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무브온21의 커서님이 블로그에 쓰셨다시피, 지난 토요일 저녁에 강남역에서 모임이 있었습니다. 저는 모임의 배경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초대를 받아 가게 되었는데, 스마트플레이스 IT난상토론회 행사 때문에 1시간 30분 정도 늦게 도착을 했습니다. 그리고 모임이 끝나기 전에 나온 관계로 참석자들과 개별적으로 인사를 나누지는 못했습니다.
이번 모임에는 웹을 통해 모집한 개발자들, 무브온21 분들, IT연맹 관계자, KBS 세상의 아침 PD, 프레시안 기자 등이 참석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사를 못 나눈 분들 죄송합니다)
주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과도한 노동 문제(그것도 보상이 없는), 하도급 문제, 그런 현실로 인해 기술 축적이 되고 있지 못한 문제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의견 개진이 있었습니다. 최근 언론을 통해 이 문제가 많이 소개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왜 이런 논의가 벌어지고 있는 가에 대해서는 뉴스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 [한겨레] 정보기술 인력 착취가 산업기반 좀먹는다
이슈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보며 저는 두 가지 의견을 표명하겠습니다.
첫째, 어쨌든 뒤늦게나마 한국 소프트웨어산업의 저급한 현실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프트웨어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해결되어야 할 문제점들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입니다.
둘째, 하지만 이것이 민주노총 산하의 IT연맹(전국IT산업노동조합연맹)을 통해 이슈화가 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시합니다. 일단 IT연맹을 이끌어가는 분들이 어떤 분들인지 잘 모르겠고, 또한 소프트웨어 업체의 노조들이 얼마나 참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홈페이지를 보아도 알 수 없군요). 즉 IT연맹에 대한 신뢰감이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더군다나 대선을 앞두고) 이 문제가 정치적 이슈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지 않나 생각됩니다.
한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뜨거운 아이템이고 이슈화의 명분이 있는 아이템입니다. IT강국의 이면에 숨겨진 추한 모습이 전 국민과 해외에까지 알려지면 상당한 논란이 될 것입니다. 정통부에서는 이 문제가 대외적으로 알려지는 것에 대해 상당히 난감해하고 있다고 합니다.
곧 업계가 시끄러워지고, 많은 일들이 벌어질 거 같습니다.
댓글 5개:
한겨례 신문에 나왔던 기사는 저도 보았습니다. 기사를 보고 느꼈는 점은 사실의 보도보다는 감정에 호소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감싼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기사여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아서, 읽어만 보고 무시해 버렸었는데, 한석님의 글을 보니 우려스러운 생각이 듭니다.
저역시, 한국의 개발자들의 어려운 상황에 대하여 이슈화가 진행되면, 지금보다는 사회적인 대우나 처우들이 나아질 것 이라는 생각에는 동의하지만, 외부인들에 의해서 나의 목소리가 아닌 남의 목소리를 낼까 우려스럽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익단체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지독한 이기주의로 인해 모 자동차 노조처럼 사회적 우려스러움만 불러 일으키지 않았으면 합니다.
영화 다이하드 3에서도 보았지만,(혹자는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저는 가능하다고 보는데...) 국가 사회적인 인프라는 꼭 도로와 공장만 있는 것이 아님니다. 우리가 일하는 모든 곳의 컴퓨터와 통신이 한 순간 멈추어 선다면, 그 만큼 그 나라는 후퇴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우려 스러움이 앞섭니다.
비록 존경받지는 못하지만, 원하는 보수 만큼 받지는 못하지만, 나름 귀중한 곳에서 사회적 헌신과, IT를 숙명이라고 생각하시는 모든 분들에 더 나은 앞날을 기원합니다.
야근, 밤샘.. 대학 3학년때 처음으로 C++를 이용해 이미지 프로세싱 프로그램을 만드느라 세달동안 밤새가며 놀았던 적이 있습니다. 정말 즐거운 놀이였져..
2년 전에는 무능한 관리자 밑에서 가망성없는 프로젝트를 살리느라 1달동안 거의 매일 새벽 2시까지 중노동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요즘 이슈와 딱 들어맞는 케이스이죠.
이런 두 가지 경우의 차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IT근무환경을 바꾸겠다고 나선다면 정말 우려스럽지 않을 수 가 없군요. 저는 스스로 "행복한 프로그래머"가 되고싶을 뿐이지, 어떤 경우처럼 "귀족노조" 소리를 듣고싶지는 않습니다.
지난 한 해를 앨빈토플러가 "부의미래"에서 얘기했던 이상적인 지식근로자의 모습에 상당히 근접하게 살았던 경험에 비추었을 때, 우리의 미래가 바뀌려면 어떤 미래가 좋은 미래인지를 인지하고 그것을 이루려고 노략하는 것 부터가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누군가 우리의 몫을 빼앗아 갔으므로 그것을 되찾기 위해 가상의 적을 만들어 싸우는 식으로는 아무것도 나아지는 것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한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뜨거운 아이템이고 이슈화의 명분이 있는 아이템입니다.
> IT강국의 이면에 숨겨진 추한 모습이 전 국민과 해외에까지 알려지면 상당한 논란이 될 것입니다.
> 정통부에서는 이 문제가 대외적으로 알려지는 것에 대해 상당히 난감해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점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덮어놓고 쉬쉬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니까요.
오히려 지금처럼 계속 날림 업체가 줄어드는 것이 경력 개발자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일시적으로는 파이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언제가 되었건 반드시 사람은 필요하기 마련이고 합당한 경력을 가진 사람은 합당한 대우를 해주는 업체가 반드시 있기 마련입니다.
IT 연맹은 분명히 개발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을 목표로 (등골 빠지게) 개발하던 분들이 뭉친 것으로 알고는 있는데, 저도 민주노총 소속이라는 것에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민주노총 내부의 순수성이나 정당성 이런 것은 치워두고 일단 밖에서 보는 시각은 매우 좋지 않으니까요. 묻어서 욕먹으면 곤란하지요.
윗분 >> 다이하드 4입니다 ^^;
덧글을 다는데 여비대디님 덧글이 올라와서 한마디만 더 ㅡ.ㅡ;;
> 이런 두 가지 경우의 차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IT근무환경을 바꾸겠다고 나선다면 정말 우려스럽지 않을 수 가 없군요.
> 저는 스스로 "행복한 프로그래머"가 되고싶을 뿐이지, 어떤 경우처럼 "귀족노조" 소리를 듣고싶지는 않습니다.
이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자기가 자기 스스로를 고귀하게(?) 바라보는 것은 좋지만 사회적 위치는 분명히 노동력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노동자의 위치입니다. 우리 스스로 프로그래밍이라는 종합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흥 우리는 너희와 달라' 라는 태도는 우리 스스로에게 절대로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현대차 노조가 너무나 큰 힘을 쥐면서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그들을 욕할 수도 없는 것이 IT 업계 사람들은 얄팍하고 알량한 자존심에 스스로 뭉쳐서 힘을 내지도 못하지 않습니까?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목소리를 모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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