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30일

복사의 제왕

예전부터 주시하고 있는 업체가 하나 있는데, 얼마 전 비즈니스월드(인도의 비즈니스 잡지)에 "The Original Copycats"라는 제목의 관련 기사가 나온 것을 보고 글을 남기고자 합니다.

로켓인터넷이라는 이 독일계 기업은 기사에도 나오다시피 인터넷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복사의 제왕(Clone king)'입니다.

로켓인터넷의 사업 모델 자체가 타국(주로 미국)에서 등장한 주목할만한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카피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걸 오리지널 업체에게 팝니다.

(복사, 카피캣, 표절, 짝퉁, CTRL+V 등 여러 표현이 있겠습니다만 본 글에서는 그냥 복사라고 하겠습니다. 요즘엔 왠지 복사라는 말이 친근하네요. 아마 여러분도 그럴 겁니다. ^^)

로켓인터넷은 1999년에 eBay를 모방한 Alando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eBay에게 5천만불에 팔았고, 비교적 근래인 2009년에는 Groupon의 복사판인 CityDeal을 만들어 1억 2천 6백만불에 팔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복사 사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출처: 비즈니스월드).


로켓인터넷은 아무리 핫한 비즈니스라 할 지라도 곧바로 글로벌 사업을 할 수 없다는 빈틈을 노려서, 재빠르게 해당국가 외의 지역에서 사업을 런칭한 후에 자금을 쏟아 붓고 필요하면 인수합병도 하면서 사업을 크게 키웁니다. 그리고 그걸 오리지널 업체에게 파는 겁니다.

오리지널 업체에게 파는 것이니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도 없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의 창시자가 사는 것이니까요. 오리지널 업체의 입장에서 좀 짜증이 나기는 하겠지만, 자기가 다른 나라에서 밑바닥부터 사업을 런칭하는 것보다는 리스크가 적을 뿐만 아니라 이미 로켓인터넷이 투자한 업체가 시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 울며겨자먹기로 인수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로켓인터넷의 입장에서는 업체를 팔지 못한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독자적으로 수익을 내거나 상장을 하면 되기 때문이죠. 비즈니스 모델은 특허로 보호받기 힘든데다, 설사 분쟁이 생긴다고 해도 지루한 법적 공방에 수년이 걸리고, 또한 로켓인터넷은 그걸 대응할만한 충분한 자본력을 갖추고 있으니 상관이 없습니다. 팔면 좋고,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수익을 내면 되니까요.

로켓인터넷은 10년 넘게 이러한 일관적인 복사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한 덕분에 엄청난 자본과 노하우를 갖추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독일 지역에서만 하던 걸 유럽으로 확장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전세계를 무대로 이런 복사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업 초기에는 직접 복사를 했으나, 10년 이상의 지속적인 성공과 업계 활동을 통해 상당한 자본과 인맥을 만들었기에, 근래에는 해당 비즈니스 모델을 성공시킬만한 사람을 찾아 그 사람에게 교육을 시키고 자본을 주어 사업을 런칭하기도 합니다.

신생 인터넷 서비스의 불모지인 한국에서도 로켓인터넷이 차츰 서비스를 런칭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해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Wimdu(http://www.wimdu.co.kr) 처럼 드러난 것이 있는 반면에, 그냥 일반적인 벤처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CEO가 로켓인터넷 소속(사실상 직원에 가까움)이거나 자본이 투입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로켓인터넷의 자본력을 아시려면 테크크런치의 이 기사를 한번 보세요. Wimdu가 무려 9천만불의 투자를 받았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는데, 기사에서도 '악명 높은(infamous)' 로켓인터넷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로켓인터넷은 저하고도 약간의 인연이 있습니다. 2010년에 Groupon에서 저한테 소셜커머스 업체 인수건으로 문의를 한 적이 있는데, 당시 책임자가 바로 로켓인터넷의 공동창업자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CityDeal을 Groupon에 판 후 Groupon의 핵심 멤버가 되어 아시아 지역의 인수합병을 총괄하고 있던 것이죠.

