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제가 새 출발에 대한 글을 남긴 후 많은 분들께서 덧글을 남겨주셨습니다.
제가 현재 시애틀에 잠시 머물고 있는데 해야 할 일들로 인해 블로깅이 수월치 않은데다 덧글이 워낙 많아서 일일이 답글을 달지 못했습니다. (이럴 때 보면, 개개의 덧글에 답글을 달 수 없는 구글 블로거 시스템이 꽤 불편하게 생각되네요.)
어쨌든, 대신 이렇게 감사의 포스트를 남기고 있습니다. ^^
이 글을 쓰는 지금, 시애틀의 시간은 오전 1시가 거의 다 된 시각.
블로그의 장점은 역시 상호작용이 아닐까 합니다. 마음의 상호작용.
많은 분들께서 성원해 주시는 것을 보니 그리고 타지에 있다 보니, 약간 감상에 빠지면서 옛날 생각이 나네요. 마음을 풀어놓기 전에 먼저 음악을 틀고,
하단의 노래는 제가 무척 좋아하는 Ricky Nelson이 1958년에 부른 Lonesome Town. 거의 50년이 다 된 노래네요.
과거를 떠올려 봅니다. 낭만적인 기억보다는 어려웠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10년도 훨씬 전인 사원 시절, SI 프로젝트에서 개발자로 일할 때 일주일 정도 집에 못 들어간 상태에서 새벽에 일하다 너무 졸려서, 창고 시멘트 바닥에서 신문지 덮고 자다가 부장한테 걸렸는데 일 안하고 잔다며 구박 받았던 일.
당시에는 거의 불가능하게 생각됐던 멀티태스킹 기능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서 회사에 엄청나게 기여했던 기억.
하드웨어 문제로 시스템에 가끔 오류가 생겼는데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제 책임인 것처럼 치부 당한 나머지 너무 속상해서 엉엉 울었던 기억.
함께 일을 시작했던 사람들에게 실망하여 떠나려 했으나 마음이 약해서 그러지 못했는데 그 후 더 큰 상처를 주고받았던 기억. (이때도 역시 울었었죠)
IT 업계를 떠나려고 마음 먹었다가 다시 마음을 고쳐먹었던 기억.
더 과거로 돌아가 보면, 대학생 때 고학을 하면서 고통 받던 20살 시절이 생각납니다. 그때 저는 30살이 되었을 때에는 정말 아주 잘 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거의 40살이 되어가는 지금 현재를 보면, 저는 제가 기대했던 것의 1/10도 못 되는 부족한 사람일 뿐이고 여전히 분발할 점이 많고 이루어야 할 점이 많습니다.
역시 이 세상은 참으로 만만치 않습니다. 또한 나약한 한 인간이 타고난 결함을 극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요? 지난 세월 동안 바로 그것을 가슴 절절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몸뚱어리 하나 밖에 없는 제가 참 낭만적인 생각을 했던 거 같습니다. ^^
제가 추구하는 인생의 목표까지 도달하기 위한 길을 전체 10단계로 보면, 이제 겨우 3단계 정도 온 거 같습니다. 아직 갈 갈이 머네요. 가다가다 목적지에 못 도착할 수도 있겠지만(도착할 가능성보다는 못 도착할 가능성이 클는지도), 그렇게 터벅터벅 걸어가는 나그네의 발걸음 그 자체가 인생이 아닌가 싶습니다.
쓸쓸한 발걸음에 마음의 동반자가 되어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여전히 갈 길이 먼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미소 지으며 다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걸어가는 모든 사람의 앞날에 행운을 기원하고 싶습니다~
댓글 6개:
쓸쓸한 나그네 발걸음에 마음의 동반자가 되어줄 사람들을 되도록이면 많이 만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혼자 걷는 걸음 가끔 뒤돌아보면 허무할 수도 있으니깐요. 앞만 보지 마시고 주변도 둘러보면서 좋은 경치도 감상하실 수 있는 그런 여유도 함께 가지시길 빌겠습니다. 둘다 갖기란 좀처럼 쉽지는 않겠지요...그럴 수 있는 사람이 진정 큰그릇을 가진 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 요즘 종종한답니다.
To delight님/ 제가 구독하는 블로터닷넷의 그 delight님이신거 같네요.
저의 경우 큰 그릇의 꿈을 갖고 있습니다만, 타고난 그릇이 그리 크지 않아서 열심히 수양 중입니다. 목표 지점보다 거기까지 걸어가는 그 여정이 중요한 거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시애틀이면, 제가 있는 벤쿠버에서
차로 2시간 반 거리네요.
평소 한석님 블로그 잘 읽고있는
독자입니다.
워낙 열독하는 사람인지라 생각같아선 시애틀가서 새출발축하주 라도 한잔 대접해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_^
새출발하시면서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하시는게 느껴지는것
같습니다.
잘정리하시고, 계속 좋은글
기대하겠습니다.
시애틀에서 좋은시간 보내세요.
자유시간은 좀 가지시게 되는건가요?
레드몬드 MS본사에 아는 엔지니어
분이있어서 놀러갔었는데,
거기서 사내 투어같은게 준비되어
있던걸로 압니다. 시간되시면
한번.. ^^
보잉사 견학도 괜찮구요.
사실저같이 관광지 찍고찍고 식의
투어는 싫어하는사람은 시애틀의
항구도시 전경자체가 더 즐겁긴했
습니다.
다운타운에서 남쪽으로 가시면
퍼블릭마켓이 있습니다. 스타벅스
1호점있는부근, 거기가 운치가 있고
전 좋더군요. 마켓지하로 가면
잡다한 기념품가게가있는데, 중간
쯤에 아주 오래되고 작은 펍이있습니다. fishchip 이 맛있는곳이지요.
창가에 앉으면 시애틀바다전경이
보입니다. 추천한방. ^^
하하..류한석이 좋아하는 음악에는 특유의 느낌이 있지..즐겁게 지내길..
이제 그 정도 위치까지 가셨다면 좀 더 자신을 위해서 사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하드웨어 문제로 시스템에 가끔 오류가 생겼는데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제 책임인 것처럼 치부 당한 나머지 너무 속상해서 엉엉 울었던 기억.->저 같은 경우는 ms기술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을 모르고 회사에서 제 탓을 했었는데 그것을 계기로 회사를 떠났죠. 어디에 원인이 있는지도 모르는 무식한 사람들하고 일해봤자 나만 피곤할 거라는 생각에서 그렇게 했습니다. -_-
함께 일을 시작했던 사람들에게 실망하여 떠나려 했으나 마음이 약해서 그러지 못했는데 그 후 더 큰 상처를 주고받았던 기억.->위에서 말한 사건 때문에 실망해서 회사를 떠났고 그런 떠남을 계기로 더 큰 기회가 저에게 찾아왔습니다. 물론 과거에 절 괴롭혔던 사람들, 회사들은 지금 저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합니다.
저는 이기주의가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글이 형님께서 쓰신 글중에 가장 멋지고 형님다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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