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1일

피플웨어 류한석에 대한 평을 읽고

유명 블로거 한 분께서 자신의 블로그에서 저를 언급해주셨네요. 일부 경력까지 나열하셨는데 아마도 웹에서 알아낸 것이겠지요. 그 분은 대충 온라인상의 글로 보기에도 좀 까칠한 스타일인데(^^), 저에 대해서도 역시나 그런 관점을 넣어서 평가를 해주셨습니다.

좀 민망하지만 한번 보세요.

(상략)…
다만, 그는 생각보다 늙었다. 그의 논조는 노련하지만 무디고, 그의 문제의식은 다양하지만 뻔하다. 이런 것을 참을 수 있다면 그의 블로그는 충분히 기억해둘만한 가치가 있다.

저에 대한 평가에 동의합니다.

저는 원래 초등학생 때부터 애늙은이였죠. 그리고 공자왈맹자왈 식의 도덕주의적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제 자신이 명백히 인식하고 있는 점인데, 어쨌든 저는 ‘인간 수양’을 제 삶의 최대 목표로 꼽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 관계로, 솔직히 글의 관점은 좀 뻔하고 좀 재미없죠.

사실, 한편으로는 자극적인 글쓰기는 품위가 없다는 그런 사고도 갖고 있는데, 그런 제 생각이 옳다기 보다는 그런 사고를 갖게 된 것은 어디까지나 (유교적 환경에서 자란) 저의 태생적 한계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모습에 더하여,

나이 40세가 거의 되어 가는데 아직 결혼을 안 했으며 그다지 할 생각이 없고, 학창 시절에 자퇴를 하려고 학교를 도합 몇 달이나 안 갔으며(중1때부터 고3때까지 1년 걸러 한번씩 주기적으로 그랬으며 사연이 복잡함), 언어 장애가 있어서 학창 시절 급우들 앞에서 국어책을 한번도 제대로 읽은 적이 없고, 13년 동안 직장을 6번 옮겼고(프리랜서 시절까지 포함하면 7번), 큰 결정에는 대범하지만 작은 것에는 소심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나 막상 만나면 상당히 격의 없이 지내는(그러다가 헤어지면 연락 안 하는), 당최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라는 사실을 더한다면 어떨까요?

실제 오프라인 상에서, 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주 좋아하지만 싫어하는 사람들은 또 정말 싫어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제 스스로가 저의 결함을 너무나도 잘 안 나머지 그것을 회피하는 기술들을 모두 확보하고 있어서 그것 자체가 '꽤나 재수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벌써 이런 말을 하는 자체가 '너무나 진솔하면서도 또한 방어적인 것'이지요.

어쨌든 저는 또 하나의 불완전한 사람입니다. 다만 스스로의 결함을 어렵게, 어렵게 깨달아왔으며 그러한 깨우침과 자기 극복을 인생의 주요 목표 및 가치로 삼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 저를 타인들과 구분 짓습니다.

종교인도 아니면서 ‘인간 수양’에 대해 저처럼 집요하게 집착하는 사람도 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쨌든 성장 과정 및 사회 생활의 경험을 통해, 제가 겪은 것을 나름대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후배들)에게 알려주고, 또한 제 자신의 내면적/외면적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분발하고 있는 것이지요. 물론 저는 많은 편견에서 자유롭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강박감’으로 인해 피곤할 때도 많습니다.

그리고 저는 완벽을 가장하지 않습니다. 또한 제가 얘기하는 모든 것을 100% 실천하고 있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저는 추구하고 있으며 마치 신앙처럼 굳게 믿고 있습니다.

일면 뻔하고 지루한 도덕적 관점을 제시하고 있는 류한석임에도, 그래도 저를 지지하는 사람이 있는 것은 그런 저의 신념이 나름 임팩트를 주고 어필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저는 5년 뒤가 더 기대되는 사람이라는 거. ^^

세상 모든 것은 뒤로 남겨 둔 채, 영원한 분발과 발전을 지향합니다.


