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12일

국내 SNS 동향에 대한 흔한 코멘트

며칠 전에 매일이코노미 기자가 'SNS 뉴패러다임'이라는 주제로 커버스토리를 작성 중이라며 이메일로 몇 가지 질문을 보내와서 답변을 보내주었는데요.

그 중 일부 내용을 공유하는 게 좋을 듯 해서 남겨 봅니다.


1. 링크드인, 링크나우 같은 '비지니스 SNS'가 늘어나면서 관련 시장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비지니스 SNS가 확산될 것으로 보십니까? 그렇다면 또는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쉽게 확산될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링크드인은 서구의 문화가 반영된 서비스입니다. 서구에서는 국내의 경력증명서 대신 추천서(Recommendation)를 사용합니다. 링크드인의 핵심 가치는 추천서를 온라인으로 공유하는 것으로서(함께 일했던 사람들끼리 추천서를 서로 써주면서 강력히 연결됩니다), 그 외형이 SNS일 뿐입니다.

즉, 링크드인은 SNS이지만 비즈니스 모델의 본질은 구인/구직 서비스입니다. 링크드인은 실제로 그것을 통해 돈을 벌고 있습니다. 몇 년전부터 페이스북이 대세가 됨에 따라 여타 SNS들이 추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링크드인은 나름의 차별성을 갖고서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서구와 달리 국내에는 추천서 문화가 없고 이미 여러 구인/구직 서비스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링크드인, 그리고 링크드인을 그대로 모방한 링크나우가 국내에서 그럭저럭 쓰이기는 하더라도 크게 대중화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물론 향후에 "국내 비즈니스 문화에 최적화된" 비즈니스 SNS가 등장한다면 국내에서도 비즈니스 SNS가 대중화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언젠가는 말이죠.

2. SNS의 개방성으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면서 기업 내 SNS와 같이 폐쇄성을 띈 SNS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국내 기업에서 폐쇄성을 띈 SNS가 "제대로" 쓰이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실제로 Yammer 등과 같은 서비스를 쓰다가 얼마 못 가서 중단한 기업들이 많습니다. 직원들끼리 잘 쓰다가도 임원이 들어오고 사장이 들어오면 눈치를 보게 되면서 직원들이 흥미를 잃게 됩니다. 왜냐하면 SNS는 수평적인 관계를 통해 콘텐츠가 확산되는 게 원칙인데, 국내 기업들의 경우 상하관계 및 이해관계로 인해 오프라인에서와 마찬가지로 SNS에서도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툴이 아니라 조직문화가 먼저 SNS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툴만 도입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갖고 있고, 직원들이 정신적/시간적 여유가 있고, 또한 자유롭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을 때 비로소 조직 내에서 SNS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므로 기업은 무조건 SNS를 도입하기 보다는 먼저 조직문화를 재검검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3. SNS가 활성화되면서 채선당 임산부 사건, 된장국물녀 사건 등 일부 부작용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그런 문제들은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콘텐츠가 급속히 전파되는 SNS의 본질적 특성으로 인한 것입니다. 좋은 글도 빨리 널리 전파되고 나쁜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대중은 대개 말초적인 정보를 좋아하기 때문에, 나쁜 글이 좋은 글보다 더 빨리 더 널리 전파되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SNS 스스로 자정작용도 갖고 있다는 겁니다. 잘못된 정보가 퍼지면 누군가는 분명히 바로잡고 또 그것이 퍼집니다.

규제는 SNS의 긍정적 효과마저 억압할 수 있고 이용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좋은 대안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SNS의 긍정적 효과든 부정적 효과든, 그것이 SNS의 본질적 특성으로 인한 것임을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SNS는 중립적인 툴입니다.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습니다. SNS는 우리의 시민의식을 반영할 뿐입니다. 결국 성숙된 이용문화를 갖추는 게 중요하며, 사람들이 일찍이 초등학생 시절부터 건전한 인터넷 이용문화와 토론문화를 습득할 필요가 있습니다(하지만 현재 우리의 교육 환경은… @$&*#%(*#&%#% 입니다->글자 깨진 거 아니고 멘붕(멘탈붕괴)을 표현한 거에요).

마지막으로, 누군가 고의적이고 악의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차적으로 서비스에서 필터링 기능(블락, 신고, 스팸 처리 등)이 충분히 제공돼서 이용자들 스스로 그런 행위를 즉각 저지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런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서는 법적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단, 정치적으로 악용돼서는 안됩니다).

댓글 2개:

익명 :

잘 읽었습니다. 헌데 마지막 문장이 좀 신경쓰이네요.

"누군가가 고의적이고 악의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행위" 를 누가 판단하는거라고 생각 하시는지요?

바비(Bobby) :

1. 글에 써있다시피 일차적으로 대중의 집단지성으로 서비스 상에서 필터링이 돼야 합니다. 일정 수의 사람들이 고의적/악의적이다 판단하면, 해당 글이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거나 또한 신고된 글이라는 표시와 함께 유통이 돼야 할 겁니다.

2. 고의적/악의적이라는 걸 누군가는 최종적으로 판단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현실에서 그런 자격을 부여받은 곳은 법원입니다. 제가 처벌이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그냥 정부기관(예를 들어 방통위 등)은 처벌할 자격이 없습니다. 결국 법원이 판단할 문제입니다.

그런데 현재 대중의 법원에 대한 신뢰가 바닥이기에 아마도 이런 댓글이 쓰여진 게 아닐까 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풀어야 할 또 하나의 숙제이지, SNS 상에서 일부러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위가 처벌받아야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봅니다.

성숙된 이용자문화의 확립과 함께 법원의 신뢰성을 회복하는 것이 우리의 근본적인 숙제가 아닐까요? 그걸 못하면, 자잘한 뭘하든지간에 별로 개선되는 건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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