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고나에 대한 감상
정말 재미있다. 거기에다 내가 좋아하는 7,80년대 배경의 뮤지컬이다! ^^
달동네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올드 가요들이 많이 나오고, 한국 특유의 웃기다 울리는 장면들을 통해 쉴새없이 관객들의 감정을 뒤흔든다. 주제 의식이나 스토리는 꽤 전형적인 것이 사실이지만, 여러 면에서 이 뮤지컬은 상당히 영리하고 매력적이다. 2004년에 초연을 시작해서 올해로 세 번째 공연이고, 평일에도 공연장이 꽉 들어차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달고나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을 꼽는다면 배우들이다. 일단 배우들이 아주 매력적이고 캐릭터가 분명하며 정말 열심히 연기를 한다는 것이다. 여주인공인 김선미씨는 아주 귀여우며 노래를 청순하게 부른다. 남주인공인 정의욱씨는 80년대 대학생스러운 외모를 갖고 있어서 주인공에 잘 어울린다.
다들 얘기하듯이, 삼촌역의 임기홍씨는 우스꽝스러운 표정 연기가 일품이다. 특히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를 부를 때의 춤과 표정 연기는 정말 익살스럽다. 또한 담배가게 아가씨역의 팡팡 튀는 유정은씨나 어린 왕자를 맡은 참한 외모의 최경훈씨도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를 멋들어지게 부른 이창원씨, 극 초반 짱가 장면에서 폭소를 자아낸 서만석씨, 가리봉 씨스터즈의 이상희씨, 학생 운동 장면의 어긋난 만남에서 슬프게 노래를 불러준 최영화씨, 여러 장면에서 날렵한 몸동작을 보여준 정원일씨, 아기(?)를 업고도 열심히 고무줄 놀이를 하던 박주희씨..
모두에게 깊은 박수를 보내고 싶다. 짝짝짝~
여기까지 언급한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386세대에게는 필수로 추천하고 싶은 뮤지컬이다. 은하철도 999, 소방차, 너 나 좋아해, 꽃과 어린 왕자 등등..
80년대 학번들이 보면, 정말 웃으며 울면서 볼 수 있고, 절대 돈과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안들 것이다.
하지만 조금은 안타깝게도 공연장에는 거의 20대였다. 30대 중반~40대의 관객들은 10%도 안되었던 거 같다. 젊은 친구들은 뮤지컬의 숨겨진 뜻은 잘 모르지만(예를 들면, 연극 초기에 나오는 짱가나 요술공주 세리의 추억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래도 재미있으니까 보러 왔을 것이다.
아, 마음의 여유도 시간의 여유도 없는 우리들이여~
생활을 혁신하여 일년에 한 두 번이라도 꼭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시라. 인생이 풍부해지고 잃어버린 감성이 되살아나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되리라. 첫사랑, 가족, 추억, 학창시절을 눈 앞에서 돌아보며 본인의 순수성을 일깨우고 싶지 않은가?
그러한 계기로 '뮤지컬 달고나'를 강력 추천하고 싶다! 혹시 보고나서 투자한 돈과 시간이 아깝다고 후회한다면, 내가 물어줄 의사가 있다. 하지만 달고나는 절대 당신을 그렇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
내가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달고나 감상을 적다가 보너스로 써본다.
내가 뮤지컬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마도 몇 년 전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본 이후가 아닐까 한다. 원래 사람 많이 있는 곳에 가는 것을 몹시 싫어해서, 영화는 거의 혼자서 컴퓨터로 보고, 공연은 가지 않았었다. 먹고 살기 힘든데 공연이라니!
그러던 어느 날 신문에서 우연히 국내 창작 뮤지컬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대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원작 소설을 너무 좋아해서, 그 기사를 보자마자 뮤지컬을 보고 싶은 깊은 열정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마치 로테에 대한 베르테르의 열정처럼.
나의 본성을 꾹 참으면서 보러 가게 되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정말 많이 울었다. 그 후 나는 감성적이고 슬픈 뮤지컬들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마음이 쓸쓸하고 여유가 없는 나이지만, 슬픈 연극이나 뮤지컬은 종종 나와 함께 할 것이다.
끝으로 베르테르의 마지막 편지 중 일부를 남기며 글을 마친다.
기억하고 있습니까?
언젠가의 그 고약한 모임에서 당신은 나에게 말을 걸지도 못하고 손을 내밀지도 못하고 꽃을 보내주었던 그 일을.
아아, 그 꽃을 앞에 두고 나는 한밤중까지 꿇어앉아 있었습니다. 그 꽃이 나에게 사랑을 입증해 주었던 것입니다.
어제 당신의 입술에서 맛보고 지금 내 가슴으로 느끼고 있는 이 불타는 생명은 영겁토록 소멸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로테는 나를 사랑하고 있다,
이 팔은 로테를 포옹하였다,
이 입술은 로테의 입술 위에서 떨었다,
이 입은 로테의 입에 닿아 말도 나오지 않았다,
로테는 내 것이다! 그렇습니다, 로테. 당신은 내 것입니다! 영원히.
알베르토는 당신의 남편,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남편! 그것은 이승에서만의 일이잖습니까? 이승에서는 죄가 되겠지요,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남편의 품에서 당신을 빼앗아 내 품에 안으려 하는 것은. 죄? 좋아요,
그러므로 나는 나 자신에게 벌을 내립니다.
나는 이 죄의 성스럽기까지 한 기쁨을 마음껏 맛보았습니다. 생명의 향기와 힘을 들이마셨습니다.
그 순간부터 당신은 내 것이 되었습니다!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중에서 "베르테르가 로테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
그리고 베르테르는, 로테가 하인을 통해 건네준 총에 입을 맞추고는 그 총으로 자살하였다.
댓글 2개:
필자님의 글을 읽고
은하철도999의 메텔, 가수 김광석이 갑자기 보고 싶어지네요.
저두 강추 하나 해드릴까요?
제목은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구요.
오늘 지인이 제게 강력하게 추천한 춤공연입니다.
에너지 + 파워 + 인간의 몸의 한계가 어디까지 인지 생각하게 한다네요.
두번이나 이 공연을 봤는데 또 가서 볼꺼라말을 듣고 '한번쯤 볼만하겠구나' 했어요
홍대앞 산울림 소극장방향 삼진제약 건물 지하에서 매일 저녁 8시에 하구요.금요일 공연이 최고라네요 ^^
영화 '실미도'나 '왕의 남자'의 경우를 보더라도 20대는 재미있기만 하면 그냥 보는 반면에 30대 40대는 흥행이라던지 이슈라던지 단순한 재미 이상의 무언가(?)가 있어야 보게 되는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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