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18일

그루폰 유사 사이트들의 3대 리스크

이 글을 읽기 전에 먼저, 이전 글인 “한국 시장에도 소셜 커머스가 몰려온다”에 링크된 ZDNET 칼럼과 본문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포스트 이후로 새롭게 발견된 사이트들이 업데이트되어서 현재 30여개에 달하고 있습니다. 글 올린 지 보름 만에 15개 사이트가 추가 되었네요.


목록 업데이트에는 그루폰 유사 사이트들의 딜을 모아서 한꺼번에 보여주는 다원데이의 이영재님께서 도움을 주셨습니다.

제가 이전 글에서는 주로 긍정적인 부분들을 위주로 얘기하면서 우려되는 부분을 일부 언급했습니다만, 이번 글에서는 우려되는 내용을 위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세가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째, 할인 피로감입니다.

다원데이를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여러 사이트들에서 수많은 할인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루폰 가치의 핵심은 “대폭적인 할인! 그리고 오늘만 가능!”입니다. 그래서 많은 소비자들이 충동구매를 하게 되죠. 이전 글에서 말씀 드렸다시피 몰랐으면 사지 않았을 서비스를, 싸니까 오늘 아니면 안되니까 결제를 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제가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렇게 사업자들이 난립하고 할인 정보들이 쏟아지면 파격적이고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기 힘들어 집니다. 처음 몇 번은 구매하겠지만, 이내 흥미를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할인 정보가 넘치고 넘치니까요!

거기에다 현재까지 등장한 수많은 사이트들을 보면, 모두들 똑같아서 차이점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어째 차별화된 기능 하나를 발견하기가 힘드네요.

이 첫 번째 리스크는 두 번째 리스크와 결합함으로써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둘째, 가격대비 품질 문제입니다.

이건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추가적인 내용 적어보겠습니다. 제가 나름 쇼핑을 좋아해서(쇼핑은 독신들의 주된 취미 생활인 경우가 많죠. ^^), 여러 사이트들에서 직접 20여번 딜을 구매하고 그 중 일부를 이용해 보았습니다만, 결론은...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많은 이용자들이 딜의 품질과 가격 문제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할인가격이니까 망정이지, 정상가격 다 지불하고 이용했으면 후회할 뻔했다”라는 의견이 꽤 있습니다. 제가 이용해본 딜도 거의 그랬고, 몇몇 딜은 불만족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실제로 어떤 업소의 경우 딜 구매 한달 후에 갔더니 그새 가격이 30%나 올라 있었고, 그 가격에 따라 주문해야 했습니다.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제 의견은.. 대개 보통이었고, 일부는 불만족스러웠고, 아직 만족한 적은 없습니다(이건 저의 베타 의견이고, 구매한 딜을 모두 사용해보고서 최종 의견을 전하겠습니다).

50% 이상의 할인가격이라니까 혹해서 구매를 하긴 했는데, 막상 이용해보니까 지불한 가격조차 아깝거나 그저 그런 것이죠. 5만원짜리 음식을 2만 5천원에 먹었는데, 2만 5천원도 비싸다는 경험들이 쌓여가는 겁니다. 이것은 실제로 딜에 참여하는 업체들의 원래 서비스 품질과 가격에 문제가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또는 할인된 서비스를 구매했기 때문에 차별 대우를 받아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제가 이전 글에서 설명했다시피 수수료률이 상당하기 때문에, 업체들은 정상가격대비 대략 25~40% 정도의 금액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겁니다. 그런 관계로 아무리 교육을 하고 다짐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자영업자들의 이해부족이나 소탐대실로 인해 (요식업을 예로 들면) 식재료, 음식의 양, 고객 서비스 등에 있어 문제의 소지가 다분합니다. 최근 발생한 사례: 링크

쿠폰좀비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습니다. 어쨌든 고객인데 쿠폰좀비라는 말까지 들어야 하나요?

다시 한번 말하자면, 원래 품질이 별로든가 아니면 차별 대우를 해서 별로든가 둘 중의 하나인데 현재 이 문제가 생각보다 큽니다. 그루폰 유사 사이트들의 입장에서는 매일매일 새로운 딜을 소개해야 하는 부담으로 인해서, 좋은 품질의 딜을 선정하고 업체를 교육하고 관리하는 게 결코 쉽지 않습니다. 아주 피곤하고 어려운 일이죠.

