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업계 종사자들에게는 지루한 얘기 조금만 할게요. 십 만년 전에 웹 2.0 시절이 있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 일본,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서비스들이 등장하며 닷컴 이후 나름의 광풍이 불었었죠.
거품 논란도 있었지만 그런 양적인 성장이 있었기에 그 결과로(양이 질을 만듭니다) 현재와 같은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의 서비스가 존재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국내 상황은 단지 서적이나 세미나 광풍만 불었을 뿐, 참신한 서비스는커녕 해외에서 등장한 다양한 서비스들 중 90% 이상이 국내에서는 아예 등장조차 못했거나 또는 나왔다가 이내 사라져버렸죠. 업계 종사자들이라면 너무나 잘 아는 슬픈 과거입니다. 그리고 그런 과거가 현재 모바일 서비스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고 있죠.
그런 웹 2.0 시절에 등장한 용어 중 하나가 정부 2.0(Government 2.0)입니다. 전자정부(e-Government)가 정부의 디지털화라면, 정부 2.0은 (웹 2.0의 중요한 특징이기도 한) 상호작용과 개방이 주된 특징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해 정부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국민과 직접적으로 상호작용을 하고, 또한 정부가 플랫폼이 되어 자신의 자원과 기능을 API로 제공함으로써 각종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죠. 물론 그 외에도 여러 특정이 있습니다만 여기에서는 간략하게 두 가지만 언급해 보았습니다.
정부 2.0에 대해서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마다 다 다른데 하나의 다이어그램을 소개하니 참고하세요.
이러한 정부 2.0의 개념은 다음과 같은 국민의 욕구를 전제로 깔고 있습니다. 하단의 내용은 제가 정리한 개념이라서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1. 국민은 정부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 지 알고 싶어한다. -> 투명성/신뢰성의 문제
2. 국민은 정부와 소통하고 싶어한다. -> 의사소통의 문제
3. 국민은 정부의 서비스를 발전시키는데 기여하고 싶어한다. -> 협업의 문제 (요즘 유행하는 말로 콜라보레이션 ^^)
1번에 해당하는 국민 욕구의 달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의 투명성이 필요합니다. 현 정부가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건, 무엇보다 투명성 부족이 큰 원인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2번에 해당하는 국민 욕구인 의사소통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투명성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의사소통을 해봐야 욕만 먹을 뿐입니다. 투명성이 있어야 신뢰가 생깁니다. 투명하지도 않고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의사소통은 불가한 것입니다. 또한 3번의 국민 욕구이자 성숙된 정부 2.0의 개념인, 정부와의 협업을 통해 서비스를 발전시킨다는 것에는 아예 이를 수가 없게 되는 것이죠.
현재 한국의 상황이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정부 2.0이 전세계적인 트렌드이다 보니 한국 정부도 뭔가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글을 보시는 대부분의 분들이 잘 모르시겠지만 공유자원포털이라는 명칭의 Data.go.kr 사이트가 있습니다.
해당 사이트는 미국 정부의 Data.gov 사이트를 모델로 한 것인데요. Data.gov 사이트는 오픈 정부(Open Government)라는 철학 하에 2009년 5월 미국 정부의 CIO인 Vivek Kundra에 의해 시작됐습니다. Data.gov 사이트를 통해 정부가 가진 각종 자원을 공개함으로써, 일반 국민이나 기업이 응용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초기에 47개의 데이터셋으로 시작하여 현재 40만개가 넘는 데이터셋을 제공하고 있으며, 1천 개 이상의 앱이 존재합니다. 인기 있는 데이터셋은 조회 수가 15만건이 넘기도 합니다. 제가 정기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사이트인데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한국 정부도 Data.gov와 유사한 Data.go.kr 사이트를 오픈하고 얼마 전 제1회 공공정보 매쉬업 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저는 정부가 그런 대회를 하는 지도 몰랐는데, 지난 11월에 대회 주관기관인 한국정보화진흥원에 스마트TV 강의를 하러 갔다가 알았습니다.
그 후 친하게 지내는 황재선님께 팀을 만들어 응모를 해보자고 했더니, 황재선님이 재빨리 기획을 해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었고 지난 주에 결국 대상(행정안전부장관상)을 받았네요.
관련기사: 똑똑한 농부 `스마트파머', 매쉬업대회 행안부장관상 차지
저는 동기부여와 문서 수정, 기획서에 포함될 몇 가지 핵심을 짚어준 거 밖에는 없습니다. 프로젝트 리더는 황재선님인데, 개발자 출신이면서 기획도 잘하고 비즈니스 감각도 있는 동생입니다.
10년 전 제가 마이크로소프트 기술을 다루던 시절에 Microsoft MVP로 만나서 이후 삼성전자에서 잠시 같이 일하고 소프트뱅크에서 2년 정도 일한 후 각자의 일을 가고 있지만 종종 만나고 있습니다. 현재 황재선님은 LG전자에서 모바일 서비스/플랫폼 관련 일을 하면서 LG전자의 부흥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황재선님에 대한 칭찬은 이 정도로 마치고.
비록 함께 수상을 했지만 안타까운 마음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홍보 부족으로 업계 사람들조차 그런 사이트가 있는지도 모를 뿐만 아니라(일반인은 더 하겠죠), 설사 안다고 하더라도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야 정부 2.0이 연구분야 중 하나이니까 공유자원포털 사이트와 대회에도 관심을 가졌지만 일반 국민들은 어떻겠습니까?
성숙된 정부 2.0에서 이런 국민과의 협업이 궁극적인 가치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전에 먼저 정책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려는 엄청난 노력(천지가 개벽할만한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국민과의 의사소통이 제대로 가능할 겁니다.
앞서 말했듯이 투명성/신뢰성이 확보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정부가 뭘하든 국민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수상을 한 입장에서 쓴 소리를 하게 돼 송구스러운 마음도 있습니다만, 원래 성격이 직설적이라서 어쩔 수가 없네요.
'제대로 구현된' 정부 2.0은 민주주의를 더욱 더 발전시켜 줄 것으로 믿습니다. 그 자체로는 참 좋은 개념입니다. 다만 현 정부는 일의 선후와 경중과 완급을 고려하고, 무엇보다 먼저 정부 2.0을 구현할 자격을 획득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고, 그것이 안 되면 뭘 하든 안될 것입니다.
2011년 12월 15일
2011년 11월 7일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 블로그나 칼럼을 예전부터 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저는 개발자 출신(사회 생활을 SI로 시작한)으로서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해 많은 애증을 갖고 있습니다.
10년전 벤처기업의 CTO로 일했던 때, 삼성전자 시절, 소프트뱅크 시절 등을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업계 풍토에 대한 글을 썼었죠.
일부만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시간이 없는 분은 링크는 그냥 스킵하세요).
관련 글:
초과근무(야근, 휴일근무)의 폐해 (2010.04.08)
SW개발자의 희생을 요구하는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2009.07.21)
기술관리자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다룬다 (2008.05.30)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미취업자의 대안 직업이 아니다 (2006.11.18)
일중독자들과 나쁜 프로젝트 매니저 (2004.12.09)
그런데 얼마 전 중기청의 의뢰를 받아 소프트웨어(특히 SI) 업계에서 일하는 분들의 의견을 취합하여 이슈를 정리하고 개선책을 제안하는 리포트 작성을 맡게 됐습니다.
사실은 제가 건강이 좀 안 좋아서 이런 종류의 하드코어한 일은 맡지 않아야 하지만, 그래도 그간 해온 말이 있고 업계의 문제점들이 조금이라도 개선되길 바라는 스스로의 마음을 외면할 수 없어 맡게 됐습니다.
그래서 보고서 작성 전에 업계의 다양한 도메인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만나서 얘기를 들으려고 합니다.
- 분류: SI업체, 일반 소프트웨어 업체
- 기업규모: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 직급: CEO, 임원, 매니저급, 개발자
이미 열분 가까이 인터뷰를 마쳤는데 더 많은 분들의 보이스가 반영됐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를 해주신 분들께 감사 드려요~)
주로 '갑을병정'의 계약 관계에서 ‘을병정’에 해당하는 기업에 계신 CEO나 임원분들이 경영의 애로사항과 업계에 대한 생각을 드러내주시면 좋습니다. ^^
참여의사를 밝혀주시면 편하신 시간에 편하신 곳으로 제가 방문해서 커피숍 등에서 30분 정도 구두로 인터뷰를 진행할 것이고요. 실명은 공개되지 않으니까 마음 편하게 참여해 주시면 됩니다. 인터뷰를 통해 현재의 애로사항, 개선방향, 정책 제언 등의 얘기를 듣습니다.
원하시는 시간에 최대한 맞춰 볼 테니 업계 개선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hanseokryu@지메일로 전화번호와 함께 연락주세요. 그럼 제가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제가 본문에 마감이라고 쓰기 전까지는 유효합니다만, 다른 루트로도 계속 섭외가 이뤄지고 있으니 빨리 연락을 주시면 좋아요.
만나서 뜻깊은 대화를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추가 글: (마감) 인터뷰 대상자 모집 완료하였습니다. 도와주신 분, 인터뷰 해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개별적으로 Thank You Letter 올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10년전 벤처기업의 CTO로 일했던 때, 삼성전자 시절, 소프트뱅크 시절 등을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업계 풍토에 대한 글을 썼었죠.
일부만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시간이 없는 분은 링크는 그냥 스킵하세요).
관련 글:
초과근무(야근, 휴일근무)의 폐해 (2010.04.08)
SW개발자의 희생을 요구하는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2009.07.21)
기술관리자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다룬다 (2008.05.30)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미취업자의 대안 직업이 아니다 (2006.11.18)
일중독자들과 나쁜 프로젝트 매니저 (2004.12.09)
그런데 얼마 전 중기청의 의뢰를 받아 소프트웨어(특히 SI) 업계에서 일하는 분들의 의견을 취합하여 이슈를 정리하고 개선책을 제안하는 리포트 작성을 맡게 됐습니다.
사실은 제가 건강이 좀 안 좋아서 이런 종류의 하드코어한 일은 맡지 않아야 하지만, 그래도 그간 해온 말이 있고 업계의 문제점들이 조금이라도 개선되길 바라는 스스로의 마음을 외면할 수 없어 맡게 됐습니다.
그래서 보고서 작성 전에 업계의 다양한 도메인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만나서 얘기를 들으려고 합니다.
- 분류: SI업체, 일반 소프트웨어 업체
- 기업규모: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 직급: CEO, 임원, 매니저급, 개발자
이미 열분 가까이 인터뷰를 마쳤는데 더 많은 분들의 보이스가 반영됐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를 해주신 분들께 감사 드려요~)
주로 '갑을병정'의 계약 관계에서 ‘을병정’에 해당하는 기업에 계신 CEO나 임원분들이 경영의 애로사항과 업계에 대한 생각을 드러내주시면 좋습니다. ^^
참여의사를 밝혀주시면 편하신 시간에 편하신 곳으로 제가 방문해서 커피숍 등에서 30분 정도 구두로 인터뷰를 진행할 것이고요. 실명은 공개되지 않으니까 마음 편하게 참여해 주시면 됩니다. 인터뷰를 통해 현재의 애로사항, 개선방향, 정책 제언 등의 얘기를 듣습니다.
원하시는 시간에 최대한 맞춰 볼 테니 업계 개선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hanseokryu@지메일로 전화번호와 함께 연락주세요. 그럼 제가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제가 본문에 마감이라고 쓰기 전까지는 유효합니다만, 다른 루트로도 계속 섭외가 이뤄지고 있으니 빨리 연락을 주시면 좋아요.
만나서 뜻깊은 대화를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추가 글: (마감) 인터뷰 대상자 모집 완료하였습니다. 도와주신 분, 인터뷰 해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개별적으로 Thank You Letter 올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2011년 10월 6일
떠나간 스티브 잡스, 애플의 과거와 미래
슬픈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1976년에 애플을 창업한 후 Apple I라는 8비트 PC를 선보였고, 이후 대중적인 Apple ][를 출시하며 사실상 개인용 컴퓨터 산업을 만들어낸 장본이라고 할 수 있는 잡스옹이 돌아가셨네요(그는 이처럼 시작과 끝을 IT업계와 함께 하며 임팩트를 준 사람입니다).
암에 걸린 사람이 눈에 띌 정도로 앙상한 몸을 보이면 죽음이 가까웠다는 신호일까요(얼마 전 최동원 투수도 그랬죠).
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탁월한 전략가이자 냉철한 비즈니스맨이자 존 레논의 ‘Imagine’을 좋아했던 몽상가 잡스. Apple ][를 통해 실리콘밸리의 스타로 부상하고 나스닥에 입성하면서 크게 성공했지만, 무지 독특한 성격과 그 자신이 기획한 매킨토시 사업의 부진으로 인해 애플에서 쫓겨나게 되고, 절치부심 끝에 다시 돌아와서 지난 10년간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연달아 성공시켰다는 건 다들 아는 스토리일 겁니다.
그런 뻔한 얘기보다는 제 개인적 감상과 관점을 얘기하고 싶네요. 현재의 애플을 존재케 한 Apple ][에 대한 감상은 제가 작년에 썼던 글이 있으니 다시 링크해보겠습니다.
관련 글: MSX와 Apple ][의 추억
젊은 사람들이나 IT 업계에서 오래 일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잘 모르겠지만, 잡스는 개인용 컴퓨터를 대중화시킨 장본인입니다. 애플의 초창기 제품인 Apple ][는 정말 엄청나게 매력적인 제품이었고 8비트 PC 시장을 제패하며 10년 이상을 현역에서 활동한 컴퓨터였습니다.
Apple ][가 아니었다면 과연 현재와 같은 개인용 컴퓨터 산업이 생겼을까?라는 의문도 품어볼 만 합니다. 왜냐하면 애플의 성공에 자극을 받아 IBM이 PC를 만들게 됐고,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는 당시 애플의 소프트웨어 협력업체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빌 게이츠는 나중에 맥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하면서 얻는 정보로 윈도우를 만들게 되죠.
잡스는 개인용 컴퓨터 산업을 만든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고, 빌 게이츠는 소프트웨어 산업을 만든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잡스 이전에도 개인용 컴퓨터가 있었고 빌 게이츠 이전에도 소프트웨어가 있었지만, 두 사람은 제품의 제 값을 받아내 ‘산업화’한 공로가 큽니다.
두 사람 모두 IT에 대한 대단한 통찰력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탁월한 전략가이자 비즈니스맨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봅니다. 그들 아니고서는 해내지 못했을 거 같습니다. 그런 두 거인 중 한 명이 우리 곁을 떠나갔네요.
현재의 잡스가 아닌 과거의 잡스가 어땠는가 하는 건 매킨토시의 탄생 스토리를 주제로 한 ‘미래를 만든 Geeks’라는 책에 상세히 나옵니다. 이 책에 대한 감상을 적은 글이 있으니 잡스를 추억하며 다시 한번 읽어보세요. 1984년 매킨토시 출시 때의 발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잡스표 프레젠테이션의 시초라고 할 수 있죠(마지막 부분, 청중들의 열광과 잡스의 미소에 새삼 울컥).
관련 글: 매킨토시의 탄생 비화, “미래를 만든 Geeks”
제가 좋아하는 혁명가, 체 게바라의 명언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 항상 불가능에 대한 꿈을 가지자.”
이 명언에 딱 들어맞는 사람이 바로 잡스가 아닐까 합니다. 냉정한 비즈니스맨이면서도 남들이 다 비웃을 때 미래에 도전한 사람이 그이기 때문입니다. MS의 CEO 스티브 발머는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한다고 하자 “컴퓨터도 제대로 못 만드는 회사가 이제 휴대폰을 만든다고 합니다. 하하”라며 비웃기도 했죠(당시의 맥에 대한 시장 분위기는 지금과 달랐거든요). 이후의 상황은 여러분이 아는 그대로입니다.
애플의 최근 10년간 새로운 서비스와 디바이스에 대한 도전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제가 기존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자료 중 일부입니다(어제 발표된 아이폰4S는 빠져 있으며, 클릭하면 그림이 확대됩니다).
서비스와 디바이스를 번갈아 가면서 소비자를 락인(lock-in)하는 전략이 아주 뛰어납니다. 애플의 성공은 행운이 아닙니다. 가히 10년간에 걸친 교묘하면서도 치밀한 전략의 결과가 현재의 애플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점은 스마트 디바이스(또는 N스크린) 생태계의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잡스가 타계했다는 점입니다. 하단의 그림을 보시면 이제 아이TV만 남았는데, 아이TV만 출시되면 완전한 스마트 디바이스 생태계의 완성이 이루어지거든요(현재의 애플TV는 단순한 셋톱박스이고, 진정한 스마트TV인 아이TV가 내년이나 후년쯤 출시된다는 루머가 있습니다).
이 그림이 완성되면 소비자들은 완전한 N스크린의 사용자경험을 누리고 애플은 강력한 락인효과를 통해 상당히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 결국 난세를 통일하지 못하고 미완성인 채로 잡스는 떠나갔습니다.
어제 애플의 신제품 발표에서 보셨듯이, 잡스의 공백이 생각보다 큰 느낌입니다. 지금이 아이폰4S 발표할 때입니까?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는 엄청난 스피드로 다양한 제품들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데, 아이폰4 이후 16개월만에 이런 정도의 아이폰 신제품을 출시하다니 말이죠. (물론 여전히 잘 팔리고 인기가 있을 것입니다. 애플은 엄청난 수의 지지자들을 갖고 있으니까요.)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애플과 안드로이드 진영은 기술적 격차가 상당히 컸는데 이제는 오히려 애플이 뒤쳐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적어도 디바이스에서는 말이죠. 물론 소프트웨어나 UX에서는 여전히 애플이 우위를 갖고 있습니다만.
어제의 발표는 애플로서는 꽤 실망스러운 신제품 발표였습니다(단, Siri 기술은 대단하더군요. Agent UI의 상용화라니!). 앞으로 애플의 미래는 어떨까요? 지난 10년간 애플이 구축한 생태계가 상당히 탄탄한 관계로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을 거라고 봅니다. 그렇지만 애플이 지배하는 시장이 수십수백년 가는 건 아니고, 고객도 언젠가는 등을 돌릴 수 있습니다(노키아와 닌텐도를 보세요).
