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한국영상자료원 고전영화관
개인 블로그이므로 이런 글도 올려본다. 나에게는 오래 기억에 남을 영화이므로.
이 영화는 1966년 작품으로서,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 나온 영화인데 비디오나 DVD 등으로도 나온 적이 없어서 보고 싶다고 해서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우연히 신문 기사를 보다가, 1960년대의 서울 풍경 및 당시의 음악이 많이 나오는 영화라고 해서 꼭 한번 보고 싶었다. 왠지 모를 그런 충동이랄까?
예술의 전당에 있는 고전영화관에서 지난주 토/일요일에 걸쳐 딱 두 번만 상영한다는 것을 알고는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이번 아니면 언제 볼 지도 모르는데, 갔다 와서 후회하자"는 심정으로 갔었는데, 영화를 본 후 정말 가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 제목이 '밤하늘의 브루스'라서 혹시 동명의 음악과 상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밤하늘의 브루스'로 알려진 Wonderland By Night이 아니라… Nini Rosso의 연주로 유명한 Il Silenzio(밤하늘의 트럼펫)이 영화의 주제곡이며, 아주 중요한 씬에 사용된다. (아마도 저작권료는 지불하지 않았을 듯싶다. ^^)
이 영화는 노필 감독의 1966년 작품인데 최무룡, 태현실, 서영춘 등 그리운 얼굴들이 등장한다. 또한 곽규석, 이기동, 남보원 등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유주용이라는 가수가 엘비스의 Kiss me quick 번안곡(빨리키스해주세요)을 멋들어지게 부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위의 영화 스틸이 바로 그 장면!)
영화 내용은 지극히 단선적이며 클래식하다. 가수로 성공한 상수(최무룡)는 안전한 성공의 길을 포기하고 여러 난관 끝에 경희(태현실)와 결혼하게 된다. 경희를 마음에 둔 레코드 사장의 계략으로 두 사람은 신혼 여행길에서 사고를 당하게 되고, 경희는 병을 얻어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다. 경희는 자신의 병을 감추고 상수의 성공을 기원하는데, 상수가 재기한 순간 경희는 시골집에서 쓸쓸히 죽어간다. 경희가 혼신의 힘을 다해 작곡한 마지막 노래가 바로 '밤하늘의 브루스'인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는 70년대 영화인 '라스트 콘서트'가 생각이 났다)
영화를 안 본 사람의 경우, 줄거리만 보면 심히 유치하고 지루하게 생각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단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았으며, 정말 재미있게 영화를 봤다. 나는 그러한 60년대의 순진한 정서를 참으로 좋아한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아름답고 순수한 시절이기 때문이다.
주제곡이 흐르는 영화의 시작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멋있으며, 영화의 배경인 60년대의 서울 풍경만으로도 깊은 감상에 빠질 수 있었다. 최무룡씨의 터프한 연기가 괜찮고, 여주인공인 20대의 태현실씨는 정말 예쁘게 나온다. 태현실씨가 젊은 시절에 이렇게 아름다웠던 것을 이 영화를 보고서야 알았다. 서영춘씨의 코믹 감초연기도 잔잔한 웃음을 준다. 정말 그리운 얼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나는 태현실씨가 죽어가는 마지막 씬에서 정말 많이 울었다. 극장에는 거의 할아버지, 할머니들 밖에 없었는데, 눈물을 훔치며 극장을 나서는 나를 상당히 신기하게 보셨다. -.-
DVD로도 TV에서도 볼 수 없는 숨겨진 영화를 보게 된 것을 무척 기쁘게 생각한다. 참고로 말하자면 본인은 상당히 올디스 취향이므로 이런 영화를 좋아하는 것이고, 만일 60년대적 DNA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이 영화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밤하늘의 브루스. 우연한 기회에 만난 이 영화가 내게는 몹시 소중한 영화가 되었다.
PS1: 이 영화는 주제곡은 (연주한 이는 다르지만) 바람새 사이트의 연주곡 듣기에서 들어볼 수 있다. (Il Silenzio - Nini Rosso/trumpet)
PS2: 참고로 얼마 전 오픈한 KMDB에 있는 이 영화의 줄거리는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이 영화는 뮤지컬이 아니며, 거기에 소개된 줄거리도 영화의 내용과 완전히 다르다.
댓글 1개:
읽으면서 웃음이 났습니다.
이렇게 진솔한 영화평은 첨 읽어보는 것 같아요.
대체적으로 영화잡지에 나는 영화평은 너무 멋이 들어있다 싶거든여..
재밌게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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