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1일

국내 소셜 커머스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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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ZDNET 칼럼] 한국 시장에도 소셜 커머스가 몰려온다
2. 소셜 커머스 사이트 목록과 칼럼 후기
3. 그루폰 유사 사이트들의 3대 리스크
4. 국내 소셜 커머스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한다
지난달 초에 글을 쓴 이후 한 달이 채 안되어 또 글을 씁니다. 이 업계는 어찌된 일인지 한 달 사이에 다른 업계의 일 년에 해당하는 일들이 생기네요.

그래서 이번 글의 제목은 지난 글을 살짝 비틀어서 정했습니다. ^^

미국 그루폰의 딜즈온 인수

지난 10월 19일, 딜즈온이 그루폰 본사에 의해 인수되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루폰이 신규 발행 주식의 80%를 50억원에 매입하는 조건인데, 실적에 따라 한번 더 투자를 해서 총 100억원을 투자한다고 하네요. 신규 발행 주식을 인수하는 방식이라서 기존 지분은 창업자들이 계속 갖고 있는 형태인데, 경영권도 창업자들이 계속 갖는다고 합니다.

사실 지난 ZDNET 칼럼 기고 후에 그루폰 본사에서 제게 연락이 왔었고(제 글을 번역해서 읽어봤다고 합니다), 이후에 몇몇 업체와 접촉을 하고 인수 제안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결국 딜즈온을 인수한다는 소식을 듣고서 좀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딜즈온은 티켓몬스터와 거의 비슷하게 지난 5월에 서비스를 개시한 업체인데, 5월 사업 개시면 거의 1세대 업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딜즈온은 그간 쿠폰의 질, 지역 확장 등 중요한 사업 실행력에 있어서 그다지 인상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인수가 된 건 창업자의 글로벌 감각(CEO가 코넬대 출신)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이번 인수에는 그루폰 본사의 절박감이 큰 몫을 했다고 봅니다. 한국 시장에서 빨리 어떤 업체든 인수해야만 하는 절박감 말입니다. 그루폰 사업 모델이 무척이나 구현이 쉽다 보니 지금 전세계적으로 어느 나라든 수많은 유사 서비스가 창궐하면서 정말 난리도 아닙니다. 중국은 예전에 300개가 넘어서 이제는 셀 수도 없고, 한국도 100여개 가량 됩니다(이젠 카운트 자체가 무의미).

그루폰이 진출도 하기 전에 이미 여러 나라에 유사 서비스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다 보니, 그루폰은 시장이 더 커지지 전에 재빨리 해당 국가의 업체를 인수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는 유럽에서 시티딜을 인수했고, 8월에는 일본에서 쿠팟을 인수했습니다. 중국에서도 곧 인수를 한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기에 전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 시장을 빨리 찜 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었을 겁니다.

한국 시장의 내년 시장 규모를 대략 3천억원 규모(올해 5백억원 정도)로 보고 있는데 최소한 그 정도인 거 같습니다. 역시 우리 나라는 “안 하면 아예 안 하지, 하면 확실하게 하는 나라”입니다. 도 아니면 모. All or Nothing. 유행의 바람이 불면 끝장나는 나라. ㅠㅠ

트위터, 페이스북 본사도 한국 시장의 성장세가 전세계 최고 수준이고 그 쓰임새도 독특해서 주목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루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5년간 한국 유저들이 신생 서비스에 무척이나 굶주렸기에 봇물 터지듯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쨌든 그런 상황에서 빨리 인수를 해야하긴 하는데, 업체들의 몸값은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원하는 업체와 딜은 잘 안 되고, 결국 딜즈온이 낙점된 거 같습니다. 그런데 경영진이 계속 유지된다니 딜즈온이 그간 보여준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 같고, 일반 소비자들에게 그루폰의 브랜드가 어떤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저는 이제 한국에서 그루폰 코리아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그저 개인 블로그에 쓰는 글입니다만, 그루폰 코리아측에 왠지 죄송합니다).

제가 추측하건대, 이 시장에서 결국 (그것이 어떤 업체든) 토종 기업이 1위를 할 것으로 보이네요.

위메이크프라이스(위메프) 돌풍

제가 지난 글에서 소개했던 위메프는 버스 등을 이용한 티저 광고와 첫 쿠폰으로 에버랜드 자유이용권을 판매하면서 후발주자임에도 순식간에 높은 인지도를 달성했습니다. 자본금이 50억원 규모라서 그런지 시작부터 남다르더군요.

