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4일

굿바이

한 해 전에 본 네 눈썹
긴 속눈썹이 있던 네 눈
그것은 조금도 변함이 없고
한층 나는 더 좋아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나는 너와 헤어지려는 것이다

그 눈이 증오로 불타던 날이나
그 눈썹이 조금이라도 내게 찡그린 날이나
그 입술이 쓰디쓴 말 내뱉던 날을
내 거만한 마음은 참을 수 없기에

내 마음이 변했다고 생각진 마라
나는 그날 마음으로 네게 영원을 맹세했고
지금도 변심한다는 건 생각조차 않는다
그러나 너는? 네 사랑에 대해선 자신이 없다
나는 이처럼 보기 흉하고
모든 일에 거칠고 주책 없으니
네가 지금 나를 좋아한다는 게 이상스럽다

언젠가 나는 버림받는다, 틀림없이 버림당한다
나는 이런 상상을 견딜 수 없어 지금 이별을 고한다

* * *

다나카 가쓰미의 ‘굿바이’라는 시입니다. 얼마 전에 읽은 시집에 담긴 시들 중에서 꽤 인상 깊었던 시라서 적어 봅니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의 ‘불안한 사랑의 마음’을 잘 표현한 시죠. 제 스스로도 (저의 역사 속에서)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 사랑하지만 사랑을 못 받을까 두려워 먼저 헤어짐을 고하는 사람이 있겠죠. 쓸쓸한 일입니다.

그대, 유명한 올디스이자 저의 18번인 Bee Gees의 Don't Forget To Remember를 들으세요.

댓글 5개:

익명 :

사랑하지만 사랑을 못 받을까 두려워
먼저 헤어짐을 고하는 사람이
류한석님의 연인이라면
한석님은 어떡하실껀가요?
음....
사랑을 못받을까 두려워 떠나는 사람과
그걸 염두에 두는 사람이나.....
사랑은 잣대로 잴수있는게 아닌게
이다지도 맘 편하다니...
오늘 제느낌 이대로가
너무 편안하다는생각이 드는군요.

바비(Bobby) :

To KPC님/ 이 글은 제 경험과 관련된 글입니다.

사랑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저 또한 그 알 수 없는 메카니즘 앞에서 아주 무력한 사람일 뿐입니다. 그래서 언제나 쓸쓸한 감상을 토로할 뿐입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사랑 앞에서는 바보입니다.

익명 :

아침부터 아주 나락으로 빠뜨리시는군요.
방금 심장이 제 위치에 있다가 발바닥으로 쿵 떨어져버렸어요.

익명 :

한석님은 멋찐 분입니다.

빛나는 보석 같이..

떠나버린 사람이 소중하게 느껴지고 더욱 그리운 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욕심과 남아있는 사랑에 대한 환상의 묘한 조화가 아닐까요?

내가 가져 옆에두면 평생 행복할까요?

어쩜 한석님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일수도 있죠.

자신의 모자람을 알기에...

익명 :

RSS에서 "굿바이"라는 제목을 보고 헉 류한석님이 블로깅 관두나? 하는 걱정을 잠시 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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