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기사: [조선일보] 현대카드에 '학생주임'이 뜬 까닭은?
어떻게 하다 보니까 방금 쓴 글과 관련이 있는 글이 되어 버렸네요.
현대카드는 금융회사라서 프로다운 복장이 중요하다며 엄격한 복장규정을 적용한다고 합니다. 기사를 보면, 규정이 꽤나 엄격한데 헤어에 대한 규정은 없는지 궁금하네요. 해당 정책으로 보아서는 머리에 물을 들이거나 튀는 헤어스타일 등도 당연히 안될 거 같은데요.
엄격한 복장규정을 정한 것 자체도 별로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습니다만(경직된 복장이 경직된 사고를 만들어내죠. 굳이 하려면, 고객 상대 직원한테만 적용하면 되지 않을까요?), 엄격한 복장규정 자체보다는 그것을 적용하는 방식에 대해 얘기하고 싶습니다.
직원들을 믿고서 자율규제를 하면 되지, 총무팀원이 복장불량자를 단속하여 벌금 스티커를 발부해야 하나요? 이런 것은 결국 직원들을 못 믿겠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요?
생각해봅시다. 직원들이 정말 프로라면 프로답게 당연히 회사 규정을 알아서 잘 지킬 것이고, 만일 직원들이 프로가 아니라면 감시와 벌금으로 억지로 유지될 뿐이겠죠.
결국 직원들을 믿는다면 자율규제로 충분하다는 뜻입니다 본부장이나 팀장, 총무팀원들이 감시하며 벌금 스티커 발부할 필요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성악설에 근거한 경영의 문제는 한번 맛을 들이면 점점 더 심해진다는 것입니다. 제가 삼성전자 다닐 때 복장검사는 물론이고 책상(속) 물품검사까지 하던 일이 생각나네요. 임원이 사무실을 돌면서 책상 열어보라고 하고 일일히 지적하며 검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의 관리는 한번 도입되기 시작하면 점점 더 심해집니다. 왜냐하면 하는 일 없이 앉아서, 이런 관리기법만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식의 관리를 받는 사람의 마음은 과연 어떠할까요? “회사의 규정이니까”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지만, 인간이 아닌 그저 머릿수로 취급된다는 느낌이 마음 속 깊이 퍼지고 결국 직원을 믿어주지 않는 회사, 자율을 주지 않는 회사에 대해 로열티를 갖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대개 능력이 뛰어난 직원일수록, 창의적인 직원일수록 더 그렇죠.
회사가 직원을 믿지 않는데, 직원이 어떻게 회사를 믿나요?
성악설에 근거한 경영, 직원들을 믿지 못하겠다는 식의 경영은 능력 있는 직원을 이직시키는 탁월한 기술입니다.
하여튼, 카드업계에서 참신하고 튀는 감각으로 돌풍을 몰고 온 현대카드가 이런 식의 올드한 직원관리 정책을 적용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꽤나 아이러니하네요. 이제 이런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생긴 것일까요?
여러분은 이런 식의 직원관리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댓글 10개:
자율을 주어도 가끔 견제를 느낍니다.
그런데 행동을 규제하는 구체적인 지침이 있다면 숨막혀서 못살 것 같아요.
예전에 있던 회사에서 높은 분이 '청렴결백'을 강조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제일 비리가 많았습니다.
자신이 비리가 많기 때문에
직원들도 못믿었던구나 하는 생각을 나중에 했습니다.
"당신부터 잘하세요!!"
이말 정말 하고 싶은 회사들이 있습니다. 부디 깨우치시길..^^
현대그룹이 원래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삼성보다야 덜하겠지만 직원들 하나하나한테 쓸 데 없이 간섭하는...
경영환경이 안좋을 수록 이런 식으로 직원들 다잡는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ㅋㅋ 저도 삼성녹을 먹으며 살고 있습니다. 임원이 돌아다니며 서랍검사를 한다라 ;; 상상이 안갑니다. TN쪽에 근무하셨을래나;; 다른 곳은 요새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답니다~ DM연구소쪽부터 시작해서 요새는 출근시간제도도 없애버리고 전사업장 확대를 준비하고 있답니다.