당시 Groupon은 (지금은 티켓몬스터에 인수돼 없어진) 데일리픽을 인수하려다 실패한 후에,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에서는 인수합병이 아니라 직접 사이트를 오픈하기로 합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간단하지만, 당시에는 수개월에 걸쳐서 벌어진 일이고 별의별 소문이 많았는데 그 모든 과정에 로켓인터넷이 상당히 개입돼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 아직 다 현직에 있으니 더 이상의 자세한 얘기는 생략하겠습니다.

어쨌든 저로서는 로켓인터넷을 알게 된 후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렇듯 복사 비즈니스를 상당한 자본과 인력을 갖추고서 조직적으로 글로벌하게 하고 있다니! 돈을 벌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겠습니다만, 이 정도되면 사모펀드 투기자본과 무슨 차이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물론 오리지널 업체가 사갈 만큼의 매력적인 복사 업체를 만드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로켓인터넷과 같은 업체가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는 많은 창업가들의 분노를 유발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더 나쁜 소식은, 로켓인터넷은 오랫동안 성공을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나름 검증된 비즈니스만 하니까요.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처럼 로켓인터넷 사례는 제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줬습니다.

로켓인터넷을 통해 살펴본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의 복사. 여러분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댓글 17개:

miriya :

어째 핀터레스트 복사판 핀스파이어가 한국 계정이 있긴 한데 미묘하게 양키스멜 나서.. 회사를 확인해보니 이탈리아 회사라고 나오더라구요. 사진에 나온 직원들은 전부 백인들이고.. 그 외에 여러나라 버전으로 있길래 굉장하다 싶었지요. 오늘 드디어 퍼즐이 풀리는군요-_-;;

風量刀 :

마냥 대단하다고 하기엔 속이 쓰리지만 나름 대단한 것 같은데요?
일단 자본력을 모으고, 빠른 시간내에 카피를 해서 사업화 시켜야 하니까요.
돈이 돈을 먹는 모델인거 같긴하지만,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써는 머리 잘 썼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비(Bobby) :

To miriya님/ 핀스파이어는 시작일 뿐 앞으로 국내에서도 계속 로켓인터넷의 복사 모델을 만나보게 될 거 같습니다. 제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신생 인터넷 서비스의 불모지인 한국을 로켓인터넷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하네요.

바비(Bobby) :

To 風量刀님/ 대단하기는 하죠. 누구든지 복사한다고 해서 다 성공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심할 정도로 자본의 게임이 되다보면 국내의 가난한 창업자들은 성공하기가 더욱 힘들어 지는 거죠. 로켓인터넷의 직원이 되야 할 판..

그런 면에서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Seho YOON :

로켓인터넷이란 회사를 이 글을 통해 처음 알았는데 그저 놀랍네요. 카피 모델이 키인 기업이 있으리라 어렴풋하게 짐작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정말 돈이 돈을 버는 모델인 것 같습니다.

낯선닷컴 :

복사 비즈니스에 대해서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단, 저는 절대로 하고싶지 않습니다.

ECHOES :

아이디어를 생각하다보면 결국에는 외국에 이미 나온 경우가 많더군요. 제 생각에는 개선하고 조금이라도 변형 시킬 수 있다면 궁여지책이기는 하지만 기존에 있던 비즈니스 모델을 차용하는 것은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뭐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기업들이 많이 있으니 말이지요. 문제는 카카오 스토리처럼 잘 배끼지도 못하는 경우가 아닐까 싶네요. 말씀하신 로켓인터넷도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이긴 하네요.

top_genius :

이 포스트의 제 댓글이 승인나지않았군요. 스팸이나 욕설도 아닌데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알려주세요.

바비(Bobby) :

To top_genius님/ 방금 올리신 댓글 말고는 등록된 것이 전혀 없습니다. 스팸 외에는 모두 등록하고 있습니다.