특히 에버랜드 자유이용권 판매 소식은 트위터, 페이스북 뿐만 아니라 포털의 카페, 블로그 등을 통해서도 입소문을 타면서 무려 10만장을 매진시켰습니다. 위메프의 가장 큰 공과라고 한다면, 그 동안 일부 얼리아답터들만 이용하던 수준에 머물렀던 그루폰 서비스 모델을 일반인들에게 전파했다는데 있다고 봅니다.

오픈 며칠 뒤에는 T.G.I. 프라이데이스 쿠폰 10만장을 완판했고, 이후 롯데월드 자유이용권을 1만장을 완판하기도 했죠(제가 0시 15분에 확인했을때 이미 매진). 이런 식의 프랜차이즈나 대기업 상품을 판매하는 전략은 이용자들을 끌어 모으는데 있어 탁월하고(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상품이니까요) 이슈를 만들어 내지만, 단점도 있죠.

일종의 미끼상품이기에 마진이 없거나 박할 뿐만 아니라(때로는 마이너스로), 소싱의 한계로 인해 1년 365일 그런 상품으로 채울 수는 없다는 겁니다. 그루폰 모델에서 중요한 건 지역 업소를 프로모션 하는 것이고 결국 그것을 통해 높은 마진을 달성하는 게 핵심입니다.

이 사업 모델은 사실상 '광고 사업'인데 대기업이 뭐가 아쉬워서 수수료를 많이 주겠습니까? 광고에 목마른 지역 업소가 많은 수수료를 줄 수 있는 진짜 고객입니다. 그렇기에 사업적 관점에서 지역 업소의 쿠폰을 파는 게 돈이 될 뿐만 아니라, 그래야만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되죠.

이 사업 모델에서 대기업 쿠폰 위주로 팔아서는 1등하기 힘들고 오히려 틈새 정도만 차지하게 될 겁니다. 물론 가끔 파는 건 새로운 소비자들을 불러 모으고 이슈를 만들 수 있어 꽤 도움이 되겠지만요.

위메프의 경우 대기업 상품 사이 사이에 지역 업소 쿠폰을 파는데, 대부분의 지역 업소 쿠폰 판매 실적이 몇 백장 정도에 불과하더군요. 후발주자치고는 준수하지만 딱히 탁월한 수준은 아닙니다. 물론 아직 서비스를 개시한 지 채 한 달이 안 되었고, 최근에는 시간 단위로 쿠폰을 나누어 홍보를 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기에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특히 지역 확장을 어떻게 해나갈 지가 궁금하군요.

참고로, 서비스 오픈 초기에 CGV 영화예매권, 스타벅스, 배스킨 라빈스, 파리바게트 등의 프랜차이즈 또는 대기업 쿠폰을 팔아 이슈를 만들었던 헬로디씨의 경우 결국 지금은 지역 업소 쿠폰을 주로 팔고 있습니다.

그런 이슈 만들기가 사업 초기의 모객에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결국 지역 업소로 다시 승부를 해야 하는 겁니다. 위메프도 결국 비슷한 길을 갈 거라고 봅니다.

신세계의 해피바이러스(happybuyrus.shinsegae.com) 등장


지난 10월 25일, 유통업계의 강자 신세계가 그루폰 유사 서비스인 ‘해피바이러스’를 개시했습니다. 첫 쿠폰으로 63시티 빅3 이용권을 판매했는데 1만3천장을 완판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달에는 그루폰이 했던 것처럼 갭 쿠폰을 팔 예정이고, 또한 보노보노 식사권도 판매한다고 하는군요. 당연히 순식간에 매진되겠죠.

신세계의 경우 후발주자임에도 모든 언론이 기사화를 해주고, 신세계몰을 통해 적극 프로모션을 하고(위의 그림 참고), 신세계 계열사가 취급하는 서비스 상품을 소싱하여 판매함으로써, 대기업의 장점을 잘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터파크의 하프타임이 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신세계는 워낙 유통에 정통하고(이 사업의 핵심 역량이 유통이죠) 또한 삼성의 악착같은 DNA를 갖고 있기에 다른 대기업과 달리 어느 정도의 성과는 낼 거 같습니다.

다만 굳이 대기업이 벤처들이 열심히 뛰고 있는 이런 신생 분야까지 진출을 해야만 하는 건지(이 대목에서 이마트 피자와 SSM의 느낌), 그리고 기왕 진출을 할 거면 적절한 업체라도 인수하는 성의를 보였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밌는 점은 메뉴판닷컴의 바이러스와 (해피 빼고) 명칭과 폰트가 일치하고 로고의 색상만 다릅니다. 모종의 관계가 있는 듯. 하지만 보도자료 등 어디에도 제휴 내용은 없네요.)

