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갤럭시A폰이 옴니아1폰처럼 될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제
갤럭시A폰의 스펙다운 논란까지 일어났습니다.
관련 글을 찾아보다가 뒤늦게 갤럭시A폰과 관련된 성지순례(?)를 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삼성 공식 블로그에 올라온 하단의 글이었습니다.
갤럭시A에 대한 오해와 진실 (개발자가 바라보는)
안티가 아니었던 사람도 안티로 만드는 글이더군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보았고 댓글도 무려 600개가 넘게 달려 있었습니다. 저 또한 해당 글을 읽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개발자는 자신이 만든 제품이 좋다고 항변할 필요가 없습니다. 결과물 그 자체로, 그리고 이용자의 만족도로 그걸 증명하는 방법 외에는요.
그런데 단순히 개발에 대한 소회를 밝히는 내용도 아니고 엄청난 핫이슈에 대해 이런 수준의 글을 올리다니 무척 놀랐습니다. 그 동안 소통을 거의 하지 않다 보니 소통에 대한 감각이 없는 상태에서, 소통을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와 강박을 최근에 많이 받다 보니 이런 이상한 결과물이 나온 거 같습니다.
글을 보면서 “이 정도로 소통 전략이 부재하구나. 외부 시각을 몰라도 정말 모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정말 최소한의 소통 전략과 철학조차 부재한 겁니다. 삼성 내부인에 대한 인간적인 호감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서라면 그냥 개인이 편하게 쓰는 형식도 괜찮겠지만, 논란이 있는 핫이슈에 대해 이런 식으로 루즈하게 접근을 하는 건 최악의 선택입니다.
더군다나 삼성은 팬보이를 (‘전혀’라고 할 정도로) 가지고 있지 못한 회사입니다. 애플, 구글은 팬보이들이 많고 그들의 상당한 사업적 강점이지요. 충성스럽게 초기 제품을 구매해주고, 좋은 입소문을 내주고, 나쁜 얘기들에 대해 회사 대신 방어까지 해주지요.
그런데 삼성은 팬보이가 없습니다. 그러니 정말 더, 전략적으로 신중하게 친절하게 고객들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리스크 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해당 포스트에 올라온 댓글들 중에 눈에 띄는 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댓글들을 보다가 언어구사의 기발함에 빵 터진 적도 몇 번 있었습니다.
- 우선, 지금이라도 옴니아1, 2 사후지원 다시 시작하고나서 말씀하세요.
- 고생한것도 알겠고 내새끼 같은 제품인 것도 알겠는데 아이폰은 고생 안하고 누워서 자다가 나왔을까요??
- 유저들이 정작 우려하는건 스펙이 아니라 구매후 몇 개월 지나서 쓰레기처럼 버려지는겁니다.
- 햅틱 시리즈 참 가관입니다. 햅틱1 / 햅틱2 / 햅틱찹 / 햅틱팝 / 연아의햅틱 / 햅틱아몰레드 / 햅틱온 / 햅틱빔 / 울트라햅틱 / 햅틱8M. 와~ 이번엔 갤러시A~Z까지 만드시려고요?
- 개발자가 소비자를 가르치려 하는군요.
- 소비자의 욕구는 뒷전이고 자신의 욕구부터 해소하려는 기업의 마인드와 기업의 마인드를 알아서 뒷받침 해주는 임직원
급기야 삼성의 휴대폰 마케팅 전략을 분석한 장문의 댓글까지 올라왔습니다.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 판매 전략을 예상하는 글
올라온 댓글들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삼성을 옹호하는 글은 거의 없었고, 있다고 하여도 “한국의 대표적 기업인 삼성을 믿고서 좀 더 기다려보고 싶다”는 기대 수준의 글이었습니다.
왜 여러 불만/의혹 등에 대한 책임 있는 사람들, 즉 임원들의 적극적인 해명은 없는 건가요?
소통에 대한 강박증으로 인해 사원을 통해서 “여러분이 잘못 알고 계신 거에요. ㅎㅎ”라는 식의 글을 올리면 곤란합니다. 그렇게 하면 불만/의혹이 해결되기는커녕 직원이 몰매 맞고 기업 이미지에 큰 손상만 생길 뿐입니다.
삼성전자를 다녔던 저의 경우에도, 지금까지 이 정도로 비판적인 시각을 담은 글은 올리지 않았는데 이번 사건은 너무나 실망스러워서 이렇게 일부러 글을 쓸 정도이지 않습니까?
부디, 이제라도 삼성이 소통 전략을 제대로 수립하고 실천하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는 SK텔레콤과 함께 아무리 TV광고하고 마케팅에 돈 쓰더라도(일명 더블 에스 전략) 명백한 한계가 있을 겁니다.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경험하면서 많이 스마트해졌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