온라인으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그 뒤에서 벌어지는 백엔드 오퍼레이션이 생각 이상으로 복잡한 게 이 사업입니다. 겉모습만 보고서 뛰어든 사업자들은 엄청 고생하게 될 겁니다.

셋째, 사이트 폐쇄 시 소비자 보상 문제입니다.

앞서 설명한 첫째 리스크와 둘째 리스크가 결합함으로써 근미래에 문을 닫는 사이트들이 속출할 겁니다. 현재 분위기로는 준비만 하다 아예 서비스 개시를 못하는 사이트도 생길 거 같고 또한 1년 내에 문 닫는 사이트도 꽤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런데 서비스하던 사이트가 문을 닫을 경우 딜 구매 후 아직 사용을 하지 않은 소비자들은 돈을 떼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전 블로그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그루폰 모델은 소비자가 결제한 총금액을 한꺼번에 업체에게 주지 않습니다. 몇 번에 걸쳐 나누어서 줍니다. 이건 업체 결제를 미룸으로써 AS문제 발생시 협상력을 높이고 또한 딜을 제공한 업체가 문 닫을 경우를 대비하는 정책인데, 만일 그루폰 유사 사이트가 업체에 돈을 다 지불하지 않은 상태에서 망해버리면 난감해집니다.

그럴 경우 소비자는 피해보상을 받을 곳이 없어지게 됩니다. 그루폰 유사 사이트가 정산의 책임을 다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사업을 접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용자 여러분께서는 싸다고 해서 무턱대고 구매하지 마시고 사업자의 신뢰도에 대해 나름 판단을 잘 하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가장 우려되는 부분 위주로 적어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악영향을 크게 발휘하기 전에, 소비자들에게 신뢰받는 사이트가 빨리 걸러지고 또한 인수합병 등을 통해 교통정리가 일어나야 할 것입니다.

이렇듯 걱정되는 요소들은 있습니다만,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혜택과 지역 서비스업자들의 광고적 니즈가 분명하기에, 어떤 커다란 문제가 발생하여 업계가 공멸하지만 않는다면 성공 사례는 분명히 나올 겁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부만 성공할 뿐,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업자들은 실패를 하게 되겠죠.

모든 사업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제 글을 보시고 사업자분들께서는 썩 좋아하지 않으실 거 같습니다만, 말 그대로 리스크이니 참고만 하십시오.

추가적으로 발견되는 내용이나 성공사례, 리스크가 있으면 업데이트하겠습니다. 사업자나 이용자들의 의견이나 제보, 환영합니다.

PS: 그루폰이 새로운 형태의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전지역 동일의 하루 하나 쿠폰+광고의 형태인데 엄청난 매출이 발생했습니다. 이건 그루폰이 이미 이용자를 많이 확보하고 있고 워낙 어텐션이 크기때문에 가능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방식으로 완전히 바뀐다기 보다는 종종 병행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어떻게 진화할 지 계속 지켜봐야 할 사이트입니다.

2010년 8월 3일

[ZDNET 칼럼] 한국 시장에도 소셜 커머스가 몰려온다

ZDNET 칼럼 본문 링크

전반적인 배경은 칼럼에 나와 있으니 먼저 칼럼을 읽어보시고요. 결국, 칼럼의 핵심은 한국에서 그루폰(또는 그룹폰) 유사 서비스들이 폭증하고 있다는 것과 서비스 성공 요인에 대한 것입니다. 머지않아 한국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서도 커다란 성공 사례를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칼럼에는 링크가 안되어 있어 여기에 링크를 거니 관련 사이트들을 편하게 방문해보세요. 누락된 것이 있거나 신생 사이트가 있을 경우 알려주시면 제가 업데이트 해놓겠습니다(번호가 서비스 순위를 뜻하는 건 아닙니다).

