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13일

여유


마음이 답답할 때면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서울 근교의 예쁘고 조용한 카페에 가서,
일단 맛있는 아이스크림과 치즈 케이크를 먹고,
그 다음에 찐한 아메리카노 커피를 한잔 시킵니다.
그리고는 정말 읽고 싶었던 책을 읽습니다.

파란 하늘이고 날씨가 좋은 날은 그 나름의 매력이 있고,
잿빛 하늘이고 비가 내리는 날은 또 다른 매력이 있지요.

카페의 창으로 햇빛이 비취거나,
또는 떨어지는 빗줄기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오랜 시간 책을 읽다가 엉덩이가 아프면,
몸을 왼쪽으로 기울였다 오른쪽으로 기울였다,
망가진 자세를 취해 보기도 합니다.
그러다 책에서 멋진 문구를 만나면,
기쁜 마음으로 책을 바짝 끌어안으며 열심히 줄을 긋고 메모를 해봅니다.

해가 저물고 깜깜해져 집에 갈 시간이 돌아오면,
작은 아쉬움과 조금의 성취감, 그리고 어떤 쓸쓸함을 안고서 돌아옵니다.

그런 것들을 생각합니다.

그러면 잠시나마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하지만 그런 작은 호사조차 흔쾌히 실행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마음의 여유도, 시간적 여유도, 신체적 여유도 잃어버린 이 콘크리트의 삶이 많이 속상합니다.

그리고는 다짐합니다.

“나는 반드시 이 콘크리트의 삶을 벗어나고 말테야!”

* * *

훗, 그치만 어쩌면 십 년 뒤에도 여전히 그런 맹세만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지요.

하지만 그것이 인생인걸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얻은 것은 더 이상 원하지 않고.

그럼에도 희망은 여전히 나를 나아가게 합니다.

댓글 5개:

익명 :

저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회사근처의 커피?(던킨)에서 30분이라도 커피한잔과 독서를 할려고 요즘 노력중입니다. 나름 효과 있습니다. 이 30분이 그 어느시간보다 소중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한석님은 가능할려나? 저야 아침형으로 증명(?)된 사람이라 문제없지만요.

바비(Bobby) :

To 김우승님/ 저야 당연히, 오밤중형 인간인지라 그런 것은 전혀 불가능합니다.

익명 :

예쁜 집을 보니까 포레스트검프 영화음악이 생각나요. 그리고 꿈꾸는 여유가 정말 여유있는 삶보다 더 달콤한거 같아요.^^

익명 :

>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얻은 것은 더 이상 원하지 않고.

마지막 문장이 마음에 와 닿네요~
정말 저런게 인생인것 같습니다.

저는 꼭 커피점은 아니더라도 비오는 날 집에서라도 조용히 책 읽는걸 좋아하는데 최근엔 딱히 그래본 적이 없는것 같네요. 비도 잘 오지 않고 ㅎㅎㅎㅎ-

익명 :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얻은 것은 더 이상 원하지 않고.

저도 무척 마음에 와 닿네요
이것이 인간관계에도 마찬가지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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