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28일

스마트폰과 이통사/제조사의 딜레마

지난 주에 '2009 스마트폰 빅뱅 세미나'에서 발표를 했습니다. 참석자가 많아서 그런지 평상시보다 많은 분들께서 메일을 주셨네요.

참고: [K모바일] 스마트폰 시장은 번성할까?

제가 세미나에서 SKT, KTF 같은 이통사는 ISP처럼 그저 네트워크만 담당하고 소프트웨어나 콘텐츠에 대해서는 뭘 하든 하지 않는 것이 업계와 소비자를 위한 일이라고 좀 과격하게 말씀을 드렸죠(뭘 하든 안 된다는 것은 이미 검증이 끝났다고 봐요).

그리고 삼성, LG와 같은 제조사에 대해서는 이제 화이트박스폰(윈도폰, 구글폰 같은) 열심히 만들고 플랫폼이나 소프트웨어, 콘텐츠에 대해서는 미련을 버리는 게 좋을 거 같다고 했죠.

제가 삼성전자에 있을 때 수천억을 쏟아 부어도 모든 소프트웨어 프로젝트가 다 실패하는 것을 수년간 보았습니다. 작년 4분기 삼성전자가 엄청난 적자를 냈잖아요. 이런 상황을 대비하여 좀 더 소프트웨어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그간 많은 노력을 했지만, 다 실패를 했죠. 식스시그마를 맹신하는 제조업체 마인드로는 소프트웨어를 가질 수 없었던 겁니다.

통신 업체와 제조 업체는 소프트웨어 마인드를 한번도 가져 본 적이 없고 기업문화도 그것에 맞지 않는데, 아무리 갖고 싶다고 해도 어떻게 가질 수 있겠어요?

저는 확신을 갖고 드리는 말씀이지만 듣는 업체 입장에서는 열 받은 얘기일 수 밖에요. (죄송해요. 악감정은 없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확신이 드는 걸 어떡해요.)

그랬더니 그럼 어떻게 하느냐고 이통사와 제조사 관계자 분들이 물으시길래, 벤처기업에 투자를 하고 M&A를 하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투자를 하든, M&A를 하든 해당 기업의 문화를 존중하고 경영에는 최소한으로 간섭을 해야합니다.

하지만 이통사와 제조사가 소프트웨어 업체에 투자를 하거나 M&A를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소프트웨어 업체에 대해 가치 판단을 할 역량이 부족하니까요. 누군가 제안을 할 수는 있겠죠. 그러면 또 다른 누군가가 이렇게 딴지를 겁니다.

“우리가 사람이 없어? 아님 돈이 없어? 직원들 시켜서 만들자구!”

그런데 대기업 직원이 지시를 받아서 만든 솔루션과 벤처기업이 영혼을 불살라서 만든 솔루션이 어떻게 같을까요?

스스로 구현할 수도 없고, M&A도 못하는 상황.

그것이 바로 한국의 이통사와 제조사가 빠져 있는 딜레마입니다. 그 틈새를 비집고서 성공적인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웹, 애플리케이션 벤처기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PS: 2주 만에 블로그에 컴백했습니다. 컴백 기념 음악은 Coldplay의 Fix you. 마음을 정화시키는 노래입니다.

댓글 20개:

익명 :

저는 음악 링크는 잘 안들었는데. 이제 음악도 듣게 되네요./흐흐/
웰컴 컴백~

이광운 :

컴백을 대환영합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최지 :

안녕하세요. 늘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돌아오셔서 기쁘네요.

coldplay fix you를 '로큰롤 인생'이라는 영화에서 80대 노인이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요. 감동적이에요. 영화추천합니다. :)

새해 복 받으세요.

김승태 :

컴백축하드립니다.^^

NoPD :

"6시그마를 맹신하는 제조업체 마인드"에 한표 던집니다.
뿌리깊게 박혀있는 제조업 마인드로
극복하지 못하는게 너무 많습니다.

상황을 좀 바꿔봐야 할텐데,
누구 하나 손들고 나서는 사람이 없는 것도
역시 문제가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wizmusa :

정말 실용적(?)으로 사고하면 M&A든 뭐든 돈 되는 쪽으로 쉽게 시작할 만한데... 우리나라 기업은 외국에 비해 좀 더 감정적인 듯싶어요.

세티 :

컴백 축하드리고, 시원한 글 잘 읽고 가요~
늘 건강 챙기시구요~ 저도 이제 늙나봐요.
귓병이 쉬이 가라앉질 않네요.ㅜㅜ

니스데브 :

ㅎㅎ..다시 돌아오신 걸 축하드립니다~
음력설을 보내고 컴을 켜니 어찌나 반갑던지..ㅋ

딜레마겠죠..
창조적 인재 <-> 조직적 관습
배치될수밖에 없는거라고 봅니다.
창조적 인재들은 결국엔 그 회사를 박차고 나와서 사업을 할 수 밖에 없게끔 조직이 만드는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더더욱 제조업체나 이통업체들은 힘들지도.

그나저나 전 조직이 더 좋은 걸 보면 창조적인 인재는 아닌것 같은데. 자꾸 조직을 옮기는 걸 보면..부적응자인거 같기도 하고..부적응자면서 창조적이지도 못하니. 음...도태되는 걸까요..ㅠㅠ

djshadow :

돌아오심을 축하드립니다... 큰 대기업은 아니지만, 우리가 사람이 없어 어쩌구 하면서 우리가 해보자고 했던 상무님 얘기가 떠오르는군요 ㅎㅎㅎ;;;; 뭔가 마음으로 동감할 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eyeon :

쭉 비슷한 생각을 하다가 적어놓은 글이 있어 TRACKBACK을 걸어보려 했는데, 주소가뭔지 모르겠네요. 어쨌거나, 외국회사들은 이미 그 방향으로 가고 있어 보입니다. Nokia만 해도 방향을 맞게 잡은거 같아보여요.