PS: 아, 그치만 소심해서 저에 대한 평을 본 즉시 바로 글을 써버렸습니다.

댓글 12개:

익명 :

우리는 신이 아닙니다.
사람입니다.
강점과 약점을 다 가지고 있는...

그러기 때문에 누군가의 인격과 글에 대한 평은 하지 않는 것이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을 비틀지 맙시다.
자신이 존중받고 싶은 만큼
타인을 존중하며 사는 사람이 많은 따뜻한 블로그를 만나고 싶습니다.

익명 :

그 유명 블로거 한 분께서 지금은 그 글을 지워버렸네요...

그 글을 지우다니 그 유명 블로거 한 분도 까칠한데 반해서 좀 소심해 보이네요...

익명 :

앗! 류한석님 저랑 비슷한 면이 있어요. 저두 중고등학교 시절 국어책 읽는 것에 대해서 공포증을 느꼈답니다. 그리고 도덕적 수양을 중시하면서 살아가고 있구요. ㅎㅎ

그런데 있잖아요 가장 현대적인 것이 가장 고전적인 것이라고 세익스피어는 말했다고 합니다. 이는 가장 늙고 오래된 것이 가장 젊고 새로운 것이라는 말을 의미합니다. 아실지도 모르지만 도가(道家)에서도 반로환동이라고 하여 늙음을 되돌려 아이로 바꾼다는 말이 있어요. 진실로 늙을 줄 알때 새로운 환골탈태가 가능하다고 보아요.

아무쪼록 류한석님의 진솔한 글을 읽으니 저에게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picnic 올림

익명 :

ZDNet에서 꾸준히 칼럼을 읽었습니다. 솔직히 그쪽의 글은 별로인 것 같았는데, 이곳의 글은 퍽, 맘에 드는군요. 역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되도록 피해야하고, 어쩔 수 없을 땐 지나치도록 신중해야지요.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리겠습니다.

익명 :

일부의 글로서 사람을 평가하는것. 그리고 그걸 당사자가 우연하게 볼때의 심정을 고려안하는건.
그냥 유명한 블로거라서겠죠.
그 유명함이 어떤것이냐의 문제이지.

익명 :

Good Blog 디렉토리에 소개하는 블로그는 그야말로 추천하고 싶은 블로그에 대한 제 사견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지운 것은 '좀 더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 사이에 류한석님이 평가에 대한 감상을 적어 버리셨군요. 글을 다시 살릴 수도 없고... 조금 난감합니다.

류한석님의 글 때문에 삭제했다는 오해가 없기 바랍니다.

바비(Bobby) :

To bluemoon님/ 난감해하지 마세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는 지적하신 내용이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니까요.

글을 굳이 지우실 필요는 없었는데, 오히려 아쉽네요.

익명 :

자신의 소신을 갖고 사시는 류한석님이 정말 보기 좋아보이네요.. ^^ 저도 한석님의 글에 끌려서 한달전부터 자주자주 블로그에 들락날락하고 있지요.. 이런 솔직한 글을 또 처음보네요.. ㅎㅎ 더 와닿습니다..

익명 :

그분은 외로워보이지만 꿋꿋한분이라는 생각이듭니다. 물론 유명하기도 하구요..^^

익명 :

다른 사람의 평가(자신에 대한)에 예민한 정도와 자신에 대한 믿음의 깊이는 반비례하지 않을까 싶군요.

익명 :

누군가 어떤 글을 읽고
긍정적인 변화를 갖고자 노력한다면
그 사람에게는 너무나 가치있는 글이 될 겁니다.

그것이 바로 글의 힘, 가치라 생각합니다.

더욱더 좋은 글 쓰시기를 바라며 기대하겠습니다. ^^

바비(Bobby) :

TO 익명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자신에 대한 신념이 분명하다면, 자연스럽게 대단치도 않은 일에 부화뇌동하지는 않게 되지요.

그래서 저 같이 부족한 시절을 경험한 사람일 수록 '인간 수양'이 중요한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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