1. 티켓몬스터(ticketmonster.co.kr)
2. 쿠팡(coupang.com)
3. 데일리픽(dailypick.co.kr)
4. 쇼킹온(showkingon.com)
5. 슈가딜(sugardeal.co.kr)
6. 반토막티켓(bantomak.co.kr)
7. 키위(qiwi.co.kr)
8. 위폰(wipon.co.kr)
9. 딜즈온(dealson.co.kr)
10. 트윗폰(tweetpon.com)
11. 쿠폰(coopon.co.kr)
12. 할인의추억(couponmemory.com)
13. 파티윈(partywin.co.kr)
14. 원데이플레이스(onedayplace.com)
15. 체리데이(cherryday.co.kr)
16. 딜리데이(dillyday.co.kr)
17. 할티쿠(halticoo.com)
18. 쿠펀(koofun.co.kr)
19. 티켓토크(tickettalk.co.kr)
20. 쿠폰(kupon.co.kr)
21. 더쿠폰(thecoupon.co.kr)
22. 텐어클락(tenoclock.co.kr)
23. 더싼(thessan.net)
24. Oh!일산(ohilsan.com)
25. 티폰(tipon.co.kr)
26. 쿠폰매니아(couponmania.co.kr)
27. 럭키챈스(luckychance.co.kr)
28. 원츠유(wantsyou.co.kr)
29. 구핑(guping.co.kr)
30. 더베스트플레이스(bestplace.co.kr)
31. 헬로디씨(hellodc.co.kr)
(참고: 8월 이후 우후죽순처럼 너무 많이 생겨서 업데이트 포기)

잘 나가는 서비스와 못 나가는 서비스의 차이는 명확합니다. 무엇보다 딜의 품질이 좋아야 하고(즉 구매를 참을 수 없는 딜), 단 하루만 팔아야 합니다. 이틀에 걸쳐 파는 사이트도 있는데 그러면 안됩니다. 바로 지금 사야 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용자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면 안 되는 것이죠. 칼럼에 나와 있다시피 충동 구매를 유발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ㅎㅎ 물론 이건 업체 입장에서 드리는 말씀이지, 사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지출이 늘어나는 거죠.)

그리고 구매 성립 인원의 수치가 적으면 안됩니다. 그럼 광고 효과가 없죠. 그런데 일부 서비스들은 딜에 자신이 없으니까 구매 성립 인원의 수치를 아주 적게 설정합니다. 예컨대 20명 정도로 말이죠. 그러면 안되죠. 20명이 사서 구매 성립되면 그게 무슨 광고 효과가 있습니까? 최소 1백명은 넘어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잘 나가는 서비스는 구매 종료 되었을 때 총 구매인원이 수백 명을 넘어서고 때로는 수천 명에 이르기도 합니다. 구매인원의 숫자는 중요합니다. 그 숫자가 충분히 커야 딜을 제공한 업체의 입장에서 충분한 광고 효과를 얻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지 딜의 노출뿐만 아니라 구매한 사람들이 블로그, 카페 등을 통해 방문 후기를 남기는 것도 고려해야 하며, 그 모든 효과는 구매인원과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 제가 티켓몬스터의 신현성 대표를 모컨퍼런스의 발표자로 추천한 적이 있는데(완전 모르는 사이인데 주목할만한 서비스라서 추천을 했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최근 사무실에 방문을 했습니다. (참고로, 저랑 티켓몬스터는 여전히 어떤 이해관계도 없습니다)

그런데 청담동 사무실에 방문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많아야 열명 정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정직원만 무려 30명이 넘더군요. 인턴까지 포함하면 60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5월에 서비스 개시할 무렵 5명이던 인원이 3개월도 안 되어 정직원만 30명이 넘은 겁니다. 자리가 부족해서 인턴들은 토즈에서 일하고 있다고 하네요.

하단은 제가 티켓몬스터 사무실에 방문해서 찍은 사진입니다.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일하는 열기가 아주 대단하더군요. 회의실도 직원들이 다 차지하고 있는 관계로 잠시 사람들 일하는 모습만 보고, 얘기는 근처 커피숍에 가서 나누었습니다.


티켓몬스터의 경우 일매출액 1억원이 넘는 딜도 나오고 있고, 수수료도 (그루폰처럼 50%는 안 되지만) 꽤 받고 있어, 현재의 인원으로도 손익분기점을 그럭저럭 맞출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마케팅에 총력을 쏟기 위해 IR을 해서 최근 VC 투자가 결정되었다고 하는데, VC 이름과 금액을 모두 들었지만 티켓몬스터에서 직접 공개할 때까지 제가 밝히지는 않겠습니다.

