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10일

어느 여기자의 죽음에 백만 송이 장미를 바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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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읽어보세요. 머리에 총을 맞았고 청부살해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니, 마치 영화와 같은 일이 일어났군요.

아,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목숨마저 바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지요. 숙연한 마음으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군요.

폴리트코프스카야는 “의사가 환자한테 건강을 주고 가수가 노래하는 것처럼, 언론인의 임무는 본대로 현실을 쓰는 것”이라며 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제 자신의 직업 정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말입니다.

기사의 사진은 아마도 고인을 추모하는 사람들이 장미꽃을 헌사 하는 것 같습니다.

슬픔의 빨간 장미꽃을 보자니, 러시아의 유명한 노래 "밀리온 알르이흐 로스"가 생각이 났습니다. 심수봉씨가 번안하여 부르기도 했지만 번안곡은 원곡의 훌륭한 가사를 멋대로 바꾸어 버려서 전 좋아하지 않습니다.

원곡의 가사는 다음과 같죠.

한 화가가 살고 있었네, 그에겐 집과 캔버스가 전부였다네.
화가는 꽃을 좋아하는 어느 여배우를 사랑했다네.
그래서 그는 집과 그림들을 팔았고 그 돈으로 바다만큼 많은 꽃을 샀다네.

백만 송이, 백만 송이, 백만 송이 붉은 장미를
창가에서, 창가에서, 창가에서 그대는 보고 있는지,
사랑에 빠진, 사랑에 빠진, 진정으로 사랑에 빠진 한 사람이
그대를 위하여 자신의 삶을 꽃과 바꾸어 버렸다네.
백만 송이, 백만 송이, 백만 송이 붉은 장미를
창가에서, 창가에서, 창가에서 그대는 보고 있는지
사랑에 빠진, 사랑에 빠진, 진정으로 사랑에 빠진 한 사람이
그대를 위하여 자신의 삶을 꽃과 바꾸어 버렸다네.

아침에 일어나 창가에 서면, 그대는 아마도 정신이 혼미해지겠지.
꿈의 연속인 듯 광장은 꽃으로 가득 찼다네.
어떤 부자가 이토록 놀라게 하는가?
그러나 창문 아래엔 가난한 화가가 숨죽이며 서있다네.

너무도 짧은 만남이었고, 그녀를 태운 기차는 밤을 향해 떠나버렸네.
하지만 그녀의 삶엔 열정적인 장미의 노래가 있었다네.
화가는 외로운 삶을 살았고 수많은 어려움을 견뎌냈네.
하지만 그의 삶엔 꽃으로 가득한 광장이 있었다네.

가난한 화가가 자신의 모든 재산을 팔아서 남몰래 짝사랑하는 여배우를 위해 백만 송이 장미를 선물하였고, 그녀는 떠나갔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마음 속에는 언제까지나 영원히 백만 송이의 장미가 남아 있겠죠.

* * *

고인의 기사를 보면서 잠시 눈물을 흘렸습니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빌며, 고인을 위해 제가 선정한 추모의 노래 "밀리온 알르이흐 로스"를 바칩니다.

댓글 1개:

익명 :

소명으로 살아온 그녀에게 저도 헌화를 하고 싶어지네요.

위협받는 상황에서 '본대로 현실을 쓰는 것'이 얼마나 많은 용기와 신념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을지 ..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네요.

이 기사를 쓰신 이본영기자님도 사사로운 현실과 타협을 하지 않으시는 분이라 개인적으로 참 좋아합니다. (일로 몇 번 뵌 적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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