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3일

묵은지 같은 인생 선배님들의 글, 그리고 바보의 벽

저의 직전 포스트에 달린 비난 덧글에 대한 답글에서 제가 언급한 사이트 ‘자유칼럼그룹’에 대해 소개해볼까 합니다.

저는 자유칼럼그룹의 글을 구독하고 있는데, 바쁘면 표시해 놓았다 읽어보건 합니다. 가끔은 평범한 글, 가끔은 너무 보수적인 시각이라서 제 취향이 아닌 글도 있고, 또 가끔은 오랜 삶에서 묻어나는 진솔한 글들도 만납니다.

저는 세상에 못 쓴 글, 평범한 글, 똑똑한 글, 숙성된 글 등 다양한 종류의 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감동을 주는 글은 논리적이고 똑똑한 글이 아니라 숙성된 글이죠. 정확히 말하면, 숙성된 분들만이 쓸 수 있는 글 말입니다.

제가 자유칼럼그룹의 컨셉과 필진 구성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만, 제가 봐온 글들을 보았을 때 주로 은퇴한 원로 분들, 또는 연세가 꽤 많으신 분들이 글을 쓰고 계십니다.

사실, 자유칼럼그룹의 많은 글들이 제 취향은 아닙니다. 거부감이 느껴지는 글도 있죠. 그렇지만 완전 외면하면 좋은 글도 만나기 힘드니까 구독을 해지하지 않고서 보고 있습니다. 원로의 생각과 글을 만나기 참 힘든 세상이 아닙니까?

먼저, 제가 언급했던 칼럼을 소개합니다.

김흥숙님의 글 ‘나의 어머니’입니다. 이런 구절이 있죠.

늙고 젊은 사람들을 떠나보내며 인간의 위대함을 재는 척도는 총명이나 영리함보다는 따스함과 너그러움이구나,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김이경님의 “아이가 책을 안 읽을 때 - 『바보의 벽』” 글도 한번 읽어보세요.

필자는 무작정의 독서에 대해 언급을 했습니다. ‘바보의 벽’이라..

저는 이 글을 읽고서 무릎을 딱 쳤습니다.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은 정보를 접하고 똑똑해지는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왜! 대화는커녕 상대방의 생각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일까?라는 의문에 대한 명쾌한 답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 정보가 넘치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높은 ‘바보의 벽’을 쌓게 된 것이죠.

제대로 모르고서 표피만 아는데, 그러한 자신의 지식에 안주하여 과거보다 더욱 더 타인을 배려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즉, 세상이 점점 더 삭막해지고 나빠지는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저나 이 글을 읽은 분들은 최소한 ‘바보의 벽’은 쌓지 말아요~

그래요. Nobody is perfect. 나도, 남도, 다 완벽하지 않잖아요.

2009년 8월 21일

김 전대통령님은 소울메이트를 만나셨군요

김 전대통령님의 일기 중 일부가 공개 되었습니다.

[일기 PDF]

하단은 2009년 초반의 일기 중 일부입니다.


“오늘은 나의 85회 생일이다. 돌아보면 파란만장의 일생이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투쟁한 일생이었고, 경제를 살리고 남북화해의 길을 여는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일생이었다. 내가 살아온 삶에 미흡한 점은 있으나 후회는 없다.”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역사는 앞으로 발전한다.”

“점심 먹고 아내와 같이 한강변을 드라이브했다. 요즘 아내와의 사이는 우리 결혼 이래 최상이다. 나는 아내를 사랑하고 존경한다. 아내 없이는 지금 내가 있기 어려웠지만 현재도 살기 힘들 것 같다. 둘이 건강하게 오래 살도록 매일 매일 하느님께 같이 기도한다.”

“하루 종일 아내와 같이 집에서 지냈다. 둘이 있는 것이 기쁘다.”

인간이 쓸 수 있는 가장 솔직한 글이 일기라고 생각합니다.

김 전대통령님과 이희호 여사님의 애정이 깊고 서로 존경하는 동반자적 관계인 것은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만, 일기를 보니 그 진심이 더욱 느껴지네요.

김 전대통령님, 권력이니 노벨상이니 그 모든 것을 떠나서 그런 소울메이트를 만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정말 행복하신 분입니다.

2009년 8월 14일

KAIST 영재기업인 프로그램

오늘 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의 ‘차세대 영재기업인 프로그램(가칭)’ 자문위원회가 있었습니다. 저녁때 하얏트호텔에서 모였는데, 15명 정도가 모이는 조촐한 모임이었습니다.

차세대 영재기업인 프로그램은 ‘미래는 IP(Intellectual Property: 특허, 저작권)가 중요하다’는 기치아래 초중고 학생들을 선발하여, IP의 중요성과 기업가정신 등을 교육하고 팀을 구성하여 프로젝트를 수행한다고 합니다. 내년부터 KAIST와 POSTECH이 공동으로 학생을 선발할 예정인데, 그 전에 준비를 하는 모임이었습니다. IT에 국한된 것은 아니고 산업의 전분야를 다룬다고 하는군요.

메디슨 창업자이며 KAIST 초빙교수이신 이민화님께서 자문위원장이고요. 저는 이민화님의 추천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고정식 특허청장님을 비롯하여 한빛소프트 김영만 회장님, 김앤장 백만기 변리사님, KAIST 송락경 교수님, 과학문화연구소 이인식 소장님 등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 뵐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모임은 그다지 제 스타일이 아닙니다만, 기대 이상으로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셔서 개인적으로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영재 교육도 교육입니다만, 저는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지적 자극을 주고 받고 팀을 이룰 수 있는 친구, 형, 동생들을 만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성공한 기업가들을 보면 다 인생의 파트너가 있죠. 그런 말씀 드렸고요.