아,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존경하는 벤처인이 티켓몬스터에 앤젤투자자로 참여하고 있어서 깜놀했습니다. (아, 입이 근질근질.. ㅎㅎ)

그리고 지면의 한계상 칼럼에는 적지 않았지만, 이런 그루폰류의 서비스 모델에는 또 한가지 큰 장점이 있습니다. 매일매일 딜 매출에 따라 현찰이 들어오는데, 그렇게 결제된 금액을 한꺼번에 업체에게 주지 않고 몇 번에 걸쳐 나누어 줍니다. 당연히 그래야겠죠. 딜을 구매한 이용자는 대개 3~6개월 정도의 유효기간 내에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모든 구매자들이 이용하기 전에 돈을 다 주어버리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극단적인 경우로는 업체가 망할 수도 있잖아요).

그러한 이유로 결제된 금액 전부를 즉시 업체에게 주지 않기 때문에, 현금 흐름에 있어서 상당한 이점이 있습니다. 현금을 쌓아둘 수가 있는 것이죠.

이와 같이 이용자 하나하나가 다 돈을 벌어주고, 마진율이 상당히 높고(그루폰은 50%, 신현성 대표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30~40%는 가능할 것이라고 하더군요.), 더군다나 현금 흐름의 이점도 상당한 것이 이 사업 모델의 장점입니다.

다만 진입 장벽이 낮아 신생 서비스들이 폭주하고 있는데, 제가 칼럼에 썼다시피 브랜드와 AS가 넘사벽을 만들어서 1~2년이면 교통정리가 될 것으로 봅니다. 그러니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잘 활용하여 많은 할인 혜택 보시고, 벤처인의 입장에서는 이 분야에서 분명히 큰 성공사례가 나올 것이니 관련 서비스들의 행보를 잘 지켜보며 사업에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PS1: 물론 이런 류의 서비스들에 대해 카피 서비스라며 비호의적인 업계 시각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도 그런 생각이 전혀 없는 건 아니고요.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에서 성공한 인터넷 서비스들 중에 카피 서비스 아닌 게 과연 몇 개나 있는 지 생각해보면, 그리고 사업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그런 시각 크게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PS2: 후속 글 "그루폰 유사 사이트들의 3대 리스크"도 참고하세요~

2010년 7월 29일

국무총리표창 수상 소식, 아버지와 할아버지에 대한 상념

소식을 전할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가, 어차피 방송에 나올 예정이기에 블로그를 통해 먼저 알려 드리기로 했습니다. 오늘 제가 규제개혁 공로자로 선정되어 국무총리표창을 받았습니다. 기업호민관실에서 IT 분야를 맡아서 스마트폰/공인인증서를 비롯한 여러 규제를 풀기 위해 노력을 해왔는데 그에 대한 포상이었습니다.

주된 내용을 말씀 드리면, 지난 3월말에 스마트폰에서 30만원 미만의 금액은 공인인증서 없이 결제가 가능하게 됐고요(관련 기사 참고). 당시 해당 규제가 풀려서 스마트폰 앱과 모바일 웹에서 결제가 가능하게 됐었죠. 이 부분은 다들 체감하고 계신 상황입니다.

위의 내용이 발표된 직후에, 좀 더 포괄적으로 규제를 풀기 위해 공인인증서 규제 TFT가 만들어졌고 TFT를 통해 금융위, 인터넷진흥원 등과 지속적인 회의를 거쳐 합의안을 도출하였습니다. TFT 활동의 성과로서 얼마 전에 PC와 스마트폰, 그 외 디바이스에서 공인인증서 이외의 방식으로도 결제가 가능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습니다(관련 기사 참고).

물론 가이드라인이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타협의 산물이니까요. 그리고 후속 조치로 공인인증서 이외의 결제 방식에 대한 기술적인 평가 작업이 필요해서 아직 규제개선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인데요. 조만간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규제가 풀렸다고 해도, 금융위가 적극적으로 해당 내용을 추진해야 하고 또한 금융기관들도 몸을 사리지 않고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야 하므로 시간은 걸릴 겁니다. 저는 공무원도 아니고, 금융기관 종사자도 아니니,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인 거 같습니다. 사용자 편의성과 안전성 간의 밸런스를 맞춘 방식들이 도입되어 스마트폰을 비롯한 새로운 플랫폼에서의 상거래가 활성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여기까지는 배경을 전한 것이고요. 사실, 제가 그리 많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포상을 받게 되어 좀 민망합니다. 누군가 포상을 받아야 하는데 제가 한 일이 타이밍이 맞았던 거 같습니다.