현재의 모습으로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미래 전략의 수립과 실행력이라는 측면에서 애플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건 사실입니다. 애플은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통한 전직원의 아이디어 발산과 잡스의 통찰력을 통한 아이디어의 튜닝 및 집중적인 실행이 가장 큰 장점인데(앞서 링크한 관련 글 참고), 이제 애플에도 모든 대기업이 그런 것처럼 관료주의와 사내정치가 퍼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잡스가 컴백하기 전인 1990년대에 애플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잡스가 끝까지 지키려 한 애플의 조직문화(잡스는 애플이 30년째 벤처 문화를 지키고 있다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했죠)가 다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군요. (참고로, 빌 게이츠가 떠난 MS는 관료주의와 사내정치가 판을 치고 있고 전 그게 MS의 부진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잡스는 애플을 아주 독보적이고 위대한 기업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런 애플의 DNA가 변질되지 않고 유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잡스는 제게 있어 어릴 시절(중학생때)의 아이돌이었습니다(Geek의 아이돌은 남달라요).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빌며 잡스가 그리도 좋아했던 노래, Imagine을 함께 감상해요(뮤직비디오인데 노래는 조금 늦게 나와요).
1976년에 애플을 창업한 후 Apple I라는 8비트 PC를 선보였고, 이후 대중적인 Apple ][를 출시하며 사실상 개인용 컴퓨터 산업을 만들어낸 장본이라고 할 수 있는 잡스옹이 돌아가셨네요(그는 이처럼 시작과 끝을 IT업계와 함께 하며 임팩트를 준 사람입니다).
암에 걸린 사람이 눈에 띌 정도로 앙상한 몸을 보이면 죽음이 가까웠다는 신호일까요(얼마 전 최동원 투수도 그랬죠).
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탁월한 전략가이자 냉철한 비즈니스맨이자 존 레논의 ‘Imagine’을 좋아했던 몽상가 잡스. Apple ][를 통해 실리콘밸리의 스타로 부상하고 나스닥에 입성하면서 크게 성공했지만, 무지 독특한 성격과 그 자신이 기획한 매킨토시 사업의 부진으로 인해 애플에서 쫓겨나게 되고, 절치부심 끝에 다시 돌아와서 지난 10년간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연달아 성공시켰다는 건 다들 아는 스토리일 겁니다.
그런 뻔한 얘기보다는 제 개인적 감상과 관점을 얘기하고 싶네요. 현재의 애플을 존재케 한 Apple ][에 대한 감상은 제가 작년에 썼던 글이 있으니 다시 링크해보겠습니다.
관련 글: MSX와 Apple ][의 추억
젊은 사람들이나 IT 업계에서 오래 일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잘 모르겠지만, 잡스는 개인용 컴퓨터를 대중화시킨 장본인입니다. 애플의 초창기 제품인 Apple ][는 정말 엄청나게 매력적인 제품이었고 8비트 PC 시장을 제패하며 10년 이상을 현역에서 활동한 컴퓨터였습니다.
Apple ][가 아니었다면 과연 현재와 같은 개인용 컴퓨터 산업이 생겼을까?라는 의문도 품어볼 만 합니다. 왜냐하면 애플의 성공에 자극을 받아 IBM이 PC를 만들게 됐고,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는 당시 애플의 소프트웨어 협력업체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빌 게이츠는 나중에 맥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하면서 얻는 정보로 윈도우를 만들게 되죠.
잡스는 개인용 컴퓨터 산업을 만든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고, 빌 게이츠는 소프트웨어 산업을 만든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잡스 이전에도 개인용 컴퓨터가 있었고 빌 게이츠 이전에도 소프트웨어가 있었지만, 두 사람은 제품의 제 값을 받아내 ‘산업화’한 공로가 큽니다.
두 사람 모두 IT에 대한 대단한 통찰력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탁월한 전략가이자 비즈니스맨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봅니다. 그들 아니고서는 해내지 못했을 거 같습니다. 그런 두 거인 중 한 명이 우리 곁을 떠나갔네요.
현재의 잡스가 아닌 과거의 잡스가 어땠는가 하는 건 매킨토시의 탄생 스토리를 주제로 한 ‘미래를 만든 Geeks’라는 책에 상세히 나옵니다. 이 책에 대한 감상을 적은 글이 있으니 잡스를 추억하며 다시 한번 읽어보세요. 1984년 매킨토시 출시 때의 발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잡스표 프레젠테이션의 시초라고 할 수 있죠(마지막 부분, 청중들의 열광과 잡스의 미소에 새삼 울컥).
관련 글: 매킨토시의 탄생 비화, “미래를 만든 Geeks”
제가 좋아하는 혁명가, 체 게바라의 명언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 항상 불가능에 대한 꿈을 가지자.”
이 명언에 딱 들어맞는 사람이 바로 잡스가 아닐까 합니다. 냉정한 비즈니스맨이면서도 남들이 다 비웃을 때 미래에 도전한 사람이 그이기 때문입니다. MS의 CEO 스티브 발머는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한다고 하자 “컴퓨터도 제대로 못 만드는 회사가 이제 휴대폰을 만든다고 합니다. 하하”라며 비웃기도 했죠(당시의 맥에 대한 시장 분위기는 지금과 달랐거든요). 이후의 상황은 여러분이 아는 그대로입니다.
애플의 최근 10년간 새로운 서비스와 디바이스에 대한 도전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제가 기존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자료 중 일부입니다(어제 발표된 아이폰4S는 빠져 있으며, 클릭하면 그림이 확대됩니다).
서비스와 디바이스를 번갈아 가면서 소비자를 락인(lock-in)하는 전략이 아주 뛰어납니다. 애플의 성공은 행운이 아닙니다. 가히 10년간에 걸친 교묘하면서도 치밀한 전략의 결과가 현재의 애플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점은 스마트 디바이스(또는 N스크린) 생태계의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잡스가 타계했다는 점입니다. 하단의 그림을 보시면 이제 아이TV만 남았는데, 아이TV만 출시되면 완전한 스마트 디바이스 생태계의 완성이 이루어지거든요(현재의 애플TV는 단순한 셋톱박스이고, 진정한 스마트TV인 아이TV가 내년이나 후년쯤 출시된다는 루머가 있습니다).
이 그림이 완성되면 소비자들은 완전한 N스크린의 사용자경험을 누리고 애플은 강력한 락인효과를 통해 상당히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 결국 난세를 통일하지 못하고 미완성인 채로 잡스는 떠나갔습니다.
어제 애플의 신제품 발표에서 보셨듯이, 잡스의 공백이 생각보다 큰 느낌입니다. 지금이 아이폰4S 발표할 때입니까?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는 엄청난 스피드로 다양한 제품들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데, 아이폰4 이후 16개월만에 이런 정도의 아이폰 신제품을 출시하다니 말이죠. (물론 여전히 잘 팔리고 인기가 있을 것입니다. 애플은 엄청난 수의 지지자들을 갖고 있으니까요.)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애플과 안드로이드 진영은 기술적 격차가 상당히 컸는데 이제는 오히려 애플이 뒤쳐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적어도 디바이스에서는 말이죠. 물론 소프트웨어나 UX에서는 여전히 애플이 우위를 갖고 있습니다만.
어제의 발표는 애플로서는 꽤 실망스러운 신제품 발표였습니다(단, Siri 기술은 대단하더군요. Agent UI의 상용화라니!). 앞으로 애플의 미래는 어떨까요? 지난 10년간 애플이 구축한 생태계가 상당히 탄탄한 관계로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을 거라고 봅니다. 그렇지만 애플이 지배하는 시장이 수십수백년 가는 건 아니고, 고객도 언젠가는 등을 돌릴 수 있습니다(노키아와 닌텐도를 보세요).
현재의 모습으로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미래 전략의 수립과 실행력이라는 측면에서 애플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건 사실입니다. 애플은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통한 전직원의 아이디어 발산과 잡스의 통찰력을 통한 아이디어의 튜닝 및 집중적인 실행이 가장 큰 장점인데(앞서 링크한 관련 글 참고), 이제 애플에도 모든 대기업이 그런 것처럼 관료주의와 사내정치가 퍼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잡스가 컴백하기 전인 1990년대에 애플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잡스가 끝까지 지키려 한 애플의 조직문화(잡스는 애플이 30년째 벤처 문화를 지키고 있다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했죠)가 다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군요. (참고로, 빌 게이츠가 떠난 MS는 관료주의와 사내정치가 판을 치고 있고 전 그게 MS의 부진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잡스는 애플을 아주 독보적이고 위대한 기업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런 애플의 DNA가 변질되지 않고 유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잡스는 제게 있어 어릴 시절(중학생때)의 아이돌이었습니다(Geek의 아이돌은 남달라요).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빌며 잡스가 그리도 좋아했던 노래, Imagine을 함께 감상해요(뮤직비디오인데 노래는 조금 늦게 나와요).
2011년 8월 16일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사건의 의미와 리스크
8월 15일, 모바일 산업 아니 IT 산업 전반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것은 바로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모토로라는 지난 1월에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토로라 모빌리티, 기타 사업을 담당하는 모토로라 솔루션즈로 분리가 된 바 있는데 그 중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구글이 125억 달러에 전격 인수한 것입니다.
관련 뉴스: Google to Acquire Motorola Mobility for $12.5 Billion
국내 뉴스도 쏟아지고 있으니 간단한 소식은 전해 들으셨을 거 같습니다. 제가 제목에 적은 것처럼 이번 인수는 ‘사건’입니다. 특히 세계 수위의 휴대폰 제조사들을 갖고 있는 한국에게 있어서는 엄청난 사건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구글이 플랫폼 경쟁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제조까지 진출함으로써 애플과의 전면전에 뛰어들었다는 걸 뜻합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지금 모바일 플랫폼 빅2 중 하나인데, 그것으로 만족하기는 힘들었나 봅니다. 구글은 욕심쟁이~
애플은 지금까지 하드웨어+소프트웨어+콘텐츠를 절묘하게 결합하는 전략으로 타업체들을 압도해왔고, 강력한 락인(lock-in) 효과와 함께 업계 최고의 고객 충성도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지난 2분기 휴대폰 시장 전체 수익의 66%를 애플이 독식), 전세계 기업 중 시가총액 1위(3천 372억 달러)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인수의 함의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1. 구글은 이제 제조사다. 구글 또한 애플처럼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최적화함으로써 보다 완성도 있는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
2. 최근 안드로이드가 특허 공세에 직면해 있는데 모토로라를 인수함으로써 많은 특허 분쟁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3. 사실상 기존 파트너인 삼성전자, LG전자, HTC 등은 이제 경쟁사가 됐다. 그들에겐 꽤 나쁜 소식이다.
1번은 너무 뻔한 얘기이니 제가 부연할 필요가 없을 거 같고요. 2번 특허 문제에 대해 부연하자면, 모토로라는 세계 최초로 휴대폰을 개발한 업체이고 수많은 휴대폰 관련 특허가 있습니다.
이제 어떤 업체가 구글에게 특허로 시비를 걸어오면 모토로라의 특허를 뒤져 상대 업체가 침해한 부분을 찾아 맞고소하면 됩니다. 여전히 소송이 벌어지겠지만 많은 경우 크로스라이선스로 합의할 수 있을 겁니다. 구글이 당면한 가장 큰 리스크로 특허 침해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한 무기를 확보하게 된 것이죠. 이번 인수가 특허만으로도 꽤 값어치를 할 거라고 보여지네요.
그리고 3번. 국내 업체들에게 있어서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만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봐야 주가, 매출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좋을 게 없으니까요.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이기에 겉과 속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안드로이드의 미래에 대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도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애플의 최대 경쟁자로 부각된 상황에서 큰 충격일 겁니다.
물론 구글이 앞으로도 타업체들이 안드로이드를 쓸 수 있도록 하겠지만, 안드로이드 기기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구글과 긴밀히 협조를 해야 합니다. 구글 서비스 호환성 심사와 안드로이드마켓 탑재도 필요하고요. 그런데 그런 구글이 이제 모토로라와 하나입니다. 함께 하자니 참으로 찜찜한 상황이고 함께 하지 않자니 다른 대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입니다.
이번 인수로 안드로이드의 중립성은 훼손될 수 밖에 없습니다.
삼성에게는 이럴 때를 대비하여 플랜B로 키워온 바다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 너무 힘이 미약합니다. 그렇다고 윈도폰7를 밀자니 윈도폰은 지난 분기에 바다폰보다도 덜 팔렸습니다. 소비자들에게 별로 인기가 없습니다. 최근 망고 버전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글쎄~입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상당한 반사 이익을 얻을 거 같습니다. 윈도모바일의 악몽 그리고 잘 나가는 안드로이드 때문에 그 동안 제조사들이 윈도폰을 왠지 꺼리는 측면이 있었는데 이번 일을 통해 윈도폰 제조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삼성은 당분간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느라 골머리 앓을 거 같습니다. 그나마 삼성은 바다라도 있죠. LG는 이제 어떡하나요? ㅠㅠ
구글은 모바일의 절대 강자인 애플에 대항하기 위해 지난 3~4년간 오픈 전략으로 반대 세력을 규합하여 세를 키운 다음, 이제 구글 스스로 맹주를 자처하며 제대로 본게임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구글-모토로라의 폰이 진짜 안드로이드폰이고 파트너들의 폰은 호환폰이 되는 거죠. 분명히 그런 전략을 갖고서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으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구글에게 있어 이번 모토로라 인수가 장미빛 미래를 보장하는 건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리스크가 있죠.
1. 구글은 제조업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인터넷 기업인 구글과 제조사인 모토로라의 기업 문화가 제대로 융합을 이룰 수 있을까요? 인수합병 후 해당 기업의 경영 실적을 유지하는 것만해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구글이 침체된 모토로라를 구원해서 다시 재기시킬 수 있을까요? 꽤나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모토로라에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이 있습니다. 애플을 보면, 하드웨어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하청업체들을 통해 생산하고 있습니다. 설계, 부품 구매, 품질은 애플이 담당하고 생산은 완전히 아웃소싱을 하는 것이죠. 구글 또한 애플의 방식을 따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그게 또 구글답고요. 모토로라 직원들, 걱정이 많을 거 같습니다.
2. 구글이 모토로라를 다시금 부흥시키고 보다 최적화된 안드로이드 기기를 출시했다고 하더라도, 애플과의 경쟁에 있어 충분한 건 아닙니다. 애플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의 결합뿐만 아니라 아이튠즈 스토어라는 전세계 1위의 유료 디지털 콘텐츠 마켓플레이스를 갖고 있고 많은 나라에서 음원, 비디오, 전자책 등을 유통하고 있습니다.
반면 구글의 경우 최근 전자책, 음원 사업 등을 개시한 상태이긴 하지만 애플에 비해 콘텐츠 사업이 부실합니다. 과연 구글이 애플과의 경쟁에서 필수 요소인 콘텐츠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요?
결론적으로 미래 IT 산업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콘텐츠 사업의 절묘한 결합이라는 과제를 달성하는 게 중요한데, 구글은 이번 모토로라 인수를 통해 한 단계 나아간 거 같습니다. 물론 리스크가 상당한 인수이기는 합니다만, 구글의 이런 적극적인 행보는 존중 받을 만 하다고 봅니다. 또한 인수합병에 엄청나게 인색한 삼성, LG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제 구글은 모토로라를 재기시켜 하드웨어 사업에서 성과를 내야하고, 더불어 애플과의 전면전을 위해 그 동안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콘텐츠 마켓플레이스 사업도 성공시켜야 합니다.
이 어려운 과제를 구글이 풀 수 있을까요? 아마도 다른 기업이라면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했겠지만, 구글이기 때문에 응원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을 거 같습니다. 그런 기업 이미지를 갖추고 있다는 것. 구글의 보이지 않는 큰 자산입니다.
모토로라는 지난 1월에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토로라 모빌리티, 기타 사업을 담당하는 모토로라 솔루션즈로 분리가 된 바 있는데 그 중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구글이 125억 달러에 전격 인수한 것입니다.
관련 뉴스: Google to Acquire Motorola Mobility for $12.5 Billion
국내 뉴스도 쏟아지고 있으니 간단한 소식은 전해 들으셨을 거 같습니다. 제가 제목에 적은 것처럼 이번 인수는 ‘사건’입니다. 특히 세계 수위의 휴대폰 제조사들을 갖고 있는 한국에게 있어서는 엄청난 사건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구글이 플랫폼 경쟁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제조까지 진출함으로써 애플과의 전면전에 뛰어들었다는 걸 뜻합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지금 모바일 플랫폼 빅2 중 하나인데, 그것으로 만족하기는 힘들었나 봅니다. 구글은 욕심쟁이~
애플은 지금까지 하드웨어+소프트웨어+콘텐츠를 절묘하게 결합하는 전략으로 타업체들을 압도해왔고, 강력한 락인(lock-in) 효과와 함께 업계 최고의 고객 충성도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지난 2분기 휴대폰 시장 전체 수익의 66%를 애플이 독식), 전세계 기업 중 시가총액 1위(3천 372억 달러)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인수의 함의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1. 구글은 이제 제조사다. 구글 또한 애플처럼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최적화함으로써 보다 완성도 있는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
2. 최근 안드로이드가 특허 공세에 직면해 있는데 모토로라를 인수함으로써 많은 특허 분쟁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3. 사실상 기존 파트너인 삼성전자, LG전자, HTC 등은 이제 경쟁사가 됐다. 그들에겐 꽤 나쁜 소식이다.
1번은 너무 뻔한 얘기이니 제가 부연할 필요가 없을 거 같고요. 2번 특허 문제에 대해 부연하자면, 모토로라는 세계 최초로 휴대폰을 개발한 업체이고 수많은 휴대폰 관련 특허가 있습니다.
이제 어떤 업체가 구글에게 특허로 시비를 걸어오면 모토로라의 특허를 뒤져 상대 업체가 침해한 부분을 찾아 맞고소하면 됩니다. 여전히 소송이 벌어지겠지만 많은 경우 크로스라이선스로 합의할 수 있을 겁니다. 구글이 당면한 가장 큰 리스크로 특허 침해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한 무기를 확보하게 된 것이죠. 이번 인수가 특허만으로도 꽤 값어치를 할 거라고 보여지네요.
그리고 3번. 국내 업체들에게 있어서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만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봐야 주가, 매출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좋을 게 없으니까요.
