 속도도 괜찮은 편이다.

이러한 리치 UI의 확산과 당위성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이 언급을 해서 입이 아플 정도이므로 더 부연 설명하지는 않겠다. ^^

2006년 4월 22일

어쩌면 삶이란 이다지도 지루한가, 희망이란 왜 이렇게 격렬한가


미라보 다리 - 아폴리네르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은 흐르고
우리네 사랑도 흘러 내린다.
내 마음 속에 깊이 아로새기리
기쁨은 언제나 괴로움에 이어옴을.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머문다.

손에 손을 맞잡고 얼굴을 마주 보면
우리네 팔 아래 다리 밑으로
영원의 눈길을 한 지친 물살이
저렇듯이 천천히 흘러내린다.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머문다.

사랑은 흘러간다 이 물결처럼.
우리네 사랑도 흘러만 간다.
어쩌면 삶이란 이다지도 지루한가
희망이란 왜 이렇게 격렬한가.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머문다.

나날은 흘러가고 달도 흐르고
지나간 세월도 흘러만 간다.
우리네 사랑은 오지 않는데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이 흐른다.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머문다.

내가 고등학생 때부터 좋아하던 시. 시를 아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아주 유명한 시다.

특히 "어쩌면 삶이란 이다지도 지루한가, 희망이란 왜 이렇게 격렬한가" 구절은 종종 인용되곤 하는데, 번역자에 따라 많이 다른 느낌으로 번역된다. 여러 번역 중에서 나는 위의 번역을 좋아한다.

생각해보건대.. 삶이란 얼마나 희극적이고, 또 얼마나 비극적인가?

그러한 느낌을 절절히 알고 있는 사람들과 이 시를 나누고 싶다.

다시 한번 자신과의 싸움에 돌입하며.

2006년 4월 18일

WPF용 필수 도구, MS의 익스프레션 제품군


지난 MIX06에서 MS의 익스프레션 제품군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소개가 있었다. 위의 그림은 UI 디자인과 개발의 흐름을 비주얼하게 표현한 것이다.

익스프레션 제품군은 MS가 어도비(매크로미디어)의 아성에 도전하기 위해 새롭게 출시하는 것인데, 3가지 도구가 제공된다. 비스타용, 정확히 말해 WPF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도구들이다.

이와 관련해서 작년 8월 ZDNET에 게재한 칼럼이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참고로 아크릴릭은 이 프로젝트의 코드명이다.

참고: [류한석의 스마트 모델링] MS와 어도비, 또 다른 전쟁의 시작

첫 번째 버전의 제품이고 아직 정식으로 출시된 것은 아니라서, 현재의 모습으로 성패를 판단하기는 어려울 거 같다. 다만 위의 그림에서 보듯이 WPF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한 사실상의 필수 도구이기 때문에, 그러한 점에서 기본 시장은 확보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MS의 이러한 신제품 출시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러든 말든 MS는 세를 불려 갈 것이다.

아는 디자이너에게 한번 사용을 권하여 피드백을 받아보려고 한다. ^^ 제품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익스프레션 사이트를 참고하기 바란다.

2006년 4월 15일

[잡담] 나에게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어떤 블로그

[블로그] 시월로망의, 세상에는 없는 나라

먼저, 주의! 이것은 단지 나의 취향에 대한 얘기일 뿐이므로, 대부분의 젊은이들에게는 아마도 해당 사항이 없는 얘기일 것이다.

옛날 문화를 다루는 블로그를 우연히 발견했다. 어떻게 이 모두를 소장하고 있을까?하는 감탄을 자아내는 옛날 문화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그 중에서 쿨 씨스터즈의 ‘왜 그랬을까’라는 노래를 링크해 보았다. 물론 LP판에서 립한 것이라서 음질은 무지 안 좋다. 그래도 들어오면 반복되는 가사와 멜로디가 익숙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 나라처럼 과거의 노래나 영화를 CD나 DVD로 만들어내지 않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물론 찾는 사람이 없으므로 당연한 일이다)

나는 1960,70년대 문화를 몹시 좋아한다. 그 시절에 대한 실제적인 청춘 경험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그 시절이 아련히 그립다고나 할까?

