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27일

삼성전자 부사장의 투신자살 기사를 보고

관련기사 (참고로 한국의 50대라는 관점에서 다른 기사도 함께 보세요)

혹시 제가 삼성전자에 있을 때 모시던 분이 아닌가 유심히 보았는데 아니더군요. (하여튼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제가 다닐 때 삼성전자에 대충 20여명의 부사장이 있었는데, 지금은 얼마나 변동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삼성전자가 워낙 여러 사업이 합쳐있는 구조라서 사장도 여러 명이고 부사장도 여느 회사보다 많습니다.

기사를 보면 우울증 때문에 자살한 것으로 나와 있는데,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들더군요.

- 정말 우울증이었는지? 자살을 할 만큼 심한 우울증을 가진 사람이 그간 어떻게 직장 생활을 했으며, 가족과 회사에서는 그걸 그냥 나두었다는 건지?
- 설사 우울증이었다고 하더라도, 그런 우울증이 생긴 원인은 결국 직장 생활 때문이 아닌지?

제가 삼성전자에 다닐 때 “임원 승진”에 대해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최고 고과점수에 특별상여금, 입상, 발탁 제의 등 여러 혜택을 받고 탄탄한 앞날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만 임원들 일하는 거 보니까 전혀 그렇게 살고 싶지 않더군요. 제가 삼성전자를 그만 둔 주된 이유 중의 하나는 임원의 실상에 대한 실망이었습니다.

세븐일레븐. 즉, 7시에 출근해서 11시에 퇴근하고, 주말에도 나오고.

대기업 임원이라는 명예와 높은 급여라는 장점은 있을 지 모르겠지만, 개인의 삶이 없고 중압감이 상당합니다. 물론 임원 생활을 하면서도 개인의 삶에 시간 투자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재계약 안됩니다. 임원이 되고 나서 오히려 더 경쟁이 치열해서, 회사에 올인하지 않으면 승진은커녕 3년 후 계약 만료되면 아웃입니다.

즉, 일단 조직의 시스템에 동참을 하고 나면 어떻게 살지 개인이 선택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회사가 원하는 방식대로 무조건 열심히 일하고 윗사람에게 충성하고 아랫사람에게 온갖 강요를 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제가 본 임원들, 제가 경험해본 임원 생활은 그랬습니다. 물론 안 그런 임원들도 일부 있었지만 다들 오래 못 가더군요.

그렇게 미친 듯이 일해서 회사의 이익이 증대되고 국가 경제가 성장하는 것이겠습니다만, 개인은 불행합니다.

현재 한국의 사회 구조는 인간 육체를 자원으로 삼아 발전소를 가동하는 구조입니다. 개인은 발전소에서 버닝되어 사라집니다.

그러니 경제는 계속 발전하고 국가 위상은 계속 올라갈 지라도, 개인이 느끼는 총체적 삶의 질은 10년, 20년보다 더 팍팍해지고만 있습니다. 이 상태로는 갈수록 더 나빠만 지겠죠.

해결책은 무엇보다 개인이 각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결코 국가가, 사회가, 회사가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해결해 줄 이유가 없습니다. 현 시스템은 개인이 에너지가 다 빨려서 쓰러질 수록 이익이 창출되는 구조이니까요. 김과장이 에너지가 소진되어 쓰러지면 또다른 김과장이 있지 않습니까?

이러한 냉정한 현실을 직시하고, “뭘 해야 내가 행복할까?”를 고민하고 실행에 옮기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사회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미약하게나마 그럭저럭 해나가고 있는데, 과거에 조직의 시스템에 기여하며 살 때보다 100배는 행복합니다. 다시 태어났다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죠.

두려움을 극복하세요. 회사에 안주하는 게 진짜 두려운 일입니다.

2010년 1월 26일

최근에 발견한 옛날 노래 - Can't Be With You Tonight

1980년대 노래인데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거 같습니다. Judy Boucher라는 여가수의 “Can't Be With You Tonight”이라는 노래입니다. 해외에서 산 옛날 러브송 CD에 있어서 저도 최근에야 알게 되었죠.

두 남자를 동시에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이 잘(?) 표현된 노래인 거 같습니다. 심플한 멜로디, 인상적인 리듬, 센치한 가사가 좋네요. 딱 제 스타일.

유튜브에서 가사까지 나오는 것으로 삽입을 하였으니, 올드팝 좋아하시는 분은 잘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칼럼] 구글이 넥서스원을 출시한 진짜 이유는?

칼럼 본문 링크

워낙 중요한 시장이다보니 글도 좀 길죠? ^^

글에는 다 못 썼습니다만, 국내 제조사의 현황에 대해 좀 적어보겠습니다.

LG전자는 현재 많이 헤매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분야의 준비가 전반적으로 너무 부실합니다. 자신 있는 OS가 단 하나도 없을 정도죠.

작년까지만 해도 윈도모바일을 밀겠다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전폭적인 제휴를 했다가 현재는 안드로이드를 밀겠다고 하고 있죠. 물론 대안이 그것 밖에는 없어서겠지만, 목에 칼이 들어와서가 아니라 부디 깊은 고민 끝에 결정한 것이기를 바랍니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거의 모든 OS를 다 섭렵하며 폰을 출시하고 있는데(품질도 일정 수준은 되고요),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만 믿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궁여지책이겠지만 바다(Bada) 플랫폼을 만들었죠. 물론 성공하기는 힘들겠지만 어쨌든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잖아요.