[추가 글] 실제로 주요 제조사들이 모두 환영의 뜻을 표했네요(링크). 그런데 링크한 삼성, 소니에릭슨, HTC, LG 사장들의 글을 한번 보세요. 하나 같이 주요 문장이 똑같죠? 다들 그렇게 얘기하기로 입을 맞춘 건가요? 특히 삼성과 HTC 사장의 글은 완전히 동일해요! 마치 받아쓰기한 거 같아요. ㅎㅎ 재밌네요. 해외에서도 제조사들의 반응에 대해 논란이 많습니다.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이기에 겉과 속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안드로이드의 미래에 대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도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애플의 최대 경쟁자로 부각된 상황에서 큰 충격일 겁니다.
물론 구글이 앞으로도 타업체들이 안드로이드를 쓸 수 있도록 하겠지만, 안드로이드 기기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구글과 긴밀히 협조를 해야 합니다. 구글 서비스 호환성 심사와 안드로이드마켓 탑재도 필요하고요. 그런데 그런 구글이 이제 모토로라와 하나입니다. 함께 하자니 참으로 찜찜한 상황이고 함께 하지 않자니 다른 대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입니다.
이번 인수로 안드로이드의 중립성은 훼손될 수 밖에 없습니다.
[추가 글] 물론 그렇지 않을 거라고 현재 구글과 제조사들이 주장하고 있지만 그럼 모토로라는 손만 빨게 할 건가요? 모토로라가 폰 사업을 접으면 모르겠지만 폰 사업을 한다면 경쟁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삼성에게는 이럴 때를 대비하여 플랜B로 키워온 바다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 너무 힘이 미약합니다. 그렇다고 윈도폰7를 밀자니 윈도폰은 지난 분기에 바다폰보다도 덜 팔렸습니다. 소비자들에게 별로 인기가 없습니다. 최근 망고 버전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글쎄~입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상당한 반사 이익을 얻을 거 같습니다. 윈도모바일의 악몽 그리고 잘 나가는 안드로이드 때문에 그 동안 제조사들이 윈도폰을 왠지 꺼리는 측면이 있었는데 이번 일을 통해 윈도폰 제조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삼성은 당분간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느라 골머리 앓을 거 같습니다. 그나마 삼성은 바다라도 있죠. LG는 이제 어떡하나요? ㅠㅠ
구글은 모바일의 절대 강자인 애플에 대항하기 위해 지난 3~4년간 오픈 전략으로 반대 세력을 규합하여 세를 키운 다음, 이제 구글 스스로 맹주를 자처하며 제대로 본게임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구글-모토로라의 폰이 진짜 안드로이드폰이고 파트너들의 폰은 호환폰이 되는 거죠. 분명히 그런 전략을 갖고서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으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제가 작년 1월에 쓴 "구글이 넥서스원을 출시한 진짜 이유는?"이라는 글을 참고로 읽어 보십시오(1년 7개월전 글이니 감안해서 봐 주세요). 구글의 플랫폼 전략을 몇 가지 시나리오로 예측한 글입니다. 물론 넥서스원은 시장에서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것이 플랫폼 통제를 향해가는 하나의 시도라고 본다면 구글의 향후 전략을 예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런데 구글에게 있어 이번 모토로라 인수가 장미빛 미래를 보장하는 건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리스크가 있죠.
1. 구글은 제조업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인터넷 기업인 구글과 제조사인 모토로라의 기업 문화가 제대로 융합을 이룰 수 있을까요? 인수합병 후 해당 기업의 경영 실적을 유지하는 것만해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구글이 침체된 모토로라를 구원해서 다시 재기시킬 수 있을까요? 꽤나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모토로라에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이 있습니다. 애플을 보면, 하드웨어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하청업체들을 통해 생산하고 있습니다. 설계, 부품 구매, 품질은 애플이 담당하고 생산은 완전히 아웃소싱을 하는 것이죠. 구글 또한 애플의 방식을 따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그게 또 구글답고요. 모토로라 직원들, 걱정이 많을 거 같습니다.
2. 구글이 모토로라를 다시금 부흥시키고 보다 최적화된 안드로이드 기기를 출시했다고 하더라도, 애플과의 경쟁에 있어 충분한 건 아닙니다. 애플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의 결합뿐만 아니라 아이튠즈 스토어라는 전세계 1위의 유료 디지털 콘텐츠 마켓플레이스를 갖고 있고 많은 나라에서 음원, 비디오, 전자책 등을 유통하고 있습니다.
반면 구글의 경우 최근 전자책, 음원 사업 등을 개시한 상태이긴 하지만 애플에 비해 콘텐츠 사업이 부실합니다. 과연 구글이 애플과의 경쟁에서 필수 요소인 콘텐츠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요?
결론적으로 미래 IT 산업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콘텐츠 사업의 절묘한 결합이라는 과제를 달성하는 게 중요한데, 구글은 이번 모토로라 인수를 통해 한 단계 나아간 거 같습니다. 물론 리스크가 상당한 인수이기는 합니다만, 구글의 이런 적극적인 행보는 존중 받을 만 하다고 봅니다. 또한 인수합병에 엄청나게 인색한 삼성, LG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제 구글은 모토로라를 재기시켜 하드웨어 사업에서 성과를 내야하고, 더불어 애플과의 전면전을 위해 그 동안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콘텐츠 마켓플레이스 사업도 성공시켜야 합니다.
이 어려운 과제를 구글이 풀 수 있을까요? 아마도 다른 기업이라면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했겠지만, 구글이기 때문에 응원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을 거 같습니다. 그런 기업 이미지를 갖추고 있다는 것. 구글의 보이지 않는 큰 자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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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구글 모토로라
2011년 7월 25일
또다시 프로그래머 탓하는 정부와 삼성SDS
최근 전국 학교의 내신성적 석차를 처리하는 나이스(NEIS) 시스템의 오류로 인한 기사를 보셨을 겁니다. 수많은 학생들의 석차가 잘못 산출되어 혼란을 가져왔고 학부모/학생들의 불만도 대단하다고 하죠.
기사를 보고선 또 개발자들 탓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나 하단과 같은 기사가 등장했군요.
관련 기사: 나이스, 프로그램에 문제… 쓰레기값 처리 누락
잠시 옛날 일로 돌아가서, 2007년 9월에 제가 블로그에 올렸던 '정부의 디지털 회계예산시스템의 오류'에 대한 글을 한번 보시죠.
관련 글: 국가 회계예산시스템의 오류에 대한 단상
어떻게 된 게 4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네요. ㅠㅠ
1차적으로 개발자들이 프로그램에 버그를 발생시킨 건 사실이겠죠. 그런데 프로그래밍이란 게 사람이 하는 일이고, 또한 대개의 개발자들이 자신이 짠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입출력만 테스트하고 예외적인 값에 대한 처리나 테스트에 취약한 경향이 있습니다.
극히 소수의 최상급 개발자라면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자신의 짠 코드의 양에 비례해서 일정 수준의 버그를 발생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거기에다 복잡한 수식이 많을수록 버그가 발생할 가능성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의 본질적 특성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테스터들과 품질 매니저가 프로젝트의 초기에 합류해서 테스트 계획을 작성하고 개발 진도에 따라 지속적으로 테스트를 하고 프로세스에 의한 철저한 품질관리를 해야 합니다.
더군다나 나이스 시스템처럼 수식 계산이 중요한 경우에는 아주 집중적으로 관리를 해야겠죠. 주요 케이스들에 대한 테스트만 제대로 했다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게 이런 유형의 버그입니다. 수식 계산이 복잡할 수록 개발할 때 버그가 생기기 쉽지만, 수식 계산이라는 게 입출력이 정직하기에 테스트 하기도 쉽고 그만큼 버그도 잘 잡힙니다.
미국, 일본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 선진국들에서는 코드 작성 그 자체보다 품질 관리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실례로 제가 미국의 한 회사와 잠시 일했을 때, 개발자 1명당 테스터 4명을 할당하여 빌드와 테스트를 매일 같이 함께 하는 걸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단순 테스터뿐만 아니라 테스트를 위한 코드를 작성하는 테스트 개발자(Test Developer)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자잘한 버그까지 100% 잡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심각한 버그는 다 잡을 수 있습니다.
주요 기능에 대한 테스트 케이스, 입출력 결과값 등을 모두 프로세스화해서 관리하고 충분한 리소스를 투입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프로그래머가 프로그램을 잘못 짜서 이런 일이 생겼다’는 건 사실상 다음의 두 가지 중 하나를 뜻합니다.
A. 프로젝트에 적절한 테스트 인원과 품질 매니저가 제대로 배정되지 않았다.
B. 프로젝트에 적절한 테스트 인원과 품질 매니저가 배정되었지만, 어떤 이유로 인해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A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촉박한 일정에, 부족한 예산에, 제대로 된 인력 배정 없이 개발자들만 쪼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다 일정에 쫓겨 충분한 테스트도 못한 채로 출시했을 겁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정말 당연히 필요한 테스터와 품질 매니저의 지원을 받지 못하며(소프트웨어 선진국들에서는 있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개발하고 있는 개발자들이 많습니다. 버그를 만들었다고 손가락질 받으면서요.
4년전이나 지금이나 나아진 게 없는데요. 이런 식이면 40년이 흘러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에 제대로 된 인력 배정이 있기를 바랍니다.
개발자는 만능선수가 아닙니다.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에는 아키텍트도 있어야 하고 테스터, 품질매니저도 반드시 필요하며, 그들이 함께 협업하며 일할 수 있는 일정과 환경을 제공해 주어야 합니다.
이번 나이스 스캔들과 같은 기사를 다시는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관련 글: SI업계의 갑을병정, 그 죽음의 순환고리
기사를 보고선 또 개발자들 탓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나 하단과 같은 기사가 등장했군요.
관련 기사: 나이스, 프로그램에 문제… 쓰레기값 처리 누락
잠시 옛날 일로 돌아가서, 2007년 9월에 제가 블로그에 올렸던 '정부의 디지털 회계예산시스템의 오류'에 대한 글을 한번 보시죠.
관련 글: 국가 회계예산시스템의 오류에 대한 단상
어떻게 된 게 4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네요. ㅠㅠ
1차적으로 개발자들이 프로그램에 버그를 발생시킨 건 사실이겠죠. 그런데 프로그래밍이란 게 사람이 하는 일이고, 또한 대개의 개발자들이 자신이 짠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입출력만 테스트하고 예외적인 값에 대한 처리나 테스트에 취약한 경향이 있습니다.
극히 소수의 최상급 개발자라면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자신의 짠 코드의 양에 비례해서 일정 수준의 버그를 발생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거기에다 복잡한 수식이 많을수록 버그가 발생할 가능성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의 본질적 특성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테스터들과 품질 매니저가 프로젝트의 초기에 합류해서 테스트 계획을 작성하고 개발 진도에 따라 지속적으로 테스트를 하고 프로세스에 의한 철저한 품질관리를 해야 합니다.
더군다나 나이스 시스템처럼 수식 계산이 중요한 경우에는 아주 집중적으로 관리를 해야겠죠. 주요 케이스들에 대한 테스트만 제대로 했다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게 이런 유형의 버그입니다. 수식 계산이 복잡할 수록 개발할 때 버그가 생기기 쉽지만, 수식 계산이라는 게 입출력이 정직하기에 테스트 하기도 쉽고 그만큼 버그도 잘 잡힙니다.
미국, 일본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 선진국들에서는 코드 작성 그 자체보다 품질 관리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실례로 제가 미국의 한 회사와 잠시 일했을 때, 개발자 1명당 테스터 4명을 할당하여 빌드와 테스트를 매일 같이 함께 하는 걸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단순 테스터뿐만 아니라 테스트를 위한 코드를 작성하는 테스트 개발자(Test Developer)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자잘한 버그까지 100% 잡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심각한 버그는 다 잡을 수 있습니다.
주요 기능에 대한 테스트 케이스, 입출력 결과값 등을 모두 프로세스화해서 관리하고 충분한 리소스를 투입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프로그래머가 프로그램을 잘못 짜서 이런 일이 생겼다’는 건 사실상 다음의 두 가지 중 하나를 뜻합니다.
A. 프로젝트에 적절한 테스트 인원과 품질 매니저가 제대로 배정되지 않았다.
B. 프로젝트에 적절한 테스트 인원과 품질 매니저가 배정되었지만, 어떤 이유로 인해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A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촉박한 일정에, 부족한 예산에, 제대로 된 인력 배정 없이 개발자들만 쪼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다 일정에 쫓겨 충분한 테스트도 못한 채로 출시했을 겁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정말 당연히 필요한 테스터와 품질 매니저의 지원을 받지 못하며(소프트웨어 선진국들에서는 있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개발하고 있는 개발자들이 많습니다. 버그를 만들었다고 손가락질 받으면서요.
4년전이나 지금이나 나아진 게 없는데요. 이런 식이면 40년이 흘러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에 제대로 된 인력 배정이 있기를 바랍니다.
개발자는 만능선수가 아닙니다.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에는 아키텍트도 있어야 하고 테스터, 품질매니저도 반드시 필요하며, 그들이 함께 협업하며 일할 수 있는 일정과 환경을 제공해 주어야 합니다.
이번 나이스 스캔들과 같은 기사를 다시는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관련 글: SI업계의 갑을병정, 그 죽음의 순환고리
라벨:
소프트웨어 개발자 품질관리
2011년 6월 1일
그레이트 헝거 & 리틀 헝거
리틀 헝거(Little Hunger)는 배를 채울 음식을 원하지만,
모든 배고픈 자들의 으뜸인
그레이트 헝거(Great Hunger)는 의미에 굶주려 있다.
궁극적으로 인간을 깊고 극심한 고통에 빠뜨리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그들에게 의미 없는 인생을 맡기는 것이다.
의미는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자기 일에 의미를 찾는다면 행복해도 불행해도 괜찮다.
그는 만족을 느끼며, 신(神)안에서 외롭지 않다.
위에 소개한 글은 부시맨의 존재를 최초로 알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작가, 로렌스 경의 글입니다. 자기계발 분야의 유명 저자인 웨인 다이어의 최근작 The Shift(번역서: 세상에 마음주지 마라)의 서문에 나오는 글이기도 합니다.
위의 글을 읽고 히딩크 감독의 "I'm still hungry"나 스티브 잡스의 "Stay hungry, Stay foolish"를 생각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두 같은 맥락을 담고 있다고 봅니다.
특히 볼드체로 표시한 문구에 깊이 동감이 되네요. 행복과 불행을 초월한 인생의 가치를 깨닫는 것이야말로 인간 삶의 최고 결과물이 아닐까요?
그런 추구야말로 궁극적으로 자신의 본질을 발견하고,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최근에 그런 것을 조금 느끼고 있습니다.
눈을 감아 봅니다. 하루는 지루해도 일년은 화살과 같으니, 눈을 뜨면 50대, 60대가 되어 있겠죠.
우리 눈 앞에는 지금 당장은 정말 급하고 중요해 보이는 일이지만, 일년만 지나도 아무런 가치가 없는 일들이 즐비합니다. 인생의 속임수란 그런 것이죠.
그런 속임수에 빠지지 않으려면,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중요한 일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합니다. 예컨대, 책을 읽으며 정서적으로 성장하고, 노인이 되어서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준비하고, 가족들과 여행을 하며 추억을 쌓는 등의 일들이죠.
어떤 이는 사회적으로 대단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사랑이 충만한 가족을 만들 수도 있겠죠. 둘 다 이루는 행운아도 있겠지만, 하나를 이루면 하나를 못 이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 다 못 이루는 경우는 더 많고요.
삶에 정답이란 없으니,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전자든 후자든 추구하면 될 것입니다. 어떤 것이든 제대로 추구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주어지지 않겠죠. 인생을 선택하지 않으면 인생에게 선택을 당합니다.
저는 자기 삶에서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을 조금씩 추구하면서, 지속가능한 행복을 발견하고, 더 나아가서는 행복과 불행을 초월한 어떤 단계에 이르길 바랍니다. 그런 삶을 추구하는 분들께 동료의식으로서 행운을 기원합니다.
라벨:
자기계발
2011년 4월 28일
카카오톡 칼럼의 후기와 에피소드
칼럼 원문: [ZDNET] 카카오톡이 맞이한 위기와 기회
ZDNET에는 댓글이 안 달리기에, 네이버 뉴스의 글로 링크를 걸었습니다. 오랜만에 ZDNET에 글을 썼습니다. 글은 사이트에 어제 올라왔는데 제가 계속 지방에 있어서 확인을 못했네요.
이미 볼 분들은 다 보시고 안 볼 분들은 어차피 안보시겠지만 ^^, 블로그에도 남겨 봅니다. 제가 트위터, 페이스북도 합니다만, 그래도 제 근거지(아지트)는 블로그이니까요. 저는 사실, 느슨하게 연결되는 블로그가 좋아요. 휘발성도 덜 하고, 라이프 로그로서의 의미도 있고요.
이번 주제와도 관련이 있어 조금 더 언급하면, 저는 개인적으로 실시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소셜 미디어에 대한 제 개인적 선호도를 나열해보면, ‘블로그 > 페이스북 > 트위터 > 메신저’랄까요. 맞아요.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일 수록 덜 좋아하죠.
그렇지만 그건 개인적인 기호이고, 연구하고 장단점을 발견하려면 대중적 시각이 필요하니까 적절한 선에서 피로감이 없는 정도로 이용하고 있답니다.
카카오톡과 관련된 작은 에피소드가 있어요. 얼마 전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았는데(1시간 30분 정도의 공연이었어요), 제 옆옆자리에 앉은 여성관객(A라고 할게요)이 연극을 보면서 계속 카카오톡을 하더군요.
생각해보세요. 깜깜한 극장에서 스마트폰 LCD 화면은 거의 전등 수준이잖아요! 꽤 거슬렸는데(당연히 배우들도 그랬을 거에요), 제가 소심해서 아무 말도 못했어요. ㅠㅠ
여성관객 A는 일행과 같이 있었는데, 공연이 끝나고 좌석에서 일어날 때 일행 중 한 명으로 보이는 다른 여성관객 B가 외치더군요(B는 스마트폰을 꺼놓고 있었나 봐요).
“카카오톡에 메시지 170개 와있어!”
한 시간 반 동안 170개라. 왜 카카오톡의 일일 메시지 교환 건수가 2억 건에 달하는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스마트폰 소지자들은 대부분 카카오톡 이용자들이고, 위의 여성관객 A처럼 중독 수준인 사람들도 꽤 많죠. 결과적으로 충성도가 아주 높은 서비스인 게 사실입니다.
