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29일

진정한 프로, 최고의 아키텍트 류춘수 선생님

저는 웬만하면 쉽게 존경심을 표하지 않지만, 어쩌다가 제대로 필이 꽂히면 인생의 선생님으로 모시곤 합니다. 이것은 바로 그런 분에 대한 얘기입니다.

SW 업계의 고급 직종인 “아키텍트”라는 타이틀이 건축 업계에서 따온 말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지난 주에 사내 특강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아키텍트인 “류춘수” 선생님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주요 작품은 회사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2002 월드컵 서울 경기장, ’88 올림픽 체조 경기장 등 정말 뛰어난 건출물을 많이 설계하셨습니다.

참고: 류춘수 선생님께서 설계한, 2002 서울 월드컵 경기장 스케치

선생님께서 '직접' 작성하신 스케치나 도면을 보고서는 그 디테일에 깜짝 놀랐습니다. 또한 선생님께서는 1970년대에 이미 알보즈 하우징 같은 친환경적인 건축물도 설계하신 바 있는데, 링크된 페이지 하단을 참고하세요. 세 번째 그림, 너무 예쁘지 않습니까? (저작권상 제 포스트에 그림을 삽입하지는 않으니, 링크를 통해 확인하세요.)

참고로, 류춘수 선생님의 작업실을 소개한 글도 한번 보세요. 제가 이전부터 추구하던 삶이었는데 이미 그것을 구현하신 선생님을 보고는 "사고의 유사성"에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 SW 업계의 아키텍트들도 선생님께서 걸어 온 삶의 궤적과 전문가로서의 직업 의식을 보고서, 정말 느끼고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날의 특강은 작은 강의실에서 20여명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었는데, 제가 전날 독서하느라 잠을 별로 못 자서 무척 피곤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집중하여 강의를 들었습니다. 프로의 철학, 경륜을 느낄 수 있는 정말 짜릿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일은 제게 있어, 정말 수년 만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일입니다!)

깊은 깨우침을 주는 말은, “아키텍트는 작품으로 말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SW 아키텍트인 우리가 자신의 인생에서 내세울 수 있는 작품이 무엇입니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것은 개발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아니, 모든 직종에 해당되는 얘기일 것입니다.

류춘수 선생님께서는 텍스트 하나 없이 자신의 포트폴리오인 설계물과 사진만으로 3시간 특강을 하고도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특히 선생님이 수묵화로 자신의 설계물을 표현한 그림은 정말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아키텍트는 작품으로 말한다는 이 당연한 진리를 저는 꽤 간과하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많은 SW 아키텍트들이 어떻게 하면 분석, 설계 등 기술적 능력을 키울까?하는 것만 생각했지, 정말 작품으로서의 SW에 대해서는 오히려 많은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생일대의 역작을 남기고 싶은 마음, 그것은 건축 아키텍트나 SW 아키텍트나 동일한 것이 아닐까요.

특강이 끝난 후 제가 제일 마지막으로 질문을 하나 드렸는데, 선생님께서 해주신 답이 또한 명작이었습니다. 그것까지 얘기하면 포스트가 너무 길어지므로, 그것은 나중에 제가 해석한 내용을 곁들여서 써보겠습니다.

끝으로 류춘수 선생님께 드리고픈 말씀이 있습니다.

선생님, 비록 활동하는 업계는 다르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선생님의 통찰력을 통해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선생님의 철학과 경륜에 깊은 존경심을 표합니다. 그 에너지의 씨앗이 제게도 전해졌으며 그 씨앗을 잘 꽃피우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앞으로도 좋은 작품 활동 많이 해주십시오.

댓글 9개:

Younghoe.info :

모르시는 분이다 보니 존경심에 공감하기 보다는
왠지 개발자로써 희망을 품게 하는 글이네요.
존재만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희망이 되는 분이신 것인지.

잘 읽었습니다.

익명 :

정말 스케치 디테일이 엄청나군요. 직접 강의를 듣지 못해서 어떤 말씀을 하셨을지 무척 궁금하지만 한석님의 반응을 봐서는 분명히 명강의였을거란 생각이 드네요.

바비(Bobby) :

To 영회님/ 네, 아주 잘 표현해 주셨습니다. ^^

"존재만으로 다른 사람에게 희망되는 되는 분"이라는 표현이 딱 맞습니다. 한 개인이 자신의 직업에 가진 깊은 애정과 그것이 가져다 준 성공. 어느 업계에서든 통용되는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비(Bobby) :

To ?box님/ 일주일이 지났지만 그 느낌은 아직도 강렬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 일이 평생가는 스타일입니다. ^^

Unknown :

그런 말이 생각나는 군요. 도에 이르면 분야에 상관없이 도인을 알아본다고..

익명 :

반복적인 스케치가 있긴 했습니다만 저 정도 크기의 건축물의 구상을 할 수 있다는 점은 놀랍네요...

저 정도에 비하면 저는 아직 개집 수준이네요... ^^

Charlie Hong :

"존재만으로 다른 사람에게 희망되는 되는 분"이란 표현이 아주 멋지네요^^.. 전 거기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그런 사람이 되기위해 노력하다보면 그 사람의 반절은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꼭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게 되더라도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기만족을 경험할 수 있다면, 그 또한 결코 의미없는 일은 아닐것 같네요^^

익명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바비(Bobby) :

To 퓨처 워커님/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도"를 이루는 것만큼 유의미한 일이 또 있을까요.

전 아직 갈 길이 멉니다만, 그런 생각은 항상 갖고 있습니다. ^^

To 독자님/ 건축 쪽으로 설계를 하시나 보군요? 와우~

To charlie님/ 네, 100이라는 목표를 세우면 50이라도 분명히 달성 할 수 있으니까요.

To 이원구님/ 저도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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