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31일

엔지니어의 외국기업 이직금지 주장에 대한 단상

제가 이에 대한 글을 스플에 올렸으니 제 블로그의 구독자분들도 한번 보시고요. 관련 코멘트는 스플에 해주시기 바랍니다.

[스플] 엔지니어의 외국기업 이직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읽고

에피소드를 추가로 하나 더 말씀 드리겠습니다. 스플에 올린 에피소드와 비교하여 보세요.

이것은 저의 사례입니다. 제가 전직장에서 기술 인센티브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어느 날 담당 임원이 조용히 저를 개인적으로 부른 후 어떤 계약서를 주면서 바로 서명을 하라고 하더군요. 근로계약이 있는데 또 무슨 계약서인가 싶었는데 읽어볼 틈도 주지 않고, 돈을 준다며 서명을 하라고 했습니다. X천만 원의 금액이었습니다.

종용하는 분위기라서 계약서 내용을 상세히 읽어보지도 못하고 서명을 하고 나왔습니다. 나와서 내용을 차근히 읽어보니 돈을 받는 조건으로 2년간 필수 근무 조항이 있더군요. 만일 돈을 받은 시점부터 2년을 계속 근무하지 않을 경우 돈을 그대로 회수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일종의 이면계약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조항들이 많았습니다. 당시 상황은 제가 경력 입사 4년 차가 될 때까지 최우수 고과를 계속 받았고, 그에 따라 제가 일한 성과로서 받은 인센티브임에도 불구하고 의도가 좋게 생각되지 않는 여러 조건들이 붙어 있었습니다.

참고로, 근로기준법에는 근로자에게 근로 대가로 지불한 모든 임금은 어떤 조건을 전제로 다시 회수할 수 없다고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일 그렇지 않을 경우 고용주가 나쁜 의도로서 이미 지불한 임금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인센티브는 월급 통장이 아니라 다른 별도의 통장으로 입금이 되었고(추후 법적 분쟁 발생시 임금이 아닌 것으로 주장하기 위해 그런 것으로 추정), 모든 근거는 페이퍼로 이루어졌고 회사측에서는 어떤 디지털 자료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2년을 채우지 않은 채 퇴사를 하였고, 기존에 받은 인센티브는 한 푼도 빠짐없이 회수 당했습니다. 퇴직금에서 제한 채로 나왔는데, 그래서 퇴직금을 거의 못 받았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인센티브 받은 것 자랑하는 거냐고 구박하지 마십시오. 결국 한 푼도 못 받았으니까요. ^^

이 글의 교훈은 무엇인가요?

그것은, 인센티브를 주려면 기분 좋게 주고 애사심을 가질 수 있게 주라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 오히려 역효과만 있었으니까요.

아직도 서명 후 이면계약서를 보았을 때의 불쾌한 느낌이 떠오릅니다.

저는 부품이 아니라 인간입니다.

댓글 6개:

익명 :

국내 기업에서 직원을 사람답게 대해주는 곳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그 돈보다 계속 최우수 고과 받은게 더 부럽습니다...흑;

Unknown :

몸값에 어울리는 임금을 주지 않으려는 작은 욕심이 인재를 잃는 큰 손실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대개는 잘 모르죠. ^^;

익명 :

기업들이 존중, 신뢰등을 기반으로 한
적절한 대우 보다는 '협박'으로 유지시킬려고 하고 있는게 매우 안타깝습니다.

익명 :

인센티브를 줄려면 기분좋게 줘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도대체, 우리나라 관리자들은 어째 다 저렇게 쪼잔한 짓거리들만 골라 하는지; 정말;;

익명 :

부품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마지막 말씀이 정말 아프게 느껴집니다.

From Soyoja :

그런일이 있었군요...;;;
조엘 온 소프트웨어란 책을 얼마전에 읽었는데, 그 책에는 "성과급은 역효과가 많으니 주지 말라" 는 얘기도 있더군요...

줄려면 기분좋게 줘야 한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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