다만, 현재 수익 모델이라고는 기프티콘 정도인데 매출 대비 실제 수익(수수료)이 미약한데다가, 또한 최근에 애플이 자사의 결제방식과 맞지 않는다며 빼라고 했다네요. 하지만 카카오(회사명)는 돈이 많은 회사이니 돈이 벌릴 때까지 버틸 수 있겠죠.
현재 카카오톡의 앞길에 놓인 성공의 장애요인들이 많습니다만, 큰 기회도 열려있어 앞으로 계속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할 서비스인 게 사실입니다. 창업자와 임직원들이 현재의 챌린지를 꽤 즐기고 있을 거 같아요. ^^
끝으로, 칼럼에서는 지면의 한계상 언급하지 않았는데요. 카카오의 이사회 의장 김범수님이 정말 대단하기는 대단합니다. 이건 단순히 한게임에 이어 카카오톡을 히트시켰기에 하는 얘기가 아니고요.
현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은 사실 2007년에 설립된 회사입니다. 그리고 카카오톡 나오기 전 3년 동안 출시한 서비스나 인수한 회사 등이 거의 성과를 내지 못했거든요. 업계 관계자들이 보기에 “왜 이런 서비스를 하나?” 싶은 것도 있었고요.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건 바로 “뭘 하든 3년은 해야 한다”는 교훈입니다. 많은 대기업, 벤처들이 조금 해보고 안 되면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김범수님은 성과도 안 나오는데 꾸준히 트라이 한 겁니다. 그리고 결국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기 시작하죠.
함께 기억해요. 김범수님 조차도 카카오톡 만들기 전에 3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쳤다는 사실 말이에요. (물론, 돈이 있어야 버틸 수 있다는 사실도 덤으로 기억해야겠죠. ^^)
ZDNET에는 댓글이 안 달리기에, 네이버 뉴스의 글로 링크를 걸었습니다. 오랜만에 ZDNET에 글을 썼습니다. 글은 사이트에 어제 올라왔는데 제가 계속 지방에 있어서 확인을 못했네요.
이미 볼 분들은 다 보시고 안 볼 분들은 어차피 안보시겠지만 ^^, 블로그에도 남겨 봅니다. 제가 트위터, 페이스북도 합니다만, 그래도 제 근거지(아지트)는 블로그이니까요. 저는 사실, 느슨하게 연결되는 블로그가 좋아요. 휘발성도 덜 하고, 라이프 로그로서의 의미도 있고요.
이번 주제와도 관련이 있어 조금 더 언급하면, 저는 개인적으로 실시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소셜 미디어에 대한 제 개인적 선호도를 나열해보면, ‘블로그 > 페이스북 > 트위터 > 메신저’랄까요. 맞아요.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일 수록 덜 좋아하죠.
그렇지만 그건 개인적인 기호이고, 연구하고 장단점을 발견하려면 대중적 시각이 필요하니까 적절한 선에서 피로감이 없는 정도로 이용하고 있답니다.
카카오톡과 관련된 작은 에피소드가 있어요. 얼마 전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았는데(1시간 30분 정도의 공연이었어요), 제 옆옆자리에 앉은 여성관객(A라고 할게요)이 연극을 보면서 계속 카카오톡을 하더군요.
생각해보세요. 깜깜한 극장에서 스마트폰 LCD 화면은 거의 전등 수준이잖아요! 꽤 거슬렸는데(당연히 배우들도 그랬을 거에요), 제가 소심해서 아무 말도 못했어요. ㅠㅠ
여성관객 A는 일행과 같이 있었는데, 공연이 끝나고 좌석에서 일어날 때 일행 중 한 명으로 보이는 다른 여성관객 B가 외치더군요(B는 스마트폰을 꺼놓고 있었나 봐요).
“카카오톡에 메시지 170개 와있어!”
한 시간 반 동안 170개라. 왜 카카오톡의 일일 메시지 교환 건수가 2억 건에 달하는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스마트폰 소지자들은 대부분 카카오톡 이용자들이고, 위의 여성관객 A처럼 중독 수준인 사람들도 꽤 많죠. 결과적으로 충성도가 아주 높은 서비스인 게 사실입니다.
다만, 현재 수익 모델이라고는 기프티콘 정도인데 매출 대비 실제 수익(수수료)이 미약한데다가, 또한 최근에 애플이 자사의 결제방식과 맞지 않는다며 빼라고 했다네요. 하지만 카카오(회사명)는 돈이 많은 회사이니 돈이 벌릴 때까지 버틸 수 있겠죠.
현재 카카오톡의 앞길에 놓인 성공의 장애요인들이 많습니다만, 큰 기회도 열려있어 앞으로 계속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할 서비스인 게 사실입니다. 창업자와 임직원들이 현재의 챌린지를 꽤 즐기고 있을 거 같아요. ^^
끝으로, 칼럼에서는 지면의 한계상 언급하지 않았는데요. 카카오의 이사회 의장 김범수님이 정말 대단하기는 대단합니다. 이건 단순히 한게임에 이어 카카오톡을 히트시켰기에 하는 얘기가 아니고요.
현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은 사실 2007년에 설립된 회사입니다. 그리고 카카오톡 나오기 전 3년 동안 출시한 서비스나 인수한 회사 등이 거의 성과를 내지 못했거든요. 업계 관계자들이 보기에 “왜 이런 서비스를 하나?” 싶은 것도 있었고요.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건 바로 “뭘 하든 3년은 해야 한다”는 교훈입니다. 많은 대기업, 벤처들이 조금 해보고 안 되면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김범수님은 성과도 안 나오는데 꾸준히 트라이 한 겁니다. 그리고 결국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기 시작하죠.
함께 기억해요. 김범수님 조차도 카카오톡 만들기 전에 3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쳤다는 사실 말이에요. (물론, 돈이 있어야 버틸 수 있다는 사실도 덤으로 기억해야겠죠. ^^)
2011년 4월 15일
현대캐피탈, 농협 사태로 다시금 짚어보는 사회공학(social engineering)
얼마 전 현대캐피탈의 고객 정보를 빼돌려 수억 원의 돈을 요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무려 42만명에 달하는 고객들의 주민등록번호, 휴대폰 번호 등의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그 중 1만 3천명은 대출용 계좌번호와 비밀번호까지 유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정확한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유출 범위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봅니다.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의 CEO를 맡고 있는 정태영 사장은 근 몇 년간 회사의 실적을 크게 증대시켜 업계의 스타 CEO로 주목 받고 있었는데, 이번 일로 곤혹을 치르고 있습니다. 슈퍼콘서트, 슈퍼토크 등 마케팅과 이벤트에 치중하면서 정작 중요한 정보 보안에는 소홀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대캐피탈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농협 전산장애 사태가 터졌습니다. 수일 동안 아예 시스템이 다운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농협이 밝힌 바로는 그 원인이 가관입니다. 협력업체 직원의 노트북PC를 통해 275대 서버의 시스템 파일이 삭제되었다고 하는군요.
관련기사: [연합뉴스] 농협, 전산망 관리 총체적 부실 드러나
역시나 이러한 틈을 노려 농협 피싱 사이트도 등장하였습니다.
관련기사: [ZDNET] 감쪽같은 농협 피싱사이트
또한 언제나처럼 더욱 진화된 보이스 피싱도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죠.
관련기사: [TV리포트] 농협 신종보이스피싱 '주의'
최근의 기사에 따르면, 시스템 파일뿐만 아니라 거래 내역까지 서버에서 삭제돼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확인 중이라고 합니다. 정말 심하군요. 100% 완전 복구가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파이낸셜뉴스] 농협 ‘카드거래내역’ 손실..수작업 대조중
이번 사태의 원인이 서버의 시스템 파일 삭제라니 그런 일이 생겼다는 것도 놀랍지만, 재해복구 서버까지 피해를 입었다는 게 더욱 놀랍습니다. 재해복구 서버란 모든 피해 상황에서 바로 투입될 수 있어야 하기에 물리적인 공간, 접근 권한 등에 있어서 운영 서버와 분리해 안전하게 관리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보안 정책 수립 시 아주 기본적인 지침입니다. 운영 서버가 어떤 피해를 입을 때 재해복구 서버까지 영향을 받는다면 도대체 재해복구 서버를 왜 마련해 놓겠습니까? ㅠㅠ
이번 사태가 누구의 소행이고 어떤 목적으로 그랬는 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이번 일은 농협 직원의 소행일까요? 아님 협력업체 직원의 소행일까요? 아님 외부 해커에 의해 협력업체 직원의 노트북PC가 이용당한 걸까요? 또는 악의에 의한 일이 아니라 작업 중 실수였을까요? 확실한 내용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으므로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할 거 같습니다. 어느 쪽이든 농협은 엄청난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여담입니다만, 사실 IT 업계에서 농협은 여러모로 악명이 자자한 곳입니다. 농협정보시스템에 근무했던 한 개발자의 일이 꽤 이슈화된 적도 있었죠(이 글의 관련 링크를 보세요). 또한 농협은 많은 파견 개발자들이 절대 피해야 할 고객사 중 하나로 꼽는 곳이기도 합니다.
IT를 홀대한 기업이 IT로 크게 당한 걸까요? 이 점은 각자 생각해 보시고요.
본 글의 주제는 보안이니까 보안 관련 얘기를 하겠습니다. 제가 지금은 주로 기술과 비즈니스 전략에 집중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몇몇 벤처기업의 CTO로서 개발, 아키텍처, 보안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갖고서 일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기술 발전에 따라 많은 보안 이슈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고, 예전에 칼럼 형태로 쓴 글이 있는데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생각에 다시금 소개해 봅니다.
엔지니어나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보안 상식상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첫 번째 글의 주제는 “보안은 사슬이다. 사슬의 가장 약한 고리만큼만 안전하다. 보안은 제품이 아니라 프로세스다.”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상황에서 가장 약한 고리는 ‘사람’입니다. 2004년에 쓴 글인데 지금은 상황이 더 나빠져 있군요.
보안은 제품이 아닌 프로세스
두 번째 글은 ‘사회공학(social engineering)’에 대한 글입니다. 사회공학은 오래 전부터 보안 분야에서 쓰이고 있는 전문 용어입니다.
그런데 사회공학은 날이 갈수록 인간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그림자, 사회공학
앞서 기사에 나온 농협 고객 대상의 신종 보이스피싱이 바로 사회공학의 대표적인 사례죠. 첫 번째 피싱 시도 직후 경찰을 사칭한 이가 전화를 함으로써 교묘하게 신뢰를 획득하고 있습니다.
사회공학의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가 대중화되면서 개인정보를 획득하기가 점점 쉬워지고 있고, 그런 개인정보를 이용해 피싱을 하는 일도 생기고 있습니다. 하단은 작년에 트위터에서 이슈가 된 사건입니다.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사례와 예방법
아무리 IT 기반의 보안 시스템을 막강하게 갖추어 놓는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취약한 심리를 공략하면 보안 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기술적 통제와 물리적 통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닙니다. 아주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관리 통제, 즉 사람이라는 취약한 요소를 반영한 보안 프로세스와 교육이 함께 할 때 비로소 제 역할을 한다는 뜻입니다.
정부기관과 기업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보안 정책을 새롭게 수립하길 바랍니다. 기술이나 제품의 도입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사람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초/중/고/대학교에서는 이 시대에 필요한 성숙한 시민 의식의 하나로서 보안 교육을 의무화하고, 성인을 대상으로도 기업 또는 지자체 등에서 보안 교육을 정기적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성희롱 예방 교육처럼 말이죠).
소프트웨어의 버그나 보안 취약점은 발견 즉시 신속하게 패치를 하면 되지만, 인간의 어리석음에는 패치가 없습니다. 오로지 사전 교육만이 유효할 뿐입니다.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알아야 할 최소한의 보안 기술과 사회공학에 대한 대처법을 보급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사회적/개인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작은 실천을 할 수 있습니다. 혹시 여러분의 가족이나 친구가 보안 지식이 부족하다고 생각된다면, 이 글을 전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거에요.
이 글의 링크는
http://bobbyryu.blogspot.com/2011/04/social-engineering.html 입니다.
무려 42만명에 달하는 고객들의 주민등록번호, 휴대폰 번호 등의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그 중 1만 3천명은 대출용 계좌번호와 비밀번호까지 유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정확한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유출 범위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봅니다.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의 CEO를 맡고 있는 정태영 사장은 근 몇 년간 회사의 실적을 크게 증대시켜 업계의 스타 CEO로 주목 받고 있었는데, 이번 일로 곤혹을 치르고 있습니다. 슈퍼콘서트, 슈퍼토크 등 마케팅과 이벤트에 치중하면서 정작 중요한 정보 보안에는 소홀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대캐피탈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농협 전산장애 사태가 터졌습니다. 수일 동안 아예 시스템이 다운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농협이 밝힌 바로는 그 원인이 가관입니다. 협력업체 직원의 노트북PC를 통해 275대 서버의 시스템 파일이 삭제되었다고 하는군요.
관련기사: [연합뉴스] 농협, 전산망 관리 총체적 부실 드러나
역시나 이러한 틈을 노려 농협 피싱 사이트도 등장하였습니다.
관련기사: [ZDNET] 감쪽같은 농협 피싱사이트
또한 언제나처럼 더욱 진화된 보이스 피싱도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죠.
관련기사: [TV리포트] 농협 신종보이스피싱 '주의'
최근의 기사에 따르면, 시스템 파일뿐만 아니라 거래 내역까지 서버에서 삭제돼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확인 중이라고 합니다. 정말 심하군요. 100% 완전 복구가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파이낸셜뉴스] 농협 ‘카드거래내역’ 손실..수작업 대조중
이번 사태의 원인이 서버의 시스템 파일 삭제라니 그런 일이 생겼다는 것도 놀랍지만, 재해복구 서버까지 피해를 입었다는 게 더욱 놀랍습니다. 재해복구 서버란 모든 피해 상황에서 바로 투입될 수 있어야 하기에 물리적인 공간, 접근 권한 등에 있어서 운영 서버와 분리해 안전하게 관리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보안 정책 수립 시 아주 기본적인 지침입니다. 운영 서버가 어떤 피해를 입을 때 재해복구 서버까지 영향을 받는다면 도대체 재해복구 서버를 왜 마련해 놓겠습니까? ㅠㅠ
이번 사태가 누구의 소행이고 어떤 목적으로 그랬는 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이번 일은 농협 직원의 소행일까요? 아님 협력업체 직원의 소행일까요? 아님 외부 해커에 의해 협력업체 직원의 노트북PC가 이용당한 걸까요? 또는 악의에 의한 일이 아니라 작업 중 실수였을까요? 확실한 내용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으므로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할 거 같습니다. 어느 쪽이든 농협은 엄청난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여담입니다만, 사실 IT 업계에서 농협은 여러모로 악명이 자자한 곳입니다. 농협정보시스템에 근무했던 한 개발자의 일이 꽤 이슈화된 적도 있었죠(이 글의 관련 링크를 보세요). 또한 농협은 많은 파견 개발자들이 절대 피해야 할 고객사 중 하나로 꼽는 곳이기도 합니다.
IT를 홀대한 기업이 IT로 크게 당한 걸까요? 이 점은 각자 생각해 보시고요.
본 글의 주제는 보안이니까 보안 관련 얘기를 하겠습니다. 제가 지금은 주로 기술과 비즈니스 전략에 집중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몇몇 벤처기업의 CTO로서 개발, 아키텍처, 보안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갖고서 일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기술 발전에 따라 많은 보안 이슈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고, 예전에 칼럼 형태로 쓴 글이 있는데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생각에 다시금 소개해 봅니다.
엔지니어나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보안 상식상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첫 번째 글의 주제는 “보안은 사슬이다. 사슬의 가장 약한 고리만큼만 안전하다. 보안은 제품이 아니라 프로세스다.”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상황에서 가장 약한 고리는 ‘사람’입니다. 2004년에 쓴 글인데 지금은 상황이 더 나빠져 있군요.
보안은 제품이 아닌 프로세스
두 번째 글은 ‘사회공학(social engineering)’에 대한 글입니다. 사회공학은 오래 전부터 보안 분야에서 쓰이고 있는 전문 용어입니다.
그런데 사회공학은 날이 갈수록 인간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그림자, 사회공학
앞서 기사에 나온 농협 고객 대상의 신종 보이스피싱이 바로 사회공학의 대표적인 사례죠. 첫 번째 피싱 시도 직후 경찰을 사칭한 이가 전화를 함으로써 교묘하게 신뢰를 획득하고 있습니다.
사회공학의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가 대중화되면서 개인정보를 획득하기가 점점 쉬워지고 있고, 그런 개인정보를 이용해 피싱을 하는 일도 생기고 있습니다. 하단은 작년에 트위터에서 이슈가 된 사건입니다.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사례와 예방법
아무리 IT 기반의 보안 시스템을 막강하게 갖추어 놓는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취약한 심리를 공략하면 보안 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기술적 통제와 물리적 통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닙니다. 아주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관리 통제, 즉 사람이라는 취약한 요소를 반영한 보안 프로세스와 교육이 함께 할 때 비로소 제 역할을 한다는 뜻입니다.
정부기관과 기업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보안 정책을 새롭게 수립하길 바랍니다. 기술이나 제품의 도입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사람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초/중/고/대학교에서는 이 시대에 필요한 성숙한 시민 의식의 하나로서 보안 교육을 의무화하고, 성인을 대상으로도 기업 또는 지자체 등에서 보안 교육을 정기적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성희롱 예방 교육처럼 말이죠).
소프트웨어의 버그나 보안 취약점은 발견 즉시 신속하게 패치를 하면 되지만, 인간의 어리석음에는 패치가 없습니다. 오로지 사전 교육만이 유효할 뿐입니다.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알아야 할 최소한의 보안 기술과 사회공학에 대한 대처법을 보급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사회적/개인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작은 실천을 할 수 있습니다. 혹시 여러분의 가족이나 친구가 보안 지식이 부족하다고 생각된다면, 이 글을 전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거에요.
이 글의 링크는
http://bobbyryu.blogspot.com/2011/04/social-engineering.html 입니다.
2011년 3월 11일
한국 소셜커머스의 빛과 그림자(2)
이전 글: 한국 소셜커머스의 빛과 그림자(1)
지난 글을 쓴 이후로 한달 조금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처럼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
이번 글에서는 제가 실제로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면서 아주 만족스러웠던 경험과 아주 불만족스러웠던 경험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몇 가지 이슈를 먼저 정리해보도록 하죠.
