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20일

주당 20시간 근무, 그리고 제 생각

김창준님의 “우등생은 일찍 잔다” 포스트를 보았습니다. 프로젝트 계약직을 뽑는 내용인데 구인 홍보 겸 개발 환경에 대한 철학을 소개한 글입니다.

여담입니다만, 저는 아주 늦게 자는 야행성입니다. 그리고 우등생 아니었습니다. ^^ 저희 누나는 아주 늦게 자는 야행성인데 우등생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잠자는 시간과 우등생은 별 상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주당 20시간 근무”는 상당히 래디컬하고, 현재 그리고 당분간 보통의 조직에서는 받아들여질 수 없는 개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실험이 지속되어 그 생산적 결과를 증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창준님의 과거 포스트를 보면 하단과 같은 부분이 있습니다.

이 여유 시간 동안 개선과 발전을 하게 되면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 조직과 점점 차이가 커지게 됩니다. 왜냐하면 지식과 능력은 복리로 이자가 붙기 때문입니다.

(출처: “주당20시간 근무하는 회사” 중에서)

업무, 자기계발, 취미 활동의 적절한 조화가 차별화된 에너지를 발산한다는 사실을 제 자신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통해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위의 내용에 120% 동감을 표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인적자원 유형에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하므로 좀 부연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근무 환경과 관련해서, 저는 해당 환경에 적합한 인적자원의 선발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존경하는 이나모리 가즈오(일본 교세라그룹의 명예회장)이 한 말을 참고해서 정리해보면, 인적자원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첫째, 언제 어디에서나 스스로 활활 타오를 수 있는 사람
둘째, 혼자서는 발화할 수 없으나 주변에 누군가가 활활 타고 있다면 자신도 함께 타오를 수 있는 사람
셋째, 혼자서 발화할 수 없고 또한 주변에 활활 타는 사람이 있어도 함께 타오르지 않는 사람


이것은 인간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포함하고 있기는 하나, 제가 여러 조직 생활을 한 경험에 따르면 셋째 유형의 사람은 명백히 존재합니다.

그러므로 조직 관리의 방법에 있어, 첫째 유형(발화성 인간)은 소수이므로 그들을 잘 분별하여 적절하게 나뉘어진 그룹의 중심에 배치하고, 그 주변에 둘째 유형(가연성 인간)을 원형으로 배치하고, 셋째 유형(불연성 인간)은 퇴출하거나 잘 격리시켜서 첫째 유형과 둘째 유형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은 김창준님과 같이 지식, 경험, 덕을 겸비한 리더들이라면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만, 실제로 그것을 얼마나 냉철하게 적용하는가에 따라서 매니지먼트 스타일과 생산성에 차이가 큽니다.

예를 들어, 잭 웰치의 경우 실적 평가에 따라 직원들을 상위 20%, 중위 70%, 하위 10%로 구분하였으며, 상위 인력의 경우 중위 인력에 비해 2~3배의 급여를 주었고, 하위 10% 인력의 경우 일정 유예기간 후 해고를 했습니다. 신상필벌(信賞必罰)의 극단적인 예이지만, 잭 웰치는 그러한 냉철함을 통해 성공했습니다.

결론을 정리하면,

저는 “주당 20시간 근무”를 지지합니다. 그런데 그런 실험이 성공하여 그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적합한 인적자원을 잘 선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고, 낭만적이고 이상적인 관점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주당 20시간 근무” 환경에서 일할 경우 어떤 사람이든 성과를 낼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일부의 사람만 가능할까요? 만일 일부의 사람만 가능하다면 몇 %의 사람이 가능할 것이며 그 기준은 무엇일까요?

이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아마도 “주당 20시간 근무”는 실험 그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것이며 확산될 수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김창준님은 어떻게든 성공하실 것으로 믿습니다. ^^ 또한 그래야 추후 적합한 인적자원 유형에 대해 코멘트를 들을 수 있겠지요.

저는 주당 20시간 근무든 기타 다른 형태의 창의적인 환경이든, 발화성 인간들의 생산성 극대화를 위해 새로운 형태의 근무 환경이 필히 성과를 증명하고 기존의 구조에 임팩트를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11개:

익명 :

좋은 내용의 포스트입니다.
교세라 회장은 참 현명한 사람같군요.

리더가 흔히 착각하는 것은 모든 사람이 동질하다라는 생각인 것같습니다.
따라서 그 사람의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은 다른 사람만큼 노력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고, 출근시간을 30분 앞당기고 월화수목금금금을 하면 성과를 낼 수 있다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영자들이 많죠.

제 주변의 그런 분들이 너무 많아서 제가 조금 피곤하기는 합니다. ^-^

익명 :

하루에 4시간만 일한다? 신기하고 부럽습니다.

^^그리구 잠은 우등생과 관련이 없는 듯해요. 전 우등생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는데요. 언제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납니다. 그저 습관일뿐이죠.
예전에 아침형인간이 유행한 적 있자나요.그때 전 별게 다 유행이다 싶었어요 ㅎㅎ

June :

안녕하세요. 설은 잘 지내셨습니까?

제가 쓴 글에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당 20시간은 사회적 실험입니다. 주당 20시간은 현 사회적 구조에 대한 도전입니다. 나의 삶의 형태가 바뀌고 가족의 생활 패턴이 바뀌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바뀌기 때문입니다.