평소에도 자주 놀러오는데요, 마땅히 댓글을 남기기가 뭣하다가 오늘에서야 반가운 마음에 (참.. 연이 뭔지 ㅎㅎ) 글 남기고 갑니다. 땡유 ^^
'도둑의 딜레마'가 생각니네요.
두명의 도둑 공범이 잡혀서 경찰서에 가게 되었는데, 각각 다른 방에 넣고 죄를 자백하면 5년 끝까지 부인하면 1년의 형을 선고 받게 됩니다.
그러나 다른 한명이 자백을 할 경우 끝까지 부인 한 범인은 10년형을 받게 됩니다.
이럴 경우 두 범인은 어떤 형을 받게 될까요? 10년형이 최악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제 생각의 최악는 5년형을 받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둘 다 서로를 못믿었으니까요. ^ ^
저도 적극적으로 동감합니다.
어릴적에 학교 다닐 때에도 "단속만 전문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꺼야..."라는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
그런데 한편으로는, 적극적으로 계도(?)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도 있던데요, 조직은 개개인에 맞춰서 운용하기가 힘들잖아요?
자율적이어야 하는 사람들, 계도가 필요한 사람들, 아무래도 상관없는 사람들을 알아보고 잘 묶어놓는 것이 필요한 걸까요?
현대카드에서 한 번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는데, 역시 한국 대기업은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네요
저는 축구 좋아하는데요. 글을읽다보니, 축구 이야기가 생각나는군요.
유럽의 프로축구팀에서는 프리시즈 팀훈련시 전술훈련을 주로한다고 하더군요. 선수몸만들기는 선수의 책임이니까요.
국내의 프로축구팀에서는 프리시즌 팀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몸을 만들어주고 있다더라고요. 프로선수들이 스스로 몸을 만들지 않는다면서. 음...
쓰고나니, 별 개연성이 없는 글이네요. 좋은하루되십시오~
안그래도 아는 동생이 현대에 근무하고 있는데 이것 때문에 말이 많다고 하더군요..
자신들도 부끄러워 죽겠답니다...
복잡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한국인들은 국민(초등)학교 때무터
'집단'관리를 받아온 데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쉽게 변할 수 없는 문제라고 봅니다.
흔히 자유로운 분위기에 대해서 '풀어진다'고 비판하시는 분(심지어는 관리레벨이 아닌 아닌 사원층도)들도 이러한 예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긴장이 풀어질 수도 있어서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시행착오를 겪지 않겠다고 변화 자체를 부정하는 게 더 우매하다고 생각합니다.
최류탄 안쓰니 다행이다,
물대포가 더 민주적이다는 말을
아무 생각까지 하는 나라인데...
월급주는 회사에서 뭘 못하겠냐는
생각이 듭니다.
20여년 전 부터 한석님이 언급한 그런 문화에 저항을 하다가 결국 돌아온 건 저평가(?)된 인사고과와 투쟁(?), 타부서 이동 등등... 후에 회사를 올겼는데 거기도..
지금은 소프트웨어 벤처에 왔는데... 아직 문화다움 문화가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아 평가하긴 그러나 부분적으로 관료적인 분위가가 강하기도 합니다. 영국계 다국적 기업에서도 일을 해 보았는데 영국 본사의 경우 서랍 뒤지는 것 과 같은 유치한 일은 없습니다. (아마도 프라이버시를 중요시 하는 서양 사람들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거기 CIO 역시 매우 독선적인 인물로 지원들에게 동기부여 하거나 인적자원이라 여기는 그런 면은 전혀 없고 혼자 잘난 맛에 사는 그런 인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동서양 기업을 막론하고 자기만 아는 인간은 어디에든 있는 것이고 강압적인 문화도 색깔이 다르지만 어떤 식으로도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현재 기업의 인재관에 대한 트렌드는 분명 한 것 같습니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사람이 전부다.'
깨달음을 얻은 후에도 이전의 행위가 반복이 된다고 합니다. 소위 '習'이라 하는데 견성을 한 후에 이 습을 제거하는 수련을 한다고 하더군요. 아마 기업도 무엇이 중요한지 어느 정도 나마 깨닫기는 한 것 같은데... 습이 바뀌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리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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