주성치 :

영화계엔 어사일럼이 있고 게임계엔 게임로프트가 있죠. 게임로프트는 베낀 게임들 위주로 내는데도 스마트폰 개발 실력이 최고수준이라 유명게임의 스마트폰 버전을 외주로 만들기도 하더군요. 이런 회사들은 누군가는 하고있을 일을 할 뿐이고 이걸 좋다, 나쁘다로 따지게되면 그만큼 사고의 유연함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바비(Bobby) :

To 주성치님/ 현 시장경제 하에서 로켓인터넷과 같은 사례는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방향은 아니겠지요?

현실을 이해하기 위한 사고의 유연성이라면 OK겠습니다만, 너무 유연해진 나머지 만일 많은 사람들이 그런 방향을 추구할 때 우리가 사는 사회는 좀 더 탐욕스러운 사회가 되겠지요.

복사가 현실이겠습니다만, 베껴도 적당히 베꼈으면 좋겠습니다. 뭐든지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좀비 :

로켓인터넷 관련해서 작성한 글이 있어서 남깁니다. http://www.zombi.co.kr/1059 최근 국내의 스타트업도 copy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자유롭지 못한 부분도 많다는 생각도 들기는 합니다...

바비(Bobby) :

To 좀비님/ 저보다 먼저 좋은 글을 남겨 주셨네요. 저는 이제야 봤습니다만 다른 분들 또한 제 글과 함께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저는 이러한 복사 비즈니스 모델을 현실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로켓인터넷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어떻게든 할테니까요. 그렇지만 국내처럼 벤처 문화가 미흡하고 씨드펀딩도 안되고 많은 부분에서 환경이 열악한 국가에서는, 해외 업체의 이러한 막강한 자본력과 인력 투입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가뜩이나 열악한 국내 벤처가 괴멸되거나 또는 로켓인터넷과 같은 업체에 종속된다면.. 자본의 논리를 인정함과는 별개로 서글픈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저는 이러한 어설픈 감상을 가진 사람인지라 이 냉혹한 정글에서 성공을 쟁취할 CEO의 자질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쭈영웅 :

로켓인터넷의 사업전략을 객관적으로 보면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이익을 최대한 증대할 수 있는 여러방법들이 내포되어 있어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냉정한 사회에서 그들 또한 살아 남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생각되지만 이런 자본주의적인 생각과 , 다른 사람들의 고뇌를 먹고 사는 기업 같아서 정말 인정하기 실은 서글픈 현실이네요..ㅠ.ㅠ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병철 :

오리지널 모델이 추구하는 아이디어의 고유성과 도덕적 결벽을 전제로 하게되면 복사모델에 대한 비난은 피상적일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이 원천기술처럼 보호받게 된다면 '동종업계 관계자'들의 아이디어 파생을 막아야 할 것이고 그렇담 독점이라는 트레이드 오프가 발생하겠지요.

이병철 :

비즈니스 모델의 오리지널리티와 윤리를 프레임으로 짠다면 비난의 대상이 되겠지만 이것을 불관용한다면 오리지널리티의 독과점에 대한 윤리적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시차를 두고.
파생은 자유발상의 영역으로 늘 존재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발상자의 육신을 모두 베낀다면 다른 사람의 권위를 침해하거나 이용하는 것일 수 있지만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모방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그렇게 큰 결함일까요.
로켓인터넷의 비즈니스모델 또한 벤치마킹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공평한 것 같습니다.

Danny Rho :

일단은 로켓인터넷이 시장에 비집고 들어올때, 그 회사가 돈뭉텅이(자본)를
그 현지 국가에 투자를 하게 되는 셈인데요....

문론 그 방식이나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은 자본 유치/ 일자리 창출의
효과를 그 해당 시장에 가져온다는건 부정할수 없겠네요.

다만 여러가지 편법으로 결국은 본사 임원들 배만 불리고, 초기 자본은
다 빠져 나간다면 모르겠군요. (본문에서 언급한 사모펀들들의 전현적인
현상 처럼..)


결국은 돈이 돈을 버는 거죠.. 씁씁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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