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22일

이지 고잉을 원하는 젊은이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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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신의 직장’ 좇는 젊은이들
[조선일보] ‘신의 직장’ 좇는 젊은이들 후일담

이것이 우리 젊은이들의 현실입니다. 3년을 공부해서 세무사 시험에 합격해놓고도 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의 얘기는 안습이군요.

그 밖에도 시험을 자주 보려고 서울과 경기도로 주소를 수 차례 옮겼다거나, 고교 졸업 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느라 대학을 늦게 들어온 이의 얘기, 대기업을 다니다 그만 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 기업체 가느니 7급 공무원이 낫다는 인식의 확산, 도서관의 책상마다 쌓인 책들이 하나같이 공시 교재라는 얘기, 요즘 가장 떠오르는 별이 대학 교직원이라는 얘기 등..

한 대학생의 다음과 같은 멘트가 인상적이군요.

공무원 하는 데 무슨 계기가 있겠냐!

기사 내용을 보면 작년 10월의 서울시 공무원 시험 대란에 대한 얘기가 나오네요. 나름 충격적인 일이었죠. 해당 내용은 제가 “우리의 현실”이라는 지난 포스트에서도 언급한 바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무조건 젊은이들의 패기 부족 탓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애초부터 기업체에 가서 경쟁하고 싶어하는 학과 친구들은 거의 없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해외의 기업과 비교해보아도 특히 국내 기업들이 지식근로자들에게 제공하는 근무 환경은 너무나도 열악합니다.

저는 이런 현상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기업체들이 직원들을 “달면 삼키고 쓰면 뱉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뽑을 때와 뽑고 난 후가 다릅니다. 야근을 강요하고 정신적인 학대(?)가 난무하죠.

사람들은 그것을 쥐어짠다고 얘기합니다.

단순히 직업적 안정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가 아니라, 하루하루가 정말 고달픈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신입사원들이 회사를 그만둡니다. 대기업들의 신입사원 퇴사율을 보면 정말 놀라실 겁니다.

그 이유가 단지 시장경제적 치열한 경쟁 상황 때문만은 아닙니다. 우리나라보다 잘사는 나라의 젊은이들이 모두 공무원이 되고 싶어하지는 않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현상 중 하나이죠.

현실을 보면, 국내의 많은 대기업들이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실제로 일하는 환경이 너무 다릅니다. 그래서 선배가 후배들에게 자신이 다니는 직장을 추천하지 않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모대기업에 입사하려는 조카와 의절하겠다는 어떤 삼촌도 보았습니다. 물론 그 삼촌이라는 분은 그 대기업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이지 고잉을 원하는 젊은이들의 사고 방식도 문제입니다만, 그보다 더 큰 문제 그리고 시급히 선결되어야 하는 문제는 바로 “기업체들의 인적자원 관리 방침”입니다.

기업체들이 지식근로자들을 부품으로 생각하는 그런 근무 문화를 대폭 개선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현상은 계속 심화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개선하느냐? 좀 급진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무엇보다 먼저, 직원들을 학대하는 임원진 그리고 직원들을 단지 부품으로 치부하는 경영지원(인사) 인력들을 퇴출시켜야 하겠습니다. 그들은 단기의 실적에 집착한 나머지, 기업체 내의 우수한 인재들을 완전 소진시키거나 또는 몰아내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대기업 임원진 중에는 그와 같은 악행으로 이미 업계에 소문난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자기가 잘 되기 위해 부하 직원들을 희생시키는 사람들이죠.

그렇지만 그런 사람들일수록 고위층과 밀접하기에 어떤 조치를 취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들이 바로 그런 조치를 결정하고 시행하는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니까요.

우리의 현실이 이렇게 된 것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수한 인재들이 사시, 행시, 공시, 의대/한의대에 몰리는 현재의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젊은이들의 패기 부족을 지적해봐야, 그들은 냉소적인 미소를 지을 것입니다. 먼저 기성세대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소탐대실(小貪大失)하고 있는 기업체들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한번 지켜보도록 하죠.

댓글 19개:

익명 :

현재 입장에서 공무원 공기업 선호현상은 안정성, 그리고 초과근무를 덜 강요받는다는 것 같은데요.. 이제 한국도 조금 적은 임금이라도 근무조건이 좋은 곳을 선호하게 된것 같네요.. 패기나 이지고잉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나름대로 공무원을 지원하면서도 성취도나 야망이 높은 사람도 많을테니까요. 또 자신의 진로를 자신 혼자서만 결정하지는 않을겁니다. 주변 사람들이 그런 직장을 적극추천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어차피 평균적인 추세라는것은 막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민심인것이죠.
그에 맞춰서 기업들이 변모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익명 :

오랜만에 글을 남깁니다.
사진이 부드러운 것으로 바뀌어서 잠시 잊었었는데, 글에서 '칼'의 냄새가 납니다.
게다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의 뒷면을 짚어주시다니 혜안이 부럽고요.
동감합니다.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고, 그러면서도 그 기업이 경쟁에서 이겨야 하죠.
이 부분이 참 어려운 부분인데, 류한석 님처럼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면, 희망을 걸어볼 만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생각이 필요 이상으로 커져 버렸군요.
다시 작은 세상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익명 :

읽다보니 이쪽 업계를 지망하고 있는 한 학생으로써 두려움까지 느껴지는군요. 그 쥐어짬이 너무 가해지면 근로자쪽에서 반발할 것 같은데 그런 분위기는 없나봅니다.