내 비록 하는 일은 최첨단 소프트웨어 아키텍처와 디지털 디바이스에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고 있지만, 나의 감성은 언제나 과거로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 어떻게 보면 언밸런스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화라고나 할까?

나의 머리 한쪽에는 과거 역사와 문화에 대한 깊은 애정이, 또 다른 한쪽에는 10,20년 뒤의 미래상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것들은 하나의 선과 같이 이어져 있으며, 나는 과거를 사랑하기에 미래를 사랑한다. 또한 미래를 사랑하기에 과거를 사랑한다.

지금에 비해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하고 순수했던 시절.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 다음은 내가 좋아하는 영화 ‘바보들의 행진’에 삽입된 ‘날이 갈수록’이라는 노래이다.

힙합의 시대에, 젊은이들에게는 이러한 노래가 어쩌면 유치하게 생각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노래들은 미래의 어느 시절에도 다시는 나올 수 없는 노래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순수하지 않고, 노래도 더 이상 순수하지 않고, 우리는 점점 더 과학적으로는 진보하지만 문화적으로는 점점 더 순수함을 잃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성장하면서 첫사랑 같은 사랑을 다시는 할 수 없는 것처럼, 순수함이란 일시적인 경험 상태일 뿐 시간이 흐르면 완전히 사라지고 만다. 어쩌면 그것은 순리이다.

나는 미래를 탐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과거를 탐구한다. 단지 냄비와 같은 유행에 몸을 맡기지는 않으려고 한다. 우리의 과거에 어떤 진리가 있으며, 그것을 통찰하는 사람만이 미래를 제대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게 있어 역사와 과거 문화는 정말 소중한 보물들이다.

동생 한경이와 종종 불렀던, [노래] 쥴리아 - 강태웅 (작사/작곡 강태웅)

2006년 4월 13일

공기를 이용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장치


참고: [Studybusiness.com] 풀 컬러 비디오 프리 스페이스 헬리오
참고: [PCBEE] 세계최초 인터액티브 3D 디스플레이 발표

헬리오디스플레이는 예전부터 국내외의 여러 매체에서 소개가 된 제품인데, 현재 해당 업체의 사이트에서 실제 구매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 이 부분이 중요!

이 제품은 빛의 간섭을 이용하는 홀로그래픽과는 다른 방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공기에 영상을 투사하는 방법을 사용한다고 한다. 해당 업체가 기술적인 상세한 동작 방법에 대해서는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보안 사항이라고 한다.

최신 제품인 Heliodisplay M2는 mid-air video project라는 별칭이 붙어있는데, 버추얼 터치스크린 기능을 제공해서 30인치의 투사된 화면을 통해 어떠한 부가장치가 없이도 손가락으로 커서 컨트롤이 가능하다고 한다. 즉 투사된 영상의 오브젝트를 손으로 클릭하면 반응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반적인 레가시 입력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의 PC나 AV 가전을 붙여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실제 동작 데모를 한번 보시라.



눈앞에서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스펙과 동영상으로 보았을 때는 참으로 후끈한 제품이다. 문제는 가격인데 얼마나 하는지 한번 알아볼 생각이다.

이 제품을 직접 써보아야 확신할 수 있겠지만, 만일 사용자 경험이 매력적이라면 디스플레이와 UI 분야에 상당한 임팩트를 주는 제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딱 하나의 방법!

스스로 무엇을 원하게 만드는 것

사람을 움직이는 유일한 방법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다. (협박, 매질 등 잔인한 방법은 고려할 가치조차 없으므로 제외)

PS1: 이것은 내가 존경하는 데일 카네기가 일찌기 한 말
PS2: 존경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책 속에 그들이 있다. 왠지 그 분들로부터 좋은 기운을 받는 느낌.

2006년 4월 12일

작금의 도시인들을 보고 있자면,


포탈 사이트의 댓글을 본다. 프랑스 모랄리스트인 프랑수어 드 라로슈푸코의 말이 생각난다.

우리는 남의 불행을 보고 참을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

위의 말은 현대의 도시인들에게 있어, 다음과 같이 수정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남의 불행을 보고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

라로슈푸코가 1600년대 사람이니까, 400년 만에 즐길 수 있게 된 것일까? 이것도 진보라면 진보일 것이다.