그루폰코리아의 사업 개시
드디어 오리지날 그루폰이 한국에서 사업을 개시합니다. 그루폰코리아 사이트를 방문해보세요. 3/14부터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공지되어 있습니다. (추가글: 3/14 현재, 오픈 되었습니다!)
그런데 페이지 하단의 상호명을 보면 명칭이 그룹온이고 대표자가 세 명이나 되네요. 그루폰코리아의 동향에 대해서는 하단의 기사들과 그루폰코리아의 블로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루폰코리아, 지역 업체 인수하며 전국망 구축 나서
윤신근 그루폰코리아 대표 "자신없다면 진출하지 않았을 것"
그루폰코리아 블로그
현재 그루폰코리아의 사무실이 대치동 유니온스틸빌딩 10층인데요. 제가 모회사에서 4년동안 일했던 바로 그 사무실입니다. 재미있는 인연이네요. ^^
각설하고. 그루폰이 다른 국가에서는 주로 기존 업체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출을 했는데, 한국에서는 사실상 직접 회사를 설립해 사업을 개시합니다. 작년 하반기에 그루폰 본사의 국내 상위권 업체들에 대한 인수 노력이 모두 실패하면서, 고심 끝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루폰 본사에서 그루폰코리아에 수백억 원의 실탄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한국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다 전략적으로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루폰은 작년에 7억 6천만 달러(약 8천 5백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그 중 해외 매출이 2억 8천만 달러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상 작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열린 한국의 작년 시장 규모가 약 7백억원 정도입니다. 올해는 적어도 3~4천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죠.
한국 시장은 전세계에서 가장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놀라운 시장입니다. 또한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입니다. 그러니 작년 하반기의 인수 실패가 그루폰 본사에게 있어 얼마나 뼈아픈 일이었겠습니까? 그래서 그루폰코리아에 대해 본사의 푸시가 아주 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저는 그루폰코리아의 사업 개시와 관련해 다음의 세가지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 국내에서도 과연 본사처럼 100% 환불정책(Groupon Promise)을 시행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둘째, 친구 추천시 과연 본사처럼 10달러의 인센티브를 지원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셋째, 본사처럼 모바일 환경을 제대로 지원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첫번째로, 현재 그루폰 본사는 고객이 불만족하여 연락을 하면 환불을 해줍니다. 엄청난 고객만족 정책이죠.
이런 정책을 통해 고객의 입장에서는 "만일 서비스가 불만족스러우면 그루폰이 환불해줄 거야"라는 상당한 신뢰감을 갖고서 쿠폰을 이용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또한 신뢰 사회에서나 가능한 선진국스러운 정책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그루폰 본사와 '동일한 수준의' 고객만족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업체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제가 파악한 바로는 없는데 혹시라도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최근 티몬이 TMON Promise라는 정책을 공지하기는 했지만, 그루폰 본사가 불만 시 환불을 보장하는데 반해서 티몬은 '연락하면 해결해드리겠다'는 애매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거 같습니다.
과연 그루폰코리아가 본사 수준의 고객만족 정책을 시행할까요? 곧 밝혀질 겁니다.
(추가글: 3/14 현재, 본사와 마찬가지로 100% 환불 정책을 시행하는 것으로 공지되었습니다.)
두번째로, 그루폰 본사는 이용자가 추천한 친구가 72시간 내에 첫 상품을 구매하면 10달러의 캐시를 이용자에게 지급합니다. 해당 캐시는 그루폰에서 상품 구매시 현금처럼 이용할 수 있고요. 이것은 그루폰이 입소문을 만드는 중요한 기능인데, 그루폰이 그나마 소셜커머스로 인정받은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국내 소셜커머스 사이트들의 경우 티몬, 쿠팡 등이 추천한 친구의 첫 구매시 2천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는 정도이고, 대다수의 사이트들은 아예 이런 기능이 없습니다. 과연 그루폰코리아는 얼마만큼의 인센티브를 지원할까요?
(추가글: 3/14 현재, 1만원의 캐시를 지급하는 것으로 밝혀 졌습니다. 해당 링크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로그인을 해야 합니다.)
세번째로, 모바일 지원 문제입니다. 그루폰의 스마트폰 앱은 해외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앱스토어에서 거의 항상 무료 앱 순위 Top 25 내에 들고 있고 이용자들의 평도 아주 좋습니다. 또한 소매업체가 쿠폰 처리시 사용하는 Groupon Merchants 앱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참고: Groupon 앱, Groupon Merchants 앱
이런 그루폰의 스마트폰 앱들이 국내에서도 그대로 이용 가능할까요? 오픈 시점부터 바로 이용 가능하거나, 아님 조만간 가능할 것입니다. 이 점은 몹시 중요합니다.
현재 국내 상위권 업체들 중에서 스마트폰 앱을 제대로 제공하는 업체는 전무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루폰 사업 모델은 모바일에 아주 적합함에도 불구하고, "어찌 이렇게 모바일을 홀대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들 지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긴 PC웹사이트 운영도 벅찬 상황이니 이해는 갑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티몬 서버가 죽어 있군요. ㅠㅠ)
스마트폰에서 상품 조회, 결제, 쿠폰 이용 등의 모든 고객 행동을 지원하는 건 몹시 중요한 일입니다. 향후에는 PC에서 결제되는 비중보다 모바일 기기에서 결제되는 비중이 더 커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모바일 커머스의 원년이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국내 업체들이 모바일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루폰코리아의 행보를 주목해야 합니다. 모바일에서 앞서 감으로써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추가글: 3월 중으로 아이폰/안드로이드폰 앱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안내되어 있습니다.)
그루폰코리아는 늦게 출발하지만,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티몬/데일리픽, 위메프, 쿠팡에 이은 4위 사업자 정도의 자리는 충분히 차지할 거 같습니다. 나아가서 쿠팡과 위메프도 위협할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현재 잡음이 많은 티몬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그 모든 것은 그루폰코리아의 '사업 실행력'에 달려 있습니다. 그루폰코리아가 얼마나 사업을 잘 해나갈지 함께 지켜보도록 하죠. ^^
소셜커머스 사업자들에 대한 소비자 불만 폭증
지난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작년 하반기부터 국내 소셜커머스(라고는 하지만 그루폰 모델에 국한된) 시장이 급격하게 커졌습니다. 특히 작년 8월부터 11월까지는 시장이 매월 두 배씩 성장할 정도였죠.
그런데 시장이 급격히 커지기 시작한 작년 8월 이후 판매된 쿠폰들의 유효기간 종료일이 계속 다가오면서 문제가 증폭되기 시작합니다. (업체별로 차이는 있습니다만, 쿠폰의 유효기간은 대개 3개월입니다. 경우에 따라 2개월 이내인 경우도 있고, 4개월 이상인 경우도 있습니다.)
소셜커머스 사업자들이 쿠폰을 팔고 수익이 늘어날 때는 좋았겠지만, 쿠폰의 유효기간 종료일이 다가오고 막판에 쿠폰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업소에 몰리면서 고객서비스 문제가 크게 불거지기 시작합니다. 시장이 성장한 만큼의 댓가를 치르게 된 것이죠.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자 환불 거부, 부실한 서비스 제공, 영세 사업자의 부도, 사기 위험 등을 경고하는 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최근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환불 규정에 대한 직권조사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소비자 피해가 커지면서 대표적인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인 KBS1의 소비자고발(2월 18일 방송), MBC의 불만제로(3월 2일 방송)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방송을 한 바 있습니다. 방송을 못 보신 분들은 찾아서 보세요.
소셜커머스 피해 사례에 대한 기사 또한 무척이나 많은데 그 중 하나만 소개해보겠습니다(다른 기사들도 검색해보세요!).
소셜커머스 반값쿠폰 "쓰기 힘드네"
저 또한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명백한 피해를 입어 티몬, 위메프, 쿠팡을 소비자원과 공정위에 신고한 상태입니다.
티몬의 경우 상품 판매 시 고지한 조건이 변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환불을 거부했고, 위메프와 쿠팡의 경우 예약필수인 상품인데 업소가 며칠이나 일부러 전화를 계속 안 받아 도저히 방문을 할 수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환불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소액이니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습니다만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고, 또한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게 업계 전반적으로도 바람직하다는 생각에 피해 신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쿠팡의 경우 예약필수인 업소가 며칠 동안이나 계속 전화를 안 받아서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았고(전화를 안 받아서 조금 뒤 다시 하면 통화 중, 또 다시 하면 안 받고..) 그것에 대해 메일, 게시판, 1:1 문의 등 모든 컨택 방법을 통해 몇 번이고 글을 남겨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거진 한달 만에 환불이 안 된다는 연락이 오더군요. 아주 상투적인 내용과 함께 말이죠. 제가 경험한 최악의 고객서비스였습니다. 쿠팡의 경우 상품 이용 후 만족한 적이 거의 없는데다 고객서비스에도 너무 실망하여 더 이상 상품조차 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황당한 사실은, KBS1의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에서 쿠팡의 업체 실명이 나오면서 마치 고객서비스를 아주 잘하고 있는 업체인 것처럼 소개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과연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광고주이기 때문인가요? 인맥 때문인가요?) 이번 일을 통해 KBS1의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에 몹시 실망했습니다.
소비자 불만의 폭증은 업계 공통의 문제입니다. 특히 현재 상위권 업체들이 TV 광고나 마케팅에 엄청난 돈을 쓰고 있는데요. 그런데 돈을 쓰기 보다는, 불거진 소비자 불만 문제들을 어떻게든 시급히 해결해야 업계가 공멸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고객만족에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소셜커머스가 소매업체 입장에서 이익일까? 아닐까?
단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는 건 아닙니다. 소매업체의 피해 사례에 대한 애기들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소셜커머스 `속빈 강정` 되나
소셜커머스 성공담? "소설 같은 이야기"
그루폰 사업 모델은 참 재미있습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쿠폰을 잘 구입하면 상당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고, 잘못 구입하면 시간 낭비이자 돈 낭비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매업체의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제 생각에는 쿠폰 판매에 적합한 소매업체가 있고 적합하지 않은 소매업체가 있다고 봅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면, 지금까지 소셜커머스 이용 경험 중 상당히 만족하여 제값이라도 꼭 다시 방문하겠다고 생각한 업소가 5~10% 정도 됩니다(이들 업소를 편의상 A급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을 차지하는 약 80% 업소는 '그럭저럭 이용할 만 했지만 굳이 일부러 찾아올 정도는 아니다'라는 느낌이었습니다(이들 업소를 편의상 B/C급이라고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10%에 해당하는 업소들은 최악에 가까웠습니다(이들 업소를 편의상 D급이라고 하겠습니다). 업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습니다만, 반값조차 아까운 상품의 질과 고객 응대의 질을 보인 곳들이 D급입니다.
냉정하게 얘기하여, 그루폰 사업 모델은 정말 괜찮은 A급 업소를 위한 것입니다. A급 업소들이야말로 이용한 소비자들의 칭찬과 재방문 의사가 넘쳐납니다.
반면에 B/C급 업소들의 경우, 쿠폰 판매 후 좋은 입소문과 재방문을 기대하겠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쿠폰 고객들 응대하느라 실컷 고생만하고 별다른 이득을 보지 못하는 것이죠. 이 경우 소셜커머스 사업자들만 이득을 봅니다(어떤 경우에든 수수료를 챙기니까요!). 소비자들은 그냥저냥 이용한 수준이라서 딱히 만족도 불만도 아닌 경험을 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D급 업소들은 쿠폰 판매를 함으로써 보다 빨리 폐업하게 됩니다. 정말 도대체 왜 장사를 하는 건지, 또 무슨 생각으로 쿠폰 판매를 한 것인지 심히 의문이 들 정도로 상품의 질도 나쁘고 고객 응대도 나쁜 업소들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그루폰 모델은 A급 업소에게는 좋은 입소문을 통해 더욱 장사를 잘 되게 해주고, B/C급 업소에게는 그다지 도움을 주지 못하며, D급 업소들에게는 나쁜 입소문을 통해 폐업을 앞당기게 해줍니다.
오해가 없도록 부연하자면, 제가 A급 업소라고 표현한 것은 기존에 장사가 무척 잘되고 있는 이미 검증된 업소만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그런 업소일 수도 있습니다만, 신생 업소일 수도 있습니다. 아직 소비자들에게 검증은 되지 않았지만, 상품의 질과 고객 응대가 뛰어나 잠재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업소들을 포괄적으로 뜻합니다.
자, 소매업체를 운영하시는 분들 잘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의 업소는 잠재적으로 A급입니까? 상품의 질과 고객 응대에 있어 정말 자신이 있으십니까? 그렇다면 소셜커머스 사업자를 통해 쿠폰 판매를 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하지만 상품이나 고객 응대에 자신이 없으시다면 쿠폰 판매 하시는 거 재고하시길 바래요. 자칫하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소셜커머스 사업자들의 배만 불리고, 결과적으로 쿠폰 유효기간 동안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실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소셜커머스 사업자들의 과장된 영업에 현혹되지 마시고 자신의 상품과 고객 응대의 질이 정말 입소문을 만들 만큼 자신이 있는지 꼭 신중히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최고의 쿠폰 경험
이번에는 제 개인적인 경험을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A급 업소는 분명히 존재하기에 제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소셜커머스의 긍정적인 가능성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마진이 없거나 오히려 손해를 봄에도 불구하고, 좋은 상품과 친절한 고객 응대를 해주신 업소의 사장님과 종업원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여담입니다만, 제가 블로그를 운영한 지난 6년간 단 한번도 음식 얘기는 올린 적이 없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오늘 처음으로 음식 얘기가 등장합니다. ㅎㅎ
아래의 내용은 철저하게 제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어떤 종업원이 서빙을 했는지, 쿠폰 유효기간 중 언제 방문했는지, 어떤 음식을 주문했는지 등에 따라 각자의 경험이 다를 수 있으니 참고만 하세요.
맛있는 디저트: 분당의 하니브라운
정말 맛있는 우유빙수와 허니자몽을 먹었습니다. 제가 디저트를 좋아하기에 특히나 마음에 들었던 업소입니다. 다만, 모든 메뉴의 원래 정상가 자체가 살짝 비싼 느낌이 있습니다.
여길 이용하지 않았더라면 하니자몽이란 존재 자체를 몰랐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후에 다른 업소에서 허니자몽을 먹었는데 그건 정말 별로더군요. 허니자몽이라는 간단한 음식조차도 업소마다 상당한 편차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쿠폰 이용 후에 제값 주고 먹으려고 재방문했던 대표적인 업소 중 하나입니다.
쾌활한 이자카야: 강남역의 텟펜
이자카야의 분위기라는 게 원래 좀 업되어 있는 느낌입니다만, 여기는 특히나 아주아주 활기찬 분위기입니다. 종업원들이 정말 친절합니다. 친절한 측면에서는 최고입니다. 사실 음식 맛은 최상급이라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전 언제나 이자카야는 오뎅 맛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오뎅을 추가로 주문해 먹었는데 그냥 평범하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기차고 친절한 분위기가 좋아서 언젠가 우울할 때 다시 한번 방문할 예정입니다.
푸짐한 양: 동교동 한접시 꼼장어
한 접시의 양이 꽤나 많더군요. 정말 2인이 먹어도 충분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도 맛있어서 추가 주문하여 정말 많은 꼼장어를 먹었습니다. 어릴 때 부모님과 포장마차에서 꼼장어를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꼼장어가 먹고 싶을 때 부모님과 함께 한번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샤브샤브와 샐러드바: 일산의 드마루
일산에 자주 가는 편인데 이런 곳이 있었는지 몰랐습니다. 부모님, 여동생, 조카들(유아) 데리고 같이 갔는데요. 가격대비 만족도는 아주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가족들이 다들 맛있게 먹었고요. 식사 후에 조카들과 바로 맞은 편에 있는 호수공원에 갔는데, 조카들이 신나게 뛰어 노는 걸 보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
저렴하고 푸짐한 한우: 고양시 덕양의 한우천국
온 가족이 가서 정말 저렴하고 푸짐하게 한우를 먹었습니다. 결제 시에 쿠폰을 제시하면 되었기에 차별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죠. 구제역으로 인해 유효기간 중간에 포장 불가로 바뀌는 잡음이 있기는 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재방문할 업소로 꼽습니다. 차돌박이를 생애 처음 먹어본 조카들이 이후에 저만 보면 "외삼촌, 차돌박이 언제 먹으러 가요?"라고 묻네요.
저로 인해 부모님, 조카들이 외식 정말 많이 했습니다. 덕분에 저는 최소한 조카들한테는 천사표 외삼촌이 되어 있어요. ㅎㅎ
요트+뷔페: 700 요트클럽
이건 상품의 질과 고객 응대가 대단히 뛰어났다기 보다는(보통 이상이긴 했어요),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했다는 측면에서 소개합니다. 석양이 지는 한강에서 요트 앞머리에 앉아서 세일링을 하는 기분이 참 좋더군요. 요트 이용 후에 고기 뷔페도 괜찮았습니다.
쿠폰 이용의 장점 중 하나는, 쿠폰을 사지 않았으면 알지 못했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쿠폰을 잘 활용하면 삶이 풍부해지죠. 그런 관점에서 만족한 사례이기에 소개합니다.
이외에도 만족했던 경험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이 자리에서 다 소개를 할 수가 없네요. ^^
최악의 쿠폰 경험
좋은 경험도 많았습니다만 최악의 경험을 맛본 경우도 꽤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업소들을 제가 이 자리에서 일일이 소개할 필요는 없을 거 같습니다(어차피 망해갈 테니까요!). 곧바로 떠오르는 딱 두 개의 사례만 소개하죠.
저의 워스트 경험은 강원도에 있는 모 펜션(을 가장한 리조트)였습니다. 작년 말에 혼자서 조용히 책 읽으려고 간 곳인데, 정말 사진과 다른데다 너무너무 추워서 바들바들 떨다가 새벽 5시경에 차 몰고 서울로 돌아와버렸습니다.
펜션에 저녁 무렵 도착했는데 방에 열기가 하나도 없더군요. 그래서 냉기 가득한 방에 보일러 키고 기다렸는데 몇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더군요. 이미 관리실은 문 닫아서 얘기할 곳도 없고, 오죽하면 새벽에 서울까지 편도 3시간 거리를 운전해서 그냥 돌아와 버렸겠습니까?
시간 낭비, 돈 낭비(방값 + 기름값 + 톨비 등)가 얼마나 심했는지 너무 열 받더군요. 서울로 돌아온 다음에 펜션측에 전화해서 항의를 하니까, "여기가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이불 두 개를 덮고 자도 심하게 춥거든요"라며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더군요. 그럼 사전에 경고라도 해주던가요.
