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11일

구글 R&D센터 설립에 대한 저의 생각

관련뉴스: [연합뉴스] 구글, R&D센터 설립 한국 본격투자 나서

그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구글의 한국 R&D센터 설립에 대한 발표가 있었습니다.

제가 저녁에 중요 모임이 있어서 집에 늦게 들어온 관계로 이에 대한 글을 못 썼는데, 그래도 명색이 IT 칼럼니스트이므로 이번 일과 관련된 의견을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저의 관점에서 밝혀보도록 하죠.

사실 이번 구글의 발표는 한국 내 R&D센터 설립을 공식적으로 밝혔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내용이 없습니다. 한마디로 영양가가 아주 떨어지는 발표였습니다. 설립 시기, 연구 계획, 참여 인력, 센터장 등 하나도 드러난 것이 없는데, 그것은 일부러 공개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준비된 내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구글은 첫눈 M&A 실패 이후 한국 시장에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마땅한 재료를 찾지 못했고, 구인에 있어서도 특유의 체계 없고 번잡하면서도 까다로운 구인 프로세스로 인하여 제대로 사람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6월에 산자부 장관이 구글을 직접 방문하여 합의한 내용이 있기에, 이후 별다르게 준비된 바는 없지만 더 이상 미루지 못하고 이와 같이 밍밍한 발표를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어쨌든 이번 구글의 발표는 워낙 업계와 대중의 기대가 컸던 탓에, 공중파 방송사와 모든 신문사들이 취재를 할 정도였습니다. 그것은 구글이 그만큼 업계와 대중을 애타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구글이 지금까지 한국에서 별반 한 게 없었기에, 사람들은 “그래도 구글이 무언가 대단한 것을 하지 않을까? (두근두근)”의 기대 심리를 갖고 있었고 지금이 바로 최고조의 상태입니다.

현재의 구글에 대한 관심은 바로 그 막연한 기대 심리를 반영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구글은 공식적으로 발표를 했고, 대중의 막연한 기대 심리는 사라지고, 실제로 구글이 무언가 보여주어야 하는 때가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구글은 도대체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 검색 엔진에서 한글 검색이 더 잘되는 것? 현재의 구글과 네이버를 용도에 따라 잘 골라서 사용하면 업무와 엔터테인먼트, 생활 검색에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 구글의 유명 서비스들은 이미 거의 모두 한글화가 되어 있어서, 한글 관련해서 뭔가 대단하게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부분도 없습니다.
- 현재의 구글 문화에서 한국만을 위한 서비스를 오픈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설사 오픈한다고 해도 (국내 포탈의 종합선물세트적 기능과 경쟁할 경우) 구글 서비스의 성공 가능성은 아주 희박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구글의 발표가, 구글에 대한 막연한 기대 심리가 실망으로 바뀌는 계기가 될 것으로 봅니다.

단지 R&D센터를 설립하고 지사를 통해 광고 영업 정도만 한다면, 구글의 한국 내 위치는 오히려 현재보다 더 추락할 것입니다. 기대 심리의 프리미엄은 더 이상 없고 냉정한 실적 평가만이 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R&D 센터는 핵심 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곳입니다. 사업적 실적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한가지 변수는, 구글이 현재의 사무소 수준이 아닌 지사를 설립하고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드라이브하면서 네이버, 다음 등과 같은 대형 포탈을 M&A 해버리는 것입니다. 물론 M&A의 경우 대형 포탈의 시장 가치가 높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구글이 한국에서 주목 받을 수 있는 길이며, 현재로서는 그 외 다른 어떤 시도도 무위에 그칠 것으로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현재 오픈된 구글의 거의 모든 서비스들에 대한 한국 이용자들의 선호도는 이미 사실상 결론 났기 때문입니다.

대다수의 일반적인 한국 이용자들이 구글 검색 엔진을, 지메일을 몰라서 안 쓰는 것이 아닙니다. (사용 %가 낮다는 뜻입니다)

네이버와 다음에 이미 충분히 익숙하고 불편함을 못 느끼기 때문에 구글을 안 씁니다.

익숙함의 프리미엄이란 대단한 것이죠. 구글이 기능 몇 개 추가하고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도 그것은 대다수의 한국 이용자들과는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아주 대단한 킬러 서비스, 또한 한국 이용자들이 몹시 갈망하는 또는 갈망하지 않았으나 보자마자 푹 빠져버리는 서비스를 오픈해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본사에도 없는 그런 것을 한국에서 금방 만들어 낼 수는 없는 법입니다.


6개월 후 다시 한번 코멘트해 보죠.
그때가 되면 한국 내에서 구글의 위상이 지금보다 더 상승할까요? 아니면 하강할까요?

대형 M&A를 해내지 못한다면, 지금보다 더 하강한다는 쪽에 1만원 걸겠습니다. ^^

구글은 한국에서 야후 코리아 또는 월마트처럼 될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PS: '그만'님의 피드백에 대해 제가 코멘트한 내용을 보세요. 구글의 한국에서의 사업적 성공에는 회의적이지만, 한국의 입장에서 이익이 되는 부분에 대한 부연 설명이 담겨있습니다.

댓글 13개:

익명 :

만원에서 웃었습니다^^

익명 :

구글이 첫눈을 M&A시도를 했었었군요.. 몰랐네요.
구글이 성공을 못할것이라는 식의 말씀을 하셨는데요. 그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문제인것 같습니다.
검색서비스는 잡다한 것 보다는 검색만 잘되면 됩니다. 네이버, 다음, 파란, 엠파스등 우리나라 메이저급 검색사이트들은 검색이 먼저라기 보다는 잡다한 서비스 위주의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화려하기만 하지 허접해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에 비해 구글은 다른 서비스들을 메인에 배치를 안하고 검색위주의 사이트를 만들어 놓으니 우리나라 검색보다는 구글을 먼저 찾게 되더군요...

