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14일

KAIST 영재기업인 프로그램

오늘 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의 ‘차세대 영재기업인 프로그램(가칭)’ 자문위원회가 있었습니다. 저녁때 하얏트호텔에서 모였는데, 15명 정도가 모이는 조촐한 모임이었습니다.

차세대 영재기업인 프로그램은 ‘미래는 IP(Intellectual Property: 특허, 저작권)가 중요하다’는 기치아래 초중고 학생들을 선발하여, IP의 중요성과 기업가정신 등을 교육하고 팀을 구성하여 프로젝트를 수행한다고 합니다. 내년부터 KAIST와 POSTECH이 공동으로 학생을 선발할 예정인데, 그 전에 준비를 하는 모임이었습니다. IT에 국한된 것은 아니고 산업의 전분야를 다룬다고 하는군요.

메디슨 창업자이며 KAIST 초빙교수이신 이민화님께서 자문위원장이고요. 저는 이민화님의 추천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고정식 특허청장님을 비롯하여 한빛소프트 김영만 회장님, 김앤장 백만기 변리사님, KAIST 송락경 교수님, 과학문화연구소 이인식 소장님 등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 뵐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모임은 그다지 제 스타일이 아닙니다만, 기대 이상으로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셔서 개인적으로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영재 교육도 교육입니다만, 저는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지적 자극을 주고 받고 팀을 이룰 수 있는 친구, 형, 동생들을 만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성공한 기업가들을 보면 다 인생의 파트너가 있죠. 그런 말씀 드렸고요.

제가 블로그를 통해 몇 번 소개했던 글이 있는데요. 5년전 칼럼입니다.

8비트 PC의 황금기와 사라진 영재

제게 그 시절이 없었다면, 많은 것이 달라졌을 거 같습니다. 얼마 전 20년 만에 PC클럽 시절을 함께 했던 동생을 만났습니다. 당시 8비트 애플II팀에서 저보다 한 살 어린 동생이었는데 지금은 경향신문 기자가 되어 있더군요. 착한 동생이었는데 참 반가웠습니다. (재철아, 조만간 다시 보자~)

22년전 당시 학교가 다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개성도 다 달랐지만, 우리는 매주 토요일 합정동의 잡지사 편집실에 모여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정보를 주고 받았었죠. 당시 제가 고등학생때 중학생이었던 동생들과 책을 공동집필로 출간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그들을 만났기 때문이지 아마도 혼자였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 대학 진학, 그리고 16비트PC로의 환경 변화, 잡지사의 경영상 어려움 등으로 모임은 계속 이어지지 못했고 저 같은 경우 집안 사정으로 독립을 한 후(아, 올해로 자취생활 20주년) 매년 이사를 다녔기 때문에 연락처도 계속 바뀌었죠. 그래서 어떤 동생은 15년 만에, 어떤 동생은 20년 만에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대외 활동을 하다 보니까 하나둘 연락이 오더군요.

저야 능력이 부실하고 성격이 모나고 지구력이 딸려서 이랬든 저랬든 더 잘 되기는 힘들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정말 똑똑한 동생들이 더 잘 되지 못한 것을 보면 좀 안타깝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런 동생들을 생각하며, 또한 누군지 모르지만 어딘가 존재할 똑똑한 이들을 생각하며 쓴 글이 이것입니다.

한국의 천재 프로그래머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위에서 언급한 것과 똑같은 형태는 아닙니다만, 어쨌든 새로운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차세대 영재기업인 프로그램도 그런 시도들 중 하나라고 생각되고요. 그런 시도들이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내어, 실제로 혜택을 받는 학생들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자문위원회 멤버들 중에서 제 나이가 가장 적고, 또한 인터넷을 통해 그리고 실무에 종사하는 불특정 다수로부터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사람은 제가 유일한 거 같습니다.

우리가 원하든 안원하든, 제가 참여하든 안하든, 프로그램은 진행이 됩니다. 세상의 이치가 그렇죠. 그러니 잘 되어야죠. 좋은 Input을 넣을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오. 블로그를 통해 의견도 여쭙고 그러겠습니다.

어린 학생들이 입시에서 벗어나서, 지적 자극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똑똑한 동료를 만나서, 자신의 꿈을 위해 불타오르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참 기쁠 거 같습니다.

이미 중년인 제가 왜 그런 것에 집착하냐고요?

어린 시절에 제가 느꼈던 무언가에 대한 기쁨, 열망했던 꿈, 환경적 좌절, 떠나간 사람들, 제 능력에 대한 실망, 변화에 대한 갈망 등이 어우러져 하나의 집착으로 완성이 된 거 같습니다. ^^

그런데 제 한계는 제가 압니다. 그러니까 저보다 더 나은 분들, 숨어 계시지 말고 얼른 변화에 동참해 주세요. 단지 비판이 아닌 행동, 실행에 관심이 있는 분들 말에요.

그런 분들을 많이 만나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힘을 합해야죠.

댓글 7개:

임백호 :

아 뭔가, 가슴이 뜨거워지는 글이네요..
감동.. 혹시 비젼 컨퍼런스에서 토론 사회보신분이신가요?

바비(Bobby) :

To Beak Ho님/ 감동까지야.. ^^

혹시 얼마전 ZDNET 컨퍼런스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제가 맞고요. 아니면 제가 아닙니다.

감정은행 :

http://withblog.net/campaign/request_info.php?ci=274d에서 기업문화에 대한 리뷰글을 모으고 있습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우리나라의 기업문화에 대해서 써주셔도 좋고요, 개인적인 포스트를 해주셔도 상관없습니다.(작은 사례정도는 해드리겠습니다.)

시간이 허락하신다면 한 번 부탁드려보고자 글 남겨봅니다.

sankim :

글과는 직접적인 덧글은 아닙니다만 '8비트 PC의 황금기와 사라진 영재' 잘 읽었습니다. 학생 기고, 제 어린시절 선망의 대상이었던.. :)
그때만 해도 어른들 시각에서는 컴퓨터를 한다고 하면 공부랑 관계없는 이상한 짓 하는 자폐(?)적인 아이들로 보거나 오락으로 시간 허비하는 아들내미로 보셨던것 같아요.
컴퓨터 대리점에서 사셨다는 말씀에 그에게도 있던 그 시절이 떠올라 잠시 감상에 잠겼었습니다. 그때 같이 죽치던 친구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같은 꿈을 꾸었던것 같은데요..

sankim :

참! 컴퓨터 학습이 마이컴으로 바뀐것 맞죠? :) 그 시절 친구들과 마이컴으로 이름이 바뀐것을 이야기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 그 책들 지금 다시 한번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임상범 :

저도 카이스트 과학 영재교육원 정보분야 교육을 받았던 임상범학생 입니다.
(블로그닉네임:실리콘벨리,
http://startupventure.tistory.com)

저도 대학이 올해 인하대 합격을 한다면
학교를 다니다 중간에 휴학하고 미국 벤처 법인을 설립하여 스타트업 벤처를 시작하려 합니다.

그러다보니 이 글을 보고 더욱!! 영재성
기업인 프로그램이라서 어떻게 하면 이곳에서 선발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구체적으로 내용을 알고 싶기에요.^^
류한석님께 메일을 드려될까요??

바비(Bobby) :

To 임상범님/ 해당 프로그램은 현재 설계 중이고요. 공식 개시는 내년인 것으로 압니다. 현재 공개 가능한 상황이 아니라서(내부 조율중) 보다 구체적인 사항을 말씀 드리지 못함이 죄송하고요. 설계가 끝나면 블로그를 통해 소개토록 하겠습니다. 관심을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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