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민학생 때 사직공원 내에 있는 어린이 도서관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 잡지도 보고, 명작 동화도 보고, 이런저런 참 많은 책을 보았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은 책은 셜록 홈즈, 괴도 루팡을 주인공으로 한 추리 소설, 그리고 SF 소설이었다.
특히 SF 소설은 나의 사고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20년이 지난 어느 날 생각해보니까, 스토리는 기억이 나는데 제목이나 작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 몇 년 전에 알게 된 사실 하나는, 내가 가장 좋아했던 SF 소설이 바로 필립 K. 딕이 쓴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그 소설이 바로 'Imposter(국내제목: 사기꾼로봇)'이다. 이 소설은 필립 K. 딕 붐을 타고 국내에 출간되기도 하였으며, 몇 년 전 영화화도 되었는데 국내 개봉은 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필립 K. 딕을 너무 좋아해서 그에 대한 글을 모 영화사이트에 기고했던 적도 있다.
필립 K. 딕이 선사하는 지독한 자기정체성의 혼란
SF 소설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분들께 알려 주고픈 유용한 정보가 있다. 혹시 어렸을 때 읽었던 아이디어 회관의 SF 소설을 기억한다면 다음의 사이트를 꼭 방문해 보기 바란다.
'아이디어회관 SF 직지 프로젝트 1999'의 작품 읽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으며, 나도 해당 프로젝트 초기에 방문하여 추억의 책들을 읽어 본 바 있다. 그 후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오늘 구글에서 다른 정보를 찾다가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
저작권 문제를 떠나서,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수십 년 전 책들을 일일이 구하여 복원한 용기는 참으로 대단하다.
이것이 모두 유년의 추억에 대한 소중함과 SF 소설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좋은 공익 프로젝트를 수행한 분들께 깊은 존경심과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댓글 7개:
'심해의 우주괴물'... 와~
대수롭지 않게 우연히 접한 작품이, 자신의 내면 깊은 곳의 어떤 면과 매치(?)되면서 오랜 세월 잊지 못하고 떠올리게 되는 경우가 있죠.
저도 몇 년 전에 우연히 직지 프로젝트 사이트를 통해 어린 시절 읽은 후 평생 잊지 못하고 떠올리는 어떤 작품을 다시 발견하게 되어서 아주 행복했었는데, 간만에 여기서 다시 접하게 되니 반갑네요.
직지 프로젝트 홈페이지를 방문하니 낯익은 소설이 있더군요. '걷는 식물 트리피드'. 예전에 읽은 소설인데 여기서 보니 참 반갑더군요. 덕분에 좋은 추억 하나를 기억하게 됐습니다. ^^
은하철도 999 같은건 기억나는데 저는 왜 저런 책을 본적이 없을까요? 아무래도 세대 차이가 좀 나시는거 같습니다...
직지 프로젝트에서 제공하는 책들의 표지를 보니 중학교때 생각이 나는 군요. 저도 거의 다 읽어본 것 같은데 유독 기억이 나는 것은 백설의 공포. 결코 같은 모양이 있을 수 없는 눈결정의 변이로 인한....
루팡과 홈즈씨리즈도 어느 출판사에서 씨리즈로 나왔는데 절반은 용돈 모아서 사서 보고 나머지는 학교도서실에서 빌려서 모두 본 기억이 나는군요.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등등.... 좋은 추억...
류한석님 덕분에 뜻밖의 선물을 받은 느낌입니다!
당시 누나가 빌려온 10 여 권의 (아이디어회관) 책들을 통해
저도 SF 에 매료되었지요.
특히 '합성 뇌의 반란'이 기억에 남습니다.
아마도 제가 접한 최초의 음모론
- conspiracy theory - 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생명공학에 대한 제 인식/주장은
이 소설로부터 내려 받았다고 할 만큼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그래서인지 20 년이 지난 지금도 생명공학은,
문제를 해결하는 학문이 아니라
문제를 일으키는 학문이라 규정짓고 있습니다.)
학교다닐땐 '공상과학소설읽고 독후감쓰기' 같은 숙제를 많이 받아봤어요.
최재훈님이 말하신 '심해의 우주괴몰' 그때 본것 같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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