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7일

아직도 월화수목금금금의 환상을?

관련기사: [전자신문] [기자수첩]SW와 월화수목금금금

기사 앞부분의 내용은 그저 정부 정책에 대한 소개입니다. 그런데 기사 말미에 장관의 투자 의지에 행사 참가자들의 기대지수가 빠르게 상승했다거나, 장관의 말에 업계 관계자가 “월화수목금금금, 밤낮을 잊고 상품개발에 매진하겠다”고 화답했다는 얘기, 그리고 그 말에 행사장이 숙연해졌다는 얘기는 꽤 당황스럽군요.

저는 기사를 끝까지 읽기 전에는, 월화수목금금금 일하는 것이 결코 업계를 살리는 방법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문장을 보면, 월화수목금금금 일하겠다는 말에서 한국 SW 산업의 희망을 읽었다는 글로 끝나네요. 아, 대단한 반전!

저는 사회 생활을 중소기업에서 SI로 시작했고, 이후 프리랜서, 개인사업, 외국계 기업의 자회사, 대기업 등에서 개발 관련 업무를 했습니다. 솔루션도 개발했었고, “을”뿐만 아니라 “병”도 했었고 “갑”도 했습니다.

그런 경험을 통해 얘기하건대, 국내 SW 업계가 힘든 것은 개발자들이 월화수목금금금 일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단지, 월화수목금금금 일했기 때문이죠. 아무런 보상도 없는 채로.

결국 위의 기사는 실제 개발자들은 배제된 채로, 정부 관계자와 사장들이 서로 덕담(?)을 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기자는 그것에 부화뇌동을 하고 있고요.

한국은 실리콘밸리가 아닙니다. 아무런 보상 없이 월화수목금금금 일했기에, 너무나 열심히 일했기에, 선배들과 동지들과 후배들이 전직으로, 병원으로, 산속으로, 외국으로 사라져 갔거나 또는 사라지려고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제는, 월화수목금금금과 보상의 밸런스를 어떻게 맞출 것인가에 대해 얘기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개발자의 자발적인 월화수목금금금, 보상이 따르는 월화수목금금금은 좋습니다. 하지만 자발적이지도 않고 보상도 없는 월화수목금금금은 그저 “착취”일 뿐입니다.

위의 기사를 보니, 개발자들에게 제가 대신 사과를 드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다음에는 좀 더 아름다운 얘기를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댓글 11개:

익명 :

SW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산업이 월화수목금금금을 하나의 미덕으로 여기고 있지요. 흔히 말하는 산업화세대들이 그렇게 일해온 덕분에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일은 원래 그렇게 하는거다'부터 시작해서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까라면 까', '하면된다'식의 군인정신(?)까지 가세하면 어느사이엔가 월화수목금금금은 미덕이 아닌 성공의 필수요소로 여겨지기도 하지요.

Charlie Hong :

저도 기사 제목만 보고서는 월화수목금금금이 문제가 있다..개선해야 한다...란 요지의 글인줄 착각했습니다. 도대체 언제쯤이면 일하는 시간과 SW 품질및 생산성이 비례한다는 착각속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ileshy :

SW 뿐이 아니죠.. 사회 전체에 그렇게 일하면 좋은듯.. 밤낮없이 휴일없이 매진하는것만이 좋은듯 언론에서 후려치니 사람들이 그런가부다 하고 분위기도 다 그렇게 가고 그렇게 안하고 난 휴일 챙겨 먹을래 하면 왕따 되는 분위기에 옵션이 아닌 필수가 되는 월화수목금금금은 빨리 없어져야할 한국문화?의 하나죠..
PS. 외국인들은 이렇게 얘기하면 아 그거 딱 일본식이네.. 합디다..

kkongchi :

갑자기..황모 박사가 생각나는군요...

바비(Bobby) :

To 익명님/ 자발적인 월화수목금금금, 일시적인 월화수목금금금은 납득이 갑니다.

하지만 지식 근로에서 "까라면 까"는 최악이지요.

To charlie님/ charlie님처럼 생각하는 분이 성공하고 윗사람이 되는 날이, 바로 그 날이 아닐까 합니다.

To ileshy님/ 우리도 언젠가 선진국형 지식 사회가 되면 그런 문화는 자연스럽게 없어져 있을 것입니다. 만일 그런 문화가 여전하다면, 여전히 선진국형 지식 사회가 되지 못한 것이겠죠.

익명 :

아침에 이 글을 읽고 갑자기 피가 거꾸로 솟으려 하네요.