그런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만, 밝은 면을 보면 신세계의 진출은 이런 서비스를 모르고 있던 (신세계몰을 이용하는) 여성 고객을 대거 이 시장으로 유입시키는 효과도 있습니다. 이용자의 확대라는 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하여튼 해피바이러스가 어느 정도의 성과는 내겠지만, 지금처럼 신세계몰 내에 입점해 있는 형태로는… 글쎄요. 그런 형태로 지역을 확장하고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면서 발전해나가기에는 한계가 있을 거 같습니다. 신세계의 저력과 대기업으로서의 한계(대기업 다녀보신 분이라면 아는 그것)가 결합되어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지켜보도록 하죠.

다크호스로 부상한 지금샵(g-old.co.kr)

제가 지난 글에서 언급한 주목할만한 업체에 포함되지 않은 업체입니다. 9월에 서비스를 시작했으니 개시 한 달도 안 된 업체라서 별로 할 말이 없었죠. 부산에 본사가 있고, 도메인이 좀 이상하고(g-old라니? 지'금'이라는 뜻이겠죠. 아마).

그런데 서비스 개시 두 달도 안된 지금 꽤 뛰어난 실행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비스 지역은 현재 서울, 부산, 울산, 대구, 경기로서 티켓몬스터 다음으로 많은 지역을 커버하고 있고요. 서비스 상품의 질도 꽤 좋은 편입니다.

제가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업체들 중에서 쿠팡은 아직 새로운 컨셉을 찾지 못했거나 또는 실행하지 못하는 듯하여 점차 경쟁에서 멀어져 가는 분위기이고, 데일리픽은 요식업에 특화된 업체로서 일정 부분의 포지션을 차지하며 잘 지낼 거 같지만 1등 업체가 되기는 힘들 거 같고요.

인터파크, 웅진씽크빅, 싸이더스HQ, 메뉴판닷컴 등은 딱히 차별화된 모습이나 남다른 실행력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이 시장은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만큼 결론도 빨리 날 겁니다.
빨리 소비자들을 사로 잡지 못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이 몇 배로 더 힘들어 질 겁니다.
지금 못 하면 나중엔 더 못 할 겁니다.

결론적으로 현 시점에서 제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업체는 티켓몬스터, 지금샵 정도입니다. 티켓몬스터의 경쟁 상대가 딱히 없었는데(잠재적 경쟁자만 있었을 뿐), 지금샵이 다크호스로 급부상 중이네요. 더불어 위메프, 신세계의 경우에는 지역 업소 쿠폰을 다루는 점에 있어 얼마나 남다른 실행력을 보여줄 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전 이 사업에서 자본력보다 실행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업체에 대한 모든 의견은 그저 제 개인의 소견일 뿐이니 참고만 하세요.

다른 소셜 커머스 사례: 롯데, GS샵 등의 행보

롯데는 아직 그루폰 유사 서비스에 진출을 하지는 않았습니다만, 나름 소셜 커머스에 있어서 독특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 롯데닷컴이 ‘쇼핑 위드 미’라는 이벤트를 했는데, 사람들이 모여 쇼핑 그룹을 만든 후에 총 구매금액과 구성원 수에 따라서 포인트를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주 금요일까지 진행되었기에 결과를 아직 논하기는 이르고요.

또한 최근 롯데닷컴은 페이스북도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단의 그림은 롯데닷컴의 초기 화면에서 페이스북 페이지를 소개하는 것이고, 화장품 관련 팬 페이지의 주소는 http://www.facebook.com/lottebeauty입니다.


GS샵의 경우에도 지난달에 고객이 팀을 만들어 구매를 하면 구매금액을 합산해서 적립금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했는데요.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이벤트 정보를 공유해서 팀을 만드는 경우도 많았고, 일주일간의 이벤트 기간 동안 972개 팀이 만들어졌는데, 1인당 평균 1만원씩의 적립금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렇듯 작은 성공사례들이 막 나오고 있는 추세입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소셜 커머스라고 하면 거의 기존의 블로그 공동구매나 그루폰 유사 서비스 밖에는 눈에 띄지 않았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를 제대로 활용하는 사례들이 등장할 기세네요.

앞으로 다른 유통 업체들도 분명히 소셜 커머스에 어떤 식으로든 참여를 할 것이고 곧 포털 다음, SK컴즈 등도 소셜 커머스 시장에 들어온다고 하니 또 한차례 이 분야에 변화가 올 것입니다. 돈 버는 분야는 변화도 빠릅니다.

내년에는 모바일 커머스가 제대로 터지겠죠. 역시 커머스는 Real Business~

시간나면 또 글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