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19일

마음의 '질량보존 법칙'

[한겨레] [내 안의 목소리] 아버지, 당신을 내 인생에서 지웠어요

마음의 상처가 있는 어떤 분이 신문사에 기고한 글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저 또한 경우는 다르지만 유사한 상처가 있어, 유심히 모니터를 바라보며 손으로 입을 가리고 진지하게 읽었습니다.

지극히 사적인 삶에 대해 적은 글을 읽고, 제가 어떤 얘기를 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위의 글을 트리거 삼아 제 마음을 생각해보고, 제가 알고 있는 바를 적어 보겠습니다.

* * *

사람들은 말합니다. 참았다고, 용서했다고, 잊었다고.

하지만 그것은 종종 그늘 속에 숨어버린 마음입니다. 그 마음이 어떤 일을 꾸미게 될는지 모릅니다.

모든 에너지는 ‘질량보존의 법칙’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습니다.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디에선가 사용되지 못하고 깊고 어두운 곳에 축적된 그 에너지는, 전혀 엉뚱한 곳에서 ‘부작용(side effect)’을 만들어 냅니다.

특히 어린 시절 가족간에 발생한 문제는 그 본질로서 해결하지 않으면, 거의 대부분 다른 소중한 사람(예를 들면, 사랑하는 연인 또는 결혼 후의 가족)과의 문제를 일으킵니다.

그것은 우연이 아니고 당신 탓도 아닙니다.

마음의 '질량보존 법칙'. 그리고 그것이 발생시키는 부작용.

우리가 극복해야 하지만 너무나 극복하기 힘든 것이지요. 저도 알고 있을 뿐 아직 충분히 극복하지는 못했답니다.

그래도 자신의 상처를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반 이상은 극복한 것이지요.

가족과의 상처라는 관점에서 적었지만, 이것은 일상 생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친구, 직장상사, 부하직원 등 거의 모든 관계에서 단지 혼자서 ‘참고, 용서하고, 잊어도’ 그것은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부작용을 만들어 내지요. 예를 들면 갑자기 폭발하여 친구와 절교를 할 수도 있고, 또는 회사를 그만 둘 수도 있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잠수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자신이 통제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의 원천인 상대와의 적극적이고도 ‘본질적인’ 문제 해결만이 부작용을 막아줍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차선책으로서 자신의 마음을 언제까지나 잘 관리해야 할 것입니다. 자기 자신에게 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아, 상처를 주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요)

마음의 ‘질량보존 법칙’은 거의 모든 부분에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슴 절절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댓글 6개:

익명 :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밑에서 세 번째 줄 (그러기는 너무나도 쉽다)는 괄호안의 말이 자신의 마음을 관리하는 것을 뜻하는지요? 또는 사랑하기로 마음 먹는 일을 뜻하는지요? 어떤 뜻인지 좀더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익명 :

울컥 합당치 않은 화가 날 때가 있어요. 그러구 한참 후에야 그 화의 원인은 다른데 있었는데.. 하며 괴로워하죠.

그게 질량보존때문인지는 몰랐었구요.
잊은 줄 알았던 '화'가 가슴에 남아 있을 때 더 못견디게 괴로운거 같아요.

예전에 제가 존경하는 교수님이 말씀해주셨는데 화가 났을 때는 진짜 화를 내라고, 참지말고. 그때 화를 못내고 나중에 그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객관적으로 차분하게 말하지 말고, 그 감정을 담아 그때 화난것처럼 말하라고.. 그러면 마음에 남지 않는다구요.

마음이 아플 때 그걸 표현하는 사람이 더 쿨한 사람 같아요. 그냥 무조건 참다가 마음의 샘이 메마른 사람보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꾸벅 ~

익명 :

요즘들어 화낼 줄 아는 사람이 부럽더라구요. 전 오랫동안 너무 참고 살아서 이젠 화내는 법도 잊어버렸어요.

한번 화내면 정말 무서운 사람이라는 말도 예전엔 들었었는데, 화를 낸 게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래전이라 이제 그런말도 못 듣습니다. 사실 스스로 불행해 지는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언젠가 이상한 형태로 터질 거 같아, 스스로 불안한데... 이런 불안감의 원인으로 말씀하신 '질량보존의 법칙'도 꼽을 수 있겠네요.

많은걸 생각해보게 하는 글이였습니다.

바비(Bobby) :

TO 웅이님/ 문맥상 오해가 소지가 있어서 "그러기는 너무도 쉽다"는 말을, "상처를 주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요"라고 고쳤습니다.

긍정적으로 해석해 주셨는데, 좀 서글픈 표현이 원래의 의도라서.

왠지 죄송합니다.

익명 :

마음의 '질량보존의 법칙' 잘 읽었어요.
저도 가끔 그 비슷한 생각을 했었거든요.

예를 들어, 사람의 일처리 능력은 대부분 비슷한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만약 사흘에 걸쳐 끝나게 되는 게 보통인 어떤 일이 있는데 누군가가 하루에 다 처리한다면 후자의 사람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기 쉽지요.
근데 그 후자의 사람은 하루에 처리하고 이틀을 쉬어야하는 프로세스라는 걸 깨달았어요. 결국 사흘에 걸쳐 일하나 하루 일하고 이틀을 쉬나 그 일에 투여된 시간은 마찬가지라는.
그런데 대부분의 '재능있는' 후자들이 그 사실을 몰라서 너무 빨리 자신을 연소시키고 결국 그 부작용들이 이러저러하게 나타나는 게 아닌가 생각했었어요.

이 또한 에너지 보존의 법칙, 질량보전의 법칙에 들어가는 현상 중 하나 아닐까요.

익명 :

그것은 우연이 아니고 당신 탓도 아닌 그거을 풀어가는 것이 저희 인생이고 "공부"를 하기 위해 온 이 인생의 아픔이면서 고이면서 아름다움이면서 고귀함이 아닌가 합니다. 이 세상은 지옥이 될수 있고 천당이 될수 있습니다. 어느쪽을 택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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