또, 그는 이런 말도 했다.

우리의 미덕은 대개의 경우 위장된 악덕에 불과하다.

400년이 흘러도 인간에 대한 통찰은 여전히 유효하다.

Windows Vista에 포함되는 Media Center

현재 시장에서 MS의 미디어센터는 XP 미디어센터 에디션이라는 별도의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곧 출시되는 비스타에는 미디어센터가 기본적으로 포함될 예정이다. (실제 출시 시에는 정책이 바뀔 수도 있다)


써보면 알겠지만 미디어센터는 상당히 쿨하고 특히 대형 TV에 적합한 애플리케이션이다. 리모컨으로 사진/음악/동영상을 재생하고 TV 프로그램을 녹화하는 등의 유용한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한번 써본 사람이라면 TV에 이것을 꼭 사용하고 싶을 것이다. 뭐, 대부분 그렇다는 것이므로 “나는 그렇지 않다!”고 시비 걸지 말기 바란다.

다음은 새로운 미디어센터 리모컨이다.


기존 미디어센터의 리모컨보다 더욱 심플하게 개선되었으며, 기본적으로 ‘상/하/좌/우/확인/뒤로’ 버튼만을 필수적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좀 더 명령을 빨리 내리기 위한 단축키 형태로 작동한다.

하지만 역시 애플의 완전히 단순한 리모컨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단축키를 사용하지 못하더라도 왠지 잡고 싶어지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이미 알려진 내용처럼 XBox 360에 내장된 미디어센터 익스텐더 S/W를 통해 PC의 미디어센터에 접속할 수 있으므로, XBox 360을 가진 사용자라면 TV에 XBox 360만 연결되어 있어도 마치 PC가 직접 연결된 것처럼 PC의 스토리지에 있는 미디어 재생을 ‘편하게’ 할 수 있게 된다.

편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의심이 드는 사람은 직접 써보기 바란다.

개발의 관점에서, 미디어센터의 프레젠테이션 레이어는 다음과 같다.


. NET 프레임워크 2.0과 XML, MCML(Media Center Markup Language)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 제공을 위한 UI를 생성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개발자들은 Windows Media Center Platform Team Blog를 참고하기 바란다.

현재 여러 PC 업체 및 S/W 회사들이 다양한 종류의 미디어센터 S/W를 제공하고 있는데, 비스타 출시 후 거의 교통정리가 될 것이다. S/W의 편의성이나 기능, UI에 있어 MS의 그것과 비교가 안되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많은 업체들이 또 하나의 끼워팔기 사례라고 비난하며 소송을 제기할 지도 모른다.

이제 OS는 TV용 S/W까지 제공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일까? 아니면 또 하나의 끼워팔기일까? 그것에 대한 판단은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알아서 하기 바란다.

'디지털 컨버전스' 개념을 이해하는 사람에게 있어, 그 답은 증명이나 설명의 필요 없이 그 자체만으로 명백하다.

2006년 4월 11일

요구사항 관리의 함정

사람들은 얘기한다. 소프트웨어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요구사항 관리가 제대로 안되기 때문이라고.

글쎄, 딱히 틀린 말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리 스마트한 말도 아니다.

요구사항 관리 서적에 나오는 내용처럼, 문서를 만들고 프로세스를 따르고 요구사항 관리 툴을 사용함으로써 과연 요구사항 관리가 잘 되고 그 결과로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것일까?

아마도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실무 경험이 없는 초보자 내지는 이론가일 것이다. 실무에는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그러한 이해관계의 차이로 인해, 요구사항이 아예 초기부터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또한 ‘비합리적인 이유로’ 변경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하곤 하는 것이다.

가정해보자. 당신은 요구사항 관련 문서를 잘 작성하여 버전 관리를 하고 있고, 프로세스도 훌륭하고, 툴도 멋지게 사용하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고위직 임원이 갑자기 추가하거나 변경시킨 ‘비합리적인’ 요구사항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관리할 수 있을까?

당신은 요구사항 변경의 효과를 측정한 결과, 일정과 비용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했고 변경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합리적인 프로세스에 의해 구성된 ‘변경 관리 위원회’를 통해 고위직 임원의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가?

