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18일

그루폰 유사 사이트들의 3대 리스크

이 글을 읽기 전에 먼저, 이전 글인 “한국 시장에도 소셜 커머스가 몰려온다”에 링크된 ZDNET 칼럼과 본문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포스트 이후로 새롭게 발견된 사이트들이 업데이트되어서 현재 30여개에 달하고 있습니다. 글 올린 지 보름 만에 15개 사이트가 추가 되었네요.


목록 업데이트에는 그루폰 유사 사이트들의 딜을 모아서 한꺼번에 보여주는 다원데이의 이영재님께서 도움을 주셨습니다.

제가 이전 글에서는 주로 긍정적인 부분들을 위주로 얘기하면서 우려되는 부분을 일부 언급했습니다만, 이번 글에서는 우려되는 내용을 위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세가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째, 할인 피로감입니다.

다원데이를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여러 사이트들에서 수많은 할인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루폰 가치의 핵심은 “대폭적인 할인! 그리고 오늘만 가능!”입니다. 그래서 많은 소비자들이 충동구매를 하게 되죠. 이전 글에서 말씀 드렸다시피 몰랐으면 사지 않았을 서비스를, 싸니까 오늘 아니면 안되니까 결제를 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제가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렇게 사업자들이 난립하고 할인 정보들이 쏟아지면 파격적이고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기 힘들어 집니다. 처음 몇 번은 구매하겠지만, 이내 흥미를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할인 정보가 넘치고 넘치니까요!

거기에다 현재까지 등장한 수많은 사이트들을 보면, 모두들 똑같아서 차이점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어째 차별화된 기능 하나를 발견하기가 힘드네요.

이 첫 번째 리스크는 두 번째 리스크와 결합함으로써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둘째, 가격대비 품질 문제입니다.

이건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추가적인 내용 적어보겠습니다. 제가 나름 쇼핑을 좋아해서(쇼핑은 독신들의 주된 취미 생활인 경우가 많죠. ^^), 여러 사이트들에서 직접 20여번 딜을 구매하고 그 중 일부를 이용해 보았습니다만, 결론은...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많은 이용자들이 딜의 품질과 가격 문제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할인가격이니까 망정이지, 정상가격 다 지불하고 이용했으면 후회할 뻔했다”라는 의견이 꽤 있습니다. 제가 이용해본 딜도 거의 그랬고, 몇몇 딜은 불만족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실제로 어떤 업소의 경우 딜 구매 한달 후에 갔더니 그새 가격이 30%나 올라 있었고, 그 가격에 따라 주문해야 했습니다.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제 의견은.. 대개 보통이었고, 일부는 불만족스러웠고, 아직 만족한 적은 없습니다(이건 저의 베타 의견이고, 구매한 딜을 모두 사용해보고서 최종 의견을 전하겠습니다).

50% 이상의 할인가격이라니까 혹해서 구매를 하긴 했는데, 막상 이용해보니까 지불한 가격조차 아깝거나 그저 그런 것이죠. 5만원짜리 음식을 2만 5천원에 먹었는데, 2만 5천원도 비싸다는 경험들이 쌓여가는 겁니다. 이것은 실제로 딜에 참여하는 업체들의 원래 서비스 품질과 가격에 문제가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또는 할인된 서비스를 구매했기 때문에 차별 대우를 받아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제가 이전 글에서 설명했다시피 수수료률이 상당하기 때문에, 업체들은 정상가격대비 대략 25~40% 정도의 금액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겁니다. 그런 관계로 아무리 교육을 하고 다짐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자영업자들의 이해부족이나 소탐대실로 인해 (요식업을 예로 들면) 식재료, 음식의 양, 고객 서비스 등에 있어 문제의 소지가 다분합니다. 최근 발생한 사례: 링크

쿠폰좀비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습니다. 어쨌든 고객인데 쿠폰좀비라는 말까지 들어야 하나요?

다시 한번 말하자면, 원래 품질이 별로든가 아니면 차별 대우를 해서 별로든가 둘 중의 하나인데 현재 이 문제가 생각보다 큽니다. 그루폰 유사 사이트들의 입장에서는 매일매일 새로운 딜을 소개해야 하는 부담으로 인해서, 좋은 품질의 딜을 선정하고 업체를 교육하고 관리하는 게 결코 쉽지 않습니다. 아주 피곤하고 어려운 일이죠.

온라인으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그 뒤에서 벌어지는 백엔드 오퍼레이션이 생각 이상으로 복잡한 게 이 사업입니다. 겉모습만 보고서 뛰어든 사업자들은 엄청 고생하게 될 겁니다.

셋째, 사이트 폐쇄 시 소비자 보상 문제입니다.

앞서 설명한 첫째 리스크와 둘째 리스크가 결합함으로써 근미래에 문을 닫는 사이트들이 속출할 겁니다. 현재 분위기로는 준비만 하다 아예 서비스 개시를 못하는 사이트도 생길 거 같고 또한 1년 내에 문 닫는 사이트도 꽤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런데 서비스하던 사이트가 문을 닫을 경우 딜 구매 후 아직 사용을 하지 않은 소비자들은 돈을 떼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전 블로그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그루폰 모델은 소비자가 결제한 총금액을 한꺼번에 업체에게 주지 않습니다. 몇 번에 걸쳐 나누어서 줍니다. 이건 업체 결제를 미룸으로써 AS문제 발생시 협상력을 높이고 또한 딜을 제공한 업체가 문 닫을 경우를 대비하는 정책인데, 만일 그루폰 유사 사이트가 업체에 돈을 다 지불하지 않은 상태에서 망해버리면 난감해집니다.

