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 4일

현재의 회사를 다닌 지 3년이 되었다


지난 5월 1일로 만3년을 넘겼다. 내게는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병역특례로 사원 시절을 보낸 첫 번째 회사 이후로, 최고로 오래 다닌 직장인 셈이다. 물론 그때에도 입사 3개월 만에 때려 치고 싶었으나 그만 두면 군대를 가야 했기에 겨우 3년을 채울 수 있었다. 내 기억에 그 후로는 무슨 일을 하든 불과 2년을 넘기지 못했다.

그런 내가,

이제 두 달만 더 다니면 현재의 회사가 내 일생에서 최고로 오래 다닌 직장이 되는 셈이다.

남들에게는 별 것이 아닌 일이지만, 내게는 남다르다.
내 일생은 이직(離職)으로 점철되고 있고, 많은 일들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았던가.


사람이란 한 자리에서 성과를 낼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그 일을 해나갈 책임이 있다. 나는 그러한 책임을 외면하고 환경 탓을 하며 계속 환경을 바꿔 왔던 것이다. 하지만 환경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였다.

나의 성격은 소심하고 게으르며, 쓸데없는 자존심만 강하다. 얼굴이 얇아서 타인에게 싫은 소리를 스스로 못하고 또 듣기도 싫어한다. 까칠한 성격이라서, 올곧은 얘기랍시고 직설적으로 내뱉어서 타인들에게 상처를 준 일도 많았다. 잘못된 것은 누구보다도 잘 찾아내지만, 생각만큼 생산적이지는 못해서 변변히 이루어놓은 일도 없다.

생각해보면 나는 상당한 결점을 가진 인간이라서, 자칫하면 "나 잘났네,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네" 하면서 망가지기 쉬운 인간형이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렇지만 딱 한가지 장점이 있다면, 스스로의 결점을 가슴 절절히 깨닫고 ‘수양’을 해왔다는 사실이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최악의 사태는 극복한 듯해서 스스로에 대해 일견 대견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있다.

이제 30대 중반을 훌쩍 지나 4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겨우 1단계는 넘어선 것이다. 이 얼마나 가련한 존재인가. 남들에게는 쉬운 일도 내게는 얼마나 힘들었던가?

언젠가 상처받은 마음을 끌어안고 홀로 울었던 기억이 난다. 타인들에게도 내 자신에게도 많은 상처를 주었던 삶이었다.

"이제는 조금쯤은 달라질까"

그러한 작은 기대로 내일의 삶을 희망하지만, 인생은 언제나처럼 무심할 뿐이다.

깨달음...

내게 있어 인생의 가치는 ‘인간 수양’에 있다. 부실한 이 인간이, 죽을 때는 좀 더 나은 인간으로 죽어야 하지 않겠나. 그러한 마음으로 분발하고 있다.

내게 있어 인생은 살아가는 것이라기 보다는 꿈꾸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 그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 않겠는가.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인생의 격언을 하나 소개한다.

인간에게는 3가지의 사건 밖에 없다. 태어나고, 살고, 죽는다. 태어나는 것은 느끼지 못한다. 죽는 것은 괴로워한다. 그리고 사는 일은 잊어버리고 있다. - 라브뤼이에르

댓글 5개:

익명 :

화려함 뒤에 숨겨진 세계처럼 인간을 대변하는 말도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남자이다보니 여자들의 세계에 대해서 알고 있는 단편적인 지식이란 단순히
꾸미고, 가꾸기 좋아하는 성질의 존재라고
인식하고 있고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라고 생각하는데, 과연 그러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만 하는 이유를 생각해본다면 화려함 뒤에 숨겨진 세계가 잘 들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익명 :

사는 것은 잊어버리는 것이다.
정말 좋은 말이네요.

과거와 미래를 잊고
살아있는 현재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기억하고 괴로워하는 시간보다 훨씬 행복하겠죠?

저는 가끔 이런 체면을 걸때가 있습니다.
특히 자신에 대한 염려가 커질때 이런 주문은 유효합니다.

-나는 매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나는 매일 조금씩 새로워지고 있다..

바비(Bobby) :

TO sunny/

"사는 일은 잊어버리고 있다"가 내가 쓴 글인데, 좀 오해가 있군.

사는 것은 잊어버리고 있어서, 제대로 살지 못한다는 뜻이지.

뭐, 막 일기식으로 쓴 글이니까.

나름 힌트를 얻어 생각하는 것은 각자의 자유인걸.

익명 :

산다는 것은 꿈꾸는 것..꿈꾸지 않고 살아가기엔 인생이 너무 길고, 건조하지않을까요.매일매일 꿈꾸고, 조금씩 실현하고, 그만큼씩 행복해지고. 삶이란 꿈꾸고, 노력하고, 이루어가고, 그렇게 또 행복해지고,그러는 것이아닌가 싶네요.

익명 :

좋은글 보고 갑니다. 이직을 밥먹듯 하고있던 제게 좀 충격적이었고 제가 살아가고 있는 거울인듯 하여 정신이 번쩍 들었네요.감사합니다. 항상 즐거운 일만 있으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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