바비(Bobby) :

ileshy님/ 공무원 하든 회사원을 하든 그것은 개인의 선택일 것입니다. 다만 언제나처럼 우리의 쏠림 현상이 문제겠지요.

민심이라는 표현이 참 생뚱맞게도 어울리네요.

젊은이들이 들어가고 싶은 회사가 될 수 있도록, 무엇보다 먼저 기업들이 변화해야 할 것입니다.

To 제임스님/ 호홋, 제가 원래는 성격이 까칠하죠. 수양을 하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그런 모습이 남아 있습니다. 현명한 수준에 도달하려면, 한 5년 정도는 더 필요할 거 같네요.

어쨌든 휩쓸리지 않으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マサキ君님/ 지식근로자의 경우 노조가 없는 회사가 많고, 쥐어짜는 회사 분위기에서 조직적 반발은 거의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개인이 반발하는 경우가 가끔 있지만, 그것은 퇴직으로 이어지요.

직접 경험해보시면 제가 말한 분위기를 느끼질 수 있을 것입니다. (회사마다 좀 차이는 있습니다만. 소위 업무 강도가 세다고 정평이 난 회사들을 기준으로 말이죠.)

ProductionKim :

맨날 맨날 들러서 좋은글 참 많이 읽고 갑니다. 저는 게임 업계에 일하면서 QA일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아직 한국은 소프트웨어 테스트에 대해서..그 중요도가 덜하게 인식되어 있는것이 사실인지라 업무 강도에 비해서 환경이나 대우가 무척 열악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향후 몇년안에 중요성이 부각될것이라는 예측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팀장으로 있으면서 요몇일 계약직 사원들을 뽑기위해서 면접을 봤었습니다. 저와 저의 상관이 같이 면접을 보러 들어갔습니다. 상관은 마치 최고의 회사이며 업무에 전혀 지장없도록 최고의 지원을 하고있다는 식으로 말을 했지만.....사실은 그렇지 않거든요,...모니터는 어둡고 공기는 탁하고 막상 뽑고 나면 마치 벌레 취급하듯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솔직히 지금 눈물이 납니다..결국 저는 그 당시에...지원자들을..낚은거나 다름이 없습니다....신입사원들에게 힘들더라도 밝은 내일을 보여주고 싶지만 현재로는 그럴 수 없는게 너무 안타갑습니다.....

후..갑자기 한석님 글을 읽다가..울컥해서 주절 주절 해버렸네요...한석님 블로그에 와서 글을 읽을때 마다 아직 대한민국은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글처럼 항상 일하기 즐거운 기업 문화를 만드는데 노력해주시길 바랍니다...물론 저 또한 제가 있는 분야에서 한석님과 같은 노력을 하겠습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바비(Bobby) :

To 동우님/ 동우님과 같은 분을 보면, 맥주라도 한 잔 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비록 뵌 적이 없으나 어떤 동지애가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저도 부족하나마 나름의 노력과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다음에 토론회라도 꼭 한번 오세요. ^^

업계 얘기도 나누고 스스로의 위치에서 변화를 불러오는 노력들에 대한 의견 교환도 나누고요.

Charlie Hong :

"임원진을 퇴출시키자" 저도 몇 년 전부터 주장하던 내용입니다만, 현실과는 상당히 먼 얘기 같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힘을 갖고 있고 실권을 쥐고 있으니까요. 그런 사람들이 퇴출되게 하는 것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되지 않을까요? 한 10년정도만(^^) 기다리면... 그 전까진 어떻게든 살아남으시기 바랍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어떻게 보면 비지니스 환경이나 세상사에서 당연한 이야기 입니다. 문제가 되는것은 자기 편을 그렇게 한다는게 문제죠. 각설하고 그런 식으로 사람을 관리하면 100% 회사손해 입니다. 회사손해이긴 하지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사람(임원진이나 상사, 직원들)에게는 손해가 아닙니다. 모두가 다 손해인 것을 알지만 고쳐지지 않는 이유는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구태의연한 과거 세대가 존재하기도 하고, 괜히 나섰다가 피해만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모두가 조직이라는 곳이 가진 문제인데 명쾌한 해결방법은 잘 떠오르지 않는군요.

익명 :

모든 사회 단면을 너무 우울한 모드로 이끌어 가시는건 아닌지...저같이 "B급정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글을 보면서 더욱 상태가 심각해 지는듯~

익명 :

트랙백 기능이 없는 것 같네요. 우선 제 생각을 담은 포스트를 링크 해 봅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저도 공무원 준비에 회의적입니다. 하지만 '메리트'가 더 있는데 무턱대고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이 바뀌어야겠죠.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iHWAN :

저도 한때 공무원을 할까 생각해본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하고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래도 공무원이 끌리는건 마찬가지입니다.