익명 :

역쉬, 류한석옹도 그만과 비슷한 생각이셨군요.. 전적으로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다만, 구글의 한국 투자 자체가 갖는 이슈적인 성격으로 봐서 구글이 건질 것은 없을지 모르나 한국은 건질 것이 있다고 봅니다.

익명 :

월마트에 대공감입니다.

바비(Bobby) :

To 신정훈님/ 갑자기 만원 생각이 났습니다. ^^

To kiyong2님/ 저 또한 구글 서비스를 좋아합니다. 구글 검색이 없으면 업무를 못할 지경입니다.

하지만 저 같은 얼리어댑터가 좋아하지 않는 서비스가 한국에서는 더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즉 화려하고 잡다한 서비스가 바로 그것입니다.

바비(Bobby) :

To 그만님/ 좋은 지적을 해주셨네요. ^^

구글이 한국에서 별반 재미를 못볼 가능성이 큽니다만, 구글의 한국 진출은 여러모로 좋은 일입니다.

업계 전반에 경쟁에 대한 긴장감이 고조되고, 기술 개발이 촉진될 수도 있고, 특히 기대되는 점은 구글의 좋은 근무 환경에 영향을 받아 국내 업체들의 근무 환경이 조금이라도 더 개선이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사실 "근무 환경의 개선에 대한 임팩트". 그 점이 구글에 제일 고맙습니다.

결론적으로,
전 한국에서 구글의 비즈니스적 성공에는 회의적이지만, 한국의 IT 산업에 어떻게든 이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월마트 진출을 통해 우리 할인점이 훨씬 경쟁력이 강화되는 계기가 되었듯이 말이죠. ^^

To mistic님/ 피드백 고맙습니다.

월마트, 노키아 건은 여러모로 국내 업체들에게나 외국 업체들에게 큰 교훈이지요. ^^

바비(Bobby) :

To 그만님/ 흑흑, "옹"이라는 표현 좀 쓰지 말아주세요. 몇 살이나 차이가 난다고요?

흑흑..

Howdy :

구글이 독창적인 서비스와 기술을 선도하는 업체중에 하나이긴하죠 그래서 이번 설립에 대해서 관심도 많고 기대도 많이 되는거같구요. 하지만 국내에서의 성공여부는 시간을 가지고 더 지켜봐야 할것 같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워낙 국내 사용자들은 대형포털의 다양한 서비스에 길들여져 있고 이곳을 통하지 않는 서비스들은 사용자가 많지 않은것이 현실이지 않습니까? 이것을 극복하는 것이 구글의 과제이겠군요. 그래서 한국의 유수한 엘리트 인원을 채용하려는 이유중에 하나일것 같습니다.

익명 :

류한석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렇다면 류한석님께서 구글이 성공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하신것중에 하나인,
뭔가 지금까지 없었던 혁신적인, 이용자를 확 끌어당기는 그런 서비스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요? 그것에 대해서도
한번 토론해 봐도 흥미있을듯합니다.

문론 그런 '아이템'을 우리가 안다면
우리가 대박 터뜨리면 되겠지요? ^^

ProductionKim :

저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사실 구글이..한국에 R&D센터를 설립한다고 했을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업무환경적인 면에 대해서 다른 IT업계에 미치는 영향력" 이였습니다. 저는 사실 작은 게임회사 일하고 있습니다만 구글의 업무환경에 대해서 한번씩 이야기 하면 마치 딴나라 이야기 인냥 무시하거나 헛된 꿈인냥 치부해 버리는 사람들이 꽤나 많이 있답니다. 현재의 심정으로는 구글의 업무환경에 투자하는 모습을 보고..무언가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합니다...~

익명 :

업계 종사자로써 제일 기대가 되는 부분은 기술에 대한 투자가 살아날 것인가 하는 부분입니다. "종합선물세트"에는 별반 기술이 필요없지요.

Unknown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산하기관에 몸담고있는 제가 느끼고알고있는 것을 쓰기에는 좀 뭐해서 정책에 대한 부분은 언급을 생략하겠습니다만... ^^;
다만 구글이 한국에서 성공하고있지못하는 것은 한국시장이 그만한 가치가 없기때문에 안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시장(특히 웹/포털쪽..)은 좀 독특해서(언어문제도 있구요) 한국시장만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어야하는데, 한국시장이 과연 그만한 메리트가 있냐는 거죠. 얼마가될지는 모르지만 그만한 돈 투자해서 얻는 효과라고는 그냥 한국시장인거죠. 그게 세계적으로 효과가 확대된다는 보장도 없구요. 이번 내용에서도 밝혔지만 구글이 센터설립하고 투자하는 돈이 2-3년간 천만불(96억정도)입니다. 냉정하게 본다면 구글은 한국시장을 저정도의 크기로 본다는 의미가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국내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면 또 다른이야기겠지만요. ^^;

great2r :

현 우리 포털의 주소는 엔터테이먼트가 전부라 생각됨니다. 검색 자체가 엔터테이먼트에 초점되어 있고, 본질을 논하기 어렵지만, 예전의 포털의 개념과는 멀어지는것 같습니다.

제생각의 구글의 가능성은 웹기반 홈컴퓨팅?(표준용어를 모르겠네요..)의 도입이 아닐까 합니다.

간단한 예로는 웹오피스 정도로 생각해보았구요.. 더 많은 아이템들이 개발&구상중이겠지요..

저 또한 구글이 현 우리시장의 포털을 표방해서는 가능성이 없다고 봅니다.

아마도 최소 1년에서 2년정도 시간을 갖고
그들만의 것을 만들어 내리라 생각하며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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