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상당히 정신이 없었습니다. 블로그 글이 뜸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말이죠. ^^
오늘은 가족에 대해 얘기를 좀 하죠. (밖에는 비가 오네요)
아, 가족이란 큰 사랑을 주고받기도 하지만 큰 상처를 주고받기도 하죠. 사랑하고픈 사랑받고픈 상대에게 열린 가슴을 통해, 사랑을 주고받지만 상처 또한 쉽게 입으니까요.
지난 일요일에 누나가 드디어 결혼을 했습니다. 와, 누나가 결혼을 하다니 여전히 실감이 안 나네요. 결혼 안하고 평생 혼자 살 줄 알았는데..
작년에 저한테 “석아, 중년이 되어서 혼자 살 자신이 없어”라고 말하더니 세 살 연하와 급결혼을 했습니다. 자형이 저보다 어려요. ^^
저보다 두 살 많은 누나는 올해 41세인데, 저와 마찬가지로 일찍 부모로부터 독립을 해서 고생을 많이 했죠. 누나가 대학 2학년 때 아버지 사업이 부도가 났고, 얼마 뒤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고, 누나는 고학해서 대학을 졸업했고, 러시아 가서 5년 동안 공부를 한 후, 한국에 돌아와서 컨설턴트로 일하다가 변호사가 되었죠. 민족일보 사건을 맡아서 좀 알려졌고, 러시아 전문 변호사이기도 합니다.
집안 문제로 어렸을 때부터 맘 고생이 심했던 데다가, 원래 몸도 약하고 학생 때부터 스스로 돈 벌어서 삶을 책임지느라 힘들게 산 누나. 드디어 자신을 무지 아껴주는 사람을 만나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까 무척 기쁘네요. 저를 아는 사람들은 다 알다시피 우리는 정말 친한 남매인데, 제가 마치 딸 시집 보낸 거처럼 시원섭섭합니다.
지금 신혼여행 중인데, 지금까지 쓸쓸하고 고생했던 거 이제 다 털어버리고 자형과 행복하게 잘 살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누나의 결혼 덕분에 동경에 살고있는 막내 동생을 4년 만에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가 4년 전 ZDNET 칼럼에서 언급한 바로 그 동생이죠. 4년 전에 만난 이후 1년 동안은 연락이 되었는데, 어느 순간 연락이 끊긴 후 비로소 이번 누나 결혼식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어떤 사건이 있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가족을 포함한 모든 사람으로부터 잠수를 했다고 하더군요. (음, 독한 놈. 외로운 놈)
참 사연이 많은 가족입니다.
블로그에 다 밝힐 수는 없지만, 동생은 그 후 정말 죽도록 고생을 했더군요. 죽지 않고 살아 돌아와서 정말 다행입니다. 하나뿐인 남동생인데.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에 눈물이 글썽.
학교를 남들보다 오래 다녀서 드디어 올해 졸업반인데, 여러 아픈 기억이 많은 한국에 돌아와서 살 생각이 없기에 일본에서 직장을 구한다고 합니다.
지난 주에 4년 만에 만난 동생과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를 보았습니다. 정말 잘 만든 뮤지컬인데 안동을 소재로 한 것도 그렇고 내용도 형제간의 화해를 다루고 있어서, 정말 저희한테는 맞춤공연이었습니다. (공연이 곧 마감되는데 제가 강추하는 공연입니다)
그리고 그간 못 다한 얘기들을 나누느라 지난 주말 내내 동생과 함께 있었습니다. 이제 졸업하면 동생도 본격적인 인생 승부를 시작하겠지요.
동생이 잘 하리라 믿으며 또한 행운이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동생을 위한 행복의 소망을 담아서 글을 씁니다. 제가 가진 행운(좀 있는 거 같아요)을 떼내어 동생에게 주어서라도 그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동생은 화요일 오전에 동경으로 돌아갔습니다. 함께 밤을 새워 얘기를 하고(해도해도 끝이없는 얘기들) 일찍 공항에 데려다 주었는데, 지금 동생이 좋아했던 노래 Ritchie Valens의 "Come On, Let's Go"를 들으니 동생이 또 보고 싶네요. ^^
댓글 10개:
어릴적 라밤바를 보고나서 즐겨듣게 된 노래네요. 참 좋습니다 오랫만에 들으니 ^^
누님 결혼식 축하드리구요. 기분좋고 따뜻한 기운이 모처럼 류소장 주위에 머물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항상 그런 느낌과 행복을 느꼈으면 합니다.
이른 아침에 읽기에 안성맞춤인 글이네요
지난저녁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 컨디션이 별루였는데 마음만은 따스해 지는군요~
^_^ 마침 장마에 접어들어 엊그제부터 추적추적 비도 내리는데... 하늘도 형 마음을 아나보네요~ 아무튼 간만의 만남 그리고 누님의 결혼식 축하드려요. 미리 말씀 좀 하시지..
지난 번에 말씀하신 결혼식이 끝났군요. 저도 함께 결혼 축하합니다. 제 누이가 결혼한 것처럼 저도 기쁘네요. ^_^
오랜만에 동생분을 만나서 다시 활기차게 시작한다는 소식도 기쁩니다. 올해부터는 류한석님 가족 모두에게 행복한 해가 될 거라 믿습니다. ^_^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수 없으면서도 때로는 소홀한게 가족인거 같습니다. '가족'이란 단어는 그래서 더욱 애틋한거 같구요.
류소장님의 이런 글을 간간히 볼수 있어 참 좋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누님 결혼 축하드립니다.
하기 힘든 이야기셨을텐데, 블로그를 통해서 이렇게 다른 사람의 가족사를 전해 들으니 기분이 묘하네요...
행복하세요.
누님 결혼식 축하드립니다- ^^
저도 부모님 사업으로 인해 꽤 어려운 시절을 보냈지만 지금은 가족들 모두 그 어느 가정보다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류소장님댁에도 행복과 좋은일들이 가득해질 것으로 믿습니다 ^^
형님도 얼른 혼자 사는 것에 대한 적막함을 느끼셔야 합니다.~ ^^*
류결추를 결성해보는 것도...^^;
about 류결추?
류 (한석 소장님을 강제로(?))
결 (결혼 시키기 위한)
추 (추진 위원회)
^^*
누님 결혼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소장님의 글을 읽다보면 지금껏 제가 스스로에게 투정했던 것들이 창피하고, 어느정도 저도 행복하다 느껴집니다.
저는 지난달 남동생을 먼저 장가보내버렸는데..
그래도 순서대로..누님부터..ㅎㅎㅎ
다음은 소장님 차례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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