제가 받은 국무총리표창은 하단과 같습니다. 현재 제가 연구소 외에 벤처기업인 레몬컨설팅, 온오프믹스의 이사도 맡고 있는데, 포상 추천이 연구소 만들기 전에 있었던 관계로 레몬컨설팅 이사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4년 전 삼성전자 재직 시절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적이 있는데(한명숙 총리 시절), 이상하게도 국무총리상과 인연이 있나 봅니다. 그런데 당시에도 그랬는데 오늘 역시 상을 받아도 마음이 복잡하네요(당시와는 또 다른 이유로).

공교롭게도 오늘이 정운찬 총리가 사퇴의사를 밝힌 날이죠. 포상 행사는 사전에 계획된 것이라서, 사퇴 기자회견 직후에 포상 행사를 진행 했습니다. 사표 수리 전까지는 공무를 수행하신다는데, 사퇴 의사를 밝힌 후 첫 공식 행사였습니다.

포상자는 총 9분이었는데 다들 공무원, 군인, 협회분들이었고 일반 기업인은 저 혼자였던 거 같습니다. 포상 행사 후에 국무총리실에서 정운찬 총리와 환담 시간을 가졌고요. 대기업, 중소기업의 상생 관련된 얘기들이 주로 오갔습니다.

요즘 시국이 복잡하고, 국무총리실도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상황인지라, 지금 같은 시기에 상을 받게 된 게 기쁘지만은 않습니다. 솔직한 심정입니다.

사실 지난 4월에는, 아버지께서 4.19 혁명 50주년을 맞아 건국포장을 받으신 바 있습니다(관련 기사 참고).

아버지는 경북대 법대에 재학하던 당시, 대구에서 4.19 혁명을 주도하다 옥살이도 하고 그러셨는데, 4.19 혁명 50주년을 맞이하여 국가유공자가 되셨죠. 국가유공자에 대한 혜택이 참 많더군요. 사업 실패로 오랫동안 고생만 하시다 말년에 좋은 선물을 받으신 것이지만, 맘껏 기뻐하기에는 시국이 복잡해서 조용히 있었습니다.


사실 제가 고3때 아버지 사업이 실패해서 가족들 모두 많이 힘들게 지냈습니다. 저는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계속 혼자 살아왔고(잠시 형제들과 함께 산 정도), 아버지와의 관계가 오랫동안 소원했는데 수년 전에 복원해서 지금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단점들을 참 싫어했는데, 아.. 사회생활 하는 제 자신의 모습을 보니 아버지를 참 많이 닮았더군요(그 DNA가 그 DNA). 그래서 어느 순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제가 싫어하던 그 모습들을 말에요.

이 자리를 빌어, 늦었지만 공개적으로 아버지께 축하 드리고 싶네요(제 블로그를 구독하고 계시거든요).

아버지 얘기를 하다 보니, 할아버지 생각이 나네요. 독립운동 하시다 소련(사할린)으로 징용 가셔서 끝끝내 돌아오지 못하셨죠. 그곳에서 국어를 가르치며 문법책인 <조선문전>을 만드셨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2년 전 한글날에 대통령표창을 받으신 바 있습니다(할아버지에 대한 글).

친척들은 제가 할아버지를 닮았다고 하는데 저는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사진밖에는 본 적이 없습니다. 아버지도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죠. 그렇지만 할아버지의 반골 정신이, 아버지께 그리고 제게 이어지고 있는 건 확실한 거 같습니다. (이건 여담인데 얼마전 번역한 책 "슬랙"이 일부 대기업의 인사팀에서 금서가 되었다는 소식도..)

오늘은 새삼 그걸 확인한 날이었습니다. 포상을 받았어도 별로 기쁘지 않았거든요. 아마도 그건 현 시국이 복잡해서 그런 것도 있을 테지만, 무엇보다도 제가 4대강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이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전 자연은 있는 그대로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현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을 반대하는 사람이 현 정부에서 포상을 받는 게 얼마나 기쁘겠습니까?(비록 IT 규제개혁 공로로 받았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이런 복잡한 마음이 들지 않은 사회가 좋은 사회인 거 같습니다. 그런 사회를 위해서, 앞으로도 제가 하고 싶은 일 마음대로 하면서, 벤처들도 도우며, 이 상태로 계속 자유롭게 살아갈 예정입니다. 큰 일은 못하더라도, 최소한 누구 눈치도 안보고 억압받지 않고서 살 겁니다.

