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4일

S/W 업계에서 인정받는 법

이것은 바로 직전에 쓴 제 글에 대한 부연 설명입니다.

일부 분들은 제 글을 읽고 IT 업계를 빨리 떠나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으신데, 그것이 해석의 전부여서는 안됩니다. 보다 스마트한 해석을 위해 적어보면,

이 업계에 그다지 애정이 없고 한계 격파의 의지와 실천에 자신이 없으신 분들은 빨리 떠나는 것이 좋습니다. 이 업계에 애정이 있고 한계 격파의 의지가 있고 실천할 의향이 있으신 분들은 남으십시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현실1. 업계는 고급인력이 몹시 필요합니다. 실제로 최근 저한테 아키텍트, 고급 개발자, 컨설턴트 등의 인재 추천을 요청해 온 경우만 해도 꽤 많습니다. 다들 좋은 회사이고 대우도 상당합니다. 아키텍트라면 연봉 1억 이상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현실2. 하지만 소개할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현실3. 왜냐하면 이전 글에서 밝혔다시피,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한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고급 인력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고, 또한 개개인들도 그다지 경력 관리를 잘 해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현 상황의 모순은, “업계는 고급 인력이 필요하고 (소수이지만) 상당한 대우를 해줄 수도 있는데, 그런 대우를 해줄 의지가 있는 회사들이 인정할만한 인적자원이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말은 “그런 대우를 해줄 의지가 있는 회사들이 인정할만한 인재”라는 것입니다. 저나 여러분의 개념이 아니라, 대우를 해주려는 회사의 개념이 기준인 것입니다.

다음은 그 기준을 명백히 충족시키기 위한 가이드라인입니다.

1. 최소 석사의 학력은 갖추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죄송합니다. 아키텍트, 컨설턴트, CIO, CTO 등의 고급 인력에 대해서는 그런 요구사항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2. 다양한 (기술적/산업적) 프로젝트 경험을 갖추십시오.
3. 서적 출간 등 저술 활동을 하십시오.
4. 커뮤니티 리더로 인정을 받으십시오.
5. 세미나, 컨퍼런스 등에서 종종 발표를 하십시오.
6. 영어 등 외국어 실력이 있으면 좋습니다.
7. 이상과 같이 조건들을 갖추기 위해 최소 10년 동안 경력 관리를 잘 하십시오.

이런, 아주 어려운 조건을 요구한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죄송합니다. 그것이 기준이고 현실이 그렇습니다.

인재의 기준은 “이 사람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가”에 있는 것이 아니고, “이 사람이 타인들과 얼마나 차별화되는가”에 있습니다.

열심히 열정적으로 일하는 것은 기본이니 아예 언급할 필요도 없습니다. 위의 조건들을 잘 보시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갖출 생각은 하되 행동에 잘 옮기지 못하는 것들입니다.

위의 모든 조건을 충족하면 가장 좋고, 많이 충족할수록 유리하고, 적게 충족할수록 불리합니다. 또한 어떤 조건이 아주 특출나면 다른 조건의 부족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일하는 사람들이 너무 흔하므로, 그것은 인재의 어떤 기준도 되지 못합니다.

아마도 어떤 이는 “나는 위의 조건을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회사에서 인정받고 있으며 잘 살고 있다”라고 주장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는 특정 회사에서 인정받은 사람이라고 볼 수는 있겠으나, IT 산업적 관점에서의 인재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그것을 측정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A회사에서 연봉 1억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B회사에서도 연봉 1억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제 주장을 결론적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IT 업계에서 개발자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이, 어떤 개발자에게는 비극이고 어떤 개발자에게는 성공의 실마리가 되는 것입니다.

좁은 문을 통과하면 분명히 다른 세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상위 1% 미만의 사람들만이 통과하는 문입니다.

그것을 목표로 할 것인가 아닌가는, 철저하게 자신의 인생 철학과 역량의 문제인 것입니다.

1. 좋은 선택: 전직을 하여 통닭집을 운영하거나, 공무원이 되거나, 또는 한의사가 되는 것도 본인이 행복하다면 좋은 선택일 것이고,

2. 좋은 선택: IT 업계에서 계속 일을 하여, 상위 1%를 지향함으로써 언젠가 고급 인력으로 인정받고 상당한 대우를 받는다면 그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아키텍트, CIO, CTO 등 분명히 그런 위치가 존재하니까요. (자신이 도달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런 위치가 없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합니다)

3. 나쁜 선택: 아무 것도 스스로 선택을 하지 않는 채로, 잘못된 사회 풍토에 의해 어느 순간 “선택을 당해버리는 것”입니다. 착취를 당하고, 타의에 의해 퇴출되는 것이 그것입니다.

전직인가? 좁은 문의 지향인가? 잘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예전에 썼던 글의 일부를 소개하며, 이번 글을 마무리합니다. ^^

우리는 우리 인생의 모든 분야에서 가능성을 찾아내는 훈련을 쌓아야 한다. 개인적인 비극을 침착하게 견디어 내고, 가능한 한 그 비극을 건설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실패자들이 우글거리는 이 현실에서 겨우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비법인 것이다.

댓글 7개:

익명 :

너무나 투명해 창피하면서도, 깨진 조각으로 찔려 아프기도 하고, 아련하던 목표의 모습을 보여주어 희망을 주는 글.

류한석님의 글을 읽다보면 겉모습만 아름답게 꾸민 글, 사람들의 눈을 끌려고 섹시하게 꾸민 글과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낍니다.

체험에서 우러나온 정확한 글, 깊이가 있는 글이라 더욱 좋습니다.

바비(Bobby) :

TO 김홍석님/ 석박사 학위가 없다고 해서 아키텍트, CIO, CTO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불리한 부분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즉 그것이 '트집'을 잡힐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만일 다른 부분에서 좀 더 나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면 그런 불리함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익명 :

지금 가이드라인 7개 중에서 2개 정도만 충족시키고 있군요...

아직 갈길이 머네요...

익명 :

이제 시작하는데 한숨만 나오네요 ㅜㅜ
밥 먹고 살기 힘들듯

익명 :

죄송하지만 그런 능력의 보유자가 뭐가 아쉬어서 겨우 1억에 고생하면서 한국회사에 남아있어야 하죠?

그정도면 ( 영어도 잘하네요..)
훨 좋은 조건이 기다립니다. 그 커뮤니티가 국내? 아마 영어실력 되면.. 해외 커뉴니티에서 놀텐데...

익명 :

제가 한마디 드리죠. 실력? - 적당히 있으면 됩니다. 사실 없어도 됩니다. 말빨만 되면... 이거 괜한말 아닙니다. 직접 눈으로 본것이니까요.

그보다는 액면가를 높이세요. 학력과 영어 석사 학위라면 카이스트정도 하세요. 코딩 못해도 됩니다.

결론적으로 잘라 말씀 드리면 촛점을 액면가에 맞추시고 내재가치는 적당히 딸아오는 형국의 경력맵을 그리시면 됩니다. - 그게 곧 실력 그 자체입니다.

바비(Bobby) :

To 익명님/ 즉 글로벌 인재가 되는 것이죠. 그런 관점에서 쓴 글입니다.

댓글 쓰기

댓글을 환영합니다.

스팸으로 인해 모든 댓글은 운영자의 승인 후 등록됩니다. 스팸, 욕설은 등록이 거부됩니다. 구글의 블로그 시스템은 트랙백을 지원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