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4일

순수한 악, 어설픈 악

사회지도층, 정치인, 경영자, 매니저 모두에게 해당되는 내용입니다.

임채진 검찰총장이 물러나면서 “표적수사라고 하는 사람들 천벌 받을 것. 정치적 보복을 하기 위해 수사를 한다는 일은 꿈에도 생각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임채진 검찰총장에게 뉴욕타임즈의 기사 “재벌에게 돈 받았으면 이렇게까지 안 됐을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군요. 과연 산권력과 재벌에게는 검찰이 어떻게 대했는지. (이런 기사를 해외 언론에서 봐야 하는 현실)

그런데 임채진 검찰총장, 정말 꿈에도 생각한 적이 없을 수도 있겠다..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정말 나쁜 사람은 착한 사람 또는 어설프게 나쁜 사람보다 높은 자리에 올라갈 가능성이 훨씬 큰데, 그 이유는 부끄러움을 모르고 죄의식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강합니다. 원하는 것을 반드시 얻어 냅니다.

그런 속성때문에 약점 또한 많아서 권력을 오래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런 경우라 할 지라도 비슷한 사람으로 다시 그 자리가 채워 집니다.

예를 들어, 전두환은 여전히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12.12사태를 일으키고 광주민주화운동을 무력 진압했다고 믿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믿으니 그런 엄청난 행동을 하고서 누가 뭐라고 해도 여전히 떳떳하게 살 수 있는 것이죠.

‘순수한 악’은 부끄러움을 모르고 죄의식이 없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하는 일이 보다 거대한 목표에 기반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예컨대, 인류의 평화를 위해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이 사회를 위해서, 또는 회사를 위해서라고 믿으며 사실은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는(나아가서는 엄청난 해악을 끼치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행하는 것이죠. 알고 보면 결국 자기자신을 위한 일인데 말이죠.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정치판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회사에도 있습니다. 직원 수만명의 대기업에도 있고, 직원 수십명의 중소기업에도 있습니다.

자신의 욕심과 안위를 위해 나쁜 일을 행하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르고 죄의식이 없는 사람을 정말 조심하십시오. 다음은 행동 지침입니다.

1. 이길 수 있으면 이기십시오. 그러면 회사가, 사회가 더 나은 곳이 됩니다. 그런데 ‘순수한 악’보다 훨씬 강해야 이길 수 있습니다. 그만큼 강합니까?
2. 이길 수 없으면 일단 피하십시오. 너무 가까이 하지 마십시오. 그런 사람들에게 속내를 드러내지 마십시오. 데스노트에 이름이 오릅니다. 섣불리 행동했다가 사망한 보통사람들의 숫자를 셀 수도 없습니다. 회사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목격하신 적이 있겠죠?
3. 이도저도 아니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뭉쳐서 고민하고 행동하십시오. 하지만 우린 뭉치기는 무지 어렵고, 콩가루가 되기는 무지 쉽습니다.

그래요, 다 어렵죠. 그래서 우리는 이런 사회에 살고 있고 그런 회사에 다니고 있는 것입니다. “그게 세상의 이치야~”라는 개그맨의 멘트가 생각나네요.

비록 그게 세상의 이치일지라도, 변화를 갈구하는 신념의 마음과 똑똑한 실천만은 포기하지 맙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 지 생각해 봅시다.

댓글 3개:

AppleADay :

미디어오늘의 기사에 문제가 있네요.
"뉴욕타임즈가 29일 영결식을 치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만약 노 전 대통령이 재벌에게 돈을 받았다면 검찰이 이렇게까지 그를 괴롭히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해 눈길을 끈다."

뉴욕타임즈는 그런 지적을 그 기사에서 하지 않았습니다(http://www.nytimes.com/2009/05/30/world/asia/30funeral.html?_r=1). 한 서울 시민의 말을 인용한 것인데, 뉴욕타임즈가 사설이라도 쓴 것처럼 오보를 하는 미디어오늘의 정직하지 못한 기사도 문제입니다.

하단에는 제대로 썼네요.
"이 신문은 한 시민의 말을 인용해 "그동안 검찰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핑계로 재벌에게 관대했다"면서 "노 전 대통령이 재벌에게 돈을 받았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말로 기사를 마무리했다. "

기사를 쓴 CHOE SANG-HUN씨는 fact만 보도를 한 것인데 미디어오늘은 헤드라인으로 장난질을 하네요.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해도 다른 전직 대통령들보다 더 큰 형량을 받았을 것이라는 법이 있나요? MB가 사면을 해 줬을 수도 있었겠지요 (순수히 추측이지만...) 노 대통령이 죽음으로써 죄값을 치루다보니 (돈 문제가 깨끗했다는 사람이 왜 그랬는지는 이해가 안가지만)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는 이성보다는 감성이 앞서가는 것 같습니다. 미디어가 유력한 해외언론의 기사를 인용할 때 위와 같은 "감성마케팅"을 하는 것은 명확히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비(Bobby) :

To AppleADay님/ 그렇군요. 미디어오늘이 조중동스럽게 선정적인 제목을 뽑았군요. 아무리 그래도, 그런 식이면 조중동과 다를 바가 없지요. 이건 분명히 해야 할 거 같습니다.

해당 사안과는 별개로.

어쨌든 뉴욕타임즈가 해당 주제의 기사를 다루었다는 사실(비록 시민 멘트를 인용했더라도), 그리고 영어사전에도 등재된 chaebol(뜻: 한국 특유의 기업집단)이라는 단어가 인상적입니다.

sunny :

악을 악이라고 말하는 것이 죄가 되는 세상이죠. 저도 '악'이라고 말했다 엄청 고생한 경험이 있습니다. 회사에서 높은 지위의 사람의 '악'은 쉽게 그럴수도 있는 '악'이 되고 사람들은'악'을 쉽게 동정합니다. 그러니 '악'을 고발한 사람이 오히려 '죄인'이 되더군요. 심정적인 죄인이라는 말이 맞죠. 저같이 심정적인 죄인이 되기 싫어서 사람들은 힘을 합치다 뿔뿔히 흩어지는 콩가루가 되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얼마전 최고 경영자가 회사에서 '악'을 저지른 자는 퇴출이다라고 말하셨습니다. 이제야 짐을 벗은 기분입니다. 다음에도 그런 '악'이 나타나면 어떻게 하겠냐고 묻는다면... 똑같이 그렇게 하겠다는 말은 잘 안나오네요. 용기가 많이 줄었어요. 상처받고 . 그런데 성격상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더 치밀하게 대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으니까요.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글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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