이런 변화를 시기하거나 혹은 낙심시키려는 힘도 있습니다. 정상과학 같은 거죠.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아", "쯧쯧, 잘 되나 한번 보자" 주당 20시간으로 주위에서 격려 받는다는 것은 대단히 드문일입니다.

그런 와중에 류한석님 같이 많은 연륜과 공력을 가진 분께서 격려를 해주시니 기쁩니다.

그리고 저 같은 사람은 잭 웰치보다는 리카르드 셈러(Ricardo Semler)를 모델로 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익명 :

뛰어난 분들의 이러한 실험은 나름 임팩트가 크지만 상대적 박탈감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나름의 이유와 능력에 의해서 살아가는 것이겠지만 이러한 내용들이 미화되어서도 안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 뛰어난 두뇌를 가진 과학자들조차 밤낮없이 연구를 하곤 하니까요. 그들에게 하루 4시간이라는 근무시간이 의미가 있을까요? 이러한 실험과 삶도 가능하다는 점과 관련지어서 생각해볼 것들은 분명 있을 것 같습니다. 스스로에 대해서 얼마나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가에 하는 점에서 말이죠. 김창준님의 블로그를 자주 들리는 편인데 늘 유니크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류한석님 역시 못지 않으신 분이구요. ^^

바비(Bobby) :

To 익명님/ 네, 차라리 사람의 유형을 구분하는 것이 덜 냉혹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을 균등하게 대한 나머지 인간의 부품화가 일어나는 것이죠.

To 아침님/ 저도 절대 아침형 인간이 아닙니다. ^^

바비(Bobby) :

To june kim님/ 네, 중요한 실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창준님의 "한계격파의 정신"을 깊이 지지하고 있겠습니다. ^^

To 우승님/ 호홋, 왠일로 덧글을 남겨주셨네요.

유니크하다는 것이 장점이자 때로는 단점이죠. 하시는 일에 항상 건투를 기원하겠습니다.

To spponge님/ 좋은 의견을 주셨네요.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것과 실행은 또 별개의 문제이죠.

피드백 감사합니다~

익명 :

이런 실험은 꼭 성공해서 그 성과와 효용에 업계에 널리 펴졌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4시간 근무후에 퇴근하여 좀더 생산성있는곳에 남은 시간을 사용하면 좋겠지만, 그런 여건이 되지 못하는 경우 자체적으로 하루 8시간의 근무시간중 4시간만 업무를 하고, 나머지는 적절하게 독서도 하고, 창의적인 고민도 하고 (물론 블로깅도 하고 ㅎㅎ) 하면서 보내면 괜찮은것 같습니다. 요즘 그렇게 하고 있는데, 8시간동안 느슨하게 일하는것 못지않은것 같습니다. 사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창의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르고, 내가 더 일을 잘하게 된다는걸 느낍니다.

물론..
중간에 회의가 없어야 한다는 한계는 있습니다. ^^;;

POETRY :

한가지 인간 부류가 빠졌습니다.
발화하려는 인간도 꺼트릴려고 하는 인간??^^

바비(Bobby) :

To 다롱디리님/ 그렇죠, 참여자들에게 지적 자극을 주는 그런 생산적인 회의가 아니라면 회의는 무의미합니다.

4시간 근무가 모든 사람에게 해당될 수는 없더라도, 어떤 직종, 어떤 사람에게는 적합할 수 있다는 데이터가 나왔으면 좋겠군요.

To poetry님/ 셋째 유형에 포함되는 인간이겠지만, 굳이 세분화하여 구분한다면..

그리 생산적이지 못하지만 방해는 하지 않는 사람, 생산적이지 못하면서 방해까지 하는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겠죠. ^^

김홍석 :

교세라 회장의 인간분류는 유용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위험해 보이기도 합니다.

분명 세상 사람은 모두 똑같다며 교환가능한 부품으로 보는 공장 경영학(?)보다는 한단계 더 나아간 생각입니다. 하지만, 한 사람도 처해있는 환경에 따라 다른 분류에 속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어회화 시간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초급반의 경우 한국학생들은 대체로 shy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말을 잘 안합니다. 이때 엉터리라도 먼저 말하는 학생이 있으면 모두들 웃으면서 슬슬 말하게 됩니다. 분위기가 좋아지는 거죠..저도 shy한 편이라 대체로 분위기 따라가는 가연성 인간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함께 공부하는 학생에 따라 경향이 바뀝니다. 좀 노는(?) 어린 학생들이 많은 반에서는 수업 분위기가 좋아도 별로 말하고 싶지 않더군요.. 제가 그들과 어울리기 어려워서 그럴겁니다.

반면에 어려도 모범생 타입이 많은 반에서는 답답해져서 제가 먼저 엉터리로 말문을 틔우곤 합니다.

사실 이것도 매우 단순화시킨 것이고 제가 느끼는 것은 더 많은 변수들이 사람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제 덧글에 어떤 덧글이 달릴 지 예상됩니다만 글이 길어져 일단 여기서 줄입니다.

바비(Bobby) :

To hungsuk님/ "재미, 즐거움"이라는 변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조직은 많지 않죠.

만일 일을 재미있게 할 수 있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동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위험한 분류라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어쨌든, 실제 매니지먼트 시에는 스스로 어떤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여러 기준 중의 하나로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요?

추가로 재미와 즐거움도 고려하는 것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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