전후 사정에 대해 쿠폰을 판매한 사이트에 얘기했더니 무척 미안해 하면서 환불을 해주며 작은 선물을 보내주더군요. 제가 손해 본 기름값과 시간을 배상 받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소셜커머스 사업자 측에서 무척이나 미안해하는걸 보니 마음이 풀리더군요(제가 그리 독하지 못해서요).
소매업체는 영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업자측의 고객서비스가 친절하여 마음을 푼 케이스입니다. 질 나쁜 상품을 소싱한 잘못이 있지만, 그래도 고객서비스에 만족했으므로 해당 사업자의 이름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여기에 하나의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사업자가 아무리 검증을 잘 하더라도 나쁜 상품을 소싱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실수를 할 수도 있죠. 그렇다고 해도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 고객서비스를 신속하고 만족스럽게 제공한다면, 충분히 문제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폭증하는 소비자 불만으로 인해 거의 재난에 가까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그건 불가항력이 아닙니다. 사업자의 의지가 있다면 명백히 극복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위에서 얘기한 사례 외에 정말 명명백백한 최악의 경험을 하나 꼽아 보겠습니다. 바로 하단의 상품입니다.
여의도 한강 공원 빛의 까페 "파반"
상품 소개와 사진을 보면 꽤 그럴듯하지 않습니까? 여담입니다만, 소셜커머스 업체들 정말 사진 잘 찍고 뽀샵 처리 잘 하죠? 이 카페, 외관에서의 느낌과 내부 느낌은 완전히 다릅니다.
여의도에서 사람 만날 일 있을 때 쓰려고 쿠폰 2매를 구매했는데요. 방문해서 커피와 케이크를 주문해서 먹다가 그냥 나왔습니다. 커피는 입만 댔고요. 케이크도 한입 먹고 그냥 나왔습니다.
제 입 정말 고급 아니거든요. 그냥 순수한 서민 입이에요. 커피는 그냥 인스턴트도 잘 먹고, 케이크도 있으면 다 먹어요. 그런데 위 업소의 커피는 (조금 과장하면) 걸레 빤 물 같았어요. 케이크는 슈퍼에서 사먹는 빵보다도 못한 맛이었고요. 오죽하면 저와 동행자 둘 다 거의 먹지 않고 나왔겠습니까? 물론 서비스도 불친절했고요.
너무 맛이 없어서, 1매만 사용하고 남은 1매는 그냥 쿠팡의 낙전수입으로 기부아닌 기부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너무 맛이 없으니 근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용할 마음이 안 생기고, 또한 욕 먹을 까봐 누굴 줄 수도 없으니 어떻게 하겠습니까?
딱 두 개의 사례만 말씀 드렸는데, 이는 제가 경험한 나쁜 경험 중 일부에 불과합니다. 수많은 나쁜 경험들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소셜커머스 세상에는 좋은 경험과 나쁜 경험이 상존하고 있습니다. 즉, 소셜커머스 그 자체는 절대적으로 좋은 것도 아니고 절대적으로 나쁜 것도 아닙니다. 사업자에 따라서, 소매업체에 따라서, 편차가 아주 큽니다.
그렇다면 소셜커머스 시장이 올바르게 성장하고 선순환 메커니즘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소셜커머스 사업자들은 A급 업소들을 잘 선택해 상품을 판매해야 합니다. 소매업체들은 자신의 업소가 소셜커머스에 적합한지 아닌지 잘 판단한 후에 참여를 결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사업자와 소매업체의 평판, 그리고 상품의 조건을 꼼꼼히 살펴본 후에 구매해야 할 것입니다.
원래 이 글은 2편까지만 쓰려고 했는데, 쓸 내용이 너무 많아서 다음 편도 게시하려고 합니다. 소셜커머스 시장에서 발생하는 주된 문제점들, 그리고 소비자로서 현명한 소비를 하는 방법, 앞으로의 시장 전망 등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글을 쓴 이후로 한달 조금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처럼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
이번 글에서는 제가 실제로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면서 아주 만족스러웠던 경험과 아주 불만족스러웠던 경험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몇 가지 이슈를 먼저 정리해보도록 하죠.
그루폰코리아의 사업 개시
드디어 오리지날 그루폰이 한국에서 사업을 개시합니다. 그루폰코리아 사이트를 방문해보세요. 3/14부터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공지되어 있습니다. (추가글: 3/14 현재, 오픈 되었습니다!)
그런데 페이지 하단의 상호명을 보면 명칭이 그룹온이고 대표자가 세 명이나 되네요. 그루폰코리아의 동향에 대해서는 하단의 기사들과 그루폰코리아의 블로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루폰코리아, 지역 업체 인수하며 전국망 구축 나서
윤신근 그루폰코리아 대표 "자신없다면 진출하지 않았을 것"
그루폰코리아 블로그
현재 그루폰코리아의 사무실이 대치동 유니온스틸빌딩 10층인데요. 제가 모회사에서 4년동안 일했던 바로 그 사무실입니다. 재미있는 인연이네요. ^^
각설하고. 그루폰이 다른 국가에서는 주로 기존 업체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출을 했는데, 한국에서는 사실상 직접 회사를 설립해 사업을 개시합니다. 작년 하반기에 그루폰 본사의 국내 상위권 업체들에 대한 인수 노력이 모두 실패하면서, 고심 끝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루폰 본사에서 그루폰코리아에 수백억 원의 실탄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한국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다 전략적으로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루폰은 작년에 7억 6천만 달러(약 8천 5백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그 중 해외 매출이 2억 8천만 달러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상 작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열린 한국의 작년 시장 규모가 약 7백억원 정도입니다. 올해는 적어도 3~4천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죠.
한국 시장은 전세계에서 가장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놀라운 시장입니다. 또한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입니다. 그러니 작년 하반기의 인수 실패가 그루폰 본사에게 있어 얼마나 뼈아픈 일이었겠습니까? 그래서 그루폰코리아에 대해 본사의 푸시가 아주 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저는 그루폰코리아의 사업 개시와 관련해 다음의 세가지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 국내에서도 과연 본사처럼 100% 환불정책(Groupon Promise)을 시행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둘째, 친구 추천시 과연 본사처럼 10달러의 인센티브를 지원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셋째, 본사처럼 모바일 환경을 제대로 지원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첫번째로, 현재 그루폰 본사는 고객이 불만족하여 연락을 하면 환불을 해줍니다. 엄청난 고객만족 정책이죠.
이런 정책을 통해 고객의 입장에서는 "만일 서비스가 불만족스러우면 그루폰이 환불해줄 거야"라는 상당한 신뢰감을 갖고서 쿠폰을 이용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또한 신뢰 사회에서나 가능한 선진국스러운 정책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그루폰 본사와 '동일한 수준의' 고객만족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업체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제가 파악한 바로는 없는데 혹시라도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최근 티몬이 TMON Promise라는 정책을 공지하기는 했지만, 그루폰 본사가 불만 시 환불을 보장하는데 반해서 티몬은 '연락하면 해결해드리겠다'는 애매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거 같습니다.
과연 그루폰코리아가 본사 수준의 고객만족 정책을 시행할까요? 곧 밝혀질 겁니다.
(추가글: 3/14 현재, 본사와 마찬가지로 100% 환불 정책을 시행하는 것으로 공지되었습니다.)
두번째로, 그루폰 본사는 이용자가 추천한 친구가 72시간 내에 첫 상품을 구매하면 10달러의 캐시를 이용자에게 지급합니다. 해당 캐시는 그루폰에서 상품 구매시 현금처럼 이용할 수 있고요. 이것은 그루폰이 입소문을 만드는 중요한 기능인데, 그루폰이 그나마 소셜커머스로 인정받은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국내 소셜커머스 사이트들의 경우 티몬, 쿠팡 등이 추천한 친구의 첫 구매시 2천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는 정도이고, 대다수의 사이트들은 아예 이런 기능이 없습니다. 과연 그루폰코리아는 얼마만큼의 인센티브를 지원할까요?
(추가글: 3/14 현재, 1만원의 캐시를 지급하는 것으로 밝혀 졌습니다. 해당 링크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로그인을 해야 합니다.)
세번째로, 모바일 지원 문제입니다. 그루폰의 스마트폰 앱은 해외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앱스토어에서 거의 항상 무료 앱 순위 Top 25 내에 들고 있고 이용자들의 평도 아주 좋습니다. 또한 소매업체가 쿠폰 처리시 사용하는 Groupon Merchants 앱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참고: Groupon 앱, Groupon Merchants 앱
이런 그루폰의 스마트폰 앱들이 국내에서도 그대로 이용 가능할까요? 오픈 시점부터 바로 이용 가능하거나, 아님 조만간 가능할 것입니다. 이 점은 몹시 중요합니다.
현재 국내 상위권 업체들 중에서 스마트폰 앱을 제대로 제공하는 업체는 전무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루폰 사업 모델은 모바일에 아주 적합함에도 불구하고, "어찌 이렇게 모바일을 홀대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들 지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긴 PC웹사이트 운영도 벅찬 상황이니 이해는 갑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티몬 서버가 죽어 있군요. ㅠㅠ)
스마트폰에서 상품 조회, 결제, 쿠폰 이용 등의 모든 고객 행동을 지원하는 건 몹시 중요한 일입니다. 향후에는 PC에서 결제되는 비중보다 모바일 기기에서 결제되는 비중이 더 커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모바일 커머스의 원년이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국내 업체들이 모바일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루폰코리아의 행보를 주목해야 합니다. 모바일에서 앞서 감으로써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추가글: 3월 중으로 아이폰/안드로이드폰 앱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안내되어 있습니다.)
그루폰코리아는 늦게 출발하지만,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티몬/데일리픽, 위메프, 쿠팡에 이은 4위 사업자 정도의 자리는 충분히 차지할 거 같습니다. 나아가서 쿠팡과 위메프도 위협할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현재 잡음이 많은 티몬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그 모든 것은 그루폰코리아의 '사업 실행력'에 달려 있습니다. 그루폰코리아가 얼마나 사업을 잘 해나갈지 함께 지켜보도록 하죠. ^^
소셜커머스 사업자들에 대한 소비자 불만 폭증
지난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작년 하반기부터 국내 소셜커머스(라고는 하지만 그루폰 모델에 국한된) 시장이 급격하게 커졌습니다. 특히 작년 8월부터 11월까지는 시장이 매월 두 배씩 성장할 정도였죠.
그런데 시장이 급격히 커지기 시작한 작년 8월 이후 판매된 쿠폰들의 유효기간 종료일이 계속 다가오면서 문제가 증폭되기 시작합니다. (업체별로 차이는 있습니다만, 쿠폰의 유효기간은 대개 3개월입니다. 경우에 따라 2개월 이내인 경우도 있고, 4개월 이상인 경우도 있습니다.)
소셜커머스 사업자들이 쿠폰을 팔고 수익이 늘어날 때는 좋았겠지만, 쿠폰의 유효기간 종료일이 다가오고 막판에 쿠폰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업소에 몰리면서 고객서비스 문제가 크게 불거지기 시작합니다. 시장이 성장한 만큼의 댓가를 치르게 된 것이죠.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자 환불 거부, 부실한 서비스 제공, 영세 사업자의 부도, 사기 위험 등을 경고하는 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최근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환불 규정에 대한 직권조사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소비자 피해가 커지면서 대표적인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인 KBS1의 소비자고발(2월 18일 방송), MBC의 불만제로(3월 2일 방송)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방송을 한 바 있습니다. 방송을 못 보신 분들은 찾아서 보세요.
소셜커머스 피해 사례에 대한 기사 또한 무척이나 많은데 그 중 하나만 소개해보겠습니다(다른 기사들도 검색해보세요!).
소셜커머스 반값쿠폰 "쓰기 힘드네"
저 또한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명백한 피해를 입어 티몬, 위메프, 쿠팡을 소비자원과 공정위에 신고한 상태입니다.
티몬의 경우 상품 판매 시 고지한 조건이 변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환불을 거부했고, 위메프와 쿠팡의 경우 예약필수인 상품인데 업소가 며칠이나 일부러 전화를 계속 안 받아 도저히 방문을 할 수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환불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소액이니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습니다만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고, 또한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게 업계 전반적으로도 바람직하다는 생각에 피해 신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쿠팡의 경우 예약필수인 업소가 며칠 동안이나 계속 전화를 안 받아서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았고(전화를 안 받아서 조금 뒤 다시 하면 통화 중, 또 다시 하면 안 받고..) 그것에 대해 메일, 게시판, 1:1 문의 등 모든 컨택 방법을 통해 몇 번이고 글을 남겨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거진 한달 만에 환불이 안 된다는 연락이 오더군요. 아주 상투적인 내용과 함께 말이죠. 제가 경험한 최악의 고객서비스였습니다. 쿠팡의 경우 상품 이용 후 만족한 적이 거의 없는데다 고객서비스에도 너무 실망하여 더 이상 상품조차 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황당한 사실은, KBS1의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에서 쿠팡의 업체 실명이 나오면서 마치 고객서비스를 아주 잘하고 있는 업체인 것처럼 소개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과연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광고주이기 때문인가요? 인맥 때문인가요?) 이번 일을 통해 KBS1의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에 몹시 실망했습니다.
소비자 불만의 폭증은 업계 공통의 문제입니다. 특히 현재 상위권 업체들이 TV 광고나 마케팅에 엄청난 돈을 쓰고 있는데요. 그런데 돈을 쓰기 보다는, 불거진 소비자 불만 문제들을 어떻게든 시급히 해결해야 업계가 공멸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고객만족에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며 피해를 보신 분들은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구 한국소비자보호원)이 함께 운영하는 1372 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해 피해 사례를 상담해보시기 바랍니다.
소셜커머스가 소매업체 입장에서 이익일까? 아닐까?
단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는 건 아닙니다. 소매업체의 피해 사례에 대한 애기들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소셜커머스 `속빈 강정` 되나
소셜커머스 성공담? "소설 같은 이야기"
그루폰 사업 모델은 참 재미있습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쿠폰을 잘 구입하면 상당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고, 잘못 구입하면 시간 낭비이자 돈 낭비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매업체의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제 생각에는 쿠폰 판매에 적합한 소매업체가 있고 적합하지 않은 소매업체가 있다고 봅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면, 지금까지 소셜커머스 이용 경험 중 상당히 만족하여 제값이라도 꼭 다시 방문하겠다고 생각한 업소가 5~10% 정도 됩니다(이들 업소를 편의상 A급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을 차지하는 약 80% 업소는 '그럭저럭 이용할 만 했지만 굳이 일부러 찾아올 정도는 아니다'라는 느낌이었습니다(이들 업소를 편의상 B/C급이라고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10%에 해당하는 업소들은 최악에 가까웠습니다(이들 업소를 편의상 D급이라고 하겠습니다). 업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습니다만, 반값조차 아까운 상품의 질과 고객 응대의 질을 보인 곳들이 D급입니다.
냉정하게 얘기하여, 그루폰 사업 모델은 정말 괜찮은 A급 업소를 위한 것입니다. A급 업소들이야말로 이용한 소비자들의 칭찬과 재방문 의사가 넘쳐납니다.
반면에 B/C급 업소들의 경우, 쿠폰 판매 후 좋은 입소문과 재방문을 기대하겠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쿠폰 고객들 응대하느라 실컷 고생만하고 별다른 이득을 보지 못하는 것이죠. 이 경우 소셜커머스 사업자들만 이득을 봅니다(어떤 경우에든 수수료를 챙기니까요!). 소비자들은 그냥저냥 이용한 수준이라서 딱히 만족도 불만도 아닌 경험을 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D급 업소들은 쿠폰 판매를 함으로써 보다 빨리 폐업하게 됩니다. 정말 도대체 왜 장사를 하는 건지, 또 무슨 생각으로 쿠폰 판매를 한 것인지 심히 의문이 들 정도로 상품의 질도 나쁘고 고객 응대도 나쁜 업소들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그루폰 모델은 A급 업소에게는 좋은 입소문을 통해 더욱 장사를 잘 되게 해주고, B/C급 업소에게는 그다지 도움을 주지 못하며, D급 업소들에게는 나쁜 입소문을 통해 폐업을 앞당기게 해줍니다.
오해가 없도록 부연하자면, 제가 A급 업소라고 표현한 것은 기존에 장사가 무척 잘되고 있는 이미 검증된 업소만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그런 업소일 수도 있습니다만, 신생 업소일 수도 있습니다. 아직 소비자들에게 검증은 되지 않았지만, 상품의 질과 고객 응대가 뛰어나 잠재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업소들을 포괄적으로 뜻합니다.
자, 소매업체를 운영하시는 분들 잘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의 업소는 잠재적으로 A급입니까? 상품의 질과 고객 응대에 있어 정말 자신이 있으십니까? 그렇다면 소셜커머스 사업자를 통해 쿠폰 판매를 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하지만 상품이나 고객 응대에 자신이 없으시다면 쿠폰 판매 하시는 거 재고하시길 바래요. 자칫하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소셜커머스 사업자들의 배만 불리고, 결과적으로 쿠폰 유효기간 동안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실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소셜커머스 사업자들의 과장된 영업에 현혹되지 마시고 자신의 상품과 고객 응대의 질이 정말 입소문을 만들 만큼 자신이 있는지 꼭 신중히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최고의 쿠폰 경험
이번에는 제 개인적인 경험을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A급 업소는 분명히 존재하기에 제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소셜커머스의 긍정적인 가능성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마진이 없거나 오히려 손해를 봄에도 불구하고, 좋은 상품과 친절한 고객 응대를 해주신 업소의 사장님과 종업원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여담입니다만, 제가 블로그를 운영한 지난 6년간 단 한번도 음식 얘기는 올린 적이 없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오늘 처음으로 음식 얘기가 등장합니다. ㅎㅎ
아래의 내용은 철저하게 제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어떤 종업원이 서빙을 했는지, 쿠폰 유효기간 중 언제 방문했는지, 어떤 음식을 주문했는지 등에 따라 각자의 경험이 다를 수 있으니 참고만 하세요.
맛있는 디저트: 분당의 하니브라운
정말 맛있는 우유빙수와 허니자몽을 먹었습니다. 제가 디저트를 좋아하기에 특히나 마음에 들었던 업소입니다. 다만, 모든 메뉴의 원래 정상가 자체가 살짝 비싼 느낌이 있습니다.