그럴 경우 소비자는 피해보상을 받을 곳이 없어지게 됩니다. 그루폰 유사 사이트가 정산의 책임을 다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사업을 접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용자 여러분께서는 싸다고 해서 무턱대고 구매하지 마시고 사업자의 신뢰도에 대해 나름 판단을 잘 하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가장 우려되는 부분 위주로 적어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악영향을 크게 발휘하기 전에, 소비자들에게 신뢰받는 사이트가 빨리 걸러지고 또한 인수합병 등을 통해 교통정리가 일어나야 할 것입니다.

이렇듯 걱정되는 요소들은 있습니다만,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혜택과 지역 서비스업자들의 광고적 니즈가 분명하기에, 어떤 커다란 문제가 발생하여 업계가 공멸하지만 않는다면 성공 사례는 분명히 나올 겁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부만 성공할 뿐,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업자들은 실패를 하게 되겠죠.

모든 사업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제 글을 보시고 사업자분들께서는 썩 좋아하지 않으실 거 같습니다만, 말 그대로 리스크이니 참고만 하십시오.

추가적으로 발견되는 내용이나 성공사례, 리스크가 있으면 업데이트하겠습니다. 사업자나 이용자들의 의견이나 제보, 환영합니다.

PS: 그루폰이 새로운 형태의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전지역 동일의 하루 하나 쿠폰+광고의 형태인데 엄청난 매출이 발생했습니다. 이건 그루폰이 이미 이용자를 많이 확보하고 있고 워낙 어텐션이 크기때문에 가능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방식으로 완전히 바뀐다기 보다는 종종 병행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어떻게 진화할 지 계속 지켜봐야 할 사이트입니다.

댓글 5개:

언캐니 :

할인 쿠폰은 실물상품이 아니란 이유로 카드사에서 신용카드 가맹 승인을 잘 해주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래서 사업내용을 허위로 신고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제 시스템이 갑자기 중단되는 것도 감수하고 말이죠.

다원데이 :

류한석 칼럼리스트님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제 예상도 앞으로 10여개의 그룹폰 사이트가 충분히 나올 것으로 보고 또 앞으로 수개월 안에 많은 그룹폰 사이트들이 폐쇠 할 것 같습니다. 그룹폰 비즈니스의 차별화 없이 너두 나도 시작하면 카피는 할 수 있으나 본질 까지는 카피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쿠폰모아 :

안녕하세요. 쿠폰모아(http://couponmoa.com)입니다.

저희도 쿠폰을 구매해 몇 번 서비스를 받아봤는데 50% 확률로 실망을 했었습니다. ^^

사실 저희가 쿠폰모아를 만든 이유도 난립하는 소셜커머스 서비스의 옥석을 가려서 소비자에게 좀 더 좋은 서비스를 소개해 드리고자 함에 있습니다.

그래서 미약하지만 실시간 구매자수와 딜이 진행된 시간, 구매액 등을 보고 랭킹을 줘서 쿠폰모아에 노출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현명하게 옥석을 가릴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게 '메타' 서비스가 해야할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혹시 좋은 의견 주시면 서비스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박상혁 :

저는 근본적으로 이건 무늬만 소셜 커머스라고 생각합니다. 그룹폰의 경우에는 뒷 배경에 페이스북과 트위터라는 거대 SNS가 존재하고 이를통한 바이럴 마케팅의 선순환구조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는 SNS나 오픈형 커뮤니티 백그라운드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국내에서 가입자는 늘었지만 일부 IT나 마케팅 등 관련 업계에서만 체감할 뿐, 실제 대학생들이나 다른 일반인에게는 싸이월드나 네이트온, 네이버 블로그가 아직까지 절대적 주류입니다. 결국, 이건 업체들에게는 거품 광고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장기적으로 이런 그림만으로는 기존의 cocofun이나 메뉴판닷컴... 혹은 블로그 마케팅에 비해서 시장을 나눌 수 있는 차이점이 없어지고, 직접 경쟁력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좀 관찰을 해보니 일부 업체들을 보니 의도적으로 구매자 숫자를 높이는 경우도 많더군요. 그런 업체들의 필연적인 눈속임행위(?)로 인하여, 시장의 반응을 지나치게 부풀려서 해석하는 경향도 있어보입니다.
결국, 저 업체들 중에서 이정도 시장을 완전히 장악을 하더라도 범위가 이정도라면, 쉽게 기존 사업자들이 진입하는 동시에 삼켜져 버리겠죠.
일단, 모바일쪽 시장 변수도 지켜봐야 하고 저도 이 여러 사업자들이 어떤 것을 꺼낼지 다음 카드를 기대해보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저 사업체들은 자체 컨텐츠의 경쟁력이 빈약하기 때문에 SNS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직, 확실한 SNS가 갖춰지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저 회사들이 오랜기간 살아남아서 현재의 매출을 유지할지는 미지수라고 생각합니다.

바비(Bobby) :

To 박상혁님/ 댓글을 보면 부정적인 느낌인데.. 현재 해당 분야에서 아주 다이나믹한 변화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돈이 벌리고 투자금이 들어오고, 빠르게 진화해나갈 것으로 봅니다.

우려스런 문제 요소는 있지만.. 저는 성공 사례가 나올 것으로 봅니다. 두고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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