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감상해보세요.
잊어버립시다 - 티즈데일
꽃을 잊는 것처럼 잊어 버립시다.
한 때 세차게 타오르던 불을 잊듯이
영원히 영원히 아주 잊어버립시다.
세월은 고맙게도 우리를 늙게 하오.
누가 만일 물으면 이렇게 말합시다.
그건 벌써 오래 전에 잊었노라고.
꽃처럼 불처럼, 또는 옛날 잊고 만
눈 속에 사라진 발자국처럼 잊었다고.
* * *
5월 바람 - 티즈데일
열린 문을 굳게 닫아 버리듯
나는 내 가슴의 문을 닫았다.
사랑이 그 안에서 굶주려
더 이상 나를 성가시게 굴지 못하도록
이윽고 저 지붕 너머에서
5월의 따사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거리에서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
난간으로 한 곡조 들려왔다.
방안은 햇살로 밝고 밝은데
사랑은 내 안에서 소리 지른다.
"나는 아직 튼튼해, 놔주지 않으면
가슴을 쳐부수고 말테야."
* * *
티즈데일 (Teasdale, 미국의 시인, 1884~1933): 서정적이고 쉬운 문체로 대중의 인기를 얻었으나, 유서대신 아름다운 서정시를 써놓고 수면제를 먹은 후 자살로 삶을 마감하였다.
댓글 4개:
원래는 시가 영어였을텐데 그걸 한글로 번역하니 영어였을때 가졌던 서정성들을 많이 잃어버린거 같네요...
제가 좋아하는 김소월의 '먼후일'이란 시가 오랜만에 떠오르게 한 시네요.^^
먼후일
먼 후일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때에 잊었노라
TO 독자님/ 그치만 영시들 가운데에서 꽤 잘 번역된 시들이랍니다.
절대 잊을 수 없는 것임을 알기에
잊으려 노력하는 것이겠죠.
잊으려는 노력은
그리움의 영양제 역할을 하더군요.
좋은 시네요.
예술은 거미줄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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