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된 내용을 말씀 드리면, 지난 3월말에 스마트폰에서 30만원 미만의 금액은 공인인증서 없이 결제가 가능하게 됐고요(관련 기사 참고). 당시 해당 규제가 풀려서 스마트폰 앱과 모바일 웹에서 결제가 가능하게 됐었죠. 이 부분은 다들 체감하고 계신 상황입니다.
위의 내용이 발표된 직후에, 좀 더 포괄적으로 규제를 풀기 위해 공인인증서 규제 TFT가 만들어졌고 TFT를 통해 금융위, 인터넷진흥원 등과 지속적인 회의를 거쳐 합의안을 도출하였습니다. TFT 활동의 성과로서 얼마 전에 PC와 스마트폰, 그 외 디바이스에서 공인인증서 이외의 방식으로도 결제가 가능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습니다(관련 기사 참고).
물론 가이드라인이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타협의 산물이니까요. 그리고 후속 조치로 공인인증서 이외의 결제 방식에 대한 기술적인 평가 작업이 필요해서 아직 규제개선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인데요. 조만간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규제가 풀렸다고 해도, 금융위가 적극적으로 해당 내용을 추진해야 하고 또한 금융기관들도 몸을 사리지 않고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야 하므로 시간은 걸릴 겁니다. 저는 공무원도 아니고, 금융기관 종사자도 아니니,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인 거 같습니다. 사용자 편의성과 안전성 간의 밸런스를 맞춘 방식들이 도입되어 스마트폰을 비롯한 새로운 플랫폼에서의 상거래가 활성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여기까지는 배경을 전한 것이고요. 사실, 제가 그리 많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포상을 받게 되어 좀 민망합니다. 누군가 포상을 받아야 하는데 제가 한 일이 타이밍이 맞았던 거 같습니다.
제가 받은 국무총리표창은 하단과 같습니다. 현재 제가 연구소 외에 벤처기업인 레몬컨설팅, 온오프믹스의 이사도 맡고 있는데, 포상 추천이 연구소 만들기 전에 있었던 관계로 레몬컨설팅 이사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4년 전 삼성전자 재직 시절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적이 있는데(한명숙 총리 시절), 이상하게도 국무총리상과 인연이 있나 봅니다. 그런데 당시에도 그랬는데 오늘 역시 상을 받아도 마음이 복잡하네요(당시와는 또 다른 이유로).
공교롭게도 오늘이 정운찬 총리가 사퇴의사를 밝힌 날이죠. 포상 행사는 사전에 계획된 것이라서, 사퇴 기자회견 직후에 포상 행사를 진행 했습니다. 사표 수리 전까지는 공무를 수행하신다는데, 사퇴 의사를 밝힌 후 첫 공식 행사였습니다.
포상자는 총 9분이었는데 다들 공무원, 군인, 협회분들이었고 일반 기업인은 저 혼자였던 거 같습니다. 포상 행사 후에 국무총리실에서 정운찬 총리와 환담 시간을 가졌고요. 대기업, 중소기업의 상생 관련된 얘기들이 주로 오갔습니다.
요즘 시국이 복잡하고, 국무총리실도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상황인지라, 지금 같은 시기에 상을 받게 된 게 기쁘지만은 않습니다. 솔직한 심정입니다.
사실 지난 4월에는, 아버지께서 4.19 혁명 50주년을 맞아 건국포장을 받으신 바 있습니다(관련 기사 참고).
아버지는 경북대 법대에 재학하던 당시, 대구에서 4.19 혁명을 주도하다 옥살이도 하고 그러셨는데, 4.19 혁명 50주년을 맞이하여 국가유공자가 되셨죠. 국가유공자에 대한 혜택이 참 많더군요. 사업 실패로 오랫동안 고생만 하시다 말년에 좋은 선물을 받으신 것이지만, 맘껏 기뻐하기에는 시국이 복잡해서 조용히 있었습니다.
사실 제가 고3때 아버지 사업이 실패해서 가족들 모두 많이 힘들게 지냈습니다. 저는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계속 혼자 살아왔고(잠시 형제들과 함께 산 정도), 아버지와의 관계가 오랫동안 소원했는데 수년 전에 복원해서 지금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단점들을 참 싫어했는데, 아.. 사회생활 하는 제 자신의 모습을 보니 아버지를 참 많이 닮았더군요(그 DNA가 그 DNA). 그래서 어느 순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제가 싫어하던 그 모습들을 말에요.
이 자리를 빌어, 늦었지만 공개적으로 아버지께 축하 드리고 싶네요(제 블로그를 구독하고 계시거든요).
아버지 얘기를 하다 보니, 할아버지 생각이 나네요. 독립운동 하시다 소련(사할린)으로 징용 가셔서 끝끝내 돌아오지 못하셨죠. 그곳에서 국어를 가르치며 문법책인 <조선문전>을 만드셨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2년 전 한글날에 대통령표창을 받으신 바 있습니다(할아버지에 대한 글).
친척들은 제가 할아버지를 닮았다고 하는데 저는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사진밖에는 본 적이 없습니다. 아버지도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죠. 그렇지만 할아버지의 반골 정신이, 아버지께 그리고 제게 이어지고 있는 건 확실한 거 같습니다. (이건 여담인데 얼마전 번역한 책 "슬랙"이 일부 대기업의 인사팀에서 금서가 되었다는 소식도..)
오늘은 새삼 그걸 확인한 날이었습니다. 포상을 받았어도 별로 기쁘지 않았거든요. 아마도 그건 현 시국이 복잡해서 그런 것도 있을 테지만, 무엇보다도 제가 4대강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이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전 자연은 있는 그대로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현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을 반대하는 사람이 현 정부에서 포상을 받는 게 얼마나 기쁘겠습니까?(비록 IT 규제개혁 공로로 받았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이런 복잡한 마음이 들지 않은 사회가 좋은 사회인 거 같습니다. 그런 사회를 위해서, 앞으로도 제가 하고 싶은 일 마음대로 하면서, 벤처들도 도우며, 이 상태로 계속 자유롭게 살아갈 예정입니다. 큰 일은 못하더라도, 최소한 누구 눈치도 안보고 억압받지 않고서 살 겁니다.
끝으로 포상과 관련하여 복잡한 제 감상과는 별개로, 규제개혁 일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기업호민관실의 이민화 호민관님, TFT 활동에 많은 지원을 해주신 규제총괄정책관 김효명 국장님, 기업호민관실 초기부터 여러모로 친절하게 도와주신 윤세명 사무관님, 그리고 TFT에서 고생하신 고려대 김기창 교수님, KISA 강필용 팀장님, 경북대 배대헌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PS: 지금 밖에는 비가 오네요. 지금 분위기에 맞는 Bee Gees의 And The Sun Will Shine을 전하며..