현실의 세계에서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아마도 그렇게 행동한다면 미움을 사거나, 최악의 경우 해고될 수도 있을 것이다. 책임자인 당신이 고위직 임원의 지지를 잃거나, 또는 해고된다면 그런 프로젝트의 결과는 뻔하다.

실무에서 일해본 사람이라면 그러한 상황이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책에서 얘기하는 이상적인 상황이 예외적이라는 것을 경험상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보다 정확히 말하면,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요구사항 관리가 제대로 안되기 때문이 아니라 이해관계자 관리가 제대로 안되기 때문인 것이다. 그것이 보다 통찰력 있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왜 그런가 하면,

'요구사항 관리'라고 표현한 순간, 마치 요구사항 문서, 프로세스, 툴(도구)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요구사항 관리가 제대로 될 수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매니저가 합리적인 판단력과 결정권, 그리고 이해관계자 관리 능력을 갖고 있지 않는 가운데,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문서를 만들고 프로세스를 따르고 도구를 사용하는 프로젝트만큼 우매한 것은 없다.

혹시 그러한 가운데에서 잘 된 프로젝트가 있다면 댓글을 통해 나의 짧은 경험과 우매함을 일깨워주기 바란다. 물론 신뢰할 수 있도록, 필자처럼 실명과 구체적 사례를 포함해주시면 감사하겠다.

결론: 주먹구구, 땜방, 맨 땅에 헤딩하기식의 프로젝트는 나쁘다. 하지만 문서, 프로세스, 도구로 가득할 뿐 실제로는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못한 프로젝트는 더 나쁘다.

왜냐하면 전자는 비체계적/비효율적이라서 나쁘지만, 후자는 거기에다 추가로 사람들로부터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앗아가고 또한 거짓 몸짓으로 인한 패배감마저 안겨주기 때문이다.


PS: 요구사항 관리에 대한 언급은 이후에 또 할 것이다.

2006년 4월 9일

초보 팀장을 위한 조언 19 - 인재 등용의 원칙


의심이 들면 등용하지 말고, 등용하였으면 의심하지 말라. -중국 격언

의심이 드는 사람은 처음부터 임무를 맡기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임무를 맡긴 사람은 끝까지 신뢰하여야 한다.

하지만 나는 이렇듯 ‘중요한’ 인적자원 관리의 원칙을, 어린 시절에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부적절한 사람에게 의심을 갖고서 일을 맡기고, 그 사람이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고 실망하고 다그침으로써, 부하 직원이나 나 모두가 상처를 받는 일이 종종 있었던 것이다.

사람 보는 눈도 없었고, 대범함도 없었고, 덕(德)도 없었던 것이다. 소심함은 천성. 하지만 치열한 경험과 분발에 의해, 그래도 더 이상 뻔한 실수는 하지 않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주변을 본다. 신뢰를 주지도 못하고 신뢰를 얻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평상 시에는 그럭저럭 일을 해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이 오면 어떨까? 위기가 오면 순식간에 무너지는 조직, 팀워크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모든 업무에 있어서, 인재를 등용하고 관리하는 일만큼 중요한 일은 이 세상에 없다. 그것을 실천으로 행하지 않는 사람은, 잠시 성공한 것처럼 보여도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역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2006년 4월 7일

재미있는 Microsoft 관련 동영상들

요즘 "만일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의 아이팟 패키지를 디자인한다면?" 동영상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MS의 패키징 팀에 의해 내부 용도로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 이런 일은 MS에게 있어 일상적이다. 나름대로 유머가 있다고나 할까? MS는 컨퍼런스에서 청중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재미있는 패러디 영화를 종종 만들어서 공개한다. 그리고 외국에서는 재미있는 몇몇 CF들이 제작되었는데, 그 중 일부를 소개해 본다.

Microsoft Re-Designs the Ipod Packaging


If Microsoft made a bra (Microsoft Sexy Advert) - 아슬아슬하지만 18금까지는 아니다. ^^


Microsoft Live Meeting Commercials - 참고로 Live Meeting은 온라인 미팅을 제공하는 MS의 솔루션 제품이다.


Microsoft XBox Commercials


Microsoft XBox spot (Banned Commercials) - 소재의 파격성으로 인해 금지된 광고이다.