익명 :

삼성전자에서 수행하는 대부분의 웹 관련 프로젝트는 SDS, 삼성네트웍스 등을 통해서 수행되는데 결과를 보면 참 답이 안나올 정도입니다. 삼성전자 정말 제조는 잘 할지언정 서비스는 외부네 맡겨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JNine :

무지하게 공감합니다.

거꾸로 우리 나라 제조사가 소프트웨어를 포기하고 하드웨어에 집중하면 다른 의미의 넘사벽 제품이 나올거라고 생각합니다. 구글폰이나 윈도우 폰이 대표적인 예가 되겠군요.

그리고 통신회사는 정말 단말기 제조사나 소프트웨어에 관여좀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혼자 다 먹으려고 하니 단발성 이벤트와 보여주기성 프로그램만 그럴듯하고, 실제로 사용하기에 불편한 제품을 만드는데만 공헌하고 있으니...

우리 나라 스마트폰 시장이 죽을 이유가 없는데 죽어있는 이유 두 가지가 이 딜레마 때문이겠죠. 제조사에서 철학없는 응용프로그램을 만들어 넣고, 사용자가 뭐좀 해보려고 하면 못하게 하는 통신사...

Vincent :

사실 마음 먹고 플랫폼 기반 소프트웨어 활성화를 생각했다면 벌써 했겠죠. 굳이 스마트폰까지 가지 않더라도 일반 단말용 브라우저 등등 어플/콘텐트 규격 오픈하고 콘텐트 활성화 노력만 했어도 이 지경까지는 안 왔을텐데 말이죠. 제조사는 단말 만드느라 바쁘고, 이통사는 돈 걷느라 바쁘고... 이용자는 그저 돈 주고 단말 사서 매달 비싼 요금 내기 바쁠 뿐입니다.

David.C :

공감되는 글입니다. 저도 최근에 회사에서 모바일관련 비즈니스를 준비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좀더 모바일 산업의 이해관계자들이 생각을 모으면 좋은 해결방안이 있을텐데 아쉽게도 그러한 방법들이 실행되지 못하는 점이 안타깝네요..

Ko :

ㅋㅋ 제가 가진 생각과 똑같으시네요.
저는 모전자 핸드폰 쪽에 근무를 했었고 이곳에서의 소프트웨어의 미래는 없다란 판단을 하고 뛰쳐나온 사람입니다.

대충 분위기만 말씀드리자면 역시 제조사의 마인드가 너무 강해서 일정부터 정해놓고 사업자의 요구사항을 전부 다 하겠다는 마인드하에 주말,공휴일 깡그리 무시하는 하드코어한 마인드가 판을 치죠. 뭐 물론 기한이 2월 이었다면 2-3달 연기는 기본이고요 ^^
이러다 보니 사람들도 지치고 할수 있어도 개발되는 소프트웨어의 품질들도 참 가관입니다.

어찌 되었건 근본부터 바뀌지 않는 이상 제대로 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건 저 역시도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여태까지 한국 핸드폰이 발전해온건 뛰어난 하드웨어 때문이지 소프트웨어가 뛰어나서 라고는 말할수 없네요..
그러니 차라리 제조사는 하드웨어로만 올인 하는 쪽이 나을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듭니다.

조금만 덧붙이자면 3G 가 되면서 이제 우리도 SIM 카드를 사용을 하는데 이 SIM 카드도 점점 발전을 해오고 있는데 몇년 뒤면
Giga SIM 카드가 나오게 될거란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SIM 카드 안에 핸드폰 플랫폼을 넣어서 쓸수 있는 그런 세상도 올것이라 생각해봅니다..

이리 되면 더욱더 핸드폰 플랫폼을 작은 벤쳐 회사들에서 만들어서 내놓을수 있는 그런 세상이 올수도 있을것이라 감히 판단해봅니다.
물론 우리나라 통신사에서 허락을 하느냐 마느냐에 달려있긴 하지만요.. ^^;

덧붙여서 작은 컴퓨팅 기기 역할을 하는 스마트폰이 우리나라에서 발전 할수 있느냐에 제조사는 큰 역할을 못하고 통신사가 어떤 기능들을 억셉트 할것인지에 전적으로 달려있다고 봅니다.
단적으로 NDSL 같은 게임기에서도 지원하는 Wi-Fi 만 보더라도 통신사가 아직도 거의 막고 있지 않나요..?

올블로그 :

안녕하세요. 올블로그 티페이퍼 입니다.

48414 명에게 발송된 올블로그 티페이퍼 제 49 호에 이 글이 실렸답니다.^^; 확인해보러 가시겠어요?

http://teapaper.allblog.net

sunny :

빨리 돌아오셨네요. 1년쯤 걸릴줄 알았는데 ^^

miriya :

빨리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저도 참 이통사/제조사의 소프트웨어에는 부정적입니다. 업계 밖에서 어설프게 만져만 봐도 느껴지네요.

Ara :

흠. 나름대로 이해 못하는 얘기는 아니지만...

설명보다는 이 이야기를 읽어보길 권합니다. 트랙백이 안 되서 이렇게 남깁니다.
아이폰, 스마트폰 등이 팔리지 않는 진짜 이유! (시장 분석 제대로 좀 하자!)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2445246

조범수 :

류한석 소장님, 잘 계시죠? S전자에서 함께 교육받을 때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외부에서 뵈면 아는 체 해 주세요. 조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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