삼성전자의 바다에 대해서는 다음 번 칼럼에서 다루어 보려고 합니다.

어쨌든 LG전자, 삼성전자에게 있어서는 피처폰/스마트폰의 과도기였던 2009년이 가장 좋았던 시절로 역사에 기록될 가능성이 큽니다. 올해 실적은 과연 어떨까요? 저도 몹시 궁금합니다.

그리고 칼럼의 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현 시점에서 애플이 승자 1순위, 구글이 2순위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 시점에서의 전망입니다. 구글이 플랫폼 통제를 월등하게 잘해서 앱의 양과 질이 팍팍 좋아진다든가, 아니면 다른 플랫폼이 뭔가 혁명적인 변화를 이뤄낸다든가 등등 주목할만한 변수가 생기면 전망은 바뀔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저는 “핵심은 앱의 양과 질이다”라는 관점에서 이미 멀찌감치 앞서가는 애플을 1순위로 꼽고 있습니다. 다른 변수들은 왜 고려하지 않냐고요? 글쎄요. 핵심이라는 말에 모든 게 함축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2010년 1월 25일

작업전환(task-switching)의 비용

본 블로그의 제목과 동일한 책 ‘피플웨어’의 저자인 ‘톰 디마르코’의 책 ‘슬랙’ 번역서가 곧 출간됩니다(피플웨어는 이제 절판되었네요).

제가 번역한 책인데 책 출간 전에 몇몇 유용한 주제에 대한 제 의견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즉, 책의 내용을 그대로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주제를 차용해서 제 의견을 쓴다는 뜻입니다. 그 첫 번째 주제는 ‘작업전환의 비용’입니다.

* * *

많은 조직에서 지식근로자에게 여러 작업을 동시에 맡기고는 그것을 해내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어이, 김대리! A업무에 50%, B업무에 40%, C업무에 10% 할당할 테니 모두 이번 달까지 끝내라고.”라는 식이죠.

물론 실제로 전체 작업의 양이나 분담할 양을 정확히 산정하여 맡기기는 않습니다. 대충 맡기죠. 정확히 산정하는 척해도 그건 가짜죠. 지식근로자의 업무량을 정확히 산정할 수 있는 도구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창조적인 작업은 정량화할 수 없고, 정량화했다면 그건 창조적인 작업이 아닌 겁니다.

어떤 지식근로자에게 여러 개의 작업을 주고 그것을 동시에 해내라고 할 때는 그에 따르는 비용을 고려해야 합니다. 많은 경우 지식근로자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몰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몰입을 하기 전에는 뜸들이는 시간이 반드시 소요됩니다. 예를 들면, 커피를 마시거나 네이버를 하거나 싸이월드를 하거나 블로그를 보거나 등등 무언가 딴짓을 하다가 어느 순간 몰입을 하게 됩니다.

몰입을 하기 전에 뜸들이는 시간을 전문적인 용어로 표현하면 ‘정신적 무력증’을 극복하기 위한 시간이라고 하죠. 그런데 그건 나쁜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시간입니다. 원래 인간의 습성이 그러니까요. 곧 몰입을 함으로써 뇌가 혹사 당할 것을 알기 때문에 그 전에 최대한 회피하려고 하는 겁니다. 그러다가 더 이상 버틸 수 없으면 이내 몰입에 들어가죠. (물론 집중력이나 책임감이 떨어지는 사람은 끝까지 회피하다가 일을 망치기도 합니다만..)

그러므로 몰입이 필요한 두 가지 이상의 작업을 바꿔가며 하게 되면 낭비되는 시간도 더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톰 디마르코가 직접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번의 작업전환을 통해 집중력을 잃음으로써 직접적으로 낭비되는 시간이 20분 이상인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직접적으로 낭비되는 시간이 그렇다는 뜻이며, 보이지 않는 비용까지 포함하면 결국 다음과 같은 공식이 만들어 집니다.

작업전환 비용 = 새 작업으로의 전환에 필요한 물리적인 시간 + 의도하지 않은 중단으로 인한 재작업 + 정신 집중 작업에 요구되는 몰입 시간 + 좌절 + 팀 결속 효과의 손실

부하직원에게 여러 일을 동시에 강요하는 관리자는 본인이 회사의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하고, CEO는 그런 관리자들에게 불이익을 주어야 할 것입니다. 지식근로자의 작업전환 비용은 생각보다 크니까요.

사람은 듀얼코어 CPU가 아닙니다.

PS: 관리에는 착한 관리와 나쁜 관리가 있는데 나쁜 관리는 단기적 성과에 강하고 착한 관리는 장기적 성과에 강합니다. “강한 것보다 빠른 것이 이기는 세상”이 도래하면서, 나쁜 관리가 득세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잘 압니다만, 저는 착한 관리의 관점에서 얘기를 하겠습니다. 나쁜 관리의 관점(예컨대, ‘닥치고 일해라’ 관점)에서 얘기를 하는 사람은 많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