외국계 기업이나, 해외로 취업하면 조금 달라질까요?

익명 :

지켜볼 필요도 없습니다. 그렇게 소탐대실 하다가 결국 망하는 것이 그들의 정해진 운명이죠.

이제 와서 그들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Story of KC :

류한석님의 글을 처음 읽어보았는데(예전에 읽었는데 인지를 못했던것일수도..^^) 읽기 편하네요 ㅎㅎ

위의 문제는 대기업 다니는 사람으로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몇몇 팀장/임원분들은 직원들에게 회사에서 성공하려면...이라는 단서를 달면서 야근을 장려하고 임원의 뜻을 맞추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라고 가르칩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중간관리자나 사원들이 용기를 내서 이런 부분을 이야기해도 윗사람들이 '니네가 원하는거 하나 해줘볼테니 얼마나 회사가 잘되는지 보자'라는 식으로 접근하니 더이상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경직된 분들의 생각을 살살 풀어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익명 :

본사의 부당한 요구에 무조건적인 Yes로 화답하는 팀장/팀지원조직이 있는한 거대 기업들의 그러한 행태는 쉽게 바뀌진 않을 것 같아요. 소위 세대가 바뀌어야 할겁니다. 그것도 내부에서는 힘들것 같고 Google급의 강력한 외부충격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익명 :

제 주위에도 비슷한 친구가 있습니다... IT쪽은 불안하다고 공무원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이 너무 안타깝네요...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고 봅니다... 지금 현업에서 개발하시는 분들이 위로 올라가시면 제발 개발하실때 느끼시던걸 잊지 않고 좀 실천하신다면 희망은 있다고 봅니다...

익명 :

이지고잉이라는 표현보다는,
사람답게 사는길을 택한 것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지금 어려워도 나중에 편한 삶을 사느냐, 지금 좀 편해도 나중에 어려운 삶을 사느냐..

익명 :

흠.정말 좋은 주장입니다. 현실이라는게 너무 싫네요. 동우님 이야기와 공감합니다. 수많은 직원들을 낚은 팀장의 입장에서 어떤 경우에는 도데체가 생각을 바꾸게 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건, 임원진만의 문제가 아니고, 동료들 사이에서도 발생합니다. 어떤 팀은 야근하고 어떤 팀은 야근하지 않는다고, 웰빙팀이라고 부르더군요. 저는 거기 웰빙팀의 팀장이 되어 버렸습니다.ㅋㅋㅋ.
생산성은 더 높다고 생각하는데 말입니다.

익명 :

좀 생뚱 맞은 소릴질 몰라도,

저런 경직된 회사조직문화는
군대의 영향도 좀 있다고 봅니다.
특히 현재 기득권 세력들이 현역이던
시절엔 군대가 더 했으니...

소위 군대에서 배우는것이란것은,
조직생활인데... 억울함도 당해보고,
내 주장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윗사람에게 복종해야 하고,
일은 죽어라 해도 인정은 못받고
그게 조직이고, 현실이라는 쓴맛을
배우는곳인것은 맞습니다만,
군대의 특성상 너무나 수직적이기에
요즈음 변하는 조직문화(특히 세계적
으로)와는 좀 이질적인 면이 있습니다.

얼마전 국내 모 대기업에서
과장 차장 장장장 씨리즈 다 때려
없애고, 평사원 매니저 로만
나누어서 관료제의 경직된 문화를
타파하려는 시도의 글을 본적이
있습니다.

이제 시대는 변하고 있는데,
군대는 조직의 특성상,
명령에 복종하는 '까라면 까'문화를
가르치는곳이니(특히 정서 형성에
절대적인 나이인 10대후반 20대 초반
에 그리 굴려놓으니)
그닥 미래에 세계와 경쟁해야 할
현실과는 맞지 않는 조직 문화라
할수있습니다.

아직도, '군대가야 사람되'
라는 생각을 하시는분들보면
답답도 하고....

그럼 의무군대 제도 없는
선진국 남자들은 다 헤이한 정신에
회사가 다 망해넘어가야 할텐데
그렇진 않은걸 보고도 그런소리가
나오는지. ^^

익명 :

단순히 Easy Going을 원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애초에 인생에 있어 목표를 세울 수 없는 현실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중,고등학교 과정) 그들에게 열심히 공부한 이유나 가치는 아무래도 남들보다 편하게 살기 위한 것에 가까움이 있겠지요..

딱 제가 23살이고, 제 또래들이랑 이야기 해보면 막연히 유학을 떠나고 막연히 어학연수를 떠나는 친구들을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기업만이 소탐대실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전체적으로 잘못된 교육관과 가치관을 갖고 살고 있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희생되어진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요즘 시대에 저같이 살아가는 청년은 미운오리새끼 또는 잘못된 삶을 사는 것처럼 조명되기도 한답니다.

익명 :

홋! 논조가 너무 마음에 드네요. 신문 기사를 읽다보면 이런 세태를 만들고 있는 개인을 오히려 비난하는 분위기가 느껴졌거든요. 특히 '학대'라는 표현, 심하게 공감이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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