여길 이용하지 않았더라면 하니자몽이란 존재 자체를 몰랐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후에 다른 업소에서 허니자몽을 먹었는데 그건 정말 별로더군요. 허니자몽이라는 간단한 음식조차도 업소마다 상당한 편차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쿠폰 이용 후에 제값 주고 먹으려고 재방문했던 대표적인 업소 중 하나입니다.
쾌활한 이자카야: 강남역의 텟펜
이자카야의 분위기라는 게 원래 좀 업되어 있는 느낌입니다만, 여기는 특히나 아주아주 활기찬 분위기입니다. 종업원들이 정말 친절합니다. 친절한 측면에서는 최고입니다. 사실 음식 맛은 최상급이라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전 언제나 이자카야는 오뎅 맛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오뎅을 추가로 주문해 먹었는데 그냥 평범하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기차고 친절한 분위기가 좋아서 언젠가 우울할 때 다시 한번 방문할 예정입니다.
푸짐한 양: 동교동 한접시 꼼장어
한 접시의 양이 꽤나 많더군요. 정말 2인이 먹어도 충분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도 맛있어서 추가 주문하여 정말 많은 꼼장어를 먹었습니다. 어릴 때 부모님과 포장마차에서 꼼장어를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꼼장어가 먹고 싶을 때 부모님과 함께 한번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샤브샤브와 샐러드바: 일산의 드마루
일산에 자주 가는 편인데 이런 곳이 있었는지 몰랐습니다. 부모님, 여동생, 조카들(유아) 데리고 같이 갔는데요. 가격대비 만족도는 아주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가족들이 다들 맛있게 먹었고요. 식사 후에 조카들과 바로 맞은 편에 있는 호수공원에 갔는데, 조카들이 신나게 뛰어 노는 걸 보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
저렴하고 푸짐한 한우: 고양시 덕양의 한우천국
온 가족이 가서 정말 저렴하고 푸짐하게 한우를 먹었습니다. 결제 시에 쿠폰을 제시하면 되었기에 차별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죠. 구제역으로 인해 유효기간 중간에 포장 불가로 바뀌는 잡음이 있기는 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재방문할 업소로 꼽습니다. 차돌박이를 생애 처음 먹어본 조카들이 이후에 저만 보면 "외삼촌, 차돌박이 언제 먹으러 가요?"라고 묻네요.
저로 인해 부모님, 조카들이 외식 정말 많이 했습니다. 덕분에 저는 최소한 조카들한테는 천사표 외삼촌이 되어 있어요. ㅎㅎ
요트+뷔페: 700 요트클럽
이건 상품의 질과 고객 응대가 대단히 뛰어났다기 보다는(보통 이상이긴 했어요),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했다는 측면에서 소개합니다. 석양이 지는 한강에서 요트 앞머리에 앉아서 세일링을 하는 기분이 참 좋더군요. 요트 이용 후에 고기 뷔페도 괜찮았습니다.
쿠폰 이용의 장점 중 하나는, 쿠폰을 사지 않았으면 알지 못했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쿠폰을 잘 활용하면 삶이 풍부해지죠. 그런 관점에서 만족한 사례이기에 소개합니다.
이외에도 만족했던 경험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이 자리에서 다 소개를 할 수가 없네요. ^^
최악의 쿠폰 경험
좋은 경험도 많았습니다만 최악의 경험을 맛본 경우도 꽤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업소들을 제가 이 자리에서 일일이 소개할 필요는 없을 거 같습니다(어차피 망해갈 테니까요!). 곧바로 떠오르는 딱 두 개의 사례만 소개하죠.
저의 워스트 경험은 강원도에 있는 모 펜션(을 가장한 리조트)였습니다. 작년 말에 혼자서 조용히 책 읽으려고 간 곳인데, 정말 사진과 다른데다 너무너무 추워서 바들바들 떨다가 새벽 5시경에 차 몰고 서울로 돌아와버렸습니다.
펜션에 저녁 무렵 도착했는데 방에 열기가 하나도 없더군요. 그래서 냉기 가득한 방에 보일러 키고 기다렸는데 몇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더군요. 이미 관리실은 문 닫아서 얘기할 곳도 없고, 오죽하면 새벽에 서울까지 편도 3시간 거리를 운전해서 그냥 돌아와 버렸겠습니까?
시간 낭비, 돈 낭비(방값 + 기름값 + 톨비 등)가 얼마나 심했는지 너무 열 받더군요. 서울로 돌아온 다음에 펜션측에 전화해서 항의를 하니까, "여기가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이불 두 개를 덮고 자도 심하게 춥거든요"라며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더군요. 그럼 사전에 경고라도 해주던가요.
전후 사정에 대해 쿠폰을 판매한 사이트에 얘기했더니 무척 미안해 하면서 환불을 해주며 작은 선물을 보내주더군요. 제가 손해 본 기름값과 시간을 배상 받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소셜커머스 사업자 측에서 무척이나 미안해하는걸 보니 마음이 풀리더군요(제가 그리 독하지 못해서요).
소매업체는 영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업자측의 고객서비스가 친절하여 마음을 푼 케이스입니다. 질 나쁜 상품을 소싱한 잘못이 있지만, 그래도 고객서비스에 만족했으므로 해당 사업자의 이름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여기에 하나의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사업자가 아무리 검증을 잘 하더라도 나쁜 상품을 소싱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실수를 할 수도 있죠. 그렇다고 해도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 고객서비스를 신속하고 만족스럽게 제공한다면, 충분히 문제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폭증하는 소비자 불만으로 인해 거의 재난에 가까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그건 불가항력이 아닙니다. 사업자의 의지가 있다면 명백히 극복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위에서 얘기한 사례 외에 정말 명명백백한 최악의 경험을 하나 꼽아 보겠습니다. 바로 하단의 상품입니다.
여의도 한강 공원 빛의 까페 "파반"
상품 소개와 사진을 보면 꽤 그럴듯하지 않습니까? 여담입니다만, 소셜커머스 업체들 정말 사진 잘 찍고 뽀샵 처리 잘 하죠? 이 카페, 외관에서의 느낌과 내부 느낌은 완전히 다릅니다.
여의도에서 사람 만날 일 있을 때 쓰려고 쿠폰 2매를 구매했는데요. 방문해서 커피와 케이크를 주문해서 먹다가 그냥 나왔습니다. 커피는 입만 댔고요. 케이크도 한입 먹고 그냥 나왔습니다.
제 입 정말 고급 아니거든요. 그냥 순수한 서민 입이에요. 커피는 그냥 인스턴트도 잘 먹고, 케이크도 있으면 다 먹어요. 그런데 위 업소의 커피는 (조금 과장하면) 걸레 빤 물 같았어요. 케이크는 슈퍼에서 사먹는 빵보다도 못한 맛이었고요. 오죽하면 저와 동행자 둘 다 거의 먹지 않고 나왔겠습니까? 물론 서비스도 불친절했고요.
너무 맛이 없어서, 1매만 사용하고 남은 1매는 그냥 쿠팡의 낙전수입으로 기부아닌 기부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너무 맛이 없으니 근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용할 마음이 안 생기고, 또한 욕 먹을 까봐 누굴 줄 수도 없으니 어떻게 하겠습니까?
딱 두 개의 사례만 말씀 드렸는데, 이는 제가 경험한 나쁜 경험 중 일부에 불과합니다. 수많은 나쁜 경험들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소셜커머스 세상에는 좋은 경험과 나쁜 경험이 상존하고 있습니다. 즉, 소셜커머스 그 자체는 절대적으로 좋은 것도 아니고 절대적으로 나쁜 것도 아닙니다. 사업자에 따라서, 소매업체에 따라서, 편차가 아주 큽니다.
그렇다면 소셜커머스 시장이 올바르게 성장하고 선순환 메커니즘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소셜커머스 사업자들은 A급 업소들을 잘 선택해 상품을 판매해야 합니다. 소매업체들은 자신의 업소가 소셜커머스에 적합한지 아닌지 잘 판단한 후에 참여를 결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사업자와 소매업체의 평판, 그리고 상품의 조건을 꼼꼼히 살펴본 후에 구매해야 할 것입니다.
원래 이 글은 2편까지만 쓰려고 했는데, 쓸 내용이 너무 많아서 다음 편도 게시하려고 합니다. 소셜커머스 시장에서 발생하는 주된 문제점들, 그리고 소비자로서 현명한 소비를 하는 방법, 앞으로의 시장 전망 등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2011년 1월 26일
한국 소셜커머스의 빛과 그림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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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글을 써요. 새해가 되자마자 감기몸살이 심해서 거의 2주 정도 모든 스케쥴을 취소하고 쉬었답니다. 목이 너무 아프고 기침이 심한데 약을 아무리 먹고 자도자도 잘 낫지를 않더군요. 여러분, 건강 조심하세요~
각설하고.
제가 지난 8월 ZDNET에 소셜커머스 관련 칼럼을 쓴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새해가 되었으니 한번 정리해볼게요.
작년 한해 국내에서 소셜커머스(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그루폰 모델 밖에는…) 분야가 크게 주목을 받았습니다. 작년의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그루폰 모델의 엄청난 성장 & 비즈니스 모델의 다양성 부족’으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작년 국내 시장 규모는 하단의 차트를 보시죠. 소셜커머스 메타 사이트인 쿠폰모아로부터 제공받는 데이터입니다(전태연님, 감사 드립니다). 쿠폰모아측에서 100개 이상의 사이트들의 데이터를 XML로 받아서 시스템적으로 자동 취합한 통계이기 때문에 나름 신뢰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작년 8월부터 12월까지 100여개 사이트의 거래액만 합한 것인데, 이를 보면 작년 시장 규모는 최소 700억원 이상임을 알 수 있습니다(8월 이전의 거래액과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사이트에서 발생한 거래액을 생각해보면 최소한 그 이상입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가 아닐 수 없습니다.
8월에는 20억원 규모에 불과했는데 11월까지 매월 거의 두 배씩 성장을 하다가, 12월은 300억원을 넘었습니다. 작년 12월을 기준으로 시장이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고 가정을 할지라도, 2011년 시장 규모는 최소 3천 7백억원을 넘게 됩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시장이 더욱 더 성장을 할 테니, 지금으로는 2011년 시장 규모가 5천억원이 될지 어쩌면 1조가 넘을지 아무도 정확히 예측하긴 힘든 상황입니다.
그루폰 모델(반값 할인 공동구매)이 워낙 소비자들에게 주는 혜택이 막강하다 보니 수많은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엄청나게 빠른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난 11월에 글을 쓴 이후의 주요 업계 동향과 그에 대한 제 의견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저만의 해석이 많으니 감안해서 봐주세요.
그루폰 본사의 딜즈온 인수 해프닝
그루폰의 딜즈온 인수가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관련기사). 해당 인수 건에 대해서는 지난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작년 하반기에 그루폰은 국내 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했습니다. 국내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었기에 빨리 국내에 진출해 자리를 잡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인수하려는 상위 업체와 인수 조건에 대한 견해 차이로 딜이 지연되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루폰은 국내의 여러 업체들과 접촉을 했고(저한테도 업계 동향을 문의하는 연락이 왔었습니다), 딜즈온은 그루폰이 접촉한 여러 회사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한국 시장이 전세계에서 최고로 빨리 성장하면서 업체간 격차가 급격히 벌어졌고, 결국 그루폰은 어떤 업체도 인수를 하지 못하게 됩니다. 상위 업체를 인수하자니 인수 조건이 안 맞고, 하위 업체를 인수하자니 경쟁에 밀릴 것 같아서, 어떤 결정도 못한 것이죠.
향후 그루폰 본사가 한국 시장에서 성공을 하려면 엄청난 금액을 쏟아 부어 사업을 개시하거나 또는 상당히 비싼 가격에 상위 업체를 인수하는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몇 년 안에 우리는 이베이의 지마켓 인수와 같은 빅 딜을 만나게 될는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그루폰 본사에게 버림 당하고 경쟁에서도 뒤쳐진 딜즈온은 한동안 하루에 100개의 쿠폰도 못 팔 정도로 바닥을 달리다가 지금은(1월 26일 현재) 개편을 한다며 서비스를 닫은 상태입니다(물론 문 닫은 지 10일이 훨씬 넘었습니다).
티켓몬스터의 데일리픽 인수
지난 1월 5일, 업계 1위인 티켓몬스터가 맛집에 특화 시켜 알차게 사업을 하고 있는 데일리픽 인수를 발표했습니다(관련기사). 제가 지난 주에 티몬 사무실에 방문해보니 이미 사무실에서 사이 좋게 일하고 있더군요. ^^
이번 인수를 두고 머니게임이니 뭐니 말들이 많지만, 인수합병은 업계 재편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고도의 경영기술 중 하나입니다. 티몬은 적절한 시기에 이를 잘 활용했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합병은 할 때보다도 하고 나서가 더 중요하니만큼, 이후 어떤 시너지를 낼 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어쨌든 적절한 시점에 타업체들과의 격차를 더 크게 벌리는 좋은 결정이었다고 봅니다.
그루폰 사업 모델의 성공 포인트와 업계 동향
하단의 내용은 제가 이론적인 연구뿐만 아니라 실제로 여러 사이트에서 무려 250여개 이상의 쿠폰을 구매하고 이용해본 경험에 따른 것입니다.
업체 코멘트 전에 잠시, 이해를 돕기 위해 그루폰 사업 모델에 대한 제 설명을 들어보세요. 해당 모델은 상품의 질, 고객서비스, 지역 확장, 이들 세가지 요소의 밸런스가 중요합니다(제가 정리한 요소들입니다).
첫째, 상품의 질이 높아야 구매를 많이 유발할 수 있고 그래야 고객 불만도 적게 들어옵니다. 무엇보다도 근본적으로 중요한 요소입니다.
둘째, 문의나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에 대해 신속하고 질 좋은 고객서비스를 제공해야 고객 만족 및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셋째, 지역 확장을 해야만 매출액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한 지역에서 하나의 상품만 파는 형태이기에 (소매업체의 고객 수용 용량의 한계로 인해) 한번에 팔 수 있는 쿠폰 수량에 제한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1월 26일 기준, 17개 지역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는 티몬이 올해 예상 매출액 2천억원을 밝히면서 지역을 50개로 확장하겠다고 한 것은 그루폰 모델이 지역 확장 없이는 매출액 증대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매출액 증대와 시장 장악을 위해서는 지역 확장이 중요합니다.
결국, 티몬은 이 세가지 요소의 밸런스가 다른 업체들보다도 상대적으로 좋기 때문에 1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업체들에 대한 견해를 밝힐 때 이 세가지 요소의 밸런스에 대해 종종 언급할 테니 기억해주세요.
위메프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루에 대개 다섯 개의 상품을 판매하는 형태였죠. 상품이 다섯 개이니만큼 공산품, 서비스상품들을 섞어서 팔았습니다.
해당 모습은 그루폰 + 원어데이 형태로 볼 수 있겠습니다. 지역으로 쪼개기보다는 나름의 차별성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생각되었으나, 결국 1월 25일에 위메프는 사이트를 개편하여 지역 확장을 개시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너무 한꺼번에 확장을 했네요. 전략상 좋지 못합니다. 지역 확장 전에 적절한 시간차를 두고 홍보를 하고 충분한 모객을 해나가면서 한두 개씩 야금야금 ‘가랑비에 옷 젖듯’하는 게 좋았을 텐데요.
갑자기 지역을 여러 개 확장해버리면 부작용이 생깁니다. 고객이 분산되면서 한 지역에서의 구매 건수가 하락하는 겁니다. 그래서 하루에 한 지역에서 판매되는 쿠폰 수가 적어지고, 그러면 하루가 아니라 여러 날에 걸쳐 하나의 상품을 팔게 되고, 그러면 이용자들은 상품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게 됩니다.
그루폰 모델은 이용자에게 하루에 하나의 상품을 소개함으로써 그 하나의 상품에 집중하게 만들어 충동구매를 최대한 유발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데 상품이 동시에 여러 개 보이거나(예전의 위메프 방식처럼 말이죠) 하루가 아니라 여러 날에 걸쳐서 팔면(오늘 위메프를 보니 몇 개 지역에서 어제 상품을 계속 팔고 있네요), 쇼핑을 유발하는 효과가 별로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이용자들의 쇼핑 심리와 관계가 있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자세히 설명해보죠.
또한 그루폰 모델은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 쿠폰을 팔아서는 수수료를 많이 챙길 수 없습니다. 스스로 충분히 광고를 할 수 있는 대기업이 수수료를 많이 줄리 만무하죠(오히려 돈을 달라고 하는 데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광고 니즈가 높은 지역 소매업체(즉 자영업소)의 쿠폰을 팔아서 많은 수수료를 챙겨야 하는데, 바로 이 부분에서 위메프는 실력을 아직 증명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기존에 지역 소매업체의 쿠폰 판매실적들을 보면 평범한 수준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에 갑자기 지역을 대폭 확장한 것을 보니, "이것이 최선인가?"하는 생각이 드네요.
쿠팡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하여 얼마 전부터 지역을 대폭 확장했습니다. 그런데 그 후부터 상품의 질 및 고객서비스에 있어서 엄청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 전에는 어느 정도 유지되던 밸런스가 깨진 것이죠.
실제로 제가 쿠팡에서 구매한 소매업체들이 연달아 세 곳이나 아예 전화를 받지 않더군요(예약 필수인데 전화를 안 받으면 어떡합니까?). 알고 보니 일부러 전화를 안 받은 것입니다.
도저히 전화를 안 받아서 쿠팡측에 문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20일이 넘도록 환불이 된다 안 된다 아무런 연락을 못 받았습니다. 고객서비스 문제는 티몬도 발생하고 있는데(예전보다 꽤 심해졌습니다), 제 경험상 상위권 업체들 중에서 쿠팡이 가장 심했습니다.
사례1
사례2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다 연말연시까지 겹쳤는데 고객서비스는 그에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거의 모든 업체들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고객서비스 문제는 다음 포스트에서 다시 언급하겠습니다(한꺼번에 쓰려니 글이 너무 기네요).
인터파크의 하프타임, 신세계의 해피바이러스
역시 대기업의 한계(순발력 부족 + 창의력 부족)와 함께 종합쇼핑몰 내에서 이 사업 모델이 주목 받기 힘들다는 걸 여실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팝업을 띄워서 알리고 초기화면에서 배너로 광고해도 전문 사업자들보다 못한 실적이 나오고 있네요. 종합쇼핑몰 내에 그루폰이 들어있는 형태에서는 서비스가 묻힐 수 밖에 없습니다.