강요된 금금금에 시달리다 야근 및 휴일근무가 없는 회사로 옮긴 저로서는 그런 말만 들어도 화가 납니다.

크리스마스, 새해 연휴기간에도 추운 사무실에 난로 피고 앉아서 일했던 기억,그리고 결과는 무지 좋았으나 아무런 보상도 없었던 기억이 절대 잊혀지지 않습니다.

금금금 해야하는 조직은 인간미가 없습니다. 떠나아죠. 비맞은 중처럼 궁시렁 거리지 말고. ㅎㅎ

익명 :

허리졸라매고 일하자..

월화수목금금금..

회사에 뭘바라기 전에 내가 회사에
뭔가 해줄수있을지 생각하자..

하라면해..

않되면 되게해 식의 군바리 정신..


...
이 모두가 지극히 '개발도상국'적인
생각이라고 봅니다.

강대국들도 저리 생각하고 컸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아니지요.

밀어붙이는 힘보다 '효율'을 생각
하는게 선진국적 사고 방식입니다.

중국에서 수백명의 근로자가
나이키 신발 수천만개 생산해서
천억 벌어들일때,

미국은 30명의 고급 인력들이
최고급 대우 받으며 효율적으로
개발한 전투기 한대 개발해서
50년동안 대당 2천억 받고 탱자탱자
먹고 삽니다.

비유가 적당했는지 모르겠지만...

익명 :

상식이 통하는 한국 IT의 미래가 빨리 왔으면 싶네요.
착취를 하는 사람도 문제지만, 당하는 사람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받는 보수만큼 해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더 해주는 것 만큼 우선순위 없이, 개념없이 행동하는 것도 없다고 봅니다.
유부는 가정이 최우선이고, 총각은 연애가 최우선입니다. 일이 무조건 최우선이라고 한다면 남는건 왕따 처지로 병원에 가는 거겠죠.

바비(Bobby) :

To sunny님/ 너무 열받지 말고요. ^^

강요된 금금금.. 그런 생활 다시는 하지 않기를 기원할께요.

To danny rho님/ 지식근로자와 맨땅에 헤딩하기식 마인드 만큼 어울리지 않는 것도 없죠.

나라의 우열이 느껴지지는 하지만 나쁘지 않은 비유였습니다. 언제나 고맙습니다. ^^

To 민재님/ 개인에 따라 일이 우선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자신의 가치가 가정보다는 무언가를 해내는 것에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나쁜 것은, 그러한 개인의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강요하고 획일화하는 것이죠.

말씀의 뜻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

개인의 다양한 가치가 인정되고 보상받을 수 있는 미래가 곧 올 것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익명 :

한국 MS에서 인턴을 1년 가량 했던 친구 얘기로는, 외국 기업들은 인재를 평가할 때 자기계발(발전)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늦게까지 회사에 남아서 일하는 것을 오히려 좋지 않게 본다고 들었다는군요.

사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회사의 인재를 단물 쏙 빼먹고 버릴 게 아니라면 당연히 인재의 자기계발에 최대한의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미래의 회사 모습이 발전방향으로 나아가기 때문이지요.

현재의 회사 모습에 안주하면 평생 그자리인 것은 당연한 이치랄까요?

익명 :

항상 그렇게 강요당해왔죠.
저가 팀원을 갖게 되면서
저희 팀원에게 첫날 이야기한 내용이..
일 끝났으면 윗사람 퇴근안했더라도
당당히 퇴근하고,
야근하지 말고, 주말 나오지 마라~
였습니다.
물론 저보다 높은 자리로부터의 눈총과 태클에 오래가지 못하더라구요.
저만 그냥 일찍 퇴근하고, 주말 출근안하기 원칙을 나름 유지하고 있는데..

이공계가 살려면
여기도 나름대로 외부에서 볼때도 살만한 곳이구나~
낭만을 즐길 여유도 있고
스스로 새로운 것을 위해서 투자할 시간도 있고
가족과 함께하는 기쁨을 누릴 수도 있는 곳이구나~
라는 의식이 자리잡을때가 아닐까요?
이공계 여러분!!
월화수목금~ 힘 냅시다..
토일~ 편히 쉬시구요..

댓글 쓰기

댓글을 환영합니다.

스팸으로 인해 모든 댓글은 운영자의 승인 후 등록됩니다. 스팸, 욕설은 등록이 거부됩니다. 구글의 블로그 시스템은 트랙백을 지원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