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31일
컴퓨터 없는 삶, 그리고 아듀 2010년~
위의 영상은 1940년 영화 Waterloo Bridge(국내명 '애수')의 한 장면입니다. 사랑하는 이와의 멋진 왈츠 신에서 흐르는 Farewell Waltz(올드랭사인)이 인상적이어서, 연말이 오면 항상 생각이 나네요.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씁니다. 11월달에 집의 PC에 장착된 SSD가 갑자기 맛이 갔어요(SSD 쓰시는 분들 조심하세요. 알고 보니 하드보다 SSD가 더 맛 가는 일이 많고 기기 안정성이 떨어지네요). 수리해서 쓰기에는 급한 일들이 있어 노트북으로 꼭 필요한 업무만 하고 시급하지 않은 온라인 접속은 모두 끊고 지냈습니다. 그냥 한번 그래 보고 싶어서요.
그랬더니 놀라운 일이 일어 났습니다. 삶이 더 행복해졌어요!
제가 TV는 원래 안보고요(오랫동안 TV 중독으로 살다가 수년 전에 TV 고장을 계기로 버렸어요. 저는 TV 안보는 시간만큼 삶이 연장되었다고 생각해요. ㅎㅎ). 그런데다 꼭 필요한 업무 외에는 인터넷 접속을 거의 안 하고 지내보니, 삶이 아날로그적으로 많이 풍요로워지더군요.
사실 집의 데톱 PC 장비가 워낙 좋아서(PC에 27인치 모니터 1대(2560x1440)와 24인치 모니터 2대를 연결해 놓았고, CPU는 쿼드코어에 램은 8GB, 하드는 총 30TB -> 하드에는 제가 20년 동안 모은 자료가 들어있어요), 자꾸 뭔가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노트북은 느리고 화면도 작고 불편하다 보니까 뭘 하든 하기가 싫더라고요.
그러나 보니 컴퓨터와 인터넷을 일찍 셧다운하고, 당연히 그전보다 잠을 일찍 자게 되고, 그에 따라 건강도 좋아지고, 책도 훨씬 많이 읽게 되고, 사색할 시간도 더 많아지고, 정말 불편한 점이 거의 없더라고요. 1년 중 제일 바쁠 때 PC가 고장 나서 열 받았었는데, 결과적으로 제게 축복이었어요(불행을 행복으로 승화하는 이 긍정적 자세~).
얼마 전부터 PC를 수리해서 쓰고 있는데, 앞으로도 자발적인 PC 셧다운제를 실시하려고 해요.
여러분도 건강이 안 좋고 정신적/시간적 여유가 없으시면, 저처럼 PC가 고장 나길 바래보세요. 용기 있고 돈 많으시면 뽀개셔도 되고요. ㅎㅎ
하여튼 그런 이유로 접속이 뜸했습니다. 각설하고.
* * *
벌써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오네요. 2010년은 저한테 아주 중요한 해였습니다. 작년에 직장 생활을 완전히 때려치우고 류한석 2.0으로 살기 위해 기반을 닦은 한 해였거든요. 언제나처럼 게을러서 원하는 만큼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스스로에게 C+ 정도는 줄 수 있을 거 같아요(양심상 B는 못 주겠어요).
이제는 더 이상, 존경하지 못하는 직장상사 만나서 연기하며 지내지 말고, 단지 먹고 살기 위해서 일하지 말고, 스스로가 매일매일 즐겁고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일이 아니면 하지 말자는 결심을 하나씩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뭔가 사회를 변혁시킬만한 대단한 일을 이루거나 커다란 명예 또는 금전적 성취를 하지는 못할 지라도, 남은 인생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려고 합니다. 그러다보면 최소한 이 사회에 피해는 안 주고, 나아가서는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주제 파악이고, 어떻게 보면 신이 제게 부여한 선천적 본성을 깨닫고 그것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죠. 저는 제가 남 못지 않게 돈과 명예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 이상으로 사랑하는 게 바로 자유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런 제 자신을 인정하니 삶이 정말 다르게 다가옵니다. 새로운 삶을 시작했고, 일단 첫 단추는 잘 채운 거 같습니다. 앞으로도 잘 해내가야 할 텐데, 이 사회가 워낙 독하다 보니(한국 사회 너무 독해요!) 제가 원하는 대로 살도록 절 내버려 둘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어느 순간 다시 회사에 들어가거나 또는 행방불명될 지도..)
하여튼 이 강력한 사회에서 저의 내추럴한 본성대로 자유롭게 사는 것도 대단한 성취라는 프라이드로 2011년을 맞이하려고 합니다. 혹시 능력 부족으로 좌절 또는 타협하게 되면 블로그에 솔직히 고백할게요.
여러분 각자 다 개성이 다르고 삶의 목표가 다르시겠지만, 어쨌든 자신의 본질과 심연이 원하는 길을 따라서 즐겁게 사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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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댓글 6개:
요새 한참 고민하는 부분들을 먼저 실천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소장님 사는 거 잘 봐야겠네요..^^;;
누구나 꿈꾸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자유로운 삶'을 충분히 즐기시고 계신것 같아서 부럽기도 하고 멋있기도 합니다.
늘 통찰력있는 포스팅에 많은 도움과 빚을 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언제 밥 한번 사야겠습니다. ㅎㅎ
존경하지 못하는 직장상사 만나서 연기하며 지내지 말고, 단지 먹고 살기 위해서 일하지 말고... 저는 이미 이렇게 사시는줄 알았습니다. 하하
그나저나, 슬랙을 얼마전에 보았는데 말씀대로 훌륭한 책이더군요. 번역도 아주 매끄럽고요. 2011년 한해 내내 실천해보려고 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류한석님.
저도 자유가 가장 좋은 것 같네요. 헌데 자유를 위해선 욕심을 채우거나 비워야는데.. 그게 둘 다 쉽진 않군요.
음... KOICA로 페루에서 2년 살다 4월에 (늦어도 6월엔) 들어갈 것 같은데... 떠나봐도 역시나 그자리란 생각도 들고 ... 뭐 그렇습니다. 하여튼 님의 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글이란 느낌받았습니다. 잘읽고 갑니다. (투영되는 저의 삶)
좋은 글 읽고갑니다. 이미 타고난 본성대로 살고계신줄 알았는데ㅎ, 어쨌든 한 해 일 잘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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