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2일

S/W 개발자들을 위한 조언

[전자신문] SW업계 "쓸만한 사람 씨 말랐다"

하루이틀된 이야기도 아니고, 파격적인 해결책이 있는 일도 아닙니다. 전자신문 기사 치고는 댓글들도 많이 달린 편이네요. 일부를 발췌해보면,

- 언제부터 인간대접 해준적이 있다고 이난리법석이지.. by 내 이럴줄 알았지

- No money, No Quality... by 맞아맞아

- 실제로는 10년차도 연볼 3천이라는 사실... 결론?정말 결론을 알고 싶나? 3D직종임.. 절대 추천하지 않음... by 10년차 프로그래머

- 많아야 월 150에 세금 빼고, 맨날 욕먹고 밤샘에 야근수당 못받고, 언제 잘릴지 모르는데 당신같으면 하겠소... by 당신이나 하슈

- 지금도 4년제졸에 다른거 없어 1달110만원씩 1300만원대에 일하는곳도 많습니다.ㅜ.ㅜ... by 황당 -> 아마도 다른 직종 또는 구직자들에 비해서는 낫다는 뜻인 듯.

- 야근 매일하면서 수당도 없고 몸만 축나고 자기 개발 시간도 주지 않는데 어떻게 고급인력이 되기를 바라는지 궁금하다... by 올바른 대우해주면 안갈사람없다

- 한 몇년전에 정통부와 노동부가 앞장서 풀빵찍듯이 S/W개발자를 양산해 몸값을 떨어뜨리더니 ㅉㅉㅉ 자승자박이로 구만... by 한심하다

다음은 올해 3월의 기사인데 참고로 링크합니다.

[디지털타임스] ‘초급’은 넘치고 ‘고급인력’은 달리고...

* * *

제가 예전에 칼럼에도 썼고 가끔 하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변호사나 의사는 그 직업 한 10년 하면 완전히 선수되는데, S/W 개발자는 퇴물 된다."

안타까운 말이지만, 국내 S/W 직종의 현실을 단순화한 말입니다. 부연하자면,

확실한 사실 첫 번째는, 현재의 국내 S/W 업계 환경에서는 아무리 업계 경력을 쌓는다고 하여도 ‘자연스럽게’ 아키텍트, IT 컨설턴트 등의 고급 인력으로 성장하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대개의 경우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을 모두 소비하고 정신적/신체적으로 망가집니다. 그것은 개개인의 탓이라기 보다는 현재의 S/W 업계 풍토가 그렇습니다. 많은 종사자들이 그것을 주변에서 보며,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몇 년 내에 우리 업계에 아키텍트, IT 컨설턴트 등의 고급 인력이 훨씬 더 필요해지는 시기가 오기는 할 것입니다.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계속하여 업계의 인적자원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입니다.)

확실한 사실 두 번째는, 현재의 정부 또는 업계 스스로, 일개 기업이 이것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저급여 고위험의 상황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는데, 그것을 정부가 어떻게 할 수 없고 일개 회사가 책임질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외국처럼 연봉 100만 불의 S/W 아키텍트가 출현하고 50세가 되어서도 현업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우리 눈으로 직접 목격하기 전까지는, 어떤 노력도 거의 도움이 안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후배 개발자들을 위해 조언이랍시고 적어보면,

스스로 판단하여,

1. 일찍이 전직(직업을 바꿈)을 하든가,

2. 아니면 독하게 마음을 먹고 글로벌 기업에 갈 수 있을 정도로 경쟁력을 갖추든가,

3. 만일 위의 둘 중에 아무 것도 선택하지 않고 그저 살아갈 뿐이라면, S/W 업계 풍토라는 쓰나미에 휩쓸려 40세 이후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입니다.


(추가: 나름의 노력으로 40세 이후에도 버티고 계신 분들이 극소수 있음. 언제나 예외는 있으므로)

현재의 상황에서는, 몸 담고 있는 회사나 업계 탓을 해봐야 달라지는 것은 없고 성격 나빠지고 정신만 더 망가질 뿐입니다. (그래서 많은 개발자들이 social skill까지 떨어집니다)

냉정하게도 이렇게 밖에 말씀 드리지 못함이 죄송합니다. 저 또한 S/W에 대한 애정을 갖고서 2번 유형으로 버티고 있을 뿐입니다.

좋은 시절이 오기 전까지 위의 조언은 계속 유효합니다.

언젠가 좋은 시절이 오면, 버전 2.0의 글을 작성하겠습니다.

댓글 5개:

익명 :

저도 2번으로 가고자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만, 참 어렵네요. 목표는 32세까지 글로벌 기업에 몸을 담그는 것입니다. 혹은 35세까지 글로벌 기업을 세우던가.

익명 :

저 기사 보시고 바로 관련 글 올리실 줄 알았는데 관련 글이 안 올라오길래 저 기사 안 보신 줄 알았는데 결국은 저 기사 보셨네요...

저는 1번과 2번에서 고민중인데 필자님의 글을 보니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네요...

익명 :

저는 1번을 택했다가, 2번으로 다시갈까 고민중입니다 ;;;;

어떤 업계든지 자연스럽게 고급인력으로 키워주는 곳은 찾기 힘든거 같습니다. 레벨업 하려면 알아서 그 위치를 뛰어넘어야 한다는게 참 쉬운 일이 아닌거 같습니다.

변호사, 의사도 10년후에 과연 '무엇의' 선수가 되는지는 미지수입니다. 전문지식과 경험도 쌓이겠지만, 그보다는 '영업'의 선수가 되는게 아닐까요?

어떻게 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비(Bobby) :

TO 이으뜸님/ 물론 사회에서 완전히 전문직종으로 평가받는 변호사와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을 무리겠지요.

다만 참고로 살펴보면, 변호사는 '큰 실수없이' 20년차 변호사가 되면 그만큼 인정을 받고 시간당 페이도 상당합니다.

반면에 S/W 개발자는 '20년차 개발자'라는 말 자체가 현재의 국내 환경으로는 성립되지 않는 상황이지요.

제 주장의 가치 판단을 떠나서, 팩트가 그렇습니다.

익명 :

전 현재 국내 글로벌 기업에 있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수명이 너무 짧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조업체 쪽에 있어서 그런지 소프트웨어에 대한 마인드가 너무 부족한 것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제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싶지만 주변환경 때문에 불필요한 제약을 받는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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