끝으로 포상과 관련하여 복잡한 제 감상과는 별개로, 규제개혁 일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기업호민관실의 이민화 호민관님, TFT 활동에 많은 지원을 해주신 규제총괄정책관 김효명 국장님, 기업호민관실 초기부터 여러모로 친절하게 도와주신 윤세명 사무관님, 그리고 TFT에서 고생하신 고려대 김기창 교수님, KISA 강필용 팀장님, 경북대 배대헌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PS: 지금 밖에는 비가 오네요. 지금 분위기에 맞는 Bee Gees의 And The Sun Will Shine을 전하며..

2010년 7월 13일

매킨토시의 탄생 비화, “미래를 만든 Geeks”

이런 책이 국내에서 출간되다니 깜놀했습니다. 책의 주제는 “매킨토시 탄생 스토리”입니다. 아예 책의 제목을 그렇게 붙였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책의 내용은 맥 프로젝트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세세하게 어떤 일들이 있었고, 맥 출시 후의 이야기까지를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거의 야사 수준의 에피소드들도 많이 나옵니다.

이 책의 추천사에서 스티브 워즈니악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경험은 부족했으나 위대한 일을 하려고 했던 이 젊은이들이 오늘날 일상에서 쓰이는 핵심 기술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회상하는 것은 가슴 떨리는 일이다. 그들이 쓴 글과 그림을 보며, 혁신의 규칙이 돈이 아니라 내면의 보상에 의해 이끌어지던 매우 좋았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 책을 보면, 최상의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만들어지는 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비록 맥 프로젝트에 대해서만 나오지만 아이폰 프로젝트 또한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았을 거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잡스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 같은 거 같습니다. 슈퍼 영리해진 게 다를 뿐.

맥 팀원들 (출처- http://www.folklore.org)

이 책은 특히 개발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만일 8비트 PC 시절부터 프로그래밍을 했던 사람이라면 아주 딱 맞습니다. 정겨운 애플II 얘기도 많이 나오고요.

이 책은 최상의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프로젝트 매니저와 경영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만 기술적인 내용이 상당하기에 용어와 스토리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으니 필히 감안하세요.

이 책에는 스티브 잡스에 대한 내용이 아주 많습니다. 그의 독특한(?) 성격을 아주 적나라하게 묘사한 부분들이 많죠. 스티브 워즈니악도 등장하고, 빌 게이츠와 관련된 에피소드도 나옵니다.

몇 가지 흥미로운 부분과 함께 제 의견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981년 2월, 맥 프로젝트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버드 트리블이 잡스의 재능을 정의했다. 현실 왜곡장(reality distortion field, 스타트렉에서 나온 용어). “잡스가 있는 자리에서는 현실이 이리저리 변해. 사실상 누구에게나 거의 무엇이든 납득시킬 수 있어. 잡스가 주위에 없으면 왜곡장이 차츰 사라지지.

또한 잡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면 보통 시시하다고 대꾸해 놓고는 그 아이디어가 정말 마음에 들면 정확히 1주일 후에 돌아와 그 아이디어를 자신이 생각해낸 것처럼 이야기해.”

이 대목만 보면 잡스가 부하직원의 공과를 가로채는 사람인 것처럼 보이지만(아이디어라는 측면에서는 물론 그렇겠지만), 잡스는 그걸 자신의 것으로 만든 후에 발전시킵니다.

그리고 팀원들의 공로를 인정하는 데에도 무척이나 관심이 많아서, 맥 케이스의 안쪽에 팀원들의 이름을 새겨 제품을 양산하기도 했으며(잡스는 팀원들이 예술가이며 예술가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맥 출시 직후 사전 예고 없이 팀원들에게 무상으로 맥을 증정하기도 했습니다. 제품 발표회에서 팀원들을 소개시키는 것 또한 잡스는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맥 케이스 안쪽에 새긴 맥 팀원들의 서명 (출처- http://www.folklore.org)

거의 30년 전의 일입니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런 식으로 직원들의 공로를 인정하는 경영자를 만나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물론 그 당시에도 잡스는 독재자였고 애플에서 가장 성격이 나쁜 사람으로 공인 받고 있었지만, 팀은 놀라울 정도로 수평적으로 운영되었고 잡스 자신이 틀렸을 시에는 순순히 잘못을 시인했고 최상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어떤 대가도 감수했다고 합니다. 그런 잡스이기에 변덕이 심하고 괴팍해도 팀원들 대부분이 잡스를 인정하고 따랐던 것이죠.