CEO Ballmer Monkeydance - 이 사람이 현재 MS의 CEO인 발머이다. 처음보는 사람은 좀 충격적일 지도 모른다. :)


Xbox360 Adv - Jump In


위의 파일들은 직접 찾은 것이고, 다음 기회에 추가로 더 소개하겠다. ^^

2006년 4월 6일

윈텔인가? 맥텔인가?


Windows-Intel 또는 Mac-Intel? 애플은 지금까지 계속 부인하였지만, 드디어 인텔 CPU 기반의 맥에서 윈도우XP를 듀얼 부팅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 ‘부트캠프’를 공식적으로 웹에 공개하였다.

해커들이 어둠의 세계에서 그것을 가능하게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의 일이다. 이것은 모두 애플의 예상된 시나리오이다.

[Apple.com 보도 자료] Macs Do Windows, Too
[세계일보] ''부트캠프'' PC 대화합 물꼬트나

내가 4/4에 ZDNET에 칼럼을 올린 지 하루가 지난 후, 애플이 부트캠프를 발표하였다. 애플은 워낙 발표 전까지 비밀을 철저하게 지키는 회사라서, 나도 이 사실을 몰랐다. 이렇게 적은 시차를 두고 이러한 일이 일어나다니 재미있는 일이다.

[ZDNET] 시장 지배를 꿈꾸는 MS, 구글, 애플의 전쟁

발표 후 애플의 주가가 10% 가까이 급등하였다고 한다. 이제 맥 PC를 사면 맥 OS와 윈도우 OS를 같이 사용할 수 있다. 얼마나 매력적인가?

이러한 방법이 단기적으로는 MS의 윈도우 OS 매출을 늘린다는 측면에서 MS에 이익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애플이 '순진하게' 단지 사용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부트캠프를 공개한 것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애플은 일단 매력적인 하드웨어인 맥텔에 사용자들을 점차 적응시키고, 그 다음에는 윈도우 사용자들을 맥 OS로 이전시키려고 할 것이다. 애플은 그럴만한 매력이 있고, 맥 OS는 충분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고, 디지털 컨버전스 & 웹 2.0이라는 시대적 변혁도 그것을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다.

MS는 애플의 도발을, 그리고 기존 PC 제조업체들은 이러한 애플의 도발을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

세계일보의 기사 제목을 보면 '대화합'이라고 되어 있지만, 그것이 아니다. '대전쟁'인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변혁을 눈앞에 두고, 다시 한번 패권을 쟁탈하기 위해 영웅들이 격돌하는 것이다.

시대적 요청이라고나 할까.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난세이겠지만, 민초들의 입장에서는 한바탕의 축제가 될 것이다. 허허~

웹 워드 프로세서를 써보자~


쓸만한 웹 워드 프로세서를 소개한다.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의 설치 없이, 웹 상에서 워드 프로세서 애플리케이션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런 류의 사이트로는 얼마 전 구글에 인수된 Writely가 유명한데, 구글에 인수된 후 사이트 정비 관계로 신규 가입을 받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하는 ZOHO Writer도 좋은 사이트이다. 웹 워드 프로세서는 프로그램 설치가 필요 없고 서버 상에 데이터가 보관되기 때문에 급히 글을 작성하고 보관하기에 좋다. 작성한 글을 블로거 사이트에 바로 업로드할 수도 있고, 워드나 PDF 파일로 저장할 수도 있다. 또한 작성한 글을 지인과 공유하거나 e메일로 발송할 수도 있다.

한글화가 되어 있지 않아서 폰트 상 문제가 좀 있지만 간단한 글의 작성에는 괜찮은 것 같다.

아, 특히 유용한 점은 버전 컨트롤 기능이 있어서 사용자가 수정하고 저장한 글이 자동으로 버전화되어 저장된다는 것이다. 메뉴의 History를 클릭함으로써 이전 버전으로 돌아가거나 차이점을 비교할 수 있다.

