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제가 이번 주 수요일(어제)에 인터넷 미디어인 K모바일이 주최하는 “차세대 웹 기술 & RIA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했습니다. 발표 청탁을 거절하였다가 담당자가 몇 번이나 연락을 해 온 관계로, 어렵게 수락한 발표였습니다.
[발표 자료] 차세대 웹 애플리케이션 트렌드 (무료 파일 호스팅 사이트를 이용했습니다. Download 링크를 클릭하세요.)
어쨌든 발표 자체는 잘 마쳤습니다. 차세대 기술에 대한 전도 활동에 흥분한 나머지, 발표 시간을 약간 오버하기는 했지만 IT 업계의 선배 및 동료로서 간절하게 전하고 싶은 얘기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트렌드가 이러하니 빨리 준비하시라는 얘기였죠.
그리고 하루가 지났습니다.
조만간 웹 기술에 관심이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WebappsCon이라는 행사가 개최됩니다. 해당 행사에서 저는 “리치 웹의 미래는?”이라는 패널토론 시간에 좌장을 맡기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어제 류한석님의 발표가 편파적이어서 리치 웹 패널의 좌장이 바뀌지 않으면 한국어도비가 패널로 참석하기 힘들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위에 첨부한 제 발표 자료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자료 자체에는 그 어디에도 편파적인 내용이 없습니다. 다만 제가 스피치한 내용을 더듬어 보면, 제 기억에 각각의 기술에 대해 하단과 같은 코멘트를 한 바 있습니다.
1) MS의 Silverlight: MS가 은근슬쩍 가랑비에 옷 젖듯 기술을 전파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또한 개발툴인 비주얼 스튜디오 및 닷넷과 연동이 되어 있기 때문에 Silverlight이 주목 받을 가능성이 크다. 거기에다 비용적인 장점도 많이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MS라는 ‘거부감의 장벽’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2) Adobe의 Flex: 기술적으로 상당히 유의미하다. 서버 상에서 리치 UI를 생성해서 SWF로 보내준다는 측면에서 아키텍처 상으로 볼 때 좋은 힌트를 던져주고 있다. 다만 가격이 비싸고 관련된 여러 기술들을 알아야 하므로 사실상 개발이 쉽지 않다. 개발자를 구하기도 힘들다.
3) Abode의 Apollo: 웹-데스크톱 통합 추세를 보여주는 주목할만한 기술이다. 아직 정식판은 아니지만, 중요한 기술이므로 사이트에 가서 꼭 데모를 확인하기 바란다.
4) OpenLaszlo: Flex와는 경쟁 기술인데 오픈소스이고 무료라는 것이 큰 장점이다. 다만 안정성과 성능에 있어 개선 사항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가격대 성능비가 뛰어난 기술이다. 한국에서 활성화가 안되어 아쉬우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위와 같습니다. 제가 모든 기술을 직접 경험해본 상태에서 말씀 드리는 내용입니다. 혹시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편파적인 스피치가 있었다면 행사 참석자분들께서 상기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발표자는 같은 자료를 이용하더라도 그때그때의 상황, 분위기와 영감에 따라 상당히 다른 스피치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발표가 끝난 후 발표자 스스로는 내용만 기억할 뿐 정확한 문구나 단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도구에 대한 종교적 사고 방식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단편 기술이 아닌 IT 그 자체를 사랑하며, 나름대로 균형 잡힌 논평을 지향합니다. 그렇지만 100이면 100사람 생각이 모두 다르고, 모든 기술들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 언급했으므로, 듣는 업체나 관련 개발자에 따라 심기가 불편한 점도 있었을 것입니다.
어쨌든 그 결과, WebappsCon의 후원 업체인 한국어도비의 요청에 따라 제가 패널토론의 좌장을 맡지 않고 완전히 빠지기로 했습니다. (한국어도비의 요청을 듣고서, 그럼 제가 빠지겠다고 주최측에 말씀을 드렸습니다. 행사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주최측의 결정 전에 제가 먼저 결정한 사항입니다.)
저로서는 안 맡아도 OK입니다만.
유감 표명, 해명 요청도 아니고 곧바로 압력 행사라니 안타깝습니다.
이 일의 교훈은 이것입니다.
업체들에게 고하건대, 합리적인 논평 문화를 수용해야 합니다. 저는 특정 기술을 비난한 바도 없고 다른 특정 기술을 찬양한 바도 없습니다. 제 지식과 경험에 비추어 본 강점, 약점에 대한 코멘트를 했을 뿐입니다. 전문가의 관점에서 그 정도의 논평도 못한다면 그저 제품 소개일 뿐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WebappsCon 행사 진행 측에는 죄송합니다만) 이 에피소드를 공개하는 이유는 업체들의 각성을 위해서 입니다. 한국어도비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지금은 소위 웹 2.0 시대입니다. 개인 및 기업의 진정성, 개방성, 투명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죠.
좋은 얘기든 나쁜 얘기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동의하지 못할 경우 치열하게 논쟁을 하십시오. 아니면 이렇게 공개가 됩니다. 이것이 바로 트렌드죠.
저는 논쟁을 환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