맥 팀의 디자이너 수잔 케어가 그린, 잡스 아이콘 (출처- http://www.folklore.org)

저는 최상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 문화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리더가 확고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카리스마를 발휘하면서도, 개개인이 최상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조성한 것이 현재의 애플을 만든 힘이 아닐까요?

얼마전 잡스는 애플이 가장 오래된 벤처이며 여전히 벤처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타기업으로서는 어떻게 흉내를 내기도 힘든 그런 조직 문화입니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속단하지 마시길.

책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일화도 나옵니다. 애플II에 탑재된 애플 소프트 베이직은 바로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것이었습니다. 마이크로스프트는 애플의 잘나가는 써드파티 회사였고, 그로 인해 맥 출시 전부터 맥용 오피스 개발에 많은 지원을 받기도 했죠.

맥을 개발할 당시 애플의 캐시카우는 애플II였는데, 당시 애플은 마이크소프트와 애플 소프트 베이직의 라이선스를 갱신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즈음 맥 팀원인 돈 덴먼이 맥 베이직를 개발했는데 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베이직보다 훨씬 뛰어났다고 합니다. 이때 빌 게이츠의 비즈니스 감각이 빛을 발합니다.

1985년 6월, 빌 게이츠는 애플을 재정적으로 압박했고 그 점을 철저히 이용했는데 그의 무자비한 사업 수완을 잘 보여준 사례다. 빌 게이츠는 돈이 개발한 베이직이 마이크로소프트 베이직보다 앞서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애플 소프트 베이직 계약을 갱신하는데 동의하는 조건으로 애플이 맥 베이직을 포기하기를 요구했다. 그런 다음 게이츠는 맥 베이직을 애플로부터 1달러라는 가격으로 사서 묻어버렸다.

그는 또 애플 소프트 베이직(맥이 애플II를 대체함에 따라 1~2년 안에 쓸모 없어질 터였다) 계약 갱신을 이용해 매킨토시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대한 영구적인 라이선스를 얻어냈다. 이 계약은 1985년 11월 존 스컬리가 추진했는데 애플 역사에서 단일한 건으로 최악의 거래였을 것이다.

애플이 마이크로소프트와의 GUI 소송에서 패소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위의 계약 때문이었습니다. 법원은 애플이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부주의하게 영구적인 라이선스를 준 것으로 판결한 것이죠.

색다른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책의 저자는 1982년 7월 앨런 케이(객체 지향 프로그래밍과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의 선구자)의 세미나를 듣게 되는데, 그때 메모한 내용이 스캔되어 책에 그대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웹에도 텍스트로 소개되어 있으니 한번 보십시오.

Alan Kay's talk at Creative Think seminar, July 20, 1982

사람들이 SNS에서 자신의 아이덴터티를 리얼 아이덴터티가 아니라 환타지 아이텐터티로 가져가는 경향, 그리고 웹 2.0적인 공유의 개념을 이미 30년전에 언급하고 있습니다. 와우, 역시 대단한 앨런 케이입니다.

그리고 앨런 케이는 다음의 명언도 남겼죠.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맥 팀은 엄청난 고생을 하고 결국 맥이 출시됩니다. 맥의 초기 광고를 한번 보시죠. 그 이후의 성과는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맥을 처음으로 소개하는 자리에서의 인상적인 데모를 위해 맥 팀은 여러 준비를 하는데 그 내용 또한 책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저도 비슷한 생각으로 데모를 준비한 적이 여러 번 있기에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1984년 1월, 잡스는 드디어 대중 앞에서 매킨토시 첫 데모를 합니다. 바로 하단의 동영상이 그것입니다. 예전에도 몇 번 보았는데요. 잡스가 왜 가방에서 맥을 꺼내는지, 왜 포켓에서 3.5인치 디스켓을 꺼내는지, 그리고 데모 애플리케이션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고서 보니까 훨씬 감동적이더군요.

여러분도 한번 보시죠. 그리고 책을 읽은 다음에 다시 한번 보십시오. 프로젝트 스토리를 이해한 후에, 정말 행복해하는 잡스의 미소를 음미해 보세요.



이 책에는 정말 좋은 내용들이 많아서 8비트 키드인 저로서는 소름 돋으며 읽은 부분들도 있습니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제품의 개발을 꿈꾸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1983년 12월, 잡스와 전체 맥 팀원들 (출처- http://www.folklor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