이러한 모든 기능이 상당히 직관적이고도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어서, 웹 2.0 애플리케이션의 매력을 충분히 어필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2006년 4월 2일

유능한 프로젝트 매니저가 차가워 보일 때


여러 가지 상황이 있겠지만, 대표적인 사례로 인적 자원의 배정에 대한 것을 살펴보자.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 활동에 적합한 팀원이 배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조직의 상부로부터 프로젝트 역할에 어울리지 않는 부적합한 팀원을 배정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프로젝트 매니저는 부적합한 팀원을 강력하게 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만일 프로젝트 매니저가 그런 권한이 없거나 또는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해당 프로젝트에는 이미 시작부터 진한 먹구름이 끼었다고 볼 수 있다.

만일 어쩔 수 없이 부적절한 팀원을 배정받았을 경우, 그 사람을 프로젝트의 주요 활동에 배정해서는 안 된다. 격리시켜야 한다. 어찌 보면 그것이 가혹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적절한 사람에게 그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역할을 배정함으로써, 그 결과로 프로젝트에 심각한 위험을 불러오고 결국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불행해지는 상황을 가져오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일이다.

프로젝트 매니저는 중요한 순간, 특히 문제의 순간에 냉정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가라앉고 있는 타이타닉호와 같은 프로젝트에서, 프로젝트 매니저의 어설픈 이타심과 망설임은 더 큰 재앙을 불러올 뿐이다.

그래서 유능한 프로젝트 매니저는 종종 차가워 보이고,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쓸쓸한 길을 혼자서 걷는다.

안 되는 일을 되게 만들어야 하는 것. 프로젝트란 원래 그런 것이다.

2006년 4월 1일

April Rain

4월 1일. 비가 내리는 토요일.

어렸을 때부터 비를 참 좋아했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더 좋아지는 거 같다. 마음이 여리고 감상적인 사람에게 있어, ‘비’만큼 멋진 친구가 있을까?

비가 오면 옛날 생각이 종종 난다. 심약했던 고등학생 때 자살을 생각하고 시도할 무렵의 일이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내 방에 앉아서, 창문 너머 나뭇가지 위로 쏟아지는 빗줄기를 보며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그 때 라디오에서는 Rhythm of the Rain (Cascades)이라는 꽤 유명한 60년대 올드팝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슬픈 가사에 경쾌한 멜로디의 언밸런스.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는 이 노래를 좋아한다.


비를 좋아하고 비에 대한 음악을 좋아한다면 다음의 사이트를 방문해 보기 바란다. 올디스 매니아인 나에게는 정말 멋진 사이트이다.

[바람새 사이트] 비에 대한 테마음악여행

사이트에서 듣기에는 음질이 아주 안 좋지만, Simon Butterfly의 Rain Rain도 좋은 노래이다. 나에게는 예전에 어렵게 구해놓은 CD가 있다. 비를 좋아하는 당신과, 언젠가는 함께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으련만...

초보 팀장을 위한 조언 18

무언가 하고자 한다면, 무언가 되어야 한다.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자신이 처한 환경(예를 들면 주어진 역할과 권한, 직장 상사 등)으로 인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며 불평불만을 토해내는 사람들이 많다. 어쩌면 그것이 일반적인 우리네 모습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한마디로 바보 같은 시절이었다.

무언가 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무언가 되어야 한다. 즉 현재 위치에서 인정을 받아야, 다음에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권한을 부여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더 나은 무언가를 필히 해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인정받으면서 성장해나가는 도리밖에 없다.

그렇지 못하고 어느 순간, "저 친구는 실력도 그저 그런데, 태도까지 안 좋군." 이라는 평판을 얻게 되면 어떻게 할 텐가? 자신의 실력을 증명할 기회가 없었다고 항변할 텐가? 그런 기회를 만들어내야 하는 주체는 바로 자신인데 말이다.

기회는 누가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얻어내는 것이다.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며, 우리는 그러한 세상에서 인정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 뻔한 진리를 모르는 채, 현재의 불만에 사로잡혀 시간을 허비하며 ‘비생산적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조차 자신의 선택이라 주장한다면 할 말이 없다.

그의 주장이 진실이건 아니건 간에 한가지 확실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자신이 욕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 자신 또한 이 세상에 그다지 긍정적인 도움이 주지 못하는 ‘비생산적인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PS: 어떻게 보면 무서운 관점이 아닌가?
악하게 살 것인가. 무가치하게 살 것인가. 나는 생산적인 인간으로 사는 것을 선택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