제가 블로그를 통해 몇 번 소개했던 글이 있는데요. 5년전 칼럼입니다.

8비트 PC의 황금기와 사라진 영재

제게 그 시절이 없었다면, 많은 것이 달라졌을 거 같습니다. 얼마 전 20년 만에 PC클럽 시절을 함께 했던 동생을 만났습니다. 당시 8비트 애플II팀에서 저보다 한 살 어린 동생이었는데 지금은 경향신문 기자가 되어 있더군요. 착한 동생이었는데 참 반가웠습니다. (재철아, 조만간 다시 보자~)

22년전 당시 학교가 다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개성도 다 달랐지만, 우리는 매주 토요일 합정동의 잡지사 편집실에 모여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정보를 주고 받았었죠. 당시 제가 고등학생때 중학생이었던 동생들과 책을 공동집필로 출간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그들을 만났기 때문이지 아마도 혼자였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 대학 진학, 그리고 16비트PC로의 환경 변화, 잡지사의 경영상 어려움 등으로 모임은 계속 이어지지 못했고 저 같은 경우 집안 사정으로 독립을 한 후(아, 올해로 자취생활 20주년) 매년 이사를 다녔기 때문에 연락처도 계속 바뀌었죠. 그래서 어떤 동생은 15년 만에, 어떤 동생은 20년 만에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대외 활동을 하다 보니까 하나둘 연락이 오더군요.

저야 능력이 부실하고 성격이 모나고 지구력이 딸려서 이랬든 저랬든 더 잘 되기는 힘들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정말 똑똑한 동생들이 더 잘 되지 못한 것을 보면 좀 안타깝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런 동생들을 생각하며, 또한 누군지 모르지만 어딘가 존재할 똑똑한 이들을 생각하며 쓴 글이 이것입니다.

한국의 천재 프로그래머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위에서 언급한 것과 똑같은 형태는 아닙니다만, 어쨌든 새로운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차세대 영재기업인 프로그램도 그런 시도들 중 하나라고 생각되고요. 그런 시도들이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내어, 실제로 혜택을 받는 학생들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자문위원회 멤버들 중에서 제 나이가 가장 적고, 또한 인터넷을 통해 그리고 실무에 종사하는 불특정 다수로부터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사람은 제가 유일한 거 같습니다.

우리가 원하든 안원하든, 제가 참여하든 안하든, 프로그램은 진행이 됩니다. 세상의 이치가 그렇죠. 그러니 잘 되어야죠. 좋은 Input을 넣을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오. 블로그를 통해 의견도 여쭙고 그러겠습니다.

어린 학생들이 입시에서 벗어나서, 지적 자극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똑똑한 동료를 만나서, 자신의 꿈을 위해 불타오르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참 기쁠 거 같습니다.

이미 중년인 제가 왜 그런 것에 집착하냐고요?

어린 시절에 제가 느꼈던 무언가에 대한 기쁨, 열망했던 꿈, 환경적 좌절, 떠나간 사람들, 제 능력에 대한 실망, 변화에 대한 갈망 등이 어우러져 하나의 집착으로 완성이 된 거 같습니다. ^^

그런데 제 한계는 제가 압니다. 그러니까 저보다 더 나은 분들, 숨어 계시지 말고 얼른 변화에 동참해 주세요. 단지 비판이 아닌 행동, 실행에 관심이 있는 분들 말에요.

그런 분들을 많이 만나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힘을 합해야죠.

2009년 8월 11일

법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정말 나쁜 특별사면

관련기사: [뉴시스] 생계형범죄 8.15특별사면

생계형인지 아닌지에 대한 검증이 전혀 없었다고 하네요. 이렇게까지 해서 국민의 환심을 사야 하는 건지요. 법을 어긴 사람은 대가를 치러야죠.

특히 음주운전 같은 경우는 단 한차례 걸렸다고 하더라도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이렇게 다 사면해 버리면, “음주운전 하지 말라”는 구호가 무색해집니다. 음주운전을 한번 한 사람은 또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거기에다 이번처럼 안일한 사고방식(뭐, 사면 받으면 되네)을 갖게 해주면 더 위험하죠.

법을 안 지키고 불신하는 것은 국민들 탓이 아닙니다. 이런 식으로 인기를 얻기 위해 다 사면해 버리니, 국민들의 마음 속에 법에 대한 불신, 이 정도쯤이야… 하는 생각들이 퍼지는 겁니다.

음주운전, 성범죄, 음식 갖고 장난치는 범죄 등을 저지르면 ‘인생 종친다’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처벌도 솜방망이에 불구하고, 더군다나 이번처럼 음주음전자들을 마구잡이로 사면하니 정말 최악의 결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혜택을 받으신 분들은 기쁘실 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번 일은 거시적/장기적으로 볼 때 사회를 점점 더 나쁘게 만드는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일주일 전에 저의 어머니와 여동생 부부, 조카 2명(미취학 유아들)이 음주운전 트럭에 치여서 다쳤습니다. 매제가 운전을 했는데,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대기 중 트럭이 그냥 뒤에서 받아버려서 차는 폐차하고 5명이 모두 병원에 입원했어요. 트럭이 100% 과실이라고 하네요.

대낮에 음주운전한 트럭 운전자가 신호대기 중인 차를 받아서 애들이 다쳤습니다. 음주운전이란 이렇게 나쁜 겁니다. 그런데 이런 사고를 낼 수 있는 후보자들을 사면했군요.

만일 향후에 누군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다치면, 그 음주운전자가 혹시 이번 광복절특사가 아닌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