수십만 개의 상품들 속에서 할인 상품 하나라.. 아무리 반값 할인이라고 해도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쇼핑 집중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죠. 거기에다 신세계 해피바이러스는 메뉴판닷컴이 대행하다가 서비스 많이 말아 먹었습니다.
사례
앞으로 뭔가 대단한 변화를 이루지 않고서는 시장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은 존재들로 남을 거 같습니다.
다음의 쇼셜 쇼핑(http://social.shopping.daum.net/main.daum)
포털 다음은 일종의 메타 서비스 및 직접 딜 제안을 받아 올리는 형태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형태죠. 주요 업체들 중에서는 위메프 정도가 참여하고 있고, 나머지는 후발업체들이라서 실적이 초라한 편입니다.
다음이 직접 소개하는 딜의 경우에도 가끔 올라오는 대기업 딜에 사람이 좀 모일 뿐이고, 하여튼 현 모습은 시장에 크게 영향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종합쇼핑몰에서 이 사업이 잘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유(소비자 입장에서 쇼핑 집중력이 떨어짐)가 다음에도 작용하고 있다고 보이네요.
역시 이 사업은 하루에 하나, 충동구매에 집중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샵
제가 지난 글에서 주목할만한 사이트로 꼽았는데요. 현 모습으로는 해당 내용 철회해야 할 거 같네요.
지금샵이 지역 확장에 극단적으로 집착을 하면서 지역은 많이 확장되었지만, 하루에 하나를 팔지 않고 며칠에 걸쳐 팔고 있고(이런 형태 좋지 않다는 거 앞에서 말했죠), 상품의 질도 그전보다 떨어졌습니다. 가장 중요한 서울의 맛집조차 가끔 올라올 정도네요.
지역 확장에 너무 집착하다 보니 다른 부분의 밸런스가 깨진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안타깝지만 지금샵은 현재의 모습이 과거보다 못한 거 같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티몬과의 경쟁에 대한 강박증으로 급격하게 지역 확장을 하면서 문제가 커진 사이트들이 많습니다. 쿠팡, 지금샵이 그렇고, 위메프도 그럴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보입니다. 물론 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지역 확장이 중요합니다만, 그것보다 일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상품의 질과 고객서비스가 아닐까요?
티켓몬스터
티몬의 올해 계획은 관련 기사를 참고하세요. 최근 92억원을 추가로 투자 받고 데일리픽을 인수하면서 여러 모로 가장 유리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상대적으로’ 밸런스가 가장 좋은 업체이기는 합니다만, 시장 자체의 엄청난 성장, 연말연시의 손님 몰림, 사업 확장에 고객서비스가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로 인해 티몬에 대한 고객 불만도 커져가고 있습니다.
일단 무엇보다 티몬 또는 소매업체의 잘못으로 인해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환불 처리가 복잡하고 너무 늦습니다. 문의를 해도 바로 답변을 받기 힘들고요.
사례1
사례2
또한 소매업체 폐업으로 인해 환불하는 사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례3
사례4
실제로 제가 이용자의 한 사람으로서 고객 불만에 대한 접수를 했더니 거의 일주일 만에 연락이 왔고, 다른 건은 2주가 넘었는데 아무런 답변을 못 받았습니다. 그나마 잘한다는 티몬이 이러니 다른 업체들은 어떻겠습니까?
너무나 많은 반값 할인 사이트들로 인해 할인 피로감과 함께 고객 불만이 겹쳐서 해당 서비스들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떨어져나가는 사람들보다는 새롭게 유입되는 신규 이용자들의 숫자가 더 많은 상황이라서, 당분간 시장 성장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이번 글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국내 그루폰 유사 사이트들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소비자로서 똑똑한 소비를 하는 방법, 그리고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 살펴보도록 할게요. 그루폰 모델 뿐만 아니라 좀 더 거시적인 전망도 적어 보겠습니다.
PS: 본문의 '사례' 링크를 클릭했을 때 해당 페이지가 나오지 않는다면, 업체에서 막은 것입니다. 제가 글을 올리는 시점에서는 정상 페이지가 나오는 걸 모두 확인했습니다. 혹시라도 업체에서 페이지를 막을 수도 있으므로 미리 언급합니다.
오랜만에 글을 써요. 새해가 되자마자 감기몸살이 심해서 거의 2주 정도 모든 스케쥴을 취소하고 쉬었답니다. 목이 너무 아프고 기침이 심한데 약을 아무리 먹고 자도자도 잘 낫지를 않더군요. 여러분, 건강 조심하세요~
각설하고.
제가 지난 8월 ZDNET에 소셜커머스 관련 칼럼을 쓴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새해가 되었으니 한번 정리해볼게요.
작년 한해 국내에서 소셜커머스(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그루폰 모델 밖에는…) 분야가 크게 주목을 받았습니다. 작년의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그루폰 모델의 엄청난 성장 & 비즈니스 모델의 다양성 부족’으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작년 국내 시장 규모는 하단의 차트를 보시죠. 소셜커머스 메타 사이트인 쿠폰모아로부터 제공받는 데이터입니다(전태연님, 감사 드립니다). 쿠폰모아측에서 100개 이상의 사이트들의 데이터를 XML로 받아서 시스템적으로 자동 취합한 통계이기 때문에 나름 신뢰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작년 8월부터 12월까지 100여개 사이트의 거래액만 합한 것인데, 이를 보면 작년 시장 규모는 최소 700억원 이상임을 알 수 있습니다(8월 이전의 거래액과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사이트에서 발생한 거래액을 생각해보면 최소한 그 이상입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가 아닐 수 없습니다.
8월에는 20억원 규모에 불과했는데 11월까지 매월 거의 두 배씩 성장을 하다가, 12월은 300억원을 넘었습니다. 작년 12월을 기준으로 시장이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고 가정을 할지라도, 2011년 시장 규모는 최소 3천 7백억원을 넘게 됩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시장이 더욱 더 성장을 할 테니, 지금으로는 2011년 시장 규모가 5천억원이 될지 어쩌면 1조가 넘을지 아무도 정확히 예측하긴 힘든 상황입니다.
그루폰 모델(반값 할인 공동구매)이 워낙 소비자들에게 주는 혜택이 막강하다 보니 수많은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엄청나게 빠른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난 11월에 글을 쓴 이후의 주요 업계 동향과 그에 대한 제 의견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저만의 해석이 많으니 감안해서 봐주세요.
그루폰 본사의 딜즈온 인수 해프닝
그루폰의 딜즈온 인수가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관련기사). 해당 인수 건에 대해서는 지난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작년 하반기에 그루폰은 국내 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했습니다. 국내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었기에 빨리 국내에 진출해 자리를 잡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인수하려는 상위 업체와 인수 조건에 대한 견해 차이로 딜이 지연되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루폰은 국내의 여러 업체들과 접촉을 했고(저한테도 업계 동향을 문의하는 연락이 왔었습니다), 딜즈온은 그루폰이 접촉한 여러 회사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한국 시장이 전세계에서 최고로 빨리 성장하면서 업체간 격차가 급격히 벌어졌고, 결국 그루폰은 어떤 업체도 인수를 하지 못하게 됩니다. 상위 업체를 인수하자니 인수 조건이 안 맞고, 하위 업체를 인수하자니 경쟁에 밀릴 것 같아서, 어떤 결정도 못한 것이죠.
향후 그루폰 본사가 한국 시장에서 성공을 하려면 엄청난 금액을 쏟아 부어 사업을 개시하거나 또는 상당히 비싼 가격에 상위 업체를 인수하는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몇 년 안에 우리는 이베이의 지마켓 인수와 같은 빅 딜을 만나게 될는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그루폰 본사에게 버림 당하고 경쟁에서도 뒤쳐진 딜즈온은 한동안 하루에 100개의 쿠폰도 못 팔 정도로 바닥을 달리다가 지금은(1월 26일 현재) 개편을 한다며 서비스를 닫은 상태입니다(물론 문 닫은 지 10일이 훨씬 넘었습니다).
티켓몬스터의 데일리픽 인수
지난 1월 5일, 업계 1위인 티켓몬스터가 맛집에 특화 시켜 알차게 사업을 하고 있는 데일리픽 인수를 발표했습니다(관련기사). 제가 지난 주에 티몬 사무실에 방문해보니 이미 사무실에서 사이 좋게 일하고 있더군요. ^^
이번 인수를 두고 머니게임이니 뭐니 말들이 많지만, 인수합병은 업계 재편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고도의 경영기술 중 하나입니다. 티몬은 적절한 시기에 이를 잘 활용했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합병은 할 때보다도 하고 나서가 더 중요하니만큼, 이후 어떤 시너지를 낼 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어쨌든 적절한 시점에 타업체들과의 격차를 더 크게 벌리는 좋은 결정이었다고 봅니다.
그루폰 사업 모델의 성공 포인트와 업계 동향
하단의 내용은 제가 이론적인 연구뿐만 아니라 실제로 여러 사이트에서 무려 250여개 이상의 쿠폰을 구매하고 이용해본 경험에 따른 것입니다.
업체 코멘트 전에 잠시, 이해를 돕기 위해 그루폰 사업 모델에 대한 제 설명을 들어보세요. 해당 모델은 상품의 질, 고객서비스, 지역 확장, 이들 세가지 요소의 밸런스가 중요합니다(제가 정리한 요소들입니다).
첫째, 상품의 질이 높아야 구매를 많이 유발할 수 있고 그래야 고객 불만도 적게 들어옵니다. 무엇보다도 근본적으로 중요한 요소입니다.
둘째, 문의나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에 대해 신속하고 질 좋은 고객서비스를 제공해야 고객 만족 및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셋째, 지역 확장을 해야만 매출액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한 지역에서 하나의 상품만 파는 형태이기에 (소매업체의 고객 수용 용량의 한계로 인해) 한번에 팔 수 있는 쿠폰 수량에 제한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1월 26일 기준, 17개 지역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는 티몬이 올해 예상 매출액 2천억원을 밝히면서 지역을 50개로 확장하겠다고 한 것은 그루폰 모델이 지역 확장 없이는 매출액 증대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매출액 증대와 시장 장악을 위해서는 지역 확장이 중요합니다.
결국, 티몬은 이 세가지 요소의 밸런스가 다른 업체들보다도 상대적으로 좋기 때문에 1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업체들에 대한 견해를 밝힐 때 이 세가지 요소의 밸런스에 대해 종종 언급할 테니 기억해주세요.
위메프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루에 대개 다섯 개의 상품을 판매하는 형태였죠. 상품이 다섯 개이니만큼 공산품, 서비스상품들을 섞어서 팔았습니다.
해당 모습은 그루폰 + 원어데이 형태로 볼 수 있겠습니다. 지역으로 쪼개기보다는 나름의 차별성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생각되었으나, 결국 1월 25일에 위메프는 사이트를 개편하여 지역 확장을 개시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너무 한꺼번에 확장을 했네요. 전략상 좋지 못합니다. 지역 확장 전에 적절한 시간차를 두고 홍보를 하고 충분한 모객을 해나가면서 한두 개씩 야금야금 ‘가랑비에 옷 젖듯’하는 게 좋았을 텐데요.
갑자기 지역을 여러 개 확장해버리면 부작용이 생깁니다. 고객이 분산되면서 한 지역에서의 구매 건수가 하락하는 겁니다. 그래서 하루에 한 지역에서 판매되는 쿠폰 수가 적어지고, 그러면 하루가 아니라 여러 날에 걸쳐 하나의 상품을 팔게 되고, 그러면 이용자들은 상품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게 됩니다.
그루폰 모델은 이용자에게 하루에 하나의 상품을 소개함으로써 그 하나의 상품에 집중하게 만들어 충동구매를 최대한 유발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데 상품이 동시에 여러 개 보이거나(예전의 위메프 방식처럼 말이죠) 하루가 아니라 여러 날에 걸쳐서 팔면(오늘 위메프를 보니 몇 개 지역에서 어제 상품을 계속 팔고 있네요), 쇼핑을 유발하는 효과가 별로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이용자들의 쇼핑 심리와 관계가 있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자세히 설명해보죠.
또한 그루폰 모델은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 쿠폰을 팔아서는 수수료를 많이 챙길 수 없습니다. 스스로 충분히 광고를 할 수 있는 대기업이 수수료를 많이 줄리 만무하죠(오히려 돈을 달라고 하는 데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광고 니즈가 높은 지역 소매업체(즉 자영업소)의 쿠폰을 팔아서 많은 수수료를 챙겨야 하는데, 바로 이 부분에서 위메프는 실력을 아직 증명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기존에 지역 소매업체의 쿠폰 판매실적들을 보면 평범한 수준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에 갑자기 지역을 대폭 확장한 것을 보니, "이것이 최선인가?"하는 생각이 드네요.
쿠팡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하여 얼마 전부터 지역을 대폭 확장했습니다. 그런데 그 후부터 상품의 질 및 고객서비스에 있어서 엄청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 전에는 어느 정도 유지되던 밸런스가 깨진 것이죠.
실제로 제가 쿠팡에서 구매한 소매업체들이 연달아 세 곳이나 아예 전화를 받지 않더군요(예약 필수인데 전화를 안 받으면 어떡합니까?). 알고 보니 일부러 전화를 안 받은 것입니다.
도저히 전화를 안 받아서 쿠팡측에 문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20일이 넘도록 환불이 된다 안 된다 아무런 연락을 못 받았습니다. 고객서비스 문제는 티몬도 발생하고 있는데(예전보다 꽤 심해졌습니다), 제 경험상 상위권 업체들 중에서 쿠팡이 가장 심했습니다.
사례1
사례2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다 연말연시까지 겹쳤는데 고객서비스는 그에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거의 모든 업체들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고객서비스 문제는 다음 포스트에서 다시 언급하겠습니다(한꺼번에 쓰려니 글이 너무 기네요).
인터파크의 하프타임, 신세계의 해피바이러스
역시 대기업의 한계(순발력 부족 + 창의력 부족)와 함께 종합쇼핑몰 내에서 이 사업 모델이 주목 받기 힘들다는 걸 여실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팝업을 띄워서 알리고 초기화면에서 배너로 광고해도 전문 사업자들보다 못한 실적이 나오고 있네요. 종합쇼핑몰 내에 그루폰이 들어있는 형태에서는 서비스가 묻힐 수 밖에 없습니다.
수십만 개의 상품들 속에서 할인 상품 하나라.. 아무리 반값 할인이라고 해도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쇼핑 집중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죠. 거기에다 신세계 해피바이러스는 메뉴판닷컴이 대행하다가 서비스 많이 말아 먹었습니다.
사례
앞으로 뭔가 대단한 변화를 이루지 않고서는 시장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은 존재들로 남을 거 같습니다.
다음의 쇼셜 쇼핑(http://social.shopping.daum.net/main.daum)
포털 다음은 일종의 메타 서비스 및 직접 딜 제안을 받아 올리는 형태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형태죠. 주요 업체들 중에서는 위메프 정도가 참여하고 있고, 나머지는 후발업체들이라서 실적이 초라한 편입니다.
다음이 직접 소개하는 딜의 경우에도 가끔 올라오는 대기업 딜에 사람이 좀 모일 뿐이고, 하여튼 현 모습은 시장에 크게 영향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종합쇼핑몰에서 이 사업이 잘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유(소비자 입장에서 쇼핑 집중력이 떨어짐)가 다음에도 작용하고 있다고 보이네요.
역시 이 사업은 하루에 하나, 충동구매에 집중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샵
제가 지난 글에서 주목할만한 사이트로 꼽았는데요. 현 모습으로는 해당 내용 철회해야 할 거 같네요.
지금샵이 지역 확장에 극단적으로 집착을 하면서 지역은 많이 확장되었지만, 하루에 하나를 팔지 않고 며칠에 걸쳐 팔고 있고(이런 형태 좋지 않다는 거 앞에서 말했죠), 상품의 질도 그전보다 떨어졌습니다. 가장 중요한 서울의 맛집조차 가끔 올라올 정도네요.
지역 확장에 너무 집착하다 보니 다른 부분의 밸런스가 깨진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안타깝지만 지금샵은 현재의 모습이 과거보다 못한 거 같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티몬과의 경쟁에 대한 강박증으로 급격하게 지역 확장을 하면서 문제가 커진 사이트들이 많습니다. 쿠팡, 지금샵이 그렇고, 위메프도 그럴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보입니다. 물론 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지역 확장이 중요합니다만, 그것보다 일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상품의 질과 고객서비스가 아닐까요?
티켓몬스터
티몬의 올해 계획은 관련 기사를 참고하세요. 최근 92억원을 추가로 투자 받고 데일리픽을 인수하면서 여러 모로 가장 유리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상대적으로’ 밸런스가 가장 좋은 업체이기는 합니다만, 시장 자체의 엄청난 성장, 연말연시의 손님 몰림, 사업 확장에 고객서비스가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로 인해 티몬에 대한 고객 불만도 커져가고 있습니다.
일단 무엇보다 티몬 또는 소매업체의 잘못으로 인해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환불 처리가 복잡하고 너무 늦습니다. 문의를 해도 바로 답변을 받기 힘들고요.
사례1
사례2
또한 소매업체 폐업으로 인해 환불하는 사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례3
사례4
실제로 제가 이용자의 한 사람으로서 고객 불만에 대한 접수를 했더니 거의 일주일 만에 연락이 왔고, 다른 건은 2주가 넘었는데 아무런 답변을 못 받았습니다. 그나마 잘한다는 티몬이 이러니 다른 업체들은 어떻겠습니까?
너무나 많은 반값 할인 사이트들로 인해 할인 피로감과 함께 고객 불만이 겹쳐서 해당 서비스들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떨어져나가는 사람들보다는 새롭게 유입되는 신규 이용자들의 숫자가 더 많은 상황이라서, 당분간 시장 성장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이번 글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국내 그루폰 유사 사이트들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소비자로서 똑똑한 소비를 하는 방법, 그리고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 살펴보도록 할게요. 그루폰 모델 뿐만 아니라 좀 더 거시적인 전망도 적어 보겠습니다.
PS: 본문의 '사례' 링크를 클릭했을 때 해당 페이지가 나오지 않는다면, 업체에서 막은 것입니다. 제가 글을 올리는 시점에서는 정상 페이지가 나오는 걸 모두 확인했습니다. 혹시라도 업체에서 페이지를